그녀는 대학생 시절 경제학 교수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우리가 상대방의 수익을 노릴 때, 상대방도 우리의 원금을 노린다는 걸 명심하세요.”‘이렇게 간단한 도리를 어떻게 깡그리 잊어버릴 수가 있지?’양희지는 전에 스카이 레스토랑에서 염무현이 투자하지 말라고 자신을 충고했던 일을 떠올렸다.다시 돌이켜보면 아주 지당한 충고였다.그러나 그녀는 충고를 받아들이기는커녕 그에게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라고 쏘아붙이기까지 했다.‘정말 우습기 짝이 없네. 감옥살이를 금방 마치고 나온 사람도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는데 서해시에서 제일로 가는 미녀 대표인 나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뛰어들다니.’투자금을 가지고 해외로 도주한 남도훈이 전화를 받을 리가 없었다.지금쯤 그는 다른 사람의 돈을 가지고 여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남기태도 신경 쓰지 않는 그가 양씨 가문을 신경 쓸 리가 있겠는가?“대표님, 남도훈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 알고 계시죠? 네? 대표님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대표님 전화는 꼭 받을 거예요. 다른 사람 돈을 몰라도 제 1억만은 꼭 돌려받아 주세요. 저 그 돈 없이 못 살아요...”조윤미는 미치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짝!마침 성가신 데다가 화풀이할 곳이 없었던 양희지는 조윤미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정신이 들어? 안 들면 한 대 더 때려줄게. 네 돈만 돈이고 다른 사람 돈은 돈이 아니야? 네가 내 곁에서 자꾸 남도훈을 위해 좋은 말을 해주면서 날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쉽게 투자하진 않았을 거야. 일이 생기니까 또 당연하듯이 네 돈만 중요하지? 내가 남도훈과 연락이 닿으면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가만히 있겠어. 누구도 널 강요한 적이 없어. 네가 원해서 투자한 거잖아. 그러니까 남 탓하지 말라고.”뺨을 가리고 있는 조윤미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해외의 한 풍경이 수려한 바다 섬.햇빛이 찬란한 해변, 온갖 종류의 술들이 양산 밑에 있는 상에 진열되어 있었다.남도훈은 한가롭
혜리 그룹 영업팀.퇴근 시간이 되자 염무현은 일어서 우예원한테로 다가갔다.“먼저 돌아가. 우린 도 매니저님 아버지 장례식에 들러야 해.”우예원은 염무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염무현은 어깨를 들썩하고 말했다.“그럼 일찍 들어와. 아저씨랑 아줌마 걱정하게 하지 말고.”우예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염무현은 별로 개의치 않고 혼자 회사에서 나왔다.이 광경을 본 회사 동료 한 명이 폰을 꺼내 몰래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예원 씨,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도 매니저님이 염무현 씨를 싫어하는 걸 알잖아요. 게다가 장례식에도 오지 말라고 명확히 말한 걸 어쩌겠어요.」동료는 문자를 보낸 후 이내 일어서면서 말했다.“우리도 출발하죠.”장례식 현장.흰 국화꽃 사이에는 흑백으로 된 영정사진이 놓여있었다.도명철은 상복을 차려입고 장례식에 찾아온 손님들을 마중했다.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는 매우 슬퍼 보였다.낯익은 사람 한 명이 도명철 곁에 무릎 꿇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우서준이었다.그는 도씨 가문과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상복을 차려입고 아주 비통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모르는 사람이라면 돌아간 사람이 그의 아버지인 줄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우서준이 도명철의 마음에 든 모양이다.재벌 2세였던 도명철은 아버지 덕분에 집안 사업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는지라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살아왔었다.그러나 지금은 억만 재산을 물려받고 도씨 가문 기업을 이끌어 나가야 했다.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 또한 자신의 세력을 키워야 했다.출중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또한 자신만의 충신을 배양해야 한다는 도리를 알고 있었다.많은 후보들 중 1위가 바로 우서준이었다.그는 현재 도명철의 비서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제일로 가는 부하나 다름없었다.그는 도명철을 도와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주면서 중층 실장급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우서준이 망설임 없이 혜리 그룹에서 사직한 원인도 이것이었다. 그러나 제일
‘일 처리가 더 쉬워질지 아니면 더 힘들어질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염무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힐끗 보고는 말했다.“두 분 이름이라도 알려주시죠.”“당황해하지 않는 걸 보니 이미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듯하네.”말라깽이는 염무현을 비꼬았다.“아쉽지만 별로 소용없어. 우린 너의 용감함 따위를 신경 쓰지 않아. 널 살려 줄 생각은 더 없고.”“형님, 그만 말하고 얼른 죽여요. 인마, 너 잘 들어. 우린 넌 저승길로 안내해 줄 쌍날 악귀야.”염무현은 실눈을 뜨고 두 사람에 관한 정보를 되새겨보았다.그는 감옥에 있을 때 쌍날 악귀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다.두 사람은 돈을 얻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망명자나 다름없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말라깽이는 여자를 좋아했는데 그의 손에 당한 여자 피해자만 수두룩했다.술을 좋아하는 뚱보는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며 연약한 사람들을 모질게 괴롭혔는데 그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주변 몇몇 도시 경찰들이 합작해서 두 사람을 체포하려 했으나 두 사람은 매번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이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쌍날 악귀라는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를 쳤다.“우리 이름을 듣고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얼마 없는데. 그래서 한 가지 알려주자면 우리 고용주가 말씀하시길, 널 혼자 편히 살게 내버려둘 수는 없대.”염무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남도훈한테서 얼마 받았어?”말라깽이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는 자신의 타깃이 고용주의 신분을 알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와 뚱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염무현을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고용주의 신분이 누설되면 고용주가 위험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도 신용불량이 되어 더는 청부를 맡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자식을 살려두어서는 안 돼!”뚱보가 염무현에게 덮치려고 할 때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여기 있어. 절대 도망가게 해서는 안 돼.”
싸움꾼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라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그들은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땅에 버리고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동시에 속으로 우서준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X발, 보통 능력자라더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쌍날 악귀의 실력은 대성 마스터 그 이상이었다. 삼사십 명이 아닌 백 명이 함께 덤빈다고 해도 이길 수 없을 정도의 능력자였다.“형님들이 고수인 걸 알아보지 못한 우리 탓이니, 한 번만 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쌍날 악귀는 그들의 용서 해달라는 말을 개의치 않았다.두 사람은 싸움꾼들을 살려주기는커녕 더 악랄한 기법으로 그들을 살해했다. 두 사람은 저항하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은 이 세상에 살아남을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땅에 쓰러졌다.대부분은 즉사했고 살았다 하더라도 다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쓰레기 같은 놈들, 난 아직 몸풀기 운동도 못 끝냈단 말이야.”말라깽이의 얼굴은 다른 사람들의 피로 인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는 혀로 입가에 묻은 피를 핥으면서 말했다.“약자들의 피는 언제 맛보든 항상 역겨운 맛이야. 인마, 네가 부른 사람들 너무 별로다. 설마 이 쓰레기 놈들로 목숨을 부지하려 한 거야? 실망이 크겠어.”염무현은 비꼬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쓰레기 같은 놈들 내가 부른 게 아니야.”“네가 아무리 사실을 감추려고 해도 네가 무능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 체면을 지키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소용없어. 죽기 전에 너처럼 체면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뚱보가 염무현을 향해 비아냥거렸다.염무현은 어깨를 들썩이며 답했다.“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물어보시든가.”말라깽이는 한 싸움꾼의 목을 짓밟으며 흉측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누가 보냈는지 사실대로 말해. 거짓말을 하는 순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그 싸움꾼은 몸을 덜덜 떨며 황급히 사실대로 말했다.“도원 그룹 우서준 실장이 돈
입에서 피가 계속 흘러내렸고, 눈알을 제외하면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고작 단 한방에 악명 높은 사람을 다시는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만들다니?“뚱보야!”말라깽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고래고래 외쳤다.“젠장! 네 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이내 말라깽이는 30cm가 넘는 단검 두 자루를 꺼냈다.그리고 빠르게 휘두르자 은빛 칼날이 번뜩이며 촘촘한 그물을 이루어 염무현을 뒤덮었다.슈욱!칼날에서 내뿜은 에너지파가 반경 1m가량 퍼져나갔다.이게 바로 전설 속 칼의 기운이란 말인가? 칼날이 아무리 날카로워 봤자 파괴력은 고작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그러나 염무현은 꿈쩍도 안 하고 제 자리에 서서 무심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지켜보기만 했다.곧이어 가볍게 손을 휘젓자 반투명한 장풍이 그물 사이로 지나갔다. 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말라깽이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공격을 피할 겨를조차 없는 무기력함은 그를 절망의 늪으로 끌어당겼다.결국 가슴을 강타하는 장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윽!”말라깽이의 가슴이 움푹 들어가면서 등이 툭 튀어나오는 바람에 옷에 구멍이 뻥 뚫렸다.그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간 장풍은 일정한 파워를 유지한 채 벽에 닿으면서 깊이가 몇 미터에 달하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을 형성했다.엉겁결에 뒤를 돌아본 말라깽이는 다시 고개를 숙여 자기 가슴을 내려다보았다.입가에서 저도 모르게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고, 이내 새빨간 줄로 변했다.경맥이 끊기고 오장육부가 파열되다니!게다가 아직 몸속에서 날뛰는 흉포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곳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마구 파괴하는 데도 정작 본인은 속수무책이었다.“장풍을 쏘다니! 너... 마스터급 고수였어?”말라깽이는 결국 중심을 잃고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지만 상체만큼은 곧게 피려고 갖은 애를 썼다.간신히 고개를 든 뚱보가 자기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말라깽이를 보고 얼굴에는 경악 그 자체였다.둘은 고작 대성 마스터인지라 마스터급과 레벨 차이가 꽤 컸다.어쩐지 단 한 방에 무너진
“수비대가 친히 움직일만한 큰일이 벌어진 건가?”“스케일이 장난 아닌데? 누굴 체포하러 가나 봐.”“대체 누가 이렇게 재수 없는 거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하필이면 수비대의 심기를 건드리다니.”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들이 수군거리며 서로 한 마디씩 보탰다.수십 대의 군용 트럭이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차량이 순순히 길을 터준 덕분에 가는 길 내내 막힘 없이 쌩쌩 달렸다.심지어 사거리의 신호등은 장식품에 불과했다.고진성은 애써 흥분을 참으며 맨 앞 차량에 앉아 있었다.만약 다른 사람한테서 걸려 온 신고 전화였다면 의심받아 마땅했다. 어쨌거나 쌍날 악귀는 악명 높은 존재로서 결코 체포하기 쉽지 않았고, 진작에 감옥에서 참회하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무려 무현 님이지 않은가?그는 누구인가?우선 염무현은 절대로 사람을 잘못 볼 리가 없었다. 그가 쌍날 악귀라고 했으니 100% 믿음이 갔다.둘을 순조롭게 체포할 수만 있다면 분명 큰 공로를 인정받을 테니까!곧이어 트럭 부대는 목적지에 도착했다.고진성은 인터폰을 들고 명령했다.“당장 포위해! 벌레 한 마리도 놓치지 마!”작은 골목은 순식간에 빽빽하게 포위되었다.차가 멈추기도 전에 고진성은 참지 못하고 문을 벌컥 열고 뛰어내렸다.“괜찮아.”그는 부하가 건네준 방탄조끼를 밀어냈다. 물론 잘난 체하는 게 아니라 단지 불필요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대성 마스터 고대 무술 능력자 앞에서 방탄조끼는 한낱 천 쪼가리와 다름없기에 착용하면 되레 민첩성에 영향을 끼쳤다.고진성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앞장서서 골목으로 뛰어갔다.그러나 내부의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바닥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널브러져 있었고, 대부분 이미 죽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몇몇은 신음을 내뱉으며 골골거리기 바빴다.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시신이 있었는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성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하지만 고진성은 그를 한눈에 알아보았다.바로 쌍날과 악귀 중의 말라
이제 쌍날 악귀를 체포했으니 총사령관으로 승진하는 데 발판을 마련한 셈이었다.심지어 축하연에서 공로를 세워 포상받는 자기 모습이 눈앞에 훤한 듯싶었다.이 모든 건 다름 아닌 무현 님의 덕분이다.염무현은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한 부모님 같은 존재일뿐더러 이렇게 큰 은혜마저 베풀어 주었으니 그냥 고마울 따름이다.곧이어 팀원들이 줄지어 골목길에 들어섰다.다들 한바탕 싸울 각오를 단단히 했다. 어쨌거나 쌍날 악귀를 체포하는 만큼 사상자가 아무리 많이 생긴다고 한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정작 들어서는 순간 하나같이 넋을 잃고 말았다.아니? 분명 상황이 종료된 것 같은데, 고작 마무리하러 이렇게 부랴부랴 출동한 건가?“보스?”사람들의 표정은 어리둥절했고, 착잡한 눈빛으로 일제히 고진성을 바라보았다.그는 흥분을 애써 참으며 손짓했다.“싹 다 데려가서 제대로 심문해!”“명 받았습니다!”비록 영문을 알 수 없지만 다들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곧이어 시신과 부상자들이 옮겨졌고, 골목에 또다시 평화가 찾아왔다.고진성은 깍듯하게 염무현 곁에 서서 물었다.“무현 님, 혹시 다른 지시 사항이 있으신가요?”“총 두 사람이에요. 한 명은 우서준, 다른 한 명은 남도훈.”염무현이 말했다.고진성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우서준은 식은 죽 먹기라서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 붙잡아 올게요. 다만 남도훈은 이미 해외로 도피해서 정확하게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몰라요. 물론 찾아낸다고 해도 다시 데려오는 게 마냥 쉽지는 않죠. 우선 인터폴에 신고하고 서류를 제출해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그러고 나서 전담 요원을 파견해 사건을 담당할 거예요. 게다가 범인을 붙잡아야 인도할 수 있죠. 이 과정에서 남도훈의 귀에 흘러 들어가도 그렇고, 이 자식이 인터폴 관할 국가가 아닌 나라로 도주할 가능성도 커요. 그렇게 되면 완전히 속수무책인 상황이에요.”남도훈은 사기 쳐서 도주했기에 수중에 돈이 두둑했다.재력만 확보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에 신변을 보호하
“난 지금 돈도 여자도 인간관계도 남 부럽지 않을 정도라고, 하루하루가 신선놀음이 따로 없지. 널 죽이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킬러를 보낼 수 있으니까 평생 불안에 떨며 살아가!”남도훈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아, 그때는 진심으로 고마웠어. 당시 네가 갑자기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양희지한테서 40억을 가질 기회조차 없었을 거야.”꼼꼼함과 깐깐함의 대명사인 양희지는 아무리 투자하기로 했더라도 섣불리 돈부터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며칠만 더 버티면 남씨 가문의 사건이 폭로되기 마련이니까.사실 그날 밤 스카이 레스토랑에서 양희지가 염무현 때문에 열받은 이유도 있었다.결국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윤미에게 남씨 가문 계좌로 송금하라고 해서 이 사달이 나게 되었다.“널 찾기까지 했는데 붙잡는 게 뭐가 대수라고?”염무현은 남도훈의 도발에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네 놈을 붙잡는 건 식은 죽 먹이야.”“푸하하!”남도훈이 폭소를 터뜨리며 오만방자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그러는 거야? 염무현, 시건방 떨지 마. 네가 붙잡으러 올 때까지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을게. 만약 네 손에 들어가잖아? 그럼 내가 장을 지져! 이왕 영상 통화까지 한 김에 시간 낭비나 하지 말고 양씨 가문에 대신 말 좀 전해줄래? 이 돈을 꼭 다 쓰도록 노력할뿐더러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하하하...”염무현은 능숙한 동작으로 분할 화면을 설정하더니 다른 사람한테 영상 통화를 걸었다.액정에 검은색 제복을 입은 금발의 외국인이 한 명 더 나타났다.50대로 보이는 남자는 감격하면서도 겸손함이 엿보이는 얼굴로 말했다.“무현 씨, 안녕하세요.”외국인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고진성은 그가 바로 인터폴 최고 책임자 톰슨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세상에!인터폴의 수장마저 무현 님에게 이처럼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깜짝 놀란 고진성은 입이 떡 벌어졌다.“톰슨, 남도훈이라는 용국 사람이 있는데 돈을 챙겨서 해외로 도망쳤어요. 즉시 사람을 보내 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