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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안개 속에서 높고 큰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

바로 사운한 집의 배향인 사천기였다.

그는 씩씩하고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안색이 어두웠으며 온몸에서 강한 기세를 뿜어냈다.

“사 씨, 어서 날 살려줘.”

여정산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내 목숨을 구해 준다면 백초당 여씨 가문은 반드시 후히 보답할게.”

사천기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연신 번쩍이며 웃었다.

“여 도련님, 나중에 약속을 지키셔야 합니다.”

“사 씨, 안심해. 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우리 여씨 가문은 결코 인색한 사람이 아니니 이 점은 안심하셔도 돼.”

여정산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사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여긴 제가 처리할게요.”

그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염무현이 크루즈 경매에서 얻은 정령의 보약 때문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물건을 강탈하러 온 것이다.

황량한 허허벌판은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기 좋은 시기이다.

거기다가 그저 은혜까지 베풀 수 있다니 일석이조였다.

여정산은 스스로 꼼짝없이 죽겠거니 싶었는데 지금 기회가 날아왔으니 감격에 겨웠다. “고마워, 사 씨.”

사천기가 손을 내젓자 여정산은 쏜살같이 달아났다.

이것은 소씨 가문의 조손을 매우 화나게 하였다.

“사 씨, 이것은 우리와 여씨 가문의 원한인데 너 같은 외부인이 쓸데없이 참견할 차례가 아니야.”

소천학이 낯을 붉히며 말했다.

“내가 오지랖 부린다고?”

사천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희들은 큰 오산이야. 내가 이번에 온 것은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뺏으러 온 거야.”

“염 씨 자식아, 죽기 전에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정령의 보약을 내놓아라. 네놈은 똑똑해 보이지만 어찌하여 재능이 있으면 그로 인해 피를 본다는 도리를 깨닫지 못하느냐? 정말 죽어도 싸다.”

염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정령의 보약은 이미 썼다고. 네 속셈은 처음부터 헛수고였어. 내가 설령 안 써봤다고 해도 너 같은 뻔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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