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시간 후, 무술 고수 대회장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진도하는 주위를 한 번 대충 훑어보았고 대회장 안에 모여 있는 사람이 적어도 10만 명은 넘을 거라 생각했다. 진도하는 무술 고수 대회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정도로 큰 규모의 행사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진도하는 기껏해야 만 명 정도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무술 고수 대회가 기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때 한 무리의 사람이 강씨 가문의 관전 자리 앞을 지나갔다.이 한 무리는 인원수만 해도 족히 백 명은 넘어 보였다. 진도하는 이 무리의 사람들이 4대 가문 중의 하나일 것이라 추측했다.그리고 이때, 진도하는 그 무리에 오명훈이 있는 것을 발견했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진도하의 모습을 본 강유진이 옆에서 말했다. “이 사람들은 기주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오씨 가문이에요. 그리고 오명훈도 그 집안의 사람이기에 참석할 수 있어요. 이상할 게 없어요.”강유진의 말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오씨 가문의 일행들은 강씨 가문을 지나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 사람들의 자리는 진도하와 강유진과 매우 가까웠다. 오명훈도 자리에 앉자마자 진도하를 발견했고, 의도치 않게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진도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오명훈의 눈에는 질투와 원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진도하는 오명훈이 자신을 질투하는 이유가 자신이 강유진의 옆에 앉아있고, 또한 강유진과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또한, 오명훈이 자신을 원망하는 이유도 그가 자신에게 호되게 혼이 났던 기억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진도하 씨, 당신도 기주에 왔네요?” 오명훈이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왜요? 내가 오면 안 되나요?”진도하가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러자 오명훈은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비웃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되죠. 진도하 씨가 오는 것을 나는 무엇보다 바라고 있었
오프닝을 알리는 개막사와 함께 북소리가 대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 쿵! 쿵! 쿵!북소리는 천둥과 번개처럼 대회장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보이지 않는 살벌한 기운들이 대회장을 감싸고 있었다. 징! 징! 징!징 소리도 회의장 안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의 마음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회의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가 징과 북소리에 물들어 그들의 온몸의 피를 더 뜨겁게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자리에서 일어서 웃옷을 벗어 손에 쥐고 머리 위로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목청을 돋우어 마음속의 열기를 표출하고 있었다. 와! 와! 와!이런 뜨거운 감정은 약 5분 동안 지속되었고 한 사람이 경기장 중간에 나타난 후에야 멈추었다.이번 무술 고수 대회는 따로 링을 세우지 않았다.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고대 무술인들은 전투력이 강해서 링을 설치해도 몇 라운드 만에 링이 파괴되었다.그래서 이번 무술 고수 대회를 담당한 직원들은 100평 남짓한 구역에 줄을 그어 전투 구역으로 정했다. 출전자들은 이 구역 안에서 싸우기만 하면 된다. 구역 밖으로 나가도 지는 것이다.한 사람이 전투 구역의 중심에 서서 대회장을 한 번 휙 둘러보더니 말했다. “난 탁 씨 집안 탁영현이요. 오늘 무술 고수들과 한 판 겨루러 왔소.”말이 끝나자마자 한 중년 남자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전투 구역 안에 착지했다.“내가 당신을 상대하지!”이 사람은 바로 추씨 집안의 셋째 추지강이다.이 상황을 본 회의장 안의 사람들은 서로 자기의 의견을 분분히 말하고 있었다. “탁영현이 묘기 회마총 기술을 수련한 것 같던데 이번에는 추지강이 패배하겠네요.”그와 반면 다른 의견들도 분분했다. “추씨 집안의 셋째 추지강은 기술의 최고봉인 노화순청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탁영현은 추지강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예요.” 양측은 격렬하게 토론하고 있었고 그 누구도 승복하지 않았다. 강씨 집안과 오씨 집안 사람들도 서로 분분히 의견을 나누었다. 강성호가 먼저
진도하가 이렇게 대답한 이유는 탁영현이 자신의 경계를 제압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진도하는 며칠 동안의 관찰로 무술 고수들이 몇 개의 경계로 나누어져 있는지 알았다. 무술 고수, 무도 고수, 선천 무술자, 후천 무술자, 종사.물론 종사 위에 초 종사, 무성 등의 경계도 있다. 그 높은 경계는 한마디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탁영현은 보기에 후천 무술자 같았지만, 사실 그의 실력은 이미 종사경에 이르렀다.물론 탁영현의 실제 실력은 종사경 입문 단계에 불과 하지만 추지강을 때려눕히는 것쯤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강유진은 진도하가 자신의 한 말에 동조하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진도하의 팔짱을 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강유진은 비록 무술 고수에 대해 잘 모르지만 탁영현이 경기장 안에서 내뿜는 기운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래서 강유진은 탁영현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 단정했다.강유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오명훈은 진도하가 강유진에게 동조하는 것을 보고 시비 거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흥, 단약도 만들고 무술 고수들도 볼 줄 안다고요?”진도하는 오명훈의 말을 무시한 채 차분한 얼굴로 전투 구역을 바라보았다.이 모습에 오명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계속 말했다. “아는 척하지 마세요. 대회장에서 고작 몇 명이 탁영현 편에 있는지 보세요. 이곳에서는 다들 추지강이 이길 거라 확신해요.” 확실히 대회장 안의 많은 사람은 전부 추지강을 향해 깃발을 흔들며 응원의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탁영현이 이기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시끄러워! ”진도하는 참다못해 한 마디 쏘아붙였다. “모두가 추지강을 응원한다고 당신들의 말이 옳다는 보장이 있어요?”“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이 틀렸다는 증거가 되지 않나요?” 오명훈이 비웃는 얼굴로 차갑게 되물었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옳은지 그른지는 좀 이따 겨뤄보면 알겠네요.”오명훈은 자신만만한 얼
탁영현은 장총을 손에 꼭 쥔 채 추지강이 휘두른 검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자리에 그대로 서서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추지강이 휘두른 검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많은 사람의 눈에는 탁영현이 대결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오명훈은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말했잖아. 탁영현은 상대도 안 된다니까. 이 첫 번째 검으로 충분히 탁영현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어.”강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결판이 났네. 질 수밖에 없겠네.” 그들의 말에 진도하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되물었다. “그래요?” 진도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탁영현이 움직였다.“하!”탁영현은 한 번 소리 높게 외치더니 장총을 이용해 추지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순간 두 사람의 무기가 힘차게 부딪쳤다.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추지강의 손에 있던 검이 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탁영현은 그 틈을 타 바로 추지강 앞으로 가서 그의 목에 장총을 들이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얼굴로 서로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강성호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추지강이 어떻게 질 수가 있어?”오명훈도 얼굴이 점점 새파랗게 질리며 말했다.“추지강이 한 번도 공격을 막지 못했다고? 그럴 리가!”강성호와 오명훈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수많은 사람이 다 함께 보고 있던 현실 앞에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강유진은 진도하와 한 번 마주 보고 웃더니 강성호와 오명훈을 향해 말했다. “탁영현이 추지강의 상대도 안 될 거라고 하지 않았어?”오명훈과 강성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회장 내에 있는 추지강의 얼굴은 점점 잿빛에 가까웠다. 추지강은 사실 이번 무술 고수대회에서 자신이 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탁영현의 공격을 한 번도 막지 못한 채 처절하게 패배했다.장총이 또다시 추지강의 목구멍 가까이에 왔고 더 이상 반항하면 자신의 목을 관통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추지강
“설마 탁영현이 후천 무술자 경계인 것도 모른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문연준은 종사경을 돌파한 지 1년이 넘었어요. ”진도하 그저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명훈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면 조금 전 탁영현과 추지강의 대결도 그저 아무나 찍은 거였네요? 이들의 실력도 볼 줄 모르면서 평가를 하고 있다니… 하하, 좀 있으면 본인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될 거예요.”강성호도 고개를 옆으로 돌려 진도하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강성호는 오명훈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진도하가 고작 한번 맞힌 것은 아무거나 찍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과 같이 민망한 상황이 생길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오명훈처럼 진도하와 말다툼을 하지 않았고 자기 의견만 얘기한 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무뚝뚝한 얼굴로 오명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 이따가 자기가 한 말이 틀리면 민망하다고 쥐구멍이나 찾지 말아요.” 오명훈은 코웃음을 치더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장내 두 사람은 한창 싸우고 있었다. 문연준의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작은 나무 막대기 같이 생긴 두 개의 판관필이었다. 이것은 탁영현의 장총에 비해 한없이 하찮아 보였다.하지만 초반 공격에서 문연준이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이게 바로 후천 무술자와 대가의 차이야!”오명훈이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진도하는 그저 웃어 보였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장내 두 사람은 계속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서로 두 번의 공격을 한 후, 장내에 있던 탁영현이 갑자기 피를 토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오명훈이 통쾌한 얼굴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누가 탁영현이 6연승을 할 거라고 했어?” 오명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회장 안의 상황이 갑작스럽게 변했다. 탁영현은 시뻘건 피를 한번 내뱉더니 손으로 장총을 꽉 잡으며 기세등등한 얼굴로 말했다. “낮은 경계로 이 대결에 맞서려고 했는데 후천 무술자와 대가 사이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것 같소.” “그렇다면
문연준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고 최강의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죽어!”문연준은 손에 쥔 두 개의 판관필로 탁영현을 공격했다.후천 무술자와 종사경의 경계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었다. 문연준의 공격은 더없이 맹렬했다.탁영현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문연준의 공격을 잠시 피했다. 뒤로 몇 걸음 걸어가던 탁영현은 장총을 바닥에 한 번 휙 그었고 그 자리에는 빨간 불꽃이 일었다. 슥! 슥! 슥!공격이 허공만 찌르자 문연준은 더 빠른 속도로 판관필을 휘둘렀다. 이번 공격 속도는 조금 전의 공격보다 몇 배는 더 빨랐고, 이제 탁영현이 몇 걸음만 더 뒤로 가면 경기장을 벗어나게 된다. 규정에 따라 경기장을 나가기만 해도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대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오명훈만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허허… 탁영현이 종사경에 이르렀다고 한들 어떻습니까? 어차피 질 게 뻔한데요.”그러나 아무도 오명훈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들은 대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문연준은 탁영현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탁영현은 이제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경기장을 벗어나게 된다.많은 사람들이 탁영현이 패하리라 생각하고 있을 때 탁영현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탁영현의 손에 있던 장총은 그의 머리 위에서 곡선을 그렸다.“이것은 회마총입니다!”공격 수법을 알아본 누군가가 갑자기 소리쳤다.문연준이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장총은 문연준의 목구멍 앞까지 왔다. 문연준은 자리에 선 채 꼼짝달싹하지 못했고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탁영현이 마음만 먹으면 조금 전의 공격으로 충분히 자신의 목을 그대로 관통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같은 종사경의 문연준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만약 탁영현이 봐주지 않았더라면 문연준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문연준은 손의 판관필을 주머니에 넣으며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제가 졌습니다.”탁영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수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오수하는 어느새 주천록 옆까지 다가왔고 그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주천록은 깜짝 놀랐다.그는 오수하가 말을 하자마자 바로 움직일 줄은 생각도 못 했고, 그것도 종사경에서 가장 강한 실력으로 공격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같은 종사경인 주천록조차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라 공격을 막아내려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발 늦었다.주천록은 최대한 몸을 움직여 급소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오수하가 가한 일격은 주천록의 어깨에 단단히 박혔다.퍽!주천록은 바로 시뻘건 피를 토했다.주천록은 위 속에서 끓어오르는 피를 최대한 짓누르고 있었고 몸을 뒹굴며 외쳤다. “이놈아, 감히 나를 기습해?”장내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경멸하듯 말했다.“오가의 천재라더니 정말 비열하네요!”그러나 어떤 사람은 오히려 오수하의 편을 들며 말했다. “기습하지 말라는 규정도 없을 텐데요? 그러면 두 사람이 맞붙기 전에 서로 공격 시작이라고 인사라도 해야 합니까? 허허, 경기장에 들어간 이상 규정만 어기지 않으면, 공격해서 이긴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겁니다.”물론 이 말에 일리는 있지만 이런 행동은 뭔가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줬다.옆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한마디 보탰다. “전쟁에 나가 죽여버려야 하는 적도 아닌데 규정에 없다고 기습을 한다고요? 정말 수치스럽네요! 종사로서의 품격이 전혀 없어요. 무술 고수대회가 여러 해 열리는 동안 이번과 같은 기습은 처음입니다. 허허… 내가 봤을 때 오수하의 경계도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이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양측의 격렬한 논쟁이 시작됐다.사실 누구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었다.진도하도 오수하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전쟁 속에서 서로 속이고 죽이는 상황을 많이 봤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자신의 인성을 잃는 것도 자주 겪었었다.그래서 오수하의
주천록은 깜짝 놀라 몸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번 공격은 그대로 주천록의 가슴을 강타했다.퍽!큰 소리와 함께 주천록은 경기장 밖으로 내팽개쳐졌고 혼수상태에 빠졌다.“비겁해!”주씨 집안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오수하에게 따지려고 대회장 안으로 우르르 달려갔지만 주위의 안전요원에 의해 가로막혔다.그들은 어쩔 수 없이 마음속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일단 먼저 주천록을 밖으로 부추겨 나와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대회장 안에 소동이 발생했다.“세상에! 오수하, 너무 비겁해!”“주 종사를 쓰러뜨려 놓고 한 번 더 공격하다니! 무슨 원한으로 이러는 거야?”“게다가 주 종사가 반격할 힘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심하게 공격을 하다니… 마지막 공격 한 방에 주 종사가 죽음을 면했을지는 몰라도 아마 폐인이 됐을 거야. 하…”모두가 오수하의 행동에 분노하고 있었다.진도하도 이 광경을 보며 오수하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진도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술 고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약한 자가 잡아먹히는 세상이며 어떤 수단을 쓰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오수하는 차가운 얼굴로 경기장의 중심에 서서 입을 열었다. “나에게 감히 도전할 사람이 있는가?”오수하의 이 한마디는 소동이 일어난 시끄러운 대회장 안에서 유난히 귀에 거슬리게 들렸다.모든 사람이 대회장 안의 유씨 가문, 강씨 가문, 그리고 자양파와 풍뢰파가 앉아있는 관전 구역을 바라보았다.비록 오수하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조금 전 그가 보여준 실력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관전 구역에 앉아있는 몇 개의 가문과 파벌 외에는 아무도 감히 경기장으로 발을 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회장 안의 관중들은 모두 여러 가문과 파벌들의 대표가 나가서 오수하를 한바탕 혼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나올 사람이 없습니까?”오수하가 기세등등한 얼굴로 관전 구역의 가문과 파벌들을 보며 도발하고 있었다.이때 강재만 옆에 앉아있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