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서로 한마디씩 던지고 나서 각자 갈 길을 갔다.진도하 일행은 계속해서 숲 속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그들이 숲 속에 있었기에 40명의 시험 참가자 중에서 10명이라도 살아남은 것이었다.만약 이 숲이 없었더라면 죽음의 확률은 50%가 아니라 100%였을 것이다.비록 진도하가 이들 중 가장 높은 경지인 대부경 4단계였지만 이 수많은 이형수들의 돌진 앞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렇게 계속 달렸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이형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녹색으로 빛나는 눈들만 어둠 속에서 으스스하게 빛나고 있었다.“계속 이렇게 달리기만 해야 하는 거예요?”독고 청의가 숨을 고르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달리지 않으면 여기서 죽음을 기다리자는 말이에요?”“하지만 난 더는 버티기 힘들어요.”독고 청의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그들은 달리는 동안 계속 신법을 펼치느라 기운을 끊임없이 소모하고 있었고 기운을 보충하는 약을 먹어도 회복 속도가 따라오지 못했다.“맞아요. 우리도 이제 한계예요.”청풍각의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내 몸 속 기운은 이제 5분의 1밖에 안 남았어요.”현광문의 한 사람이 덧붙였다.진도하도 그들이 하루 종일 자신을 따라 뛰었기에 기운 소모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달리거나 그 500마리의 이형수들과 맞닥뜨리거나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진도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조금만 더 버텨봐요.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이형수들도 분명 지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더 참으면 돼요.”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이들은 아무 말 없이 이를 악물고 다시 기운을 끌어모아 신법을 펼치며 계속 숲 속을 향해 달렸다.그렇게 반 시간쯤 더 달리자 드디어 이형수들 중 일부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진도하는 이 사실에 매우 흥분하며 소리쳤다.“조금만 더 버텨요! 이형수들이 뒤처지기 시작
진도하는 그 말을 끝으로 용음검을 뽑아 들었다.쓱.용음검이 뽑히는 순간 용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고요한 숲속에 울려 퍼졌다.그들의 뒤를 쫓아온 여덟 마리의 이형수도 발걸음을 멈추고 초록빛 눈동자로 진도하 일행을 노려보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후우, 후우.독고 청의와 나머지 사람들도 이를 보고 무기를 뽑아 들며 이형수들과 대치했다.이 순간 그들 모두에게서 강렬한 전투 의지가 타올랐다.“죽여라!”진도하는 포효하며 제일 먼저 돌진했다. 독고 청의, 은소혜, 추기훈도 그를 뒤따랐고 다른 시험 참가자들도 함께 달려들었다.아오오.여덟 마리의 이형수 역시 울부짖으며 진도하 일행을 향해 돌진했다.쿵쿵쿵.거대한 발소리가 울리며 위협적인 기세가 몰려왔다.진도하는 가장 먼저 선두에 서서 손에 든 용음검을 휘둘러 맨 앞의 이형수를 겨눴다.쨍.용음검이 이형수의 몸에 닿으며 불꽃이 튀었다. 검은 이형수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기운을 뚫었지만 피부까지는 뚫지 못했다.진도하는 놀랐다. 자신의 용음검이 이형수의 피부를 뚫지 못하다니.비록 이형수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지만 격분하여 진도하를 머리로 들이받기를 시도했다.진도하는 서둘러 환허보를 사용해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이형수는 다시 한번 진도하를 향해 돌진했다.그러자 진도하는 또다시 환허보를 사용해 후방으로 이동했다.그러나 그때 진도하는 갑작스러운 위협을 느꼈다. 즉시 몸을 틀어 회피했으나 너무 늦었다.퍽.진도하의 몸이 그대로 뒤로 날아가 뒤에 있던 나무에 세차게 부딪혔다. 거대한 나무는 그 충격에 산산이 부서졌다.만약 진도하에게 몸을 보호하는 기운이 없었더라면 그 한 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도하는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오랜만에 이토록 강한 타격을 받은 것이다.그 순간 진도하는 또다시 위협을 느꼈다. 이번에는 분명히 보았다. 자신을 공격한 것은 이형수의 길고 굵은 꼬리였다.그 꼬리는 나무보다도 두꺼우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연하게 휘
진도하는 무심하게 이형수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또 나를 들이받겠다고?”그는 용음검을 거두고 천자제일권을 시전했다.이번엔 전력을 다한 자신의 주먹이 더 강한지, 아니면 이형수의 머리가 더 단단한지 시험해보고 싶었다.이형수는 진도하가 이번에는 피하지 않자 중간에 잠시 멈칫했다.그 거대한 몸집이 급히 멈추며 뒷발로 땅을 세게 박차고 앞발은 하늘 높이 들린 채 머리를 뒤로 젖혔다.“어?”진도하는 멍해졌다.‘혹시 이형수가 위험을 감지해서 멈춘 건가?’그 생각이 진도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다음 순간 이형수는 앞발을 땅에 내딛고 크게 포효했다.아오오.그리고 다시 진도하를 향해 돌진해왔다.이번에는 이형수의 몸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며 어둠 속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진도하는 그 순간 자신의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이형수가 전력을 다해 공격해오는 것이 분명했다.진도하 역시 상황을 보고 크게 외치면서 체내의 기운을 모두 주먹으로 모았다.그와 이형수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그들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쾅.진도하의 주먹이 이형수의 머리에 강타했다. 혹은 이형수의 머리가 진도하의 주먹에 부딪혔다고 할 수도 있었다.진도하는 온몸에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이형수 역시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그 순간 진도하의 주먹과 이형수의 머리 사이에서 거대한 에너지의 파동이 발생했다. 그리고 곧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이상을 감지한 나머지 사람들은 진도하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본 것은 진도하와 이형수가 서로 맞서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었다.진도하의 체내에서 끊임없이 기운이 나와 주먹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형수는 뒷발로 계속 땅을 박차며 머리로 진도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들은 그렇게 5초 동안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그러나 이형수의 꼬리가 다시 한번 솟구쳐 진도하를 향해 무자비하게 내려쳤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내가 이미 준비하고 있는데 또 꼬리로 공격할 셈이냐?”진도하는 주먹으로
쾅.이형수의 머리가 나무에 부딪쳤고 진도하 역시 그 충격에 휘말려 나무에 함께 부딪쳤다.“이런!”진도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이번 충격은 진도하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기운마저 거의 산산이 부서질 뻔한 강력한 충격이었다.하지만 이형수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돌진하며 진도하를 머리에서 떨쳐내기 위해 미친 듯이 나무에 부딪쳤다.그러나 진도하가 그렇게 쉽게 물러설 리 없었다. 그는 이형수의 귀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고 다섯 그루나 되는 나무에 부딪쳤어도 손을 놓지 않았다.이형수는 진도하를 떨쳐내지 못하자 점점 더 폭주하며 보이는 나무마다 들이받으며 달렸다.꼬리 또한 진도하를 끊임없이 공격하며 그를 머리에서 끌어내리려 했지만 이미 이형수의 약점을 알아차린 진도하가 포기할 리 없었다.진도하는 틈을 노려 다시 이형수의 머리 위로 이동했고 그 순간 주먹을 들어 이형수 머리의 움푹 팬 부분을 강하게 내리쳤다.퍽.그 주먹은 천근의 무게로 내려쳤다.아오오.이형수는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질렀고 그 충격에 몸을 솟구쳐 나무에 미친 듯이 부딪쳤다.이형수는 점점 더 광기를 띠었고 이성을 잃은 채 고통스러운 포효를 반복했다. 그의 꼬리는 이제 전처럼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았다.진도하는 이형수의 머리 위 움푹 팬 자리가 확실한 약점임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그는 더 이상 꼬리의 공격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꼬리로 얻어맞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형수를 끝장내겠다는 결심이 섰다.진도하는 이형수의 머리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며 약점을 노렸다.마침내 기회를 잡은 진도하는 한 손으로 이형수의 귀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용음검을 뽑아들었다.“죽어라!”그는 용음검을 이형수의 머리 움푹 팬 부분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아오오.이형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그 순간 이형수의 꼬리가 높이 솟구쳐 진도하의 몸을 강하게 내리쳤다.퍽.진도하의 몸은 나무로 날아가 부딪쳤고 나무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그는 땅으로 추락했지만 몸 속에서 끓어오르는
진도하는 두 손으로 용음검을 뽑아 들었다.이형수의 머리 위에서 피가 세 차례나 솟구치며 삼 미터 넘게 튀었다.아오오.이형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크게 포효했고 꼬리를 들어 진도하를 향해 매섭게 휘둘렀다.하지만 진도하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검을 뽑는 순간 두 발로 이형수의 머리를 강하게 딛고 답운보를 사용해 몸을 숲 위로 솟구쳤다.아오오.용음검이 뽑힌 후 이형수는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몇 번 내지르며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마구 들이받았다.몇 번 충돌한 뒤 이형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마침내 멈춰섰다.아오.아오오.그의 울부짖음은 점차 작아졌고 발걸음도 비틀거렸다.쾅.마침내 이형수는 힘을 잃고 거대한 몸체가 무겁게 땅에 쓰러졌다. 머리 위의 피는 여전히 솟구치고 있었다.진도하는 공중에서 이 장면을 내려다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형수가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역시나 이형수는 땅에 누워 거친 숨을 몇 번 내쉬더니 몸이 한두 번 경련을 일으킨 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진도하는 가볍게 땅으로 내려와 자신의 상처를 훑어보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그제야 독고 청의와 다른 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 역시 이형수들에게 쫓기며 숲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고 그들의 상황은 진도하의 전투보다도 훨씬 더 처참해 보였다.이 광경을 본 진도하는 즉시 기운을 모아 크게 외쳤다.“어서 이형수들의 머리 위로 올라가요! 그것들의 머리에는 움푹 팬 곳이 있어요. 그곳이 바로 이형수들의 치명적인 약점이에요!”진도하의 외침은 밤하늘을 가르며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귀에 명확히 들렸다.은소혜는 진도하의 말을 듣고 검을 움켜쥐며 몸을 날려 그녀와 싸우고 있던 이형수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추기훈 역시 같은 방법을 써서 이형수와 싸운 후 적당한 기회를 엿봐 이형수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진도하는 두 사람이 무사히 성공한 것을 보고 안심한 후 독고 청의와 그 일행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일곱 명 중
‘또 이형수가 오는 거야?’모두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쳤다.역시나 그들이 멀리 바라보았을 때 수백 쌍의 초록색 눈동자가 갑자기 나타났다.그 눈동자들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쿵쿵쿵 하는 발소리도 점점 더 강렬해졌다. 땅이 흔들리고 산이 요동치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어떡하죠?”독고 청의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물었다.“일단 지켜보죠.”진도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원래는 달아날 생각이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의 기운이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 이대로 달아나면 결국 이형수들에게 쫓겨 뿔뿔히 흩어질 것이 뻔했다.곧바로 이형수들이 그들 앞에 도착했고 다시 한번 그들을 포위했다. 동시에 이형수들은 낮은 포효를 내며 진도하 일행을 사납게 노려보았다.진도하는 이 이형수들이 아까 떨쳐낸 무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들은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다시 쫓아온 것이다.대충 살펴보니 이형수들의 숫자는 삼사백 마리 정도였다. 이 광경에 모두가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솔직히 이형수 열 마리나 스무 마리 정도라면 진도하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수백 마리 이형수를 상대로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지금 여기에 있는 열 명으로도 부족한 상황에서 시험 참가자 열 명이 더 있어도 이형수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진도하는 깊은 눈빛으로 독고 청의와 은소혜를 바라보며 결단을 내렸다.“이따가 내가 나서서 이형수들의 주의를 끌 테니까 그 사이에 두 사람은 도망쳐요.”“안 돼! 너 혼자서 그렇게 많은 이형수들을 상대할 수 없어.”진도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소혜가 강하게 반대했다.독고 청의도 거들었다.“절대 안 돼요! 도하 씨 혼자 그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게 둘 수는 없어요.”추기훈 역시 나서서 말했다.“나 추기훈이 그렇게 나약한 사람으로 보여요? 나는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아요!”세 사람의 반대에 진도하는 일부러 화난 척하며 물었다.“그럼 지금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요?”독고 청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어차피 죽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 혼자면 충분해!”“소혜, 청의 씨, 기훈 씨 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보호해요. 만약 가다가 이형수들을 만나면 아직 싸울 힘은 남아 있을 거예요.”이에 은소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진도하가 손짓으로 그녀를 제지했다.이때 추기훈이 나서며 말했다.“차라리 내가 나가서 이형수들을 유인할게요. 세 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빠져나가요.”진도하는 추기훈의 호의를 알았지만 일부러 비웃는 듯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기훈 씨, 나보다 속도 빨라요? 만약 나보다 빠르면 기훈 씨가 가도 돼요. 그렇지 않다면 그냥 내 말을 따라요.”진도하의 말에 추기훈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그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진도하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더는 말하지 마요. 내가 이형수들을 유인하면 세 사람은 빨리 안전한 곳을 찾아요.”그리고 진도하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정말 날 돕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안전한 곳을 찾아요. 그래야 나도 빨리 합류할 수 있으니까.”곧바로 진도하는 몸을 솟구쳐 올라 용음검을 손에 쥐고 크게 외쳤다.“내 말 잊지 마요!”모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하는 그제야 안심했다.“귀환의 시간!”진도하는 높은 목소리로 외치며 먼저 이형수를 공격했다. 그가 만든 두 번째 검술을 펼친 것이다.진도하는 자신이 만든 검술로 이형수들을 전부 베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상처는 입힐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의 진짜 목적은 이형수들의 주의를 끌어 독고 청의 일행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다.이형수들은 자신들이 방금 포위한 인간들 중 누군가가 먼저 공격해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들은 초록색 눈을 번뜩이며 진도하를 노려보았으나 진도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다 죽어!”진도하는 용음검을 휘둘렀다.그 순간 용음검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퍼져나갔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며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모두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오직 진도하의 검에
“그런 것 같아요!”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마음속에도 엄청난 충격이 밀려들었다. 진도하가 강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이형수 셋을 멸살하다니, 이건 정말로 놀라운 실력이었다.‘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불꽃검법을 써서 이형수 세 마리를 베어낼 수 있었을까?’은소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이형수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추기훈 역시 복잡한 표정으로 땅에 널브러진 이형수의 조각난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실력이 진도하와 아주 약간의 차이만 있다고 생각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진도하를 넘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갔다. 진도하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검으로 이형수 셋을 멸살하는 건커녕 추기훈은 이형수들에게 조금의 상처조차 입히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진도하는 단 한 번의 검격으로 이형수 셋을 없애버린 것이다.‘그 검격을 내가 막을 수 있을까?’추기훈은 고개를 저었다. 막을 수 없었다.이때 독고 청의가 말했다.“우린 서둘러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얼마나 더 버틸지 몰라요.”다른 사람들도 독고 청의가 말하는 대상이 진도하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빨리 움직이죠!”“서둘러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도하 씨가 저것들을 떼어내고 우리와 합류할 수 있을 거예요!”“가요!”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이끌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그 시각.진도하는 수천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이형수들은 미친 듯이 그를 쫓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진도하가 바라는 바였다.그는 멈추지 않았고 이형수들과 싸우지도 않았다. 그저 환허보를 여러 번 펼쳐 거리를 벌렸다.가끔 이형수들을 떨쳐내면 일부러 다시 멈춰 이형수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기다리기도 했다.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날이 밝았다. 그러나 진도하의 체내에 남은 기운은 이제 겨우 10분의 1에 불과했다.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