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목소리는 거의 동시에 나타났고, 조용한 동굴에서 유난히 두드러졌다.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진도하 역시 동굴 속의 그림자를 보고 놀란 듯 눈살을 찌푸렸다.세 사람이 동시에 그림자에 시선을 돌린 순간, 더욱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하나의 그림자가 세 사람 앞에 멈춰 서더니 뒷짐을 지고 무덤덤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다만... 이 그림자는 투명해서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었다...그들이 의아해하는 사이, 투명 그림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자양파의 금지 구역에 무슨 용무로 왔는지 묻는데 왜 대답이 없는 것이냐?”자양파 노조는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저는 자양파의 조풍무라고 합니다. 제 옆에 계신 분은 자양파의 허 장로님이고, 여기 젊은 분은 자양파의 현 수장 진도하라고 합니다.”조풍무가 두 사람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소개했고, 진도하는 이때서야 노조의 본명이 조풍무라는 것을 알았다.투명 그림자는 그제야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그래... 너희가 바로 자양파의 후손들이구나. 그런데 왜 금지 구역에 침입했느냐?”방금 말을 마친 투명 그림자는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런데 너희 두 사람 몸에는 왜 기운이 없는 것이냐?”조풍무가 대답하기도 전에 투명 그림자가 또 말을 이었다.“어? 너희들은 수련자가 아니더냐?”“어떻게 이럴 수가!”조풍무가 다급히 설명했다.“저희 자양파에는 한 차례 착오가 있어 수련공법이 실전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금지 구역에 들어온 이유입니다.”투명 그림자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양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따지지 않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그럼 수장의 몸에는 왜 기운이 있는 거지?”진도하는 투명 그림자가 자신을 바라보자 입을 열어 해명하려 했다.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투명 그림자가 또 말했다.“알겠다. 넌 우리 자양파의 공법을 수련한 게 아니야.”“네, 맞습니다. 저는 최근에야 자양파 수장의 자리를 물려받았습
이것도 원아경에 오른 좋은 점이었다.진도하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서, 평온하게 눈앞의 투명 그림자를 보며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선배님, 먼저 공격하시죠!”진도하는 투명 그림자를 오늘 처음 만났고, 그가 어떤 수법을 사용할지 모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무엇보다 선배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어 감히 먼저 공격할 수 없었다.투명 그림자는 진도하를 한 번 보고는 씩 웃더니 오른손을 척 내밀었다.그러더니 검 한 자루가 그의 손에 나타났다.마치 기운으로 응집된 것 같은 투명 검이었다.그의 행동은 아주 매끄러웠다. 검이 그의 손에 나타나는 순간, 그의 몸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손에 있던 검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진도하의 목구멍에 나타났다.진도하는 화들짝 놀랐다. 이 선배의 속도가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다. 검의 기세도 보지 못했는데 이미 자기 목에 닿다니!그는 황급히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검은 여전히 그의 목구멍 앞에 있었다.진도하는 약간 놀랐다.이렇게 기괴한 검은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몸을 돌려 뛰어올라 세 발짝 뒤로 물러났다.진도하가 몸을 고정한 순간, 검은 여전히 그의 목구멍에 닿아있었다.그는 더욱 경악했다.‘나의 속도는 아주 빨랐고 몸놀림도 비범했어, 그런데 왜 이 검은 계속 날 따라다닐 수 있는 거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진도하는 눈살을 찌푸리고 두 손가락을 뻗어 검을 집었다.띵!손가락과 검이 부딪혔고, 진도하는 세 걸음 후퇴했다.하지만 이 선배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진도하를 바라보고 있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이 투명 그림자의 실력이 아주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체내의 기운을 동원해 선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선배는 기세등등한 주먹을 보고 조금 놀랐다.“이 젊은 나이에 원아경에 이르렀다니! 전도가 유망하군!”그는 말하면서 손에 든 검으로 허공에 검화(剑花)를 하나 찔러 넣었다.검화와 진도하의 주먹이 부딪혀 격렬한 소리를 냈다.퍽!조풍무와 허 장로는 에너
이 검은 진도하를 향했고, 속도가 최고조에 달했다.하지만 그는 검을 피하지 않고 맞이했다.이 검은 오는 도중 36번이나 수법이 바뀌었고, 수법마다 끝없는 살의가 깃들어 있었다.진도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이렇게 정교한 검법은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매번 수법이 바뀔 때마다 아주 매끄럽고 유창했다. 진도하가 원아경에 이르지 않았다면 검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이런 검술을 본 진도하는 전의가 불타올랐다.그는 체내의 기운을 끌어모아 검으로 만들고는 선배를 향해 찔렀다.두 사람의 검이 공중에서 부딪혀 에너지 파동을 일으켰다.쾅! 쾅! 쾅!검과 검 사이에서 큰 소리가 났고, 생성된 에너지는 주변 공간을 뒤틀린 듯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조풍무와 허 장로 두 사람은 행여나 영향받을까 봐 급히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진도하와 이 선배는 여전히 공중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360수를 겨룬 후, 두 사람은 동시에 멈췄다. 선배의 검은 진도하의 목구멍을 가리키고 있었고, 진도하가 들고 있던 검은 선배의 가슴에 닿았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동시에 검을 거두었다.이어 진도하가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선배님, 제가 졌습니다.”비록 두 사람의 검은 모두 서로의 급소를 향하고 있었지만, 진도하는 자신의 검이 선배의 가슴을 찌르기 전에, 자신의 목이 먼저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리고 진도하는 이 선배가 자신의 경계를 원아경으로 낮추어 싸웠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야만 두 사람이 서로 겨룰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도하는 몇 수만에 진작 패배했을 것이다.그래서 진도하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선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선배는 진도하의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넌 경계가 낮아서 진 것이 아니라 수법 때문에 진 것이야.”“수법이요?”진도하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선배를 바라보았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방금... 내 검술이 어떻더냐?”“아주
선배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네가 젊은 세대를 제압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너와 같은 괴물은 충분히 더 나올 수 있어. 그때가 되면 너는 지금의 이 초식으로 이길 수밖에 없어. 그리고 너의 초식은 날카롭지만 간단해. 단지 속도와 몸놀림에 의존할 뿐이지. 그러니까 너에게는 아무런 초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 너보다 경지가 낮은 사람을 만나면 마음대로 검을 휘둘러도 그를 죽일 수 있겠지만 너와 같은 경지인 사람을 만나면 너의 공격은 허점투성이로 보일 거야.”진도하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선배가 말을 이었다.“내가 봤을 때... 너는 검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네, 맞아요. 저는 확실히 제대로 검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그저 조금 익힌 후에는 제 페이스에 맞게 손을 쓴 것뿐이에요.”진도하의 말에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네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자신만의 초식을 만드는 것이야.”“그게 무슨 뜻이죠?”진도하가 선배를 쳐다보며 물었다.“내 말은 네가 자신만의 기본 틀을 만들라는 거야! 즉 수련하는 과정에서 오직 자신만의 기본 틀을 만들어야 해.”여기까지 말한 선배는 진도하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계속 말을 이었다.“조금 전 검법은 너도 봤을 거야. 매끄럽고 흔들림이 없어. 그렇지?”“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확실히 지금까지 이렇게 변화무쌍한 검법을 본 적이 없었다.“이게 바로 내가 만든 자체 검법이야.”“네? 직접 만들었다고요?” 진도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선배는 계속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렇게 놀라워할 필요 없어. 수련자들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모두 자체 초식을 만들 수 있어. 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체 검법을 만들고 주먹을 쓰는 게 편한 사람들은 자체 권법을 만들지...”선배는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았지만 진도하는 선배의 뜻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그때 선배가 계속 말을 이었다.“지금 너의 경지는 자신만의 초식을 만들 시기야.”진도
진도하는 문득 깨달았다.이것이 바로 선배가 이곳에 남은 아쉬움이었다. 오로지 자양파를 보호하기 위해서...진도하는 계속 말을 하려 했지만 선배는 손을 내저었다.“도를 닦는 수련의 길은 끝이 없어.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야. 게다가 나는 꽤 오랫동안 자양파를 지켜왔어.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때이기도 해.”그 말에 진도하는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다시 삼켰다.조풍무와 허 장로는 선배를 바라보며 고개 숙여 깍듯이 인사했다.“오랫동안 우리 자양파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러자 선배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내 뿌리가 여기에 있어, 그걸 위해 기꺼이 헌신한 거고. 그러니까 나에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선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정말 고맙다면 앞으로 자양파를 더욱 발전시켜 빛나게 해.”“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조풍무와 허 장로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선배는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그림자는 천천히 사라졌다.선배가 이제 진짜로 사라진다는 것을 느낀 진도하는 순간 마음속으로 이상한 느낌이 가득 몰려왔다.선배의 그림자가 이제 막 사라지려 할 때 진도하가 큰 소리로 물었다.“선배님, 선배님 성함을 알고 싶습니다.”“용지강!”이 말과 함께 선배의 모습도 완전히 사라졌다.하지만 진도하는 계속 그 자리에 선 채 혼자 중얼거렸다.“용지강 선배님, 오늘 가르쳐 주신 건 꼭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진도하는 이전에 검법이나 권법을 스스로 창조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항상 경지를 높여야 강해진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용지강 선배의 말을 들은 진도하는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경지를 높이고 자신의 육체를 단련하는 것 외에 자신만의 초식을 창조한다면 자기 자신의 모든 측면을 강화할 수 있고 그때가 되어야 같은 경지의 사람들과 어깨를 겨눴을 때 무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이때 자양파 노조 조풍무가 옆에서 한마디 했다.“저 선배가 누군지 알 것 같아요...”“누구인데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동안 여기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순간 진도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용지강 선배님이 이렇게 오래 살아계셨는데 지금도 살아계신다는 말씀입니까?”“아마도요...”조풍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진도하는 순간 깊은 생각에 잠겼다.만약 용지강 선배님이 아직 살아계신다면 그 뜻인즉슨 그는 수련에 성공하여 선경에 날아갔다는 것이며 어쩌면 이미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음을 의미한다.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용지강 선배님, 언젠가는 제가 선배님이 있는 세상에 가서 선배님과 함께할게요!’진도하는 자신이 분명 그와 함께할 수 있음에 충분한 자신감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비록 지금은 용천섬을 찾을 수 없지만 올해 12월 29 일되면 반드시 용천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그는 친부모가 누구인지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소위 하늘의 문이 어떻게 열리는지도 밝혀야 했다.12월 29일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진도하는 그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세 사람은 동굴에서 잠시 더 머물다가 조풍무와 허 장로는 자양공법을 적어놓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그들은 일분일초라도 더 빨리 자양파에서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을 선발하여 자양파의 진정한 공법을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진도하는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그는 이곳이 영적 기운이 충만하고 수련하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때마침 요 며칠 동안 별일이 없으니 차라리 이곳에서 수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진도하는 자신만의 공법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방금 용지강은 그에게 인생 수업을 가르쳤다.선배는 실력을 원아경까지 낮춰 진도하와 맞붙었지만 진도하는 여전히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것은 바로 진도하가 초식에서 졌다는 뜻이다.진도하의 초식은 간단하고 직접적이어서 그와 경지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쉽게 간파당해 상대방은 그의 초식을 쉽게 방어할 수 있었다. 이것이
진도하는 순간 눈썹을 찡그렸다.“검이 멋있다고 검법을 만든다고? 너무 제멋대로 아니야?”하지만 환상은 그의 물음에 확고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냥 검으로 해!”물론 진도하도 검을 쓰는 것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어렸을 때 드라마에서 본 검을 휘날리는 장면은 정말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게다가 조금 점, 용지강 선배와 싸울 때 확실히 검의 민첩성을 느꼈다. 그가 휘두른 서른여섯 가지 검법은 진도하를 손쓸 겨를조차 없게 만들었다. 이때 옆에 있던 환상이 말했다.“그것 봐. 어쨌든 멋있는 게 최고라니까!”진도하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검술을 연마하기로 마음먹은 진도하는 그가 본 검법을 회상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진도하는 그 어떤 검술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그때 환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내가 도와줄 수 있어...”“진짜?”진도하가 깜짝 물었다.“진짜...”잠깐 뜸을 들이던 환상은 이내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 전에...”진도하는 ‘그 전에’라는 말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됐어, 너의 도움 필요 없어.” 진도하는 환상이 분명 자기 몸속의 영적 기운이 다시 가득 찬 것을 알아차리고 흡수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황급히 거절했다.진도하의 반응에 환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늘은 너의 영적 기운을 흡수하겠다고 안 할 테니까.”“그럼 그 전에 뭐?”진도하의 경계하는 듯한 얼굴에 환상은 어이없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그 전에 너도 검을 갖고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검술을 연구할 수 있겠어?”환상의 말에 진도하는 멋쩍게 웃더니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무 위로 뛰어오르더니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검 모양으로 깎아 만들었다.그는 손으로 몇 번을 쥐고 흔들며 꽤 괜찮은 검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이때 옆에 있던 환상이 말했다.“장검을 손에 쥐었을 때는 우선 먼저 검을 잡는 자세부터 생각해야 해.”진도하는 그 말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환상이 말을 이었다.“검
하지만 진도하는 이 자세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러면 오른팔이 자기 배 앞에 있어야 하는데 이 자세가 별로... 멋져 보이지 않았다.진도하는 계속 고민했다.이내 그는 다시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흔들며 앞으로 뻗었다.다만 이 동작은 채 하기도 전에 진도하는 바로 멈췄다. 이렇게 하면 그의 검이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공격적으로 변하기 때문이었다.그가 원하는 검을 잡는 자세는 날렵한 끝으로 맹목적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지키고 싶은 게 우선이었다. 이때 환상이 그에게 한 마디 귀띔했다.“검을 잡는 자세가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검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순간 진도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챘다. 진도하가 장검을 잡은 자세는 마치 언제라도 칼을 꺼내야 할 것처럼 공격적이어서 그의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검을 잡은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진도하는 편한 자세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 그는 허탈한 마음에 바닥에 주저앉아 앞에 있는 폭포를 바라보았다.큰 기세로 아래로 흘러내리는 폭포와 그 아래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강을 바라보며 진도하는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원활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하늘의 뜻에 맡기자!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비우고 공중으로 껑충 뛰어올랐다.다만 진도하는 손에 나뭇가지를 잡고 위로 뛰어올랐다.그는 자신이 무의식에서 어떻게 이 검을 잡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그리고 공중에서 바닥으로 착지할 때 진도하는 자신에게 제일 편한 검을 잡는 방법이 백핸드라는 것을 깨달았다.착지하는 순간 그는 백핸드로 칼을 잡고 자리에 서 있었다. 이것을 깨달은 진도하는 몇 번이고 더 시도했다.매번 진도하가 무의식적으로 검을 잡은 상태는 항상 백핸드였다. 이런 검을 잡는 방법이 비수를 잡는 것 비슷했지만 별로 충돌이 없었고 진도하도 손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이렇게 진도하는 자신의 검법의 검을 잡는 자세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