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맑고 순진한 그녀의 눈빛은 진작 사회에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과 달랐다.“엄마가 이 약을 더 이상 못 쓰게 되어서 반납하러 왔어요.” 이은서가 말하자 남도훈은 곧바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어머님께서 혹시 돌아가셨나요?”돌아가시지 않은 이상 가족들이 쉽게 약을 끊지 않을 것이다.ZW그룹은 이러한 사람들의 도덕적인 효심을 이용해 큰돈을 벌고 있었다.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남도훈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상술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자연스레 이런 마케팅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고, 사랑하는 가족은 구하지도 못한 채 산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계속 고통받으며 돈을 벌어야만 했는가.“아니요. 어머니는 입원해서 병원 약을 드시니까 이제 이 약은 필요 없어요.”이은서는 가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지난달에 나온 세 박스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어제 산 거니까 환불해 주세요.”그러자 옆에 있던 한 어르신이 그녀를 말렸다.“아가씨, 이 약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나?”“의사가 먹으라고 권유해서 사러 왔어. 입원할 때 먹으면 질병 관리에 좋다고 하더군.”“맞아요. 지난번에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종양내과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남도훈은 뿌듯한 얼굴로 사람들이 저마다 거드는 모습을 지켜봤다.굳이 본인 입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환자와 가족들의 입소문만으로 거핵완이 안 팔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아니요. 이 약엔 문제가 있어요. 저희 엄마 상태가 더 나빠졌어요.”이은서는 사람들이 속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단호한 얼굴로 남도훈을 바라보았다.“엄마가 이 약을 다시는 먹을 일이 없을 테니 환불해 주세요.”남도훈은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펄쩍 뛰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ZW그룹의 약에 어떻게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경고하는데 지금 당신이 한 말만 가지고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경찰에 신고해서 체포할 수도 있어.”한 할
“은서 씨,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잘 기억해. 앞으로는 그렇게 무모하게 굴지 마!”경찰서 입구.전우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훈계했다.“이번엔 운이 좋았어. 회사 고위층과 여기 간부님들이 아는 사이라 서로 체면 때문에 굳이 은서 씨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거야. 다른 때였으면 바로 구류됐을 거라고! 아직 어린데 이런 기록이 남으면 앞으로 사는 데 굉장히 불편하지 않겠어?”이은서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낙담한 얼굴로 말했다.“전 실장님,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고작 약 몇 박스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전우식은 그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경찰은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그녀의 약을 사려고 했다는 걸 분명히 말했다.하지만 이은서가 약에 문제가 있다며 반품해 달라고 주장하는데 옆에서 어쩔 수 있겠나.물건을 반품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돈을 돌려받는 게 아닌가?그럼 어떻게든 돈을 돌려받으면 되는걸,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역시 아직 젊어서 뭘 모르나 보다!나이가 어리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며, 융통성 있게 대처할 줄 몰랐다.“약을 압수당한 게 안타깝네요.” 이은서는 경찰서 간판을 흘깃 돌아보았다.전우식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됐어! 나오면 됐지 그런 건 왜 신경 써.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그만한 돈 벌면 되지.”사실 전우식의 지위와 신분으로는 이은서 같은 한낱 평범한 직원을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이은서만 유난히 챙겨주는 게 아니라, 그녀가 1호 별장의 전속 집사였기 때문이었다.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염무현에게 해명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 앞섰다.“참, 약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근거가 뭐지?” 전우식이 무심하게 묻자 이은서가 대답했다. “염무현 씨가 그렇게 말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전우식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이은서를 구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정말 염무현 씨가 그렇게 말했어?”만약 염무현이 한 말이라면 상황은
“잊지 마. 많은 사람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방심했다가 대의를 그르치기 십상이야. 우리 부자는 그들과 똑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돼.”그제야 남도훈은 경멸의 눈빛을 거두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지금 바로 손 경감에게 전화해서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라고 할게요. 그리고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한층 더 광고하는 거죠. 구매자의 신뢰는 높이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에게는 경고하고. 이렇게까지 하는데 누가 감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두고 보자고요!”남기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아주 좋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니, 많이 성장했네!”남도훈은 뿌듯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다.“아빠가 잘 가르쳤죠!”그러면서 재빨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손 경감님. 생각해 보니까 7일 구류는 너무 짧은 것 같아요. 15일로 하죠... 뭐라고요?”남도훈은 곧바로 표정이 바뀌더니 톤이 한껏 높아졌다.“그 여자를 풀어줘요? 대체 무슨 근거로 석방해요?”그의 얼굴은 놀라움에서 분노로, 절망에서 이를 악물기까지 계속해서 바뀌었다.“무슨 상황이야?” 남기태가 얼굴을 찡그리자 남도훈이 대답했다. “그 여자가 풀려났어요! SJ그룹 임원 중 한 명이 윗선에 전화를 걸어 선처를 호소했고, 손 경감은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내가 방금 뭐라고 했어? 두려워하는 건 그대로 찾아온다고!”남기태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이번 일은 내 오랜 경험으로 볼 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뭔가 숨겨진 내막이 있을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까딱 잘못하면 시궁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야!”잔뜩 미간을 찌푸린 남도훈의 두 눈에서 불길하고 독기 어린 빛이 번쩍였다.“그럼 폭풍이 몰아치기 전에 싹을 잘라버리자고요. 아무런 배경도, 뒷배도 없는 부동산 인턴 하나 처리하는 건 쉽지 않겠어요? 지금 바로 사람 보내서 누가 수작 부린 건지 제대로 알아볼게요, 그리고...”말하며 남도훈은 목을 베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그래야
이은서가 리버타운을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등줄기에 한기가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그러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녀는 혼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괜히 예민해져서 그런 걸 거야.”방금 전 경찰서에서의 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 때문일 것이다.아니면 밤으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내려간 탓인지도 모르겠다.그녀가 버스에 탄 후 화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엔진 소리가 났다.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나왔다.차에 탄 두 사람은 가죽옷을 입고 헬멧으로 얼굴을 단단히 가린 채 오토바이에 앉아 버스의 뒤를 따랐다.20세기에 지어진 작고 낡은 건물에서 이은서는 어머니와 함께 세 들어 살고 있었다.원래 있던 집은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4층에 있는 거실에 방 하나 딸린 집이 이은서가 세 들어 사는 곳이었다.이은서가 문을 열자마자 한 실루엣이 스쳐 지나가더니, 한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갑작스러운 일에 이은서는 미처 대응할 겨를도 없이 뒤에 있던 사람에게 밀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곧이어 또 다른 키 큰 남자가 들어와 순식간에 문을 닫고 걸어 잠갔다.희미한 불빛 사이로 보이는 집은 매우 단조로웠다. 가구와 물건은 오래되어 손을 탄 흔적이 다분했다.하지만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구석까지 먼지 하나 없었다.이은서는 몸부림을 쳤고 상대방은 손을 놓았다.그녀는 비틀거리다가 앞으로 쓰러지며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당신들은 누구고, 원하는 게 뭐예요? 우리 집은 무척 가난해요. 어머니는 아파서 입원하셨고 나는 아직 대학생이에요. 사람 잘못 찾은 것 같은데...”건장한 남자가 경멸에 찬 웃음을 지으며 터벅터벅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옆에서 원숭이를 닮은 또 다른 남자가 맛이 간 목소리로 말했다.“소개하지. 이쪽은 이 바닥에서 도끼라고 부르는 우리 형님이고, 난 들개야.”서해에서 도끼와 들개는 무자비한 인물로 유명했다.
“그리고 병원에 누워 있는 늙은 네 엄마까지 죽여서, 모녀가 나란히 저승에서 만나게 해주마!”들개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핥았다.“형님, 이렇게 어린 년을 바로 죽이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요? 잘 봐요. 카지노에서 떡칠하고 여린 척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나아요. 정말 좋은 물건이라고요! 위에 있는 입이 열리지 않으면 밑을 공략해 보는 건 어때요? 그럼 위도 열릴지 누가 알겠어요.”도끼는 이런 지저분한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지만, 들개를 막을 생각은 없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난 결과만 있으면 돼. 과정은 상관없어.”“알았어요. 고마워요 형!”들개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앞으로 나아가 이은서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이거 놔!” 이은서는 팔다리를 동원해 몸부림쳤다.짜악!들개가 이은서의 얼굴을 때렸다. 매서운 힘에 이은서는 눈앞이 어지러웠고 귓가엔 윙 소리가 들렸으며 얼굴에는 뺨 맞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네가 몸부림칠수록 나는 더 흥분돼, 하하하!”그렇게 말한 뒤 들개는 이은서를 옆방으로 끌고 가서 침대 위에 던진 다음 사나운 개처럼 바로 달려들었다.쫘악!이은서의 겉옷이 찢어지면서 순백의 연약한 피부가 드러났다.들개는 순식간에 욕망으로 달아올랐다. 이런 초절정 미녀는 처음 본다!도끼는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얼굴은 무표정했고 눈빛은 차가웠다.바로 그때 누군가 방문을 걷어찼다.뻥!큰 보폭으로 걸어 들어온 염무현의 각지고 경직된 얼굴이 보였는데 그의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누가 감히 내 일에 끼어들어. 죽고 싶어 환장했지?”도끼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강철 같은 주먹을 휘두르며 염무현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지금 들어온 사람은 아군이 아니라 적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기에 도끼는 묻지도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주먹 바깥쪽에는 고대 무술 유단자의 징표인 반투명한 기운이 드리워져 있었다.주먹이 허공에 휩쓸리며 낮은 휘파람 소리가 났다. 주먹의 악력이
“이거 놔!”들개는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채 발버둥 치며 거친 말을 뱉었다.“너 이 자식 죽고 싶어?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감히 나한테 이렇게 대하다니, 넌 이제 죽었어!”염무현은 손으로 이불을 끌어 올려 다 드러난 이은서의 몸을 가려주며 말했다.“이제 괜찮아요!”“염무현 님, 흑흑!”이은서는 이불을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사실 이은서가 약을 환불하려 했다는 말을 듣고 염무현은 곧바로 그녀가 남씨 가문에게 보복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다른 이유는 없었다.남도훈 그 자식은 진작 인간이길 포기한 쓰레기였기 때문이었다.몇 번의 만남을 통해 염무현은 이미 오래전에 그를 꿰뚫어 보았다.예상대로 남도훈은 사람을 보냈고, 염무현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은서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다.퍽!염무현이 무심하게 손을 휘두르자 들개가 문밖으로 날아가 바닥에 엎어졌다.쓰러진 그는 고통에 몸부림쳤다.힘겹게 고개를 들어보니 오른팔 전체가 망가진 채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도끼가 눈에 들어왔다.“형님, 어쩌다 형님까지 이렇게 됐어요?”들개는 깜짝 놀랐다.도끼는 피투성이가 된 이를 드러내며 흉측한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어!”염무현은 이은서에게 위로의 눈빛을 보낸 뒤 뒤돌아 방을 나서며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거실에는 두 사람이 비참한 몰골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염무현을 바라보는 눈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어이 친구, 다 같은 쪽 사람끼리 우리 체면 좀 봐주지.”도끼는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를 놓아주면 그 은혜는 나중에 배로 갚지.”“저희가 대단하신 분을 몰라봤습니다. 죄송합니다.”들개도 바로 머리를 숙였다.“친구, 이 바닥엔 여기만의 규칙이 있어. 고용주의 이름을 밝힐 수 없으니 괜히 난감한 상황 만들지 말게.”도끼는 겉으로 보기엔 협상하는 듯한 어투였지만 실제로는 염무현에게 규칙을 어기지 말라고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도끼는 여전히 염무현이 자신들과 같은
염무현은 다시 발을 들어 도끼의 가랑이를 겨누었다.“남도훈이 얼마를 줬길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연약한 여자를 건드려?”도끼는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다 알면서 대체 왜 묻는 거야?“그놈한테 전화해.” 염무현이 명령했다.도끼는 감히 거절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왼손으로 힘겹게 오른쪽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다음 덜덜 떨면서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이렇게 빨리 다 처리했어? 역시 도끼야, 너한테 맡기길 잘했어.”스피커 너머로 남도훈의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빨리 말해봐. 대체 어떻게 한 거야?”도끼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쓴웃음을 지었다.염무현의 허락 없이는 감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남도훈, 지금 당장 거핵완의 판매를 즉각 중단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회수하고 고객들에게 전액 환불해.” 염무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도훈은 깜짝 놀라며 곧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넌 도대체 누구길래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경고하는데 말조심해. 말도 안 되는 소문이나 지어내지 말고, 쓸데없이 남 일에 간섭하지 마.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게 할 테니까!”“내 말대로 안 하면 남씨 가문에서 대가를 치르게 할 수밖에 없어.”염무현은 더더욱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목소리가 너무 익숙한데, 너 염무현이지? 오호라, 우리 집안일에 끼어든 게 네놈이었구나! 네 옆에 공씨 집안 여자애가 있다고 안하무인으로 구나 본데, 솔직히 너는 싸움만 잘하잖아. 다른 사람들은 다 무서워 해도 난 안 무서워! 거핵완 그만 팔라고? 어림도 없지. 네까짓 게 뭔데 주제도 모르고 나대?”염무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답이 없군.”그러더니 한 발로 휴대폰을 짓밟았다.남도훈 쪽에선 갑자기 스피커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큰 소리가 들렸다.그는 귀를 어루만지며 위층으로 달려갔다.“아버지, 큰일 났어요. 염무현 그 망할 자식이 거핵완의 비밀을 아는 것 같아요.”“대체 그놈이 어떻게?” 남기태는 수많은 가능성을 떠
“제가 직접 사람을 데리고 가겠습니다!”고진성은 그의 말을 듣고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아래 사람들에게 맡겨두자니 도저히 마음이 편치 않았기에 자신이 직접 나서야만 했다.바닥에 쓰러져 있던 두 사람은 이미 겁에 질린 상태였다.시체를 수거한다고?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무슨 시체?염무현은 전화를 끊고 이은서를 향해 다정하게 웃었다.“짐은 다 챙겼어요?”“아니요... 지금 바로 챙길게요.” 이은서는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10분 후, 고진성이 대원들과 함께 도착했다.“도끼, 들개!”고진성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남자를 보자마자 눈에 띄게 놀랐다.“이 두 사람은 경찰에서 수배 중인 범죄자로, 저희 수비대에서도 협조해서 중점적으로 수색하던 대상자들입니다. 도망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서해에서 배회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되었다.“고진성 씨,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염무현이 말했다.뜻밖의 말에 고진성은 깜짝 놀라며 서둘러 말했다.“무슨 말씀을요. 명령만 내려주세요.”“제 지인을 우리 병원에 데려다 줄 차 한 대만 구해주세요.” 염무현은 생활용품을 들고 있는 이은서를 가리켰다.조금 전 일로 이은서는 분명 놀랐을 것이다.수비대원이 병원에 데려다주면 더 안전할 뿐 아니라 마음도 한결 놓일 것 같았다.고진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네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염무현 님.” 이은서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오늘 염무현이 아니었다면 진작 큰일 날 뻔했다.염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어머니 잘 돌봐드리세요. 얼른 가봐요!”“네.” 이은서는 붉어진 얼굴로 자리를 떴다.더 이상 거들먹거릴 수 없었던 도끼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다급히 고진성에게 말했다.“고 대인님, 죄를 자백할 테니 빨리 저를 체포해서 데려가 주십시오!”역시나 염무현의 ‘시체 수거’란 말에 놀란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