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리버타운에는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불빛과 호숫가의 건물들이 어우러져서 야경이 매우 예뻤다.“예원이가 곧 도착한대. 내가 나가서 데려올게. 별장의 길이 너무 복잡해서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우현민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얘기했다. 염무현이 먼저 일어나 얘기했다.“제가 갈게요.”별장 입구. 커다란 지붕 아래.대리석 계단 옆에 스쿠터 한 대가 서 있었다. 옆에서 오고 가는 스포츠카들과 크게 비교가 되었다.화려하게 입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귀부인들을 보면서, 우예원은 자기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마음속에서는 불안이 점점 커져갔다.만약 우현민과 재차 확인하지 않았다면 우예원은 여기에 계속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예원아, 여기야!”염무현이 그녀를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경비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우예원에게 문을 열어주고 웃으면서 얘기했다.“안으로 드시지요.”염무현이 집을 받을 때, 염무현의 얼굴은 이미 시스템에 등록되었었다.많은 부자들을 봤었지만 이렇게 조용한 부자는 처음이었기에, 경비는 그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게 되었다.“고맙습니다.”우예원은 예의를 차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안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염무현을 보자마자 물었다.“무슨 일이야? 은행이라도 털었어? 어떻게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서 집을...”“친구 집이야.”염무현은 어쩔 수 없이 그날 오후의 일을 우예원에게 또 한 번 얘기했다.우예원은 이런 물질적인 것에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의 모든 것은 저택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어주었다.간단하게 얘기하면 아주 호화로웠다.“빵빵.”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리자 파나메라 한 대가 등장했다.그 뒤에는 또 차량이 여러 대 있었다. 차창 문이 천천히 내려갔다.“예원 씨, 일 있어서 못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도명철이 고개를 내밀고 환하게 웃었다.“알겠네요. 일부러 날 위해서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거죠? 그럴 줄 알았어요. 집들이에 동료들이 다 오는데 예원 씨가 안 올 리가 없죠
우예원은 잘 알지 못했다. 염무현의 친구가 사는 집이 어떤 집인지. 하지만 쉽게 다른 사람한테 빌려줄 정도니 아주 좋은 집은 아닐 것 같았다.그래서 우예원도 자신이 없었다.그러나 그에 비해서 도명철은 명실상부 재벌 2세였다.그의 아버지는 회사의 회장이니 이곳에서 집을 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니 정말 좋은 집에 살 가능성도 컸다.염무현의 집을 보지 못한 우예원은 사람들이 염무현을 비웃자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의 편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예원 씨, 얼른 타요.”도명철은 비어있는 조수석을 가리키며 얘기했다.“우리 집 구경시켜 줄게요. 다른 사람들은 걸어서 들어오라고 하죠, 뭐.”우예원은 동료들과 완전히 갈라설 수 없었다. 그래서 완곡하게 도명철을 거절했다.“괜찮아요, 이미 다 들어왔는데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하겠죠.”도명철은 웃음을 터뜨렸다.“예원 씨는 이 리버타운이 얼마나 큰지 잘 모르는 모양이네요. 호숫가에 지어진 것이라 총 부지면적만 20만 제곱미터예요. 북문부터 남문까지 1킬로미터 정도 된다고요. 걸으려면 한참 걸어야 할걸요?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북문이에요. 우리 집까지는 700미터 정도 남았어요. 하이힐을 신어서 불편할 텐데, 게다가 어떻게 예원 씨가 그렇게 먼 길을 가는 걸 보고만 있겠어요.”동료들도 말을 이었다.“그래요, 예원 씨. 얼른 차에 타요. 도 매니저님이 예원 씨를 위해서 조수석에 아무도 태우지 않았는데, 그렇게 무안을 주면 어떡해요.”그러자 옆에서 염무현이 얘기했다.“차에 타.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그래.”우예원은 그제야 차에 올라탔다.도명철은 매우 기뻤다. 이게 바로 비싼 차를 모는 이유가 아니겠는가!그는 염무현을 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어쩔 수 없겠네요. 차에 자리가 없으니 그냥 달려오든가, 말든가... 하여튼 우리는 먼저 갈게요.”말을 마친 그는 액셀을 콱 밟았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뒤의 차에도 빈자리가 있었지만 누구도 염무현
박동하와 똑같은 생각을 한 건, 다름 아닌 도명철의 아버지, 도우순이었다.“역시 비싼 집은 다르네요. 저도 이런 집이 있었으면 자다가도 깨나서 웃겠어요.”우서준은 큰 소리로 얘기했다.“이런 집이 아니라 3분의 1 정도만 있어도 당장 너한테 시집갈게!”오연정이 얘기했다.다른 사람들도 도명철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했다.“역시 도 매니저님이네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냥 구경만 할 수 있겠어요.”“도 매니저님은 태어날 때부터 출발점이 달랐다고요!”“도 매니저님, 앞으로 잘 된다고 해도 우리 잊으시면 안 돼요?”아부를 들으면서 도명철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가장 작은 집이지만 그게 뭐가 어때서? 그의 직원들의 집을 다 팔아도 이곳의 집은 못 살 것이다.일반인들은 그냥 구경이나 하라고! 도명철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우예원의 의견이었다. 그는 뻔뻔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예원 씨, 이 집은 어때요?”우예원이 뭐라고 얘기하려고 할 때, 염무현이 옆에서 끼어들었다.“예원아, 다 봤어? 네 부모님이 널 기다리고 계셔. 얼른 돌아가서 밥 먹어야지.”“밥은 무슨 밥! 어딜 가려고요!”도명철의 표정은 금세 변했다.“당연히 집에 가서 밥을 먹어야죠.”“여기까지 왔으니 예원 씨는 당연히 내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해!”도명철은 눈을 부릅뜨고 염무현을 바라보면서 우예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를 갈았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날씨도 추운데 나가서 길거리 음식이나 먹이려고요?”염무현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키며 얘기했다.“우리 집도 여기에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잠깐, 뭐라고요?”우서준이 앞으로 다가가 비웃으며 얘기했다.“염무현 씨,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헛소리를 하면 안 되죠. 다시 한번 얘기해 봐요. 집이 어디라고요?”“멀지 않아요. 바로 1호 별장이에요. 아까 오는 길에 마침 지나치면서 봤을 텐데요?”염무현은 솔직하게 얘기했다.모든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1호 별장은 이곳에서 가장 호화
염무현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비웃었다.“알겠네요, 이게 바로 여우가 못 먹는 포도를 시다고 얘기하는 경우죠! 40억짜리 별장도 염무현 씨의 마음에 들지 못하다니. 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겠어요! 무슨 은행 금고에서 나온 사람인 줄 알겠네요. 이따가 얼마나 창피를 당할지, 기대될 정도예요.”우서준이 계속해서 얘기했다.“계속해서 1호 별장의 주인이 본인이라고 얘기하는데, 간단히 증명할 수 있겠네요. 다 같이 가보면 알지 않아요?”“그러죠. 다들 조금만 기다려요. 가방을 집에 두고 같이 가보죠.”도명철이 얼른 계단을 올라갔다. 도어락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고 이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문이 열렸습니다.”철컥.잠금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우서준은 또 잊지 않고 아부를 이어갔다.“다들 이거 좀 봐요! 이게 진정한 인공지능 별장이죠. 열쇠도 필요 없고, 비밀번호도 필요 없어요. 가장 고귀한 사람만이 이런 걸 누릴 수 있는 거예요!”오연정이 부러워하면서 얘기했다.“이 문만 해도 몇백만은 되겠어요.”우서준은 바로 핸드폰으로 서치를 하더니 얘기했다.“아니야, 이 집 도어락만 해도 200만이야! 문도 200만이고. 이것저것 다 합치면 600만 원이야! 거의 일반인의 반년 월급이라고!”사람들은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물론 혜리 그룹의 월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서해는 지방이라 전체적인 월급이 높지 않았다.그들의 월급은 모두 200만도 되지 않는다.먹지 않고 석 달은 모아야 이 문 하나를 살 수 있다.이게 바로 부자와 일반인의 차이다.도명철은 계단을 내려가 겸허한 척 얘기했다.“모두에게 기회는 있어요. 여러분이 열심히 일한다면 모두 이런 별장을 살 기회가 있는 법이에요.”그리고 염무현을 흘깃 보더니 얘기했다.“아무것도 모르고 폭력만 쓰는 사람도 감히 이곳에 집이 있다고 하는데, 여러분들이 그런 사람보다 모자란 게 뭐가 있겠어요.”염무현은 그 말을 흘려들으면서 우예원
“이럴 수가!”도명철은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아파트 주민의 고귀한 신분을 강조하기 위해, 외부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집주인만 보안 시스템에 등록한다는 것을 도명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 자식이 1호 별장의 대문을 열다니!대체 어떻게, 무슨 자격으로?도명철은 면적도 제일 작고, 위치도 최악인 집으로 잔뜩 허풍을 떨어댔다.눈앞의 1호 별장과 비기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진정한 대저택이란 저런 것이지!모르면 몰랐지, 알고 나니 대저택에 비하면 쥐구멍 같은 자신의 집이 그렇게 창피할 수가 없었다!뭐라도 씹은 것 같은 도명철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 다채롭게 변했다.우서준은 놀란 와중에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알겠다! 저 자식은 세입자라 문을 열 수 있었던 거야!”“맞아, 세입자면서 주인 행세 하는 거지!”오연정도 급급히 맞장구를 쳤다. 곧바로 동료 한 명이 의아하게 물었다.“이런 고급 아파트에서 럭셔리한 집을 살 수 있는 부자들이, 고작 월세 몇 푼이 아쉽다고 집을 임대할까요?”부자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자기 집을 세주는 것 같은 창피한 일을 할까?그리고 세입자는 집주인과 같은 대우를 못 받을 텐데?게다가 조금 전 AI 집사가 집주인을 환영한다고 했던 말을 다들 똑똑히 들었다. “예원아, 왜 이제 왔어. 코 앞인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함께 마중 나온 우현민과 정은선은 딸의 주변에 모여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분들은 누구셔?”“제 동료들인데 도 매니저님 손님으로 오신 거예요.”우예원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했다.그녀도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큰 충격을 받았다.도대체 염무현은 어떻게 들어온 걸까?정말 단순히 친구를 도와 집 보러 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들 우리 딸 동료분들이시구나! 안녕하세요, 저는 예원이 아빠 우현민입니다.” 우현민은 웃으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동료들은 제각기 대답을 했다.다른 때 같았으면 사람들을
부모님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우예원은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사실 그녀도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이 그리웠다.매일 껌딱지처럼 무현 오빠 곁을 따라다니며, 재잘재잘 쉬지 않고 떠들던 그때가.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때론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생기기 마련이었다.우예원은 여전히 마음속으로 염무현을 원망하고 있었다.다만 기뻐하는 부모님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내색하지 않고 속에 담아두고 있을 뿐이었다.“어떻게 됐어, 집주인은 뭐래?”정은선은 당장 오늘 밤이라도 딸이 왔으면 하는 마음에 다그쳐 물었고, 임예원은 이렇게 답했다.“임대 계약서대로 나가려면 한 달 전에 집주인에게 알려야 하고, 안 그러면 그 달 월세를 돌려받지 못해요. 다행히 이미 보름 남짓 살았고, 이삿짐을 정리하는 데 며칠 걸릴 테니까 별로 손해보진 않을 것 같아요.”정은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어쨌든 우리가 먼저 계약을 어긴 거니까 집주인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사과해야지.”“알았어요, 엄마!”우예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도명철이 보낸 문자였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물음표 하나만 덩그러니 보내왔다.우예원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그 시각 도명철의 집 분위기는 무척 어수선했다.다들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최선을 다했고, 식탁 위엔 온갖 비싼 양주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주인공의 기분이 좋지 않으니, 손님들도 당연히 흥이 나지 않았다.염무현이 당당하게 1호 별장에 들어가던 모습을 떠올리자 도명철은 이가 갈렸다.자신이 갓 출소한 범죄자에게 재력으로 뒤처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도저히 못 참겠네!우예원이 앞으로 이곳에 살게 되면 이웃이라는 명분이 하나 더 생기고, 한층 더 가깝게 지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금전적인 면에서 도명철의 우위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 된다.게다가 1호 빌라에 사는 사람에게 작고 볼품없는 그의 집이 성에 차기나 할까.도명철의 가슴 속에는 좌절감이 솟구쳤
“역시 형님 똑똑하십니다! 집주인이 집을 돌보라고 보낸 사람이면… 사실 하인이나 다름없는 신분이죠.”우서준은 충성스러운 ‘개’ 답게 주인의 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염무현이 타운에 출입할 때마다 ‘하인’이라는 신분이 보인다면, 앞으로 어찌 감히 도명철 앞에서 거들먹거릴 수 있겠는가.도명철은 우예원 일가가 영향을 받을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어차피 염무현도 하인에 불과한데, 그가 함께 살자고 데려온 사람들이라고 다를까.도명철이 원했던 것은 바로 이 엄청난 신분 차이였고, 그렇게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길 바랐다.“뭐 하고 있어요, 얼른 다 같이 가서 관리인한테 따지자고요!”“우리도 도 매니저님께 힘을 실어드릴게요. 염무현이라는 놈이 마음대로 하게 놔둘 순 없잖아요.”“우예원 씨가 아직 도 매니저님한테 마음이 있나 보네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빨리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미리 예쁜 애인 얻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도 매니저님!”일행은 그렇게 우르르 부동산으로 향했다.그 시각 전우식은 한창 이은서를 설득하고 있었다.“은서 씨, 이게 다 은서 씨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1호 별장 담당 집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신입이라 재능도 있고 적성도 보이긴 하지만, 영업팀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어. 영업은 경험이 중요해. 오랫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인 만큼,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지금 인턴 월급으로는 생활이 힘들지 않아? 집사 하겠다고 하면 내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기본급여도 세 배로 올려줄게! 지금 최종 결정권이 나한테 있을 때 기회 잡아. 안 그러면 나중에 후회한다?”이은서는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래도 영업 일 하고 싶어요.”이유는 간단했다. 영업팀이 돈을 더 많이 버니까.빌라 한 채만 팔아도 최소 4천만 원 이상의 공제금을 받을 수 있었다.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픈 어머니의 비싼 병원비를 충당할 돈이었다.“안 바쁠 땐 영업일 해도 돼.”전우식은 한발
부동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그들은 취기 어린 얼굴로, 몇몇은 손에 술병까지 들고 있었다.“당장 책임자 나오라고 해요!”“누가 감히 우릴 막아요? 예의를 지키는 게 좋을 거예요, 여기 집주인 도 매니저님 계시거든요!”“오늘 명확하게 얘기하기 전까지 그냥 넘어갈 생각 하지 마세요!”경비원은 화려한 그들의 옷차림에 무턱대고 앞을 막을 수도 없었고, 요란한 소리는 곧 실장 사무실까지 들렸다.“여러분, 저는 이곳 책임자이자 실장인 전우식입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한테 하세요.”전우식이 황급히 나와서 물었다.“무슨 일입니까?”도명철이 앞으로 나서며 턱을 치켜들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전 실장, 혼자서 영업에 관리까지 책임지니 너무 과하다는 생각 안 들어? 사람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주제넘게 욕심내다가 큰코다친다는 말 못 들어봤어? 포기할 건 포기해야지, 안 그러면 문제가 생기잖아.”이 자식, 누가 봐도 훈수를 두는 어투였다.전우식은 나이나 사회 경험으로 봐도 도명철보다 훨씬 위였다.재벌 2세에게 이런 훈계를 받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전우식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도련님, 저희 업무에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바로잡겠습니다.”“눈치가 없진 않네!”도명철은 한층 더 무례하게 굴었다.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상대가 몸을 낮춰 공손하게 대할수록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양 거들먹거렸다.“딱 하나만 얘기하지. 당신네 부동산에서는 소유주의 고귀한 신분과 모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다 빈말이었나? 대체 일을 어떻게 하면, 개나 소나 타운에 들락거리면서 주인 행세를 하고, 진짜 소유주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는 거지?”전우식은 인상을 찌푸렸다.“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오늘 1호 별장에 사람 들어갔지?”도명철은 눈을 부릅뜨며 살벌하게 노려보았다.전우식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