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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

메리어트 호텔, 프레지던트 룸.

“여보, 심심해 죽겠어요.”

얼굴에 섬세한 화장을 한 여정연은 약혼자 임기욱의 팔을 흔들며 투덜거렸다.

성형하고, 두꺼운 화장까지 올린 그녀의 얼굴은 이보다 더 인위적일 수 없었다.

“우리 나가요. 서해는 경치도 좋고 가볼 만한 곳도 많다고 하던데, 여기까지 와서 아무 데도 안 가면 얼마나 아쉬워요!”

지난번 진씨 저택에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임기욱은 신경이 예민해졌다.

처음에는 그래도 여정연을 데리고 내려가 근처에서 밥 먹을 곳을 찾아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제 두 번이나 길을 걷다 어디 걸려 넘어진 이후로는 외출하기가 너무 무서웠다.

두 끼 식사도 호텔 측에 음식을 준비해서 웨이터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다.

태블릿으로 자료를 보던 임기욱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그만해, 나 바쁜 거 안 보여? 이번 일까지 다 끝나면 나가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해외여행을 가도 돼!”

“하지만 정말 답답하단 말이에요. 이틀 동안 방에만 있었어요. 당신 일도 꼭 방에서 할 필요는 없잖아요. 원래도 당신은 일 때문에 바쁘고, 나는 촬영 때문에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는데.”

여정연은 불만을 토로했다.

“겨우 시간 내서 같이 있는 건데, 이럴 때도 꼭 일을 해야 해요?”

임기욱은 그녀에게 조금 미안한 듯하면서도 꿋꿋이 말했다.

“곧 다 해결될 거야. 계약 따내면 그때 마음껏 놀아!”

여정연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여보, 설마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죠? 그런 놈 말 몇 마디에 속아 넘어가서 감히 밖으로 못 나가는 거예요?”

임기욱이 홱 고개를 들며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낱 시골 촌놈 말을 내가 믿겠어? 잊었나 본데, 난 불골사리를 지닌 몸이야. 어떤 요괴나 마귀도 가까이 오지 못한다고, 나쁜 일이 생길 수가 없어!”

남자의 자존심에 여자 앞에서 겁을 먹었다고 인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마음속으로 조금 불안하더라도 겉으로는 센척해야 했다!

이때 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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