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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전문직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맑고 순진한 그녀의 눈빛은 진작 사회에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과 달랐다.

“엄마가 이 약을 더 이상 못 쓰게 되어서 반납하러 왔어요.”

이은서가 말하자 남도훈은 곧바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머님께서 혹시 돌아가셨나요?”

돌아가시지 않은 이상 가족들이 쉽게 약을 끊지 않을 것이다.

ZW그룹은 이러한 사람들의 도덕적인 효심을 이용해 큰돈을 벌고 있었다.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남도훈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상술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자연스레 이런 마케팅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고, 사랑하는 가족은 구하지도 못한 채 산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계속 고통받으며 돈을 벌어야만 했는가.

“아니요. 어머니는 입원해서 병원 약을 드시니까 이제 이 약은 필요 없어요.”

이은서는 가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지난달에 나온 세 박스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어제 산 거니까 환불해 주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어르신이 그녀를 말렸다.

“아가씨, 이 약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나?”

“의사가 먹으라고 권유해서 사러 왔어. 입원할 때 먹으면 질병 관리에 좋다고 하더군.”

“맞아요. 지난번에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종양내과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남도훈은 뿌듯한 얼굴로 사람들이 저마다 거드는 모습을 지켜봤다.

굳이 본인 입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환자와 가족들의 입소문만으로 거핵완이 안 팔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니요. 이 약엔 문제가 있어요. 저희 엄마 상태가 더 나빠졌어요.”

이은서는 사람들이 속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사실대로 말했다.

그녀는 단호한 얼굴로 남도훈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이 약을 다시는 먹을 일이 없을 테니 환불해 주세요.”

남도훈은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ZW그룹의 약에 어떻게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경고하는데 지금 당신이 한 말만 가지고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경찰에 신고해서 체포할 수도 있어.”

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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