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성은 갖고 있었던 취기단도 전부 다 먹은 상태다.더 이상 먹을 단약이 없다.자신이 남은 내공으로 청동탑을 한 번 더 복원했을 때 진도하에게 아직도 내공이 남아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청동탑을 복원할 능력이 없다.진도하는 결국 탑을 부수고 나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유문성은 더 이상 저항할 능력이 없다.하지만 자신의 내공도 거의 소진되고 있는데 진도하의 내공도 남아 봤자 얼마나 남아 있겠는가?유문성은 자신이 비록 거짓으로 위장한 초종사경이지만 내공만큼은 확실히 초종사경에 이르렀기에 무성경인 진도하의 몸속 내공이 절대 자신보다 많을 리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설사 진도하의 내공이 자신보다 많다고 해도 또 다른 단약이 있지 않은가? 그는 진도하가 갖고 있는 단약도 절대 자신보다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여기까지 생각한 유문성은 자신감이 넘쳤다.곧 그는 체내에 남은 내공을 전부 끌어모아 청동탑을 원래대로 복구시켰다.구경꾼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할 말이 없어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그들은 처음에 진도하가 반드시 죽으리라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진도하가 포기하지 않고 주먹으로 청동탑을 내리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진도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리고 청동탑에 균열이 난 것을 보고 그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나올 수 있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탑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이런 상황에 사람들은 어찌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아이고, 진도하는 이제 곧 죽겠네요.”“그러게요. 아마 진도하의 몸속에 내공도 얼마 남아 있지 않을 거예요. 유문성 저 어르신이 취기단을 벌써 십여 개를 먹었어요.”무술 고수들은 저마다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이런 말을 듣고 있는 강유진은 오히려 조금 전보다 초조함이 한결 가라앉았다.진도하의 단약을 만드는 능력으로만 봐도 진도하가 갖고 있는 취기단이 유문성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강유진은 알고 있었다.유문성의 내공이 다 소진되어도 진도하는 아마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
탑 안에서 튀어나온 진도하는 그 여느 때보다 기세등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더니 누군가가 외쳤다.“진도하... 저 사람 경지가 무성경을 넘은 것 같아요!”이 외침을 들은 사람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그 말에 맞장구를 치며 한마디 보탰다.“진도하의 경지는 아마 방천후와 유문성의 위에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유문성이 진도하 앞에 힘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유문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다 못해 자줏빛이 된 채 더듬거리며 말했다.“당신... 당신은... 어떻게 아직도 내공이 남아 있어?”진도하는 유문성을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그를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그러자 유문성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진도하는 거만한 태도로 유문성을 내려다보며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말했다.“왜냐하면... 나는 무술 고수가 아니니까!”말이 끝나자마자 진도하의 주먹이 유문성의 몸을 거세게 내리쳤다. 내공이 소진된 유문성은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어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퍽!유문성은 방천후가 판 구덩이에 떨어져 피를 몇 번 토하더니 이내 숨을 거두었다.그는 죽을 때까지도 진도하가 자신이 무술 고수가 아니라고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진도하는 청동탑을 거두어 주머니에 넣고 부모님을 향해 걸어갔다.부모님이 있는 곳에서는 아직도 싸우고 있었다. 유씨 가문의 무술 고수 중 몇 명의 경지는 강고수와 남궁 수화와 비슷하다. 물론 스물여덟 진형이 유씨 가문의 무술 고수들을 가두고 있지만 강고수와 남궁 수화 두 사람이 여러 명의 무술 고수를 상대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상황을 지켜보던 진도하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자양파 노조를 향해 외쳤다.“스물여덟 진형을 철수하세요. 내가 직접 나설 테니!”진형 대열에 있던 노조는 진도하의 목소리를 듣고 유문성과의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스물여덟 진형을 유지하던 자양파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1분 후, 탑 안에는 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진도하가 청동탑을 다시 회수하자 바닥에 몇 개의 잿더미가 나타났다.“이 탑의 위력이 생각보다 훌륭하네요.”진도하는 만족하는 듯한 얼굴로 청동탑을 거두었다.동시에 그는 청동탑의 신통력도 알게 되었다.한마디로 그가 불어넣은 신령스러운 기운이 많을수록 청동탑은 더 강해진다는 것!그리고 방금 진도하가 기운을 불어넣었을 때, 청동탑의 크기는 유문성이 진도하를 가뒀을 때보다 더 컸고 그 위력 또한 더 놀라웠다.이 발견으로 청동탑은 이제 진도하가 제일 아끼는 보물이 되었다. 자신의 경지가 높고 신령스러운 기운만 충분하다면 청동탑은 점점 더 강해질 수 있다.청동탑을 거둔 진도하는 강고수와 남궁 수화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고마워요. 오늘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말을 마친 진도하는 품에서 작은 약병 두 개를 꺼내 강고수와 남궁 수화에게 건넸다.강고수와 남궁 수화는 약병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진도하에게 물었다.“이게 뭐예요?”“제가 연습하면서 만든 단약이에요.”진도하가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강고수와 남궁 수화는 그제야 약병을 받았다. 두 사람이 안에 어떤 종류의 단약이 들어 있는지 보려고 열려고 하자 진도하가 제지하였다.“저녁에 집으로 돌아가 복용하기 직전에 약병을 여세요. 그렇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질 거예요.”이것은 진도하 선의의 거짓말이다.두 약병에 담긴 단약은 경지를 높일 수 있는 단약으로 얼마 전 진도하가 특별히 제련한 것이다.원래 그는 자양파 사람에게 주려고 했지만 오늘 강고수와 남궁 수화 두 사람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고 이렇게 큰 신세를 진 것에 자그마한 의사표시라도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강고수와 남궁 수화에게 먼저 단약을 주었다.비록 이 단약을 만드는 게 쉽지 않지만 진도하의 능력으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쉽게 만들 수 있었다.진도하가 만든 단약은 절대 유문성이 먹은 것처럼 단기간의 경지만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가 제련한 이 단약은 실제 경지를 높일
진도하의 말에 강유진의 얼굴은 더 빨개졌고 그녀는 진도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진도하 그제야 자기가 조금 전 한 말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강유진은 진도하에게 한 번 눈짓하더니 이내 할머니 임주란과 강씨 집안 사람들 뒤를 따라갔다.강고수도 강씨 집안 사람들의 뒤에 서서 그들을 따라가다가 진도하를 발견하고는 한 번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후 가던 길을 계속 갔다.그들이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탄 후 임주란이 강고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고수야, 왜 진도하를 도우러 나섰어?”강고수가 대답했다.“유씨 가문의 그럼 수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진도하의 부모님까지 들먹이며 협박했잖아요.”그 말에 임주란이 계속 물었다.“네가 이렇게 하면 우리 강씨 집안이 위험하다는 거 몰라? 이번에는 다행히 진도하 그놈이 이겨서 방천후와 유문성을 없앴는데 만약 진도하 그놈이 이기지 못했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생각해 본 적은 있어?”그러자 강고수가 이내 대답했다.“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진도하가 꽤 괜찮은 사람이고 유진이와 친한 사이라 그저 돕고 싶을 뿐이었어요.”임주란은 강고수를 한 번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앞으로 그러지 마! 너도 강씨 집안의 괴물이야. 네가 강씨 가문을 대표한다는 것을 잊지 마. 네가 나서면 다른 사람들은 진도하와 우리 강씨 집안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게 혹시 그 세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강고수는 임주란의 말이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할머니, 잘못했어요.”임주란은 그 말에 긴 한숨을 내쉬더니 눈을 꼭 감았다. ...강씨 집안 사람들이 자리를 떠난 후, 서미호에 있던 다른 가문들과 구경하던 사람들도 차례로 자리를 떠났다.진도하도 자양파 사람들을 거느리고 그곳을 나왔다.그들 일행은 차를 타고 진도하가 기주에서 산 별장으로 돌아갔다.별장에 도착한 후, 사
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는 서로 눈을 한 번 마주치더니 마지못해 단약을 받았다.진도하는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만 가보셔도 됩니다.”자양파 노조와 허 장로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진도하에게 공손히 인사하고는 자양파 사람들을 거느리고 별장을 떠났다.이 사람들이 떠난 후 진도하는 단약을 제련하는 가마 옆으로 가서 한 번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서 선생이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진 선생. 이번에는 틀림없이 이상 현상이 생길 거예요. 정말이에요!”진도하는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한 후 한 번 싱긋 웃더니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있는 부모님을 본 진도하의 죄책감은 극에 달했다.자기 한 사람 때문에 유씨 가문이 부모님들까지 괴롭힌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이 불효자를 용서하세요!”진도하는 너무 미안하여 저도 모르게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리고 그는 은침을 꺼내 부모님께 침을 놓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 두 사람 모두 서서히 깨어났다.유서화는 진도하를 보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얘야, 나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진도하는 감히 부모님께 진실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곳은 기주입니다. 두 분 다 지금 기주에 계시는 거예요.”“우리가 기주에 있다고?”진용진도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조금 전까지도 나와 네 엄마는 성운시에 있었어. 어떻게 눈을 뜨니 기주에 있는 거야?”그러자 진용진은 진도하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일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진용진의 물음에 진도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모님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진도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사실대로 말하자니 그러면 자기가 밖에서 물의를 일으킨다고 생각해 걱정할 것이고, 거짓말을 하자니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누군가가 그들을 납치해 자신을 위협했다
진용진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거지?”유서화도 그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도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우리 아들에게 해코지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들이 보호 차원에서 우리를 곁에 데려온 게 아닐까요?”진용진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마 아닐 거야. 만약 우리를 보호하려고 그랬다면 말할 필요도 없이 바로 우리에게로 왔거나 아니면 성운시로 가서 우리를 데려왔겠지.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잖아.”진용진의 말을 듣고 유서화도 조금 당황했다.“그럼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거예요? 왜 우리가 갑자기 기주에 와 있는 거죠?”진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닌 것 같아.”유서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우리 아들 출생 자체도 비밀인데 거기다 몇 년 동안은 실종되었다가 지금은 도대체 뭘 하는지 우리도 모르잖아요.”말하던 유서화는 잠깐 멈칫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기왕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김에 차라리 끝까지 모르는 척하는 게 어때요. 전 그저 아들이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어요.”“그래, 우리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들이 괜히 걱정할 거야. 우리는 그냥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척합시다.”진용진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내 두 부부는 서로 말을 맞추고 더 이상 성운시에서 갑자기 기주에 나타난 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유서화는 침대에 누워 말했다.“여보, 와서 어깨 좀 주물러 줘요. 어찌 된 일인지 어깨가 조금 아프네요.”“알았어!”진용진은 침대로 가서 유서화의 어깨를 주물러 줬다.두 사람은 누구도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걱정이 태산 같았다....진도하는 부모님 방의 불이 꺼지자, 별장을 나와 바로 강씨 본가로 향했다.그리고 그는 담벼락을 넘어 강유진이 있는 저
진도하는 물론 강유진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먼저 말을 꺼냈다.“유진 씨는 신비한 세가의 사람이 당신과 결혼하려고 찾아올 때까지 계속 강씨 본가에 머물러 있을 거예요?”강유진은 진도하의 말을 듣고 벙쪄서 기분도 가라앉았다.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나도 모르겠어요...”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면 된다고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그런데... 이번에야말로 그녀는 자신은 사실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고 이미 정해진 굴레에 따라 돌아갈 뿐 아무리 노력해도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는 항상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지지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더러 강씨 본가에 머무르라고 했다.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인해 강유진은 아버지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거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강씨 본가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다.“하지만 내가 지금 강씨 본가에 있다고 해서 그 결혼을 따르겠다는 건 아니에요.”진도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진은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도하 씨! 나 무술 고수가 되고 싶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나요?”진도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는 강유진이 무술 고수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진도하가 말이 없자 강유진은 진도하의 팔꿈치를 툭툭 건드렸다.“말 좀 해봐요! 방법이 있는지 없는지.”진도하는 그제야 반응했다.“강씨 가문은 근본이 무술 고수 가문인데 유진 씨가 무술 고수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닌가요?”강유진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도하 씨는 우리 강씨 가문이 무술 고수 가문이어서 나도 무술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하...”강유진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가 내 몸은 무술 고수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난 어릴 때부터 무술을 접한 적이 없었어요
진도하는 깜짝 놀랐다. 그의 마음속에는 감동의 물결이 솟구쳐 올랐다.그는 강유진이 무술 고수가 되려 하는 이유가 다름 아닌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도하가 아무리 무쇠 같은 사나이 일지라도 강유진의 말에 그의 마음속은 부드러움으로 가득 채워졌다.그리고 그는 조금 목이 메어왔다.“유진 씨... 무술 고수가 되려고 한 게 나 때문이었어요?”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쳐다보는 강유진의 두 눈은 굳은 의지로 반짝이고 있었다.비록 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진도하의 마음은 공연히 출렁거렸다.그때 강유진이 그를 다그쳤다.“도하 씨, 도대체 방법이 있어요 없어요?”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유진은 들뜬 눈빛으로 그를 몰아쳤다.“그럼 빨리 말해봐요!”진도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무술 고수가 되려면 아주 간단해요. 내가 주는 단약을 복용하기만 하면 돼요.”강유진은 끓어오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진도하의 어깨를 부여잡고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빨리 내놓지 않고 뭐 해요!”그녀는 진도하의 능력으로 이런 단약을 제련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면 그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흥분되어 있는 강유진을 보며 그녀의 몸에서 풍겨오는 향기를 맡으며 진도하는 눈앞이 아찔해져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유진 씨의 체질이 특이해 단약을 복용하면 이변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진도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유진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그럼, 도하 씨의 뜻은 그런 단약을 제련할 수 있지만 내가 복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맞아요.”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아직 강유진의 체질이 무엇이 다른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만약 강유진을 무술 고수로 만들어 버린다면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썩히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녀의 체질은 아마 신선 수련에 적합할 것이다.강유진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봉황의 눈물은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