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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할아버지! 손자가 인사 올립니다!”

도명철은 일부러 홧김에 우렁찬 목소리로 염무현을 향해 소리쳤다.

공규석과 기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도우순은 멍하니 서서 눈만 껌벅이다가 잠시 후 얼굴이 화끈거려서 참을 수 없었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아들이 새파란 놈을 제 아버지로 만들어 놓으니 창피하고 기가 찰 일이었다.

“너, 너 뭐 하는 거냐? 뭐가 할아버지야, 아무 사람한테나 막 그렇게 부르는 거냐?!”

“아버지가 저보고 하랬잖아요!”

도명철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뭐야?! 이놈이! 내 오늘 너를...”

화가 제대로 뻗친 도우순이 달려가서 아들을 혼쭐을 내려는데 진경태가 한발 나서서 말렸다.

“도 회장, 급해 말고 어떻게 된 건지 물어나 봅시다.”

별실 안은 삽시에 고요해졌다.

우서준 등은 내막을 알지만, 섣불리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도명철의 얼굴이 깎이는 일이기도 하고, 도우순한테도 밉보일까 봐 말이다.

드디어 하지연이 나서서 설명했다.

“도명철 씨가 염무현 씨한테 내기를 걸며 얘기했습니다. 지게 되면 할아버지로 부르겠다고요.”

모르던 사람들은 그렇게 된 거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도우순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끓어올라 목덜미를 잡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어쩌다 저런 망할 자식을 아들로 뒀을까, 속으로 한탄하며 체면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지는 기분이었다.

“젊은 사람들끼리 장난 좀 쳤나 본데, 진짜도 아니고, 그만 지나갑시다.”

진경태는 헛웃음을 지으며 나서서 분위를 풀어보려고 했다.

“저기, 먼저 다들 좀 나가게나. 내가 염무현 씨와 할 얘기가 좀 있어요.”

이 공간에서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은 도우순은 그 말을 듣자 얼른 도명철의 목덜미를 끌고 바깥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 따라 나가고 큰 별실 안에는 진경태, 공규석, 그리고 염무현 세 사람만 남았다.

“자, 염무현 씨. 아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염무현 씨 신분이 밝혀질 얘기를 꺼내기가 좀 그랬습니다.”

진심이 가득 찬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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