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서로 한마디씩 던지고 나서 각자 갈 길을 갔다.진도하 일행은 계속해서 숲 속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그들이 숲 속에 있었기에 40명의 시험 참가자 중에서 10명이라도 살아남은 것이었다.만약 이 숲이 없었더라면 죽음의 확률은 50%가 아니라 100%였을 것이다.비록 진도하가 이들 중 가장 높은 경지인 대부경 4단계였지만 이 수많은 이형수들의 돌진 앞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렇게 계속 달렸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이형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녹색으로 빛나는 눈들만 어둠 속에서 으스스하게 빛나고 있었다.“계속 이렇게 달리기만 해야 하는 거예요?”독고 청의가 숨을 고르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달리지 않으면 여기서 죽음을 기다리자는 말이에요?”“하지만 난 더는 버티기 힘들어요.”독고 청의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그들은 달리는 동안 계속 신법을 펼치느라 기운을 끊임없이 소모하고 있었고 기운을 보충하는 약을 먹어도 회복 속도가 따라오지 못했다.“맞아요. 우리도 이제 한계예요.”청풍각의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내 몸 속 기운은 이제 5분의 1밖에 안 남았어요.”현광문의 한 사람이 덧붙였다.진도하도 그들이 하루 종일 자신을 따라 뛰었기에 기운 소모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달리거나 그 500마리의 이형수들과 맞닥뜨리거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진도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조금만 더 버텨봐요.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이형수들도 분명 지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더 참으면 돼요.”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이들은 아무 말 없이 이를 악물고 다시 기운을 끌어모아 신법을 펼치며 계속 숲 속을 향해 달렸다.그렇게 반 시간쯤 더 달리자 드디어 이형수들 중 일부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진도하는 이 사실에 매우 흥분하며 소리쳤다.“조금만 더 버텨요! 이형수들이 뒤처지기 시작
진도하는 그 말을 끝으로 용음검을 뽑아 들었다.쓱.용음검이 뽑히는 순간 용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울려 퍼졌다.그들의 뒤를 쫓아온 여덟 마리의 이형수도 발걸음을 멈추고 초록빛 눈동자로 진도하 일행을 노려보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후우, 후우.독고 청의와 나머지 사람들도 이를 보고 무기를 뽑아 들며 이형수들과 대치했다.이 순간 그들 모두에게서 강렬한 전투 의지가 타올랐다.“죽여라!”진도하는 포효하며 제일 먼저 돌진했다. 독고 청의, 은소혜, 추기훈도 그를 뒤따랐고 다른 시험 참가자들도 함께 달려들었다.아오오.여덟 마리의 이형수 역시 울부짖으며 진도하 일행을 향해 돌진했다.쿵쿵쿵.거대한 발소리가 울리며 위협적인 기세가 몰려왔다.진도하는 가장 먼저 선두에 서서 손에 든 용음검을 휘둘러 맨 앞의 이형수를 겨눴다.쨍.용음검이 이형수의 몸에 닿으며 불꽃이 튀었다. 검은 이형수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기운을 뚫었지만 피부까지는 뚫지 못했다.진도하는 놀랐다. 자신의 용음검이 이형수의 피부를 뚫지 못하다니.비록 이형수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지만 격분하여 진도하를 머리로 들이받기를 시도했다.진도하는 서둘러 환허보를 사용해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이형수는 다시 한번 진도하를 향해 돌진했다.그러자 진도하는 또다시 환허보를 사용해 후방으로 이동했다.그러나 그때 진도하는 갑작스러운 위협을 느꼈다. 즉시 몸을 틀어 회피했으나 너무 늦었다.퍽.진도하의 몸이 그대로 뒤로 날아가 뒤에 있던 나무에 세차게 부딪혔다. 거대한 나무는 그 충격에 산산이 부서졌다.만약 진도하에게 몸을 보호하는 기운이 없었더라면 그 한 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도하는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오랜만에 이토록 강한 타격을 받은 것이다.그 순간 진도하는 또다시 위협을 느꼈다. 이번에는 분명히 보았다. 자신을 공격한 것은 이형수의 길고 굵은 꼬리였다.그 꼬리는 나무보다도 두꺼우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연하게 휘
진도하는 무심하게 이형수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또 나를 들이받겠다고?”그는 용음검을 거두고 천자제일권을 시전했다.이번엔 전력을 다한 자신의 주먹이 더 강한지, 아니면 이형수의 머리가 더 단단한지 시험해보고 싶었다.이형수는 진도하가 이번에는 피하지 않자 중간에 잠시 멈칫했다.그 거대한 몸집이 급히 멈추며 뒷발로 땅을 세게 박차고 앞발은 하늘 높이 들린 채 머리를 뒤로 젖혔다.“어?”진도하는 멍해졌다.‘혹시 이형수가 위험을 감지해서 멈춘 건가?’그 생각이 진도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다음 순간 이형수는 앞발을 땅에 내딛고 크게 포효했다.아오오.그리고 다시 진도하를 향해 돌진해왔다.이번에는 이형수의 몸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며 어둠 속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진도하는 그 순간 자신의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이형수가 전력을 다해 공격해오는 것이 분명했다.진도하 역시 상황을 보고 크게 외치면서 체내의 기운을 모두 주먹으로 모았다.그와 이형수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그들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쾅.진도하의 주먹이 이형수의 머리에 강타했다. 혹은 이형수의 머리가 진도하의 주먹에 부딪혔다고 할 수도 있었다.진도하는 온몸에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이형수 역시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그 순간 진도하의 주먹과 이형수의 머리 사이에서 거대한 에너지의 파동이 발생했다. 그리고 곧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이상을 감지한 나머지 사람들은 진도하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본 것은 진도하와 이형수가 서로 맞서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었다.진도하의 체내에서 끊임없이 기운이 나와 주먹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형수는 뒷발로 계속 땅을 박차며 머리로 진도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들은 그렇게 5초 동안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그러나 이형수의 꼬리가 다시 한번 솟구쳐 진도하를 향해 무자비하게 내려쳤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내가 이미 준비하고 있는데 또 꼬리로 공격할 셈이냐?”진도하는 주먹으로
쾅.이형수의 머리가 나무에 부딪쳤고 진도하 역시 그 충격에 휘말려 나무에 함께 부딪쳤다.“이런!”진도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이번 충격은 진도하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기운마저 거의 산산이 부서질 뻔한 강력한 충격이었다.하지만 이형수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돌진하며 진도하를 머리에서 떨쳐내기 위해 미친 듯이 나무에 부딪쳤다.그러나 진도하가 그렇게 쉽게 물러설 리 없었다. 그는 이형수의 귀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고 다섯 그루나 되는 나무에 부딪쳤어도 손을 놓지 않았다.이형수는 진도하를 떨쳐내지 못하자 점점 더 폭주하며 보이는 나무마다 들이받으며 달렸다.꼬리 또한 진도하를 끊임없이 공격하며 그를 머리에서 끌어내리려 했지만 이미 이형수의 약점을 알아차린 진도하가 포기할 리 없었다.진도하는 틈을 노려 다시 이형수의 머리 위로 이동했고 그 순간 주먹을 들어 이형수 머리의 움푹 팬 부분을 강하게 내리쳤다.퍽.그 주먹은 천근의 무게로 내려쳤다.아오오.이형수는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질렀고 그 충격에 몸을 솟구쳐 나무에 미친 듯이 부딪쳤다.이형수는 점점 더 광기를 띠었고 이성을 잃은 채 고통스러운 포효를 반복했다. 그의 꼬리는 이제 전처럼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았다.진도하는 이형수의 머리 위 움푹 팬 자리가 확실한 약점임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그는 더 이상 꼬리의 공격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꼬리로 얻어맞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형수를 끝장내겠다는 결심이 섰다.진도하는 이형수의 머리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며 약점을 노렸다.마침내 기회를 잡은 진도하는 한 손으로 이형수의 귀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용음검을 뽑아들었다.“죽어라!”그는 용음검을 이형수의 머리 움푹 팬 부분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아오오.이형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그 순간 이형수의 꼬리가 높이 솟구쳐 진도하의 몸을 강하게 내리쳤다.퍽.진도하의 몸은 나무로 날아가 부딪쳤고 나무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그는 땅으로 추락했지만 몸 속에서 끓어오르는
진도하는 두 손으로 용음검을 뽑아 들었다.이형수의 머리 위에서 피가 세 차례나 솟구치며 삼 미터 넘게 튀었다.아오오.이형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크게 포효했고 꼬리를 들어 진도하를 향해 매섭게 휘둘렀다.하지만 진도하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검을 뽑는 순간 두 발로 이형수의 머리를 강하게 딛고 답운보를 사용해 몸을 숲 위로 솟구쳤다.아오오.용음검이 뽑힌 후 이형수는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몇 번 내지르며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마구 들이받았다.몇 번 충돌한 뒤 이형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마침내 멈춰섰다.아오.아오오.그의 울부짖음은 점차 작아졌고 발걸음도 비틀거렸다.쾅.마침내 이형수는 힘을 잃고 거대한 몸체가 무겁게 땅에 쓰러졌다. 머리 위의 피는 여전히 솟구치고 있었다.진도하는 공중에서 이 장면을 내려다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형수가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역시나 이형수는 땅에 누워 거친 숨을 몇 번 내쉬더니 몸이 한두 번 경련을 일으킨 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진도하는 가볍게 땅으로 내려와 자신의 상처를 훑어보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그제야 독고 청의와 다른 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 역시 이형수들에게 쫓기며 숲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고 그들의 상황은 진도하의 전투보다도 훨씬 더 처참해 보였다.이 광경을 본 진도하는 즉시 기운을 모아 크게 외쳤다.“어서 이형수들의 머리 위로 올라가요! 그것들의 머리에는 움푹 팬 곳이 있어요. 그곳이 바로 이형수들의 치명적인 약점이에요!”진도하의 외침은 밤하늘을 가르며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귀에 명확히 들렸다.은소혜는 진도하의 말을 듣고 검을 움켜쥐며 몸을 날려 그녀와 싸우고 있던 이형수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추기훈 역시 같은 방법을 써서 이형수와 싸운 후 적당한 기회를 엿봐 이형수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진도하는 두 사람이 무사히 성공한 것을 보고 안심한 후 독고 청의와 그 일행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일곱 명 중
‘또 이형수가 오는 거야?’모두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쳤다.역시나 그들이 멀리 바라보았을 때 수백 쌍의 초록색 눈동자가 갑자기 나타났다.그 눈동자들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쿵쿵쿵 하는 발소리도 점점 더 강렬해졌다. 땅이 흔들리고 산이 요동치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어떡하죠?”독고 청의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물었다.“일단 지켜보죠.”진도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원래는 달아날 생각이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의 기운이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 이대로 달아나면 결국 이형수들에게 쫓겨 뿔뿔히 흩어질 것이 뻔했다.곧바로 이형수들이 그들 앞에 도착했고 다시 한번 그들을 포위했다. 동시에 이형수들은 낮은 포효를 내며 진도하 일행을 사납게 노려보았다.진도하는 이 이형수들이 아까 떨쳐낸 무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들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다시 쫓아온 것이다.대충 살펴보니 이형수들의 숫자는 삼사백 마리 정도였다. 이 광경에 모두가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솔직히 이형수 열 마리나 스무 마리 정도라면 진도하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수백 마리 이형수를 상대로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지금 여기에 있는 열 명으로도 부족한 상황에서 시험 참가자 열 명이 더 있어도 이형수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진도하는 깊은 눈빛으로 독고 청의와 은소혜를 바라보며 결단을 내렸다.“이따가 내가 나서서 이형수들의 주의를 끌 테니까 그 사이에 두 사람은 도망쳐요.”“안 돼! 너 혼자서 그렇게 많은 이형수들을 상대할 수 없어.”진도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소혜가 강하게 반대했다.독고 청의도 거들었다.“절대 안 돼요! 도하 씨 혼자 그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게 둘 수는 없어요.”추기훈 역시 나서서 말했다.“나 추기훈이 그렇게 나약한 사람으로 보여요? 나는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아요!”세 사람의 반대에 진도하는 일부러 화난 척하며 물었다.“그럼 지금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요?”독고 청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어차피 죽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 혼자면 충분해!”“소혜, 청의 씨, 기훈 씨 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보호해요. 만약 가다가 이형수들을 만나면 아직 싸울 힘은 남아 있을 거예요.”이에 은소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진도하가 손짓으로 그녀를 제지했다.이때 추기훈이 나서며 말했다.“차라리 내가 나가서 이형수들을 유인할게요. 세 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빠져나가요.”진도하는 추기훈의 호의를 알았지만 일부러 비웃는 듯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기훈 씨, 나보다 속도 빨라요? 만약 나보다 빠르면 기훈 씨가 가도 돼요. 그렇지 않다면 그냥 내 말을 따라요.”진도하의 말에 추기훈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그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진도하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더는 말하지 마요. 내가 이형수들을 유인하면 세 사람은 빨리 안전한 곳을 찾아요.”그리고 진도하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정말 날 돕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안전한 곳을 찾아요. 그래야 나도 빨리 합류할 수 있으니까.”곧바로 진도하는 몸을 솟구쳐 올라 용음검을 손에 쥐고 크게 외쳤다.“내 말 잊지 마요!”모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하는 그제야 안심했다.“귀환의 시간!”진도하는 높은 목소리로 외치며 먼저 이형수를 공격했다. 그가 만든 두 번째 검술을 펼친 것이다.진도하는 자신이 만든 검술로 이형수들을 전부 베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상처는 입힐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의 진짜 목적은 이형수들의 주의를 끌어 독고 청의 일행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다.이형수들은 자신들이 방금 포위한 인간들 중 누군가가 먼저 공격해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들은 초록색 눈을 번뜩이며 진도하를 노려보았으나 진도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다 죽어!”진도하는 용음검을 휘둘렀다.그 순간 용음검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퍼져나갔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며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모두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오직 진도하의 검에
“그런 것 같아요!”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마음속에도 엄청난 충격이 밀려들었다. 진도하가 강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이형수 셋을 멸살하다니, 이건 정말로 놀라운 실력이었다.‘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불꽃검법을 써서 이형수 세 마리를 베어낼 수 있었을까?’은소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이형수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추기훈 역시 복잡한 표정으로 땅에 널브러진 이형수의 조각난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실력이 진도하와 아주 약간의 차이만 있다고 생각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진도하를 넘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갔다. 진도하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검으로 이형수 셋을 멸살하는 건커녕 추기훈은 이형수들에게 조금의 상처조차 입히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진도하는 단 한 번의 검격으로 이형수 셋을 없애버린 것이다.‘그 검격을 내가 막을 수 있을까?’추기훈은 고개를 저었다. 막을 수 없었다.이때 독고 청의가 말했다.“우린 서둘러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얼마나 더 버틸지 몰라요.”다른 사람들도 독고 청의가 말하는 대상이 진도하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빨리 움직이죠!”“서둘러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도하 씨가 저것들을 떼어내고 우리와 합류할 수 있을 거예요!”“가요!”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이끌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그 시각.진도하는 수천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이형수들은 미친 듯이 그를 쫓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진도하가 바라는 바였다.그는 멈추지 않았고 이형수들과 싸우지도 않았다. 그저 환허보를 여러 번 펼쳐 거리를 벌렸다.가끔 이형수들을 떨쳐내면 일부러 다시 멈춰 이형수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기다리기도 했다.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날이 밝았다. 그러나 진도하의 체내에 남은 기운은 이제 겨우 10분의 1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