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수는 설명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세 통로 중 어느 쪽이든 위험하니 잘 생각하셔야 해요.”“네.”“미리 말씀드리지만 제가 한빛궁을 연 후로, 이 세 통로를 통과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그래요?”일찍이 이주안에게 들은지라, 진도하는 놀란 기색이 없었다.“전에 아무도 통과하지 못한 건, 제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겠죠.”진도하의 말을 들은 현지수는 깜짝 놀랐다.“이렇게 자신만만한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아주 좋아요.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빠른 시일 내로 통로에서 나오길 바랄게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진도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곧장 세 개의 통로 앞으로 가서 훑어보았다.첫 번째 통로는 미궁.두 번째 통로는 환상 세계.세 번째 통로는 심마(心魔).대체 어느 통로를 선택해야 할까?만약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가장 쉬운 통로를 선택했을 테지만, 진도하는 가장 어려운 통로를 택하려 했다.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바로, 세 번째 통로는 사실 자체 테스트의 일종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는 자신이 미궁, 환상의 세계, 심마에 있으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결국 그는 심마를 선택했다.왜냐하면 심마가 가장 무섭다고 여겼기 때문이다.게다가, 자신의 심마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는 진심으로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그가 세 번째 통로를 선택하자, 나머지 두 통로는 모두 닫혔다.이주안은 옆에서 외쳤다.“진형, 부디 조심해요!”그는 진도하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남자의 실력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로운 태도에 탄복하고 있었다.비록 이주안은 하늘도 땅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 세 통로 중 어느 한 곳에도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하지만 진도하는 망설임 없이 발을 들여놓았다.이런 사람을 어떻게 탄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진도하는 그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낸 뒤 결연히 심마 통로로 들어섰다.같은 시각, 한빛궁의 입구에는 점점 더 많은 젊은 여자들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진도하가 앞으로 몇 걸음 전진했다.바로 이때, 그는 정식으로 통로에 들어섰다!테스트가 시작되었다!하지만 통로 안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진도하가 5분 정도 걸었는데도 변한 것이 없었다.그는 걸음을 멈추었다.“심마가 왜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거지?”진도하는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뿐만 아니라, 한빛궁 밖의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했다.“왜 통로 안이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지?”그녀들은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선배에게 물었다.“선배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통로가 왜 이렇게 조용하죠?”그 선배들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짐짓 신비로운 척하며 말했다.“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진도하는 잠시 제자리에 서서 생각했다.이치대로라면, 이 통로에서 예나 지금이나 안전하게 빠져나간 남자가 없으니, 이곳에 시체가 가득해야 한다.하지만, 통로에 들어선 지 5분이 되었지만, 시신 한 구도 보지 못했다.이런 의혹을 품고 진도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다시 1분 정도 걸었을 때, 진도하는 드디어 첫 번째 시체를 보았다.너무 오래된 시체라 뼈만 남았다.진도하는 갑자기 경각심을 세우더니, 모든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려고 감지력을 발산했다.이어 그는 걸음을 멈추고 시체를 몇 번 훑어보았다.이 시체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고, 어떻게 죽었는지도 보아 낼 수 없었다.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곧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열세 번째 시체를 보고 나니, 그가 통로로 들어간 지는 이미 15분이 넘었고 곧 20분이 다 되어갔다.순간, 한빛궁의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저 사람이... 안에서 20분을 채웠어.”“저 사람이... 기록을 깬 것 같아!”“맞아, 진짜 기록을 깼나 봐.”“게다가 상처 하나 나지 않고 멀쩡해. 어떻게 이럴 수가!”모두들 의아해하고 있었다.“심마 통로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 내가 들어가도 20분, 심지어 한 시간 정도 버틸 수
바로 이때, 진도하는 통로 끝에 도착했다.평소와 다름없이 그는 어떤 위험도 느끼지 못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다들 위험하다고 하는데, 난 왜 발을 들여놓고 지금까지 아무런 위험도 없었지?”순간, 통로 내에 이변이 발생했다.“꽈르릉!”통로 안쪽에서 귀가 아플 정도로 따가운 굉음이 울려 퍼졌다.진도하는 말할 것도 없고, 통로 밖에 있는 한빛궁의 모든 사람은 저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거대한 소리와 함께 통로가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잠시 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였다.진도하는 기운을 동원하여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마치 모든 것이 그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통로가 아무리 회전해도 진도하는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으며 통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곧이어, 통로 안의 돌이 굴러떨어지기 시작해 빗방울처럼 진도하를 향해 굴러갔다.이 광경을 보고 나서야 모두 깨달았다.“위험은 이제 시작된 거야!”사실 이건 현지수가 그에게 난도를 높인 것이었다.왜냐하면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지만, 통로 안은 산소와 기운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통로에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거워진다.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많은 체력과 기운이 필요하다.보통 사람들은 들어가서 5분 정도 걸으면 기운이 거의 소모된다.하지만 진도하는 기운을 소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는 이에게 통로가 안전하다는 착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진도하에게 난이도를 가중한 이유이다.그러면서 그녀도 진도하가 무사히 빠져나와 테스트를 통과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통로 안의 진도하는 갑작스러운 변고가 현지수의 소행이라는 것을 모르고 제자리에 서서 기운을 방출하여 보호막을 형성했다. 돌이 아무리 굴러떨어져도 조금도 그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이를 지켜보던 현지수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진도하의 체내에 대체 얼마나 많은 기운이 있는 거야? 기운을 물처럼 쓰고 있는데 전혀 소진될 기미가 안 보
그는 진도하의 맞은편에 떡하니 서 있었다.여유롭고 평온해 보였다.외모로 보나 자세로 보나, 진도하 판박이였다.진도하는 호기심에 찬 얼굴로 맞은편의 자신을 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진짜 사람이야?”“내가 진짜가 아니면, 네가 진짜겠어?”그의 태도는 아주 비우호적이었다.진도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그럼 너도 자신만의 사유가 있는 거야?”진도하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제2인격, 즉 머릿속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이라고 의심했다.소위 심마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한 가닥 악념일 수도 있다.맞은편 진도하가 덤덤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난 너의 제2인격도 아니고, 악념도 아니야. 난 나고, 넌 너야.”“네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난 다 알아. 네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다 할 수 있고. 만약 네가 죽는다면, 난 너를 대신해 진정한 진도하가 되는 거야.”진도하는 의아했다.“역시 넌 내가 뭘 생각하는지 알고 있어...”그는 이상하게 여겨져서, 참지 못하고 몇 번 더 훑어보았다.그랬더니 맞은편 진도하가 짜증스러운 듯 말했다.“잔말 말고 얼른 덤벼!”그는 아주 차갑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화가 많은 듯 보였다.진도하는 이 광경을 보고 더없이 익숙하게 느껴졌다.다른 사람과 겨루기 전에, 자신도 이런 태도였던 것 같다...그리고 참지 못하고 자신의 이마를 감싸고 속으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매를 벌었나?’고개를 들자, 맞은편 진도하는 안하무인으로 서 있으며 긍정의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모습, 진짜 매를 버네...”바로 이때, 맞은편에 있는 진도하가 먼저 공격을 해왔다.그는 번개 같은 속도로 진도하를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진도하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곧바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맞은편 진도하를 발로 차려했다.맞은편 진도하는 이미 예상한 듯, 다른 한 손으로 진도하의 다리를 막았다.진도하는 그제야, 맞은편 진도하가 자기 생각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분명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왜요?”“왜냐하면... 통로에서는 보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어. 에너지를 다 쓰면 그걸로 끝나지. 그런데 심마는 달라. 심마는 환화된 것이어서 에너지가 항상 가득해.”선배들의 설명에 젊은 제자들은 깨달음을 얻었다.“어쩐지 몇 년간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니. 게다가 심마는 테스트에서 제일 어려운 관문이잖아요. 그게 다 심마의 에너지가 항상 가득한 것 때문이라니.”그리고 같은 시각.진도하는 이미 심마와, 즉 또 다른 자신과 수백 차례 맞붙어 싸웠다.두 사람의 실력이 같고 또 서로 생각을 알고 있었기에 이 수백 차례의 싸움 동안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그러나 진도하는 체내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소모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맞은 편의 자신, 심마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그제야 그는 깨달았다.심마의 에너지가 항상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맞은편의 진도하가 냉소하며 말했다.“하하... 알아채도 이미 늦었어! 네 에너지는 언젠간 동날 테니까! 그때가 되면 넌 참혹한 모습으로 죽게 될 거다.”심마의 허풍에 진도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계속 이대로 해서는 안 된다.그는 에너지가 빨리 소모되지 않도록 통제하려 했다. 그는 공격하지 않고 방어 태세를 취했다.이를 본 심마가 비웃으며 말했다.“그렇게 하면 안전할 거 같아?”진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이에 심마가 이어서 냉소했다.“유치하긴. 내 에너지는 영원히 가득 차 있다고. 아무리 네가 방어 태세를 취해도 내가 끊임없이 공격하면 언젠간 네 에너지는 다 소모되고 말 거라고.”진도하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 우울해졌다.심마의 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든 심마가 모두 알 거라는 사실이 그를 어찌할 바를 모르게 했다.이 상황대로라면 그가 아무리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더라도 심마는 모두 미리 알고 방어할 것이다.심마는 지금 그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갉아먹는 뱃속의 회충과도 같았다.또 수백 차례 싸운 뒤, 진도하 체내의 에너지는 3분의 1밖에 남지 않았다.한빛궁 밖의
이주안 역시 자리에서 열심히 진도하를 응원했다.“형, 힘내요! 심마 꼭 이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통로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거라고 믿어요!”비록 진도하를 위해 응원하고 있어도 그 역시 진도하가 절망적인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그는 심지어 진도하에게 한빛궁의 위치를 알려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한빛궁의 입구를 찾아온 것도.그러나 자신이 진도하에게 알려주지 않더라도 그가 결국엔 한빛궁의 위치를 찾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를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어휴. 도하 형이 한빛궁에 들어간 목적도 모르겠어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목숨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간 건지.”동시에 그는 깊은 좌절감에 휩싸였다.진도하는 그가 본 젊은이 중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본인도 실력을 알고 기고만장하고, 안하무인이었다.그래도 이주안은 그의 실력에 탄복했다.만일 그가 통로에 들어갔다면 이 정도로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이를 생각한 그는 왠지 서글퍼졌다.진도하처럼 실력이 강한 사람마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자신 같은 사람은 더 통과가 안 될 것이 아닌가?“어휴... 대체 한빛궁은 왜 이렇게 규칙을 많이 세운 건지 모르겠어. 안에 대체 어떤 비밀이 있길래?”한편.진도하는 여전히 심마와 싸우고 있다.그의 체내 에너지 역시 거의 다 소모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좋은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어떤 방법을 생각해 내든지 모두 눈앞의 자신에게 들통나 방법을 행동에 옮길 수조차 없었다.“인제 그만 죽어라.”심마 역시 진도하 체내의 에너지가 거의 소모됐음을 알고 있었다. 그의 매 한 번의 공격은 모두 매우 강력해서 진도하가 어쩔 수 없이 에너지를 이용해 방어하도록 했다.또 한 번의 공격에 진도하는 어쩔 수 없이 체내 마지막 에너지를 동원하여 심마의 공격을 막아냈다.동시에 그는 최선을 다해 심마를 물리칠 방법을 생각했다.만일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내지
진도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심마는 말을 이었다.“그리고 내가 경지를 올릴 기회를 주겠어?”“닥치고 덤벼.”진도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심마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정 죽고 싶다면 그 소원 들어주지.”말을 마친 심마는 다시 한번 진도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이번에 그의 공격은 간단했다. 그저 주먹 하나가 진도하를 향했을 뿐이다.그는 에너지가 없는 진도하가 자기 주먹을 절대 방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이 장면을 본 한빛궁의 제자들이 한결같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에너지가 없는 진도하가 이 주먹은 당해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몇몇 겁 많은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눈을 가렸다.이주안의 동공이 순식간에 커지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형! 조심해요!”소리를 지른 그도 헛수고임을 알고 있었다.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에너지가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있겠는가. 심지어 그들은 경지도 같다. 그런데 진도하가 어떻게 저 주먹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그는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는 진도하가 심마에게 참패하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현지수는 이 순간 눈을 크게 떴다.그는 통로 내부를 살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도하 씨, 당신마저 이렇게 실패하는 건가요? 당신도 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는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젓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리고 바로 이때, 심마의 주먹이 진도하를 강타했다.“펑!”진도하의 몸이 거꾸로 된 채 날아갔고 공중에서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푸흑.”“컥.”그러나 진도하의 몸이 아직 땅에 닿기도 전에 심마가 앞으로 달려가며 그의 턱을 향해 왼 주먹을 날렸다.진도하의 몸이 붕 뜨며 포물선을 그렸다.이후 그의 몸은 굉음을 내며 바닥에 부딪쳤다.“펑!”진도하는 땅에 누운 채 움직이지 못했다. 입가에는 피가 끊임없이 줄줄 흘러나왔다.그의 몸 역시 통증 때문에 구부러져 있었다.심마가 진도하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졌어.”“켁.”진도하는 여전
이 순간 한빛궁의 제자들은 모두 놀라서 굳어버렸다.그들은 진도하가 남은 에너지가 없음에도 이렇게 강력한 주먹을 공격으로 맞받아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현지수도 의아하게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공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의 자신감과 패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현지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나 놀란 건 비단 그들뿐이 아니었다.심마 역시 놀랐다.그러나 그는 깜짝 놀란 후 오히려 냉소했다.“하하... 이걸 공격으로 받아친다고?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진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펑!”두 사람의 주먹이 공중에서 굉음을 내며 부딪쳤다.진도하의 몸이 다시 한번 거꾸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심마는 이어서 주먹을 강타하려고 준비했다.그러나 이때 진도하가 다시 한번 일어났다. 그리고 주동적으로 심마를 공격했다.심마가 의아하게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에너지도 없는데 어떻게 계속 내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거지?”그러나 진도하는 심마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이는 진도하가 선택한 전략으로, 만일 그가 심마의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뇌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말하지 않더라도 심마가 생각을 알게 된다.하여 진도하는 심마의 말을 듣고도 못 들은 척한 것이다.그러면 심마도 그의 진짜 생각은 감지할 수 없다.사실 그가 심마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경지를 높이는 동시에 육신도 단련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의 육신은 이미 단단하게 단련된 뒤였다.게다가 그의 육신이 금단경에 버금가는 존재였기에 심마를, 또 다른 자신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약점도 존재했다.바로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금단경의 고수와 맞붙으면 수동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만일 심마를 이기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경지를 높여 에너지를 회복하고 심마를 죽이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이 통로를 빠져나갈 수 있다.“펑!”두 사람의 주먹이 또다시 부딪쳤다.진도하가 입에서 선혈을 뿜었다.아무리 그의 육체가 단련되었더라도 결국 에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