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비켜요. 우리 도련님한테 말할 자격 있는 사람은 당신네 실장밖에 없어. 어딜 눈치도 없이 끼어들어요!”“이렇게 큰 부동산에 인턴 따위가 있다니, 정말 놀랍네요.”이은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겁에 질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전우식은 굳어진 표정으로 최대한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여러분,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항상 빌라 관리를 중요시하는 만큼, 그런 저급한 실수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증거를 가져오세요!”우서준은 코웃음치며 말했다.“다들 뻔뻔한 게 뭔지 봤죠?”“늘 이런 식이지. 처음엔 죽어도 인정 안 하다가, 설명할 수 없으니 억지 부리기 시작하지. 이래놓고 책임은 인턴이 다 질 거야 아마.”“솔직히 계약직은 책임 덮어씌우려고 찾는 거죠! 이렇게 큰 부동산에 왜 인턴이 있겠어요, 필요할 때마다 대충 때우려고 쓰는 거지!”“증거를 가져오라고요? 우리가 모두 목격자예요. 염무현이라는 놈이 왜 주인 행세를 하는지 설명해 봐요!”일행은 모두 전우식을 향해 공격적인 눈빛을 보냈다.그들은 곧바로 전우식이 두손 두발 다 들 줄 알았다.하지만 상황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전우식은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오히려 웃으며 받아쳤다.“염무현 님 얘기였군요!”“참나, 죄짓고 나온 사람한테 님 자를 써요?”우서준이 두 눈을 부릅떴다.전우식은 곧바로 차가운 표정으로 정색하며 말했다.“염무현 씨는 저희 리버타운의 고귀하신 소유주입니다. 제 직책을 걸고 말씀드리죠. 이 부분에 대해 이의가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상부에 전화해서 물어보시거나, 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셔도 괜찮습니다!”말을 마친 전우식은 이은서에게 격려의 눈빛을 보내며 단호하게 말했다.“저희 측 업무에는 아무 문제도 없으니,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이제야 이 사람들이 트집을 잡으려고 찾아왔다는 걸 알아차렸다.보통 이런 경우에는 상대를 달래고, 설득하는 방식이 위주였다.서비스 업계에서는 고객 측이 불합리한
“리버타운 프로젝트, 진씨 가문과 공씨 가문에서 다 참여했죠? 도련님 부친인 도 회장님께서 저번에 그분들과 함께 저녁 식사하셨잖아요!”“그 두 집안뿐만 아니라 화하 상업그룹의 임 이사님도 도 회장님 손님으로 계셨어요.”“이 정도 인맥만으로도 일개 부동산 실장 하나 해고하는 건 식은 죽 먹기죠!”도명철의 ‘개’ 들이 하나둘씩 주인을 위해 거들기 시작했다.전우식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고작 직원인 그가 거물들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그 모습을 본 도명철은 곧바로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거들먹거렸다!이 도련님이 너 같은 것 하나 처리하지 못하면, 서해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지!염무현, 딱 기다려. 금방 바닥에 납작 엎드리게 해줄 테니까!그러고도 리버타운에 계속 살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누울 곳을 보고 자리를 펴야지. 주제도 모르고 어딜 감히 나랑 같은 곳에 살겠다고!하지만 이어지는 전우식의 반응에 사람들은 경악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도명철 씨, 신분만 놓고 본다면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전우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곳 규칙에 따르면 저택 소유주만이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죠.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부친인 도우순 씨 이름으로 돼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그분 아들인 건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당신도 거주자일 뿐 집주인은 아닙니다! 그래도 아버님 체면을 보아 친절하게 주인 대접을 해줬는데, 굳이 여기서 소란 피우시겠다면 그쪽 신분부터 바로잡죠!”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이 집이 도명철 본인 소유가 아니었네!도명철이 회사에서 항상 아버지가 사준 집이라고 허세부리던 것을 모두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도명철은 급한 마음에 다급히 반박했다.“우리 아버지 집이면 내 집이지!”전우식은 정색하며 말했다.“꼭 그렇진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반드시 그런 건 아니죠.”아버지의 유일한 아들이라고, 당신이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고 감히 장담할
...메리어트 호텔, 프레지던트 룸.“여보, 심심해 죽겠어요.”얼굴에 섬세한 화장을 한 여정연은 약혼자 임기욱의 팔을 흔들며 투덜거렸다.성형하고, 두꺼운 화장까지 올린 그녀의 얼굴은 이보다 더 인위적일 수 없었다.“우리 나가요. 서해는 경치도 좋고 가볼 만한 곳도 많다고 하던데, 여기까지 와서 아무 데도 안 가면 얼마나 아쉬워요!”지난번 진씨 저택에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임기욱은 신경이 예민해졌다.처음에는 그래도 여정연을 데리고 내려가 근처에서 밥 먹을 곳을 찾아보려고 했었다.그런데 어제 두 번이나 길을 걷다 어디 걸려 넘어진 이후로는 외출하기가 너무 무서웠다.두 끼 식사도 호텔 측에 음식을 준비해서 웨이터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다.태블릿으로 자료를 보던 임기욱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그만해, 나 바쁜 거 안 보여? 이번 일까지 다 끝나면 나가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해외여행을 가도 돼!”“하지만 정말 답답하단 말이에요. 이틀 동안 방에만 있었어요. 당신 일도 꼭 방에서 할 필요는 없잖아요. 원래도 당신은 일 때문에 바쁘고, 나는 촬영 때문에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는데.”여정연은 불만을 토로했다.“겨우 시간 내서 같이 있는 건데, 이럴 때도 꼭 일을 해야 해요?”임기욱은 그녀에게 조금 미안한 듯하면서도 꿋꿋이 말했다.“곧 다 해결될 거야. 계약 따내면 그때 마음껏 놀아!”여정연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여보, 설마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죠? 그런 놈 말 몇 마디에 속아 넘어가서 감히 밖으로 못 나가는 거예요?”임기욱이 홱 고개를 들며 피식 웃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한낱 시골 촌놈 말을 내가 믿겠어? 잊었나 본데, 난 불골사리를 지닌 몸이야. 어떤 요괴나 마귀도 가까이 오지 못한다고, 나쁜 일이 생길 수가 없어!”남자의 자존심에 여자 앞에서 겁을 먹었다고 인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마음속으로 조금 불안하더라도 겉으로는 센척해야 했다!이때 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
“안 나가는 게 좋아요, 사고 나기 쉽습니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불과 관련된 곳은 피하는 게 좋아요.”염무현은 전화기 너머 분명하게 말했다.“임기욱 씨 사주가 금이라서, 불과 상극입니다. 불이 있는 곳에 가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어요.”공혜리는 정중하게 답했다.“알겠습니다, 그 말씀 그대로 고 대인님께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그냥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지난번에 신세 진 것도 있고요.”염무현이 진지하게 말했다.고진성은 이 소식을 듣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다.“임 이사님께서 외출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호텔에 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특별히 말씀드리러 왔습니다.”그러자 도우순은 웃으며 말했다.“고진성 씨가 괜한 걱정하시는 겁니다. 시내를 벗어나 칠성각에 잠깐 놀러 가는 것뿐이에요. 게다가 경호원도 대동하고 가는데 위험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맞아요, 고진성 씨 경호팀도 따라오니까 문제 될 일은 더더욱 없을 거예요.”여정연은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다. 고진성의 경호팀이 성가실 것도 개의치 않았다.애초에 임기욱을 경호하는 것은 수비대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다.고진성은 염무현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래도 안 가는 게 낫습니다!”“아니, 대체 왜 이러세요? 왜 이렇게 반대하시는 건데요!”여정연은 노골적으로 화를 내며 거칠게 쏘아붙였다.“우리는 여기 투자하러 온 거지 갇혀 있으려고 온 게 아니에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자유를 억압해요?”임기욱도 다소 화가 난 모습이었다.“고진성 씨는 그냥 본인 할 일을 하시면 됩니다. 불편하면 대원들 데리고 가시면 돼요.”여정연도 콧방귀를 뀌며 거들었다.“그래요, 우리 남편이 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고진성은 다소 표정이 굳어지며 에둘러 말했다.“제가 반대하는 게 아니라, 얼마 전에 비가 많이 와서 칠성각 가는 길이 망가졌어요. 지금 도로공사 중이라 차로 가지 못하는데 헛걸음할 순
게다가 본인이 직접 따라가고 헬기로 이동하니 최대한 조심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염무현이 말한 기간은 사흘이었고, 오늘이 마침 사흘째니 내일은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30분 후 날아오른 헬기는 빠르게 도시 외곽에 도착했다.밑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걱정이 남아있던 임기욱도 이내 기분이 좋아져서 도우순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봐요, 진짜 공사 중이네요!”여정연이 아래를 가리키자 산을 오르는 유일한 길 위에 대형 공사 차량 여러 대가 있고 인부들이 펜스를 설치하는 모습이 보였다.고진성은 눈살을 찌푸렸다.도로 공사는 그가 아무렇게나 생각해 낸 핑계인데, 정말로 하고 있을 줄이야.그는 휴대폰을 꺼내 차를 타고 따라오는 대원들에게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도시 외곽 도로변에는 10여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베테랑 팀원 중 한 명이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에 뜬 헬기가 작은 점으로 보였다.“불신 사당이 뭐 볼 게 있다고. 기껏해야 인위적으로 건축해서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 곳일 뿐인데.”그 옆에서 젊은 대원이 물었다.“칠성각에 간다고 했잖아요, 불신 사당은 뭡니까?”그러자 나이 많은 대원이 한껏 비웃었다.“원래 이름이 불신 사당이야! 마당이 두 개에, 낡은 집만 열댓 채라, 동네 주민들도 향을 피우러 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어. 나중에 여행객들이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서해시 주변에 마땅한 볼거리도 없고 막대한 자금을 쓸 곳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불신 사당을 재건한 거지. 그런데 불신 사당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주변의 넓은 공터까지 규모를 넓힌 다음, 나무도 심고, 건물도 세우니까 지금의 칠성각이 된 거야. 너희들은 나이도 어리고, 또 이곳이 워낙 외진 곳에 유명하지도 않아 불신 사당이라는 이름은 나이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어.”한편, 공사장 차량 옆에선, 위협적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차들을 멈춰 세웠다.맨 앞에 있던 남자는 헬기가 산
“자진 스님을 뵙습니다. 저는 줄곧 도를 믿었어요.” 여정연도 짐짓 그럴듯하게 인사를 건넸다.사실 그녀는 종교에 대한 경외심은 조금도 없었고, 오직 돈만 숭배했다.그녀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재벌과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부잣집에 시집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기 때문이었다.사람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었던 도우순이 웃으며 말했다. “도의 높은 경지에 오르신 자진 스님께선 저희 지역에서 무척 유명하십니다. 보통 사람들은 쉽게 만나 뵙기 어려운 분이죠.”그가 이렇듯 자진 도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건, 주요하게 덩달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본인이 얼마나 제대로 준비했는지 보라고!“과찬입니다.” 자진 도인이 겸손하게 말했다.임기욱은 마음속으로 오늘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그는 이미 오랫동안 종교에 빠져 집착할 정도였고, 그렇지 않았다면 비싼 값을 주고 불골 사리까지 사서 몸에 걸지 않았을 것이다.“칠성각과 인연이 닿은 귀인이시여, 서둘러 오십시오.” 자진 도인이 말했다.“안내 부탁드립니다!”한편 고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만히 서 있었다.“고진성 씨, 뭐 이상한 거라도 있습니까?” 도우순이 고개를 갸웃했다.고진성은 입고 있는 제복을 가리키며 말했다.“규정상 저 같은 사람은 종교시설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습니다.”“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서요!”도우순이 꼬드겼다.“우리만 입 다물면 돼요. 이렇게 열정적으로 맞아주는데, 그래도 들어는 가야죠.”고진성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안 됩니다!”도우순은 웃으며 말했다. “대인께서 임 이사님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쪽은 도로도 막혀 있는 데다, 헬기를 띄울 사람도 얼마 없으니 제가 따라갈게요.”고진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우순은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며 계속해서 임기욱에게 아부했다.고진성은 심심해서 정문 주변을 서성거
말을 마치고 고진성은 계속 수색을 이어갔다.얼마 안 가 2소대로부터 보고 전화가 걸려 왔다.“대장님,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가로막은 공사 차량에 사람이 없고 차 문은 잠겼습니다. 큰 차량이라 움직이기도 힘들어 저희는 차를 포기하고 직접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고진성은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알겠다. 올라오는 길에 수상한 사람이라도 보이면 바로 제압하도록.”같은 시각, 뒷산에서는 두 대의 SUV가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려 주위가 황폐한 곳에 있는 한 민가에 도착했다.“나와!”임기욱 일행은 사람들에 의해 거칠게 차량 밖으로 내쳐졌다.임기욱과 도우순의 얼굴은 상처들로 가득했고 여정연 역시 옷가지가 찢기고 머리는 산발이 된 것이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이곳이 어디인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들 머리에는 총구가 겨눠졌고 이에 도우순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당신들 누구야. 우리를 뭐 어쩌려는 거야?”“곧 알게 될 거야.”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은 바로 아까 봤던 자진이라 칭한 스님이었지만 지금 보니 누가 봐도 사칭범 같았다. 머리에 두른 것과 옷이 바뀌니 전과 같은 영험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지금은 흉악하고 잔인한 인상만이 남았다.게다가 그 옆에 있는 이들 몸에는 검은색 뱀 이레즈미가 새겨져 있어 분위기가 한층 더 험악했다.임기욱 일행은 그들에 의해 집 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곧이어 바닥에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우두머리 남자가 그들 앞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더니 칼을 꺼내 임기욱의 목에 갖다 댔다.“당신이 바로 그 임씨 가문 가주이자 화하 상업그룹 이사인 임기욱이지?”“그... 그래!”서늘한 칼날을 마주한 임기욱은 평소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잔뜩 겁먹은 얼굴로 대답했다.“혹시 우리가 누군지는 아나?”남자가 일부러 손목에 새겨진 이레즈미를 보이며 묻자 임기욱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이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되물었다.“설... 설마 흑사?”흑사는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활동하는 테러 조직으로 그들의
“뭐, 뭐라고?”임기욱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지금 장난해? 나한테 그런 돈이 어디 있어!”2천억이라니, 그것도 달러로!너무나도 쉽게 큰돈을 요구하는 그들에 임기욱은 할 말을 잃었다.“화하 상업그룹 임원중 하나인 당신이 고작 2천억 달러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지.”남자는 손에 든 칼을 연신 휘두르며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지금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은데 여기서 죽으면 그 많은 돈도 결국은 휴지 조각 신세야.”그러자 임기욱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돈이 많다고는 해도 그건 대부분 고정 자산이야. 비즈니스 하는 사람 중 대체 누가 돈을 투자에 돌리지 않고 은행에 맡기겠어?”“그건 당신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고, 돈을 못 주겠다면 우리도 슬슬 움직일 수밖에 없어. 어디, 이 여자부터 시작해 볼까?”남자는 말을 마친 후 칼을 정확히 여정연에게로 향했다.“여보 빨리 어떻게 좀 해봐요! 난 죽기 싫단 말이에요. 빨리 돈 줘요, 빨리!”여정연은 점점 더 가까워지는 칼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다.“돈은 다시 벌면 되잖아요. 당신은 나보다 돈이 더 중요해요?!”임기욱은 이대로 쉽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돈이 없다고 버티면 제아무리 테러 단체라도 어쩔 수 없을 테고, 돈이 목적이라고 확실히 밝힌 이상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지금은 최대한 버텨야 한다. 그릐고 절대 당황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그의 얄팍한 수는 진작 그들에게 간파당해 버렸다.남자는 칼을 움켜쥐더니 망설임 없이 여정연의 목을 향해 휘둘렀고 임기욱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잠깐...!”푸쉭!“꺅!”외마디 비명과 함께 여정연의 얼굴에 새빨간 피가 튀었다. 그리고 옆에서는 남자의 비명이 들려왔다."으악!"고개를 돌려보니 도우순의 어깨에는 칼이 박혀 있었고 새빨간 피가 이리저리 흩뿌려졌다.여정연은 다친 곳 하나 없이 그저 얼굴에 피가 튀어 놀란 것뿐이었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려버렸고 이내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