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34화

방금전까지만 해도 태두라고 거만하고 자신 있는 태도를 선보이던 황운석은 현재 땀범벅이 된 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스크린에 있는 비범한 기품을 지닌 윤창석과 비겼을 때 거의 하늘과 땅 차이었다. 윤창석 앞에서 선 황운석은 시골 노인네에 불과했다.

“여러분, 제가 이미 2년 전에 편작의전록이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원본도 소각해 버렸는지라 시중에 더는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유재영은 일부러 카메라를 황운석을 향해 돌렸다.

황운석은 머리를 숙였다가 이내 다시 쳐들고 윤창석을 향해 눈짓했다.

그는 간절하게 윤창석이 자비를 베풀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윤창석은 꿈쩍도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도 거핵완에 관해 알고 있는데 유명무실하다고 평가하는 것조차 아까울 정도입니다. 돈을 얻기 위해 사람 생명까지 해치려 한다는 평가가 더 알맞을 것 같네요. 암 환자를 위한 약이라고 하던데, 대체 누가 생각해 낸 거죠? 게다가 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사기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인간으로서 양심조차 버린 것 같군요. 이 약을 전면 조사하고 ZW그룹의 법적 책임을 추궁하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미 신고해 두었어요.”

결말은 이미 정해졌다.

말솜씨가 뛰어난 남기태도 더는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황운석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는 윤창석이 왜 저토록 매정하게 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은 국내 의학계 태두로서 절친한 친구 사이는 아니더라도 자주 만났었고 세미나도 함께 갔었는데 이 정도 일은 도와주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나 황운석은 모를 것이다, 자신과 염무현 사이에서 윤창석이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했다는 것을.

“전에 편작의전록이 조작된 것이라고 가장 먼저 자네한테 알리지 않았나? 벌써 잊은 건가?”

윤창석은 눈살을 찌푸리고 마지막까지 황운석의 체면을 지켜주지 않았다.

“아무리 잊었다 하더라도 대체 왜 한치의 양심도 없는 제약회사 편을 들어주는 거지?”

서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한들 어쩌겠는가?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