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진도하는 확신했다.그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옥패물이 확실히 깜빡였다.“아빠! 엄마! 지금 저를 부르신 거예요?”진도하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촉촉해졌다.그는 옥패물의 깜빡임을 놓칠까 두려워 옥패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고 부모님이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을 거라는 것도, 부모님을 찾을 확률이 아주 아주 적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진도하는 여전히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부모님은 아직 이 세상에 계시지만 떠나지도 못하고 자신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을 뿐이라고 말이다.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진도하는 여전히 부모님을 찾고 싶었고 부모님이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더라도 그들의 행방을 알고 싶었다. 부모님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했고 부모님의 원수가 누구인지도 알고 싶었다.그리고 옥패물이 번쩍이는 이 순간, 진도하는 처음으로 부모님이 죽지 않았고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그래! 엄마 아빠가 아직 살아있구나!”이 순간 진도하의 마음은 설렘과 흥분, 기쁨으로 가득 찼다.그러나 곧 끝없는 슬픔이 몰려왔다.진도하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그와 같이 지낸 것은 양부모였고 친부모의 생전 모습조차 본 적이 없는데 정말 친부모를 만난다면 그가 그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동시에 진도하는 양부모를 떠올렸다.원래 세계를 떠나기 전에 양부모에 모든 것을 설명하고 생명 연장 단약까지 먹게 했지만 여전히 양부모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진도하는 두 사람이 지금 그 세계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두 분을 다시 뵈면 정말 좋을 텐데!’진도하는 옥패물을 한참 바라보다가 더 이상 깜빡거리지 않는다고 확인한 다음에야 옥패물을 다시 품 속에 넣었다.그리고 진도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아빠, 엄마, 어디 계시든 제가 꼭 찾아낼게요!”진도하는 옥패물을 잘 챙긴 후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의 모든 잡념을 밀어냈다.지금 당장 부모님을 찾으려는 것은 사치였다. 지금 진도하가 해야 할 일은 하루빨리 성장하는 것뿐이었다
진도하는 호흡을 가다듬고 ‘천상첩지’를 수련하기 시작했다.책에 따르면 이 신법의 1단계 환허보와 2단계 답운보는 수련하기 아주 쉬웠다. 진도하는 그저 공간법의 기본 법칙만 깨달으면 책에서 설명한 대로 수련할 수 있었다.‘천상첩지’라는 책을 쓴 선배는 쓸데없는 내용도 많이 썼지만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안 빼먹었다.예를 들어 처음 여섯 단계의 통찰과 자신이 수련할 때 사용했던 몇 가지 기법들을 모두 장황하게 써 놓았기 때문에 진도하는 인내심을 가지고 다 읽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 후 진도하는 책의 내용을 따라 ‘천상첩지’의 1단계인 환허보 수련에 첫 시도를 하게 되었다.환허보란 극한의 속도에 의해 그림자가 남겨지는 것으로, 이 신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다음에 어디로 이동할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예를 들어 진도하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또한 진도하가 다른 장소로 간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의 자리로 이미 돌아온 것도 포함한다.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신법이었다. 이 신법은 정말 대단했다.원래 세계에서 TV로 보던 사뿐사뿐 걸어가는 보법과 비슷했다.진도하는 링 안의 세계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진도하는 마침내 ‘천상첩지’의 첫 단계인 환허보를 완전히 터득했다. 또한 공간법에 대한 깊은 이해도 얻었다.슥.진도하는 눈을 떴다.일어나자 그의 몸은 환상의 힘으로 가득 찼다. 분명히 바람은 없었지만 옷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슥.진도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고 그의 모습은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원래 자리에 남은 것은 그림자뿐이었다.슥.진도하는 곧바로 언제 움직였냐는 듯이 그림자가 남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이에 진도하는 매우 만족했다.책에서 말한 것과도 같았고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도 같았다.누군가와 싸우던 중 갑자기 이런 신법을 시전한다면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이유를 알고 난 후 진도하는 자신의 절대 영역을 개선하기 시작했다.이 작은 세계를 봉쇄하게 되면 어떤 신법을 사용해도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진도하의 절대 영역은 더 이상 허점이 존재하지 않았다.진도하는 남은 시간 동안 링 공간 안에서 공간법을 연구하며 절대 영역을 개선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동시에 그는 링 공간을 따라 모방하기 시작했다.두 달여 시간이 지나자 진도하의 작은 세계는 두 배로 커졌다. 이에 진도하는 매우 만족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진도하를 가장 만족시킨 것은 그의 절대 영역이 완성되어 더 이상 허점이 없다는 것이었다.진도하의 절대 영역에서 벗어나려면 이 작은 세계를 뚫고 나가는 방법밖에 없었다.진도하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이 작은 세계를 거두고 링의 공간에서 걸어 나왔다.밖으로 나와 보니 날은 이미 밝았다. 하지만 진도하는 피곤하기는커녕 오히려 신이 났다.씻고 나서 방 문 앞에서 서성이는 하현진을 눈치챈 진도하는 문을 열고 의심스럽게 물었다.“진아, 문 앞에 서서 뭐 해?”그러자 하현진은 두 손을 문지르며 진도하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아침이 준비 다 돼서 형님이 깨어나셨는지 보려고 왔어요.”하현진의 말을 듣고 진도하는 웃음을 터뜨렸다.그제야 왜 하현진이 방 문 앞에 서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하현진은 아마 자신을 부를 지 말 지 망설였을 것이다.“그래. 밥 먹으러 가자.”진도하는 자연스럽게 하현진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하현진은 몸을 움츠리고 조금 부자연스럽게 걸었다.몇 걸음을 걷고 나서 진도하는 하현진을 놓아주었다.진도하도 원래 다른 사람과 어깨동무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고 원래 세계에 있을 때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지가 오른 것 때문인지, 아니면 심경의 변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진도하는 확실히 달라졌다. 진도하는 이제 기꺼이 사람들과 소통하려 했고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려고 했다.곧 두 사람은 식사 장소에 도착했고 하현진은 이미 음식을 다 준비해 놓았
하현진은 의아해하며 첫 줄부터 읽기 시작했다.몇 줄을 읽은 후 하현진은 깜짝 놀랐다.“이... 이건... 수련하는 공법 아닙니까?”너무 흥분한 탓에 하현진은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표정은 한껏 신이 나 보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 항상 수련하고 싶어 했잖아. 이건 내가 터득한 수련 공법이랑 몇 가지 깨달은 것들이니 이거 보면서 수련하면 돼.”진도하의 말을 들은 하현진은 말할 수 없이 감격하여 두 손을 떨면서 진도하가 써 준 이 글을 들고는 몇 번이나 입을 벌렸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진도하는 하현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수련 잘해. 모르는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고.”하현진은 흥분한 마음에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그러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형님... 감, 감사합니다! 꼭... 살면서 잘... 보답하겠습니다.”그러자 진도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한테 보답할 필요는 없어. 네가 잘 수련하면 돼.”하현진은 침을 한 입 삼키고 마음을 진정시킨 뒤 걱정스럽게 물었다.“형님... 제가 이 나이에 수련을 시작하면 늦지 않나요?” “늦긴 뭐가 늦어.” 진도하는 고개를 저었다.“내가 수련을 시작할 때도 너와 비슷한 나이였어.”“정말요?” 하현진의 눈에서 빛이 번뜩였다.“정말이지, 그럼!”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격려의 눈빛을 보냈다.그러자 하현진의 눈빛에서 기대가 보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하현진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저택을 떠나려고 했다.진도하가 나가려고 몸을 돌렸을 때 하현진이 뒤에서 소리쳤다.“형님!” “응?” 진도하는 하현진을 돌아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또 무슨 일 있어?”하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눈이 빨개진 채 진도하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쿵.하현진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치며 절을 했다.진도하는 깜짝 놀라서 서둘러 하현진의 옆으로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하지만 하현진은 완강히 버티며 고개를 저었다.“형님
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하현진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과연 자격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진도하는 아직 대부경 1단계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에게는 원수도 꽤 많은데 그들이 하현진에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이런 문제들이 그를 망설이게 했다.하지만 하현진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본 진도하는 잔인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진도하는 잠시 고민한 뒤 말했다.“네가 1년 안에 태서경에 도달할 수 있다면 내 제자로 받아들일게.”진도하의 말을 들은 하현진은 진도하가 동의한 것을 알고는 더없이 기뻐하며 즉시 다시 진도하에게 절을 했다.“반드시 수련을 열심히 해서 형님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을게요.”진도하는 웃으며 자신의 기운을 사용해 하현진을 바닥에서 일으켰다.하현진을 일으켜 세운 뒤 진도하는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 하현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여기 있는 단약이 수련에 도움이 될 테니 하루에 한 알씩 먹어.”“알겠습니다!” 하현진은 흥분하며 진도하가 건네준 약병을 받아 들었다.가슴이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아직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듯했다.진도하는 하현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때의 자신과 거의 똑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진도하는 안도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하현진에게 말했다.“그래. 진이 너는 천천히 수련해. 나는 태초서원에 가야 하니까.”하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머뭇거리며 말했다.“형님, 아니, 스승님. 저 휴가 좀 내도 될까요?” 하현진의 조심스러운 표정을 보며 진도하가 물었다.“무슨 일 있어?”그러자 하현진은 심호흡하고 말했다.“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어요. 가족들도 들으면 무조건 기뻐할 거예요.”진도하는 무슨 큰일이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하현진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가봐!”멈칫하다가 진도하는 덧붙였다.“집에 며칠 더 있어도 돼.”하지만 하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며칠까지 필요 없어요. 소식 전하면 바로
뒷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스승님은 여기 안 계시나 보군.’진도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몇 분을 더 마당에 앉아 있어도 남궁 장로가 돌아오지 않자, 진도하는 결국 뒷마당을 떠났다.마당에서 나온 진도하는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더 고른 후 나섰다.도서관에서 나온 후 진도하는 독고 청의를 찾으러 가려고 했다.그런데 몇 발짝도 안 걸었는데 독고 청의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도하 씨, 드디어 왔군요.” 독고 청의는 진도하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진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요즘 수련을 하느라 조금 늦게 왔습니다.” 독고 청의는 주위를 살피며 진도하의 어깨에 팔을 얹고 말했다.“올 때 소식 들었어요? 선우 문호가 곧 온다고 해요.”“그래요?”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난 이틀 동안 ‘천상첩지’ 신법을 익히고 절대 영역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느라 이 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독고 청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내가 들은 소식에 따르면 선우 문호는 길어야 한 시간 안에 청룡시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렇게 말한 뒤 독고 청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도하 씨, 준비됐어요?”“준비됐어요.” 진도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지금 선우 문호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어요.”곧바로 진도하는 물었다.“선우 문호는 와서 바로 나한테 도전할 건가요?” “그건 모르죠.” 독고 청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무튼 요즘 우리 측에 온갖 메시지를 보내면서 자기가 청룡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누구든지 자기한테 찾아와서 도전하는 걸 환영한다는 둥, 태초서원에 직접 와서 도하 씨를 쓰러뜨려 태초서원의 1학년들은 모두 쓰레기라는 것을 알리겠다는 둥, 이런 건방진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그 말에 진도하는 웃었다.“그 사람은 왜 그렇게 거만해요?”그러자 독고 청의도 웃음을 터뜨렸다.“선우 문호는 거만하긴 한데 확실히 그럴 만한 실력이 있어요.”“내가 듣기로는 고풍서원에서 선우 문호와 같은
진도하는 앞장서서 태초서원 밖으로 향했고 독고 청의는 바짝 뒤따랐다.조금 전 진도하를 찾으러 왔던 이들도 진도하를 따라 태초서원 밖으로 함께 걸어 나갔다.그 과정에서 그들은 서둘러 서원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많은 학생들과 마주쳤다.진도하를 보자마자 그들은 다급히 말했다.“도하 씨, 드디어 나왔군요. 빨리 저 선우 문호를 혼내줘요. 저 사람은 너무 거만해요!”“옆에 대부경 5단계 이상의 사람들이 몇 명 서 있는 것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나서서 먼저 혼내주고 싶어요.”이 말을 한 사람들은 모두 대부경 2, 3단계의 학생들이었다.진도하는 그들에게 말했다.“선배님들, 선우 문호는 저한테 맡기시고 걱정하지 마세요.” 곧 그들은 태초서원 입구에 도착했다.서원 입구는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태초서원 학생들과 여러 종파의 제자들, 그리고 청룡시에서 온 일반인들도 있었다. 소식을 접한 사람은 거의 다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진도하 일행은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그런데 사람들 가운데 흰 옷을 입고 손에 장검을 든 잘생긴 한 사람이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서서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태초서원의 젊은 세대들은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어떻게 내 검에 맞설 사람이 하나도 없어?”“진도하 어딨어? 빨리 이리 나와!”구경꾼들 중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모두 선우 문호의 이런 기세에 놀란 듯했다.그리고 선우 문호의 발밑에서는 다섯 명이 쓰러진 채 죽어가고 있었다.그들은 조금 전 선우 문호와 싸웠던 사람들이었다.선우 문호는 계속해서 외쳤다.“뭐야? 아무도 안 나와?”“아무도 안 나오면 태초서원은 당장 4대 서원의 수장 자리를 내놔! 그리고 이름도 태초서원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겁쟁이서원이라고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네!”그 말에 사람들은 즉시 분노에 휩싸였다.태초서원 3학년 학생 장현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선우 문호, 말조심해!”그러자 선우 문호는 장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대부경 3단계네? 여기 와서 내 검을 맞아보지 그래?”선우
“여기 대부경 1, 2, 3단계들이 수두룩하지 않아? 빨리 덤벼.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거야!”선우 문호가 천천히 말했다.태초서원 사람들은 화가 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조금 전까지 선우 문호의 몇 차례 공격으로 자신들이 선우 문호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수련하러 밖에 나가 있는 서원의 선배들이 돌아와야 선우 문호를 물리칠 수 있을것 같았다.선우 문호는 계속해서 말했다.“진도하는 어디 갔어? 언제까지 숨어 있을 거야? 내가 올 줄 알고 벌써 도망친 건 아니지?”그렇게 말하고 선우 문호는 크게 웃었다.표정은 너무 오만했다.바로 이때 추기훈이 뛰어나왔다.추기훈은 손에 장검을 들고 선우 문호를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선우 문호 맞지? 나 추기훈이 맞서주지!”그러나 선우 문호는 추기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고작 대부경 주제에 감히 나와 대결하겠다고? 죽고 싶은 거야? 아니면 태초서원에 아무도 남지 않았나?”추기훈은 살의를 품은 눈빛으로 선우 문호를 훑어보았다.하지만 선우 문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빨리 물러나. 넌 아직 내 상대가 안 돼!” “너!”그 말에 추기훈은 분노했다.추기훈은 평소에 천재라고 불릴 뿐만 아니라 태초서원의 입학 시험에서도 1등을 했었다. 그보다 인기가 많은 진도하를 제외하고는 태초서원 신입생들 가운데 추기훈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그런데 고풍서원 출신의 선우 문호가 자신을 이렇게 무시하다니?이렇게 생각하니 추기훈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분개한 추기훈은 검을 뽑아 들었다.추기훈의 모든 분노가 담긴 이 검은 선우 문호를 바로 찔렀다. 추기훈의 검술이 이렇게 거칠고 사나울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검 전체가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다.선우 문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너처럼 부드러운 사람이 이렇게 강한 검술을 쓸 줄은 몰랐네. 내가 널 과소평가했구나!”“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넌 여전히 내 상대가 아니야!”선우 문호는 곧바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