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낙요는 피로 부적을 그렸고 주문은 공중에서 적염장검으로 변하여 매섭게 화혼진에 꽂혔다.진법이 파괴되자 붉은빛이 일면서 점차 갈라졌다.그와 동시에 동굴 안에 맺힌 원한도 격하게 움직이며 미친 듯이 용솟음쳤다. 이상한 바람이 크게 불어와 소용돌이처럼 낙요와 부진환을 삼키려 했다.부진환은 빠르게 움직여 비수를 석벽에 꽂았고 단번에 낙요를 잡아당겼다. 그 덕에 두 사람은 원한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않았다.낙요는 손끝에 부적을 쥐고 앞으로 뿌렸고 금빛이 어둠 속에서 밝아졌다. 수많은 원한은 금빛의 반짝임 하에 점점 흩어졌다.동굴 안도 빠르게 고요함을 되찾았고 시야도 밝아졌다.두 사람은 동굴 안을 한바탕 돌아보았지만, 잘려있는 시체 외에 다른 발견은 없었다.뒤이어 석림 속에서도 찾아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그리고 소예도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낮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으니 두 사람은 먼저 떠나 마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그와 동시에 마을 사람들이 마을 어귀에 모여있었고 소 씨 아주머니가 조급한 모습으로 서방과 아들을 구해달라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부탁이오. 우리 집 그 두사람이 일이 생기면 다음은 당신들 차례 아니오?""마을에 사람이 이리 많은데 그 여자 귀신을 제거할 방법은 반드시 있을 것이오.""제발 도와주시오."마을 남정네들도 긴장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난처하게 말했다."도와주지 않는 것이 아니네. 우리가 어찌 그 귀신의 상대가 되겠는가?""게다가 복수하려 온 것 같은데 그 부자가 여인에게 그런 일을 했으니 복수하러 온 것도 당연한 일이네.""우리야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것이네."많은 아낙네도 맞장구를 쳤다."맞소. 우리가 맨주먹으로 무슨 수로 사람을 구하고 귀신까지 없애겠소. 방법이 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잡히지도 않았을 것이오.""잡혀간 사람들 모두 그 부부를 해친 적 있소. 우리야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 복수를 당하지 않을 것이오."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멀지 않은 담벼락에서 낙요와 부진환은 그들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보아하니 이 마을에서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듯하다.두 사람은 무거운 마음으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분노가 차올랐다.부진환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일단 촌장에게 돌아가 자세한 상황을 물어보고 사실이라면 이 마을 사람들을 모두 잡아야 하오.""한 명도 놓쳐서는 안 되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와 함께 촌장에게 돌아갔다.촌장은 아직도 초조하게 앞마당을 배회했고 그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다급히 마중했다."돌아왔구먼! 괜찮은가?""여자 귀신은 찾았소? 잡힌 부자는 만났소?"낙요는 답하지 않고 반문했다."마을 이전에도 사람들이 잡혀갔지요? 찾아간 적 있습니까?"촌장은 탄식했다."그 녀석의 내력을 알고 있으니, 누가 감히 가겠는가?""평범한 귀신이 아니네. 살이야. 득도한 고인이 아니라면 누가 그녀를 제거할 수 있겠소?""잡혀간 사람들도 아마..."그들이 이렇게 묻는 이상 끌려간 부자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밤새 바삐 일했으니 어서 좀 쉬시게.""하인에게 식사를 준비하라 시켰네."촌장은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려 그들을 데리고 본청으로 들어갔다.구부정한 촌장의 뒷모습은 조금 늙어 보였다.두 사람은 그를 따라가 음식을 먹고 배를 채웠다.낙요는 직언했다."촌장님, 돌아오는 길에 말을 조금 들었습니다.""방 씨 아주머니가 마을 사람들이 적잖은 부녀자를 유괴하여 집에 가두고 아이를 낳게 했다던데, 이 일을 잘 알고 있지요?"촌장의 안색은 조금 변했다. 그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수치스러워했다."그 일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말해주십시오.""사람이 죽은 일이니 그렇게 쉽게 잊히진 않았지요?"촌장은 잠자코 있다 책자 한 권을 가져왔다.그리고 그들에게 건넸다."그동안 양심이 편치 않아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했네. 눈만 감으면 죽은 사람들이 찾아왔네.""이 책자에 기록된 것은
부진환도 화가 치밀어 올라 캐물었다."마을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는데 왜 관아에 보고하지 않았습니까?""그들이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까?"촌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눈가의 눈물을 몰래 훔쳤다."하산하는 길은 나도 갈 수 없네.""내가 산에서 내려갈 수 있었다면 이 석림촌이 어찌 이렇게 되었겠는가?""난 젊었을 때 사냥꾼이었네. 덫에 걸려 다리가 부러졌고 여러 해 동안 치료를 했었네. 비록 상처는 나았지만, 기껏해야 걸을 수 있을 뿐이네.""하산하는 그 가파르고 험난한 길을 나는 갈 수 없네."촌장의 말투는 서글프고 답답함이 배어있었다.낙요가 노여워했다."그것은 이유가 아닙니다!""소식을 전하고 싶었다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었을 겁니다!""예전에 산으로 온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어떻게든 한 사람을 구해 안전히 하산시키면 소식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촌장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자네의 말이 맞네. 내가 너무 쓸모없는 사람이네."낙요는 화를 참고 다시 물었다."석림촌 사람 중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촌장은 대답할 면목이 없었다."마을 사람들은 거의 그 책자에 적혀있네.""그들은 이 일에 있어 이상하리만치 단결하고 있네. 그들을 따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네.""그래서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은 많든 적든 한 명의 목숨은 앗은 적 있는 자들이네."그 말을 듣고 낙요는 마음속으로 이미 계획을 세웠다.낙요는 책자를 부진환에게 건네주었다."먼저 죄증을 챙기고 하산하시오. 그리고 사람을 데리고 잡으러 오시오.""나는 저녁까지 남아 있다가 다시 그 여자 귀신을 찾아보겠소.""해결되면 산에서 내려가겠소."부진환은 멈칫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내뱉으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혼자 조심하시오."부진환이 자리를 떠나려 하자 촌장이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지금 하산하려는 것인가? 그럼 나도..."낙요는 촌장도 산에서 내려가고 싶어 한다는 것
낙요가 달려갔을 때 역시나 방 안에서 소예를 보았다. 붉은 혼수 복을 입고 검은 머리를 날리며 창백한 얼굴에 증오가 가득했다.낙요는 달려들어 촌장 앞을 가로막았다.소예는 놀라서 그녀를 보며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나와 동병상련이라 가만두려 했는데 눈치 없이 굴지 말거라! 어서 비키거라!"낙요는 손끝에 부적을 하나 쥐었다.한 줌의 불꽃이 펄쩍 뛰어올라 순식간에 사방의 음기를 사라지게 했다.소예의 창백한 얼굴에 분노가 더해졌다."나를 상대하러 청해 온 자구나!""그럼 너도 죽이겠다!"분노에 가득 찬 쉰 소리가 흘러나오자, 사방의 음기가 광풍을 일으켰다. 촌장은 순식간에 허공으로 말려들어 무서움에 비명을 질러댔다.그리고 곧 바람으로 인해 벽에 세게 부딪혔다.낙요는 침착한 몸짓으로 몇 개의 부적을 흔들었다. 그녀는 비수로 손끝을 찔러 피로 진을 그리며 소예를 공격했다.소예는 눈앞에 있는 여자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진이 그녀의 몸에 떨어지자 격렬한 화상으로 인해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울부짖으며 얼굴을 움켜쥐었고 창백한 얼굴은 썩은 듯 빨갛게 변해 피를 흘리고 있었다.두 눈은 마치 빠질 것만 같았다.집안의 바람도 멈추었고 촌장은 바닥에 떨어져 일어나지 못했다.낙요는 소예를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기에 잠시 손을 멈추려 했다. 낙요는 그녀를 막고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소예는 더욱 격노하여 울부짖었다."혼비백산하더라도 그를 죽일 것이다!"소예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진법을 뚫으려 했다.눈에는 촌장의 모습만 서려 있있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낙요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러다가 소예는 정말 혼비백산할 것이다."소예 아가씨! 먼저 침착하시오! 자네의 원수는 이미 죽었소. 대체 촌장과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이오?"소예는 멍하니 낙요를 바라보았다."어찌 내 과거를 아는 것이오?""알고 있지만 절대 그자들이 청한 사람이 아니오. 난 아가씨를 상대하려는 것이 아니오. 가능하다면
그는 벽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나네.""그 당시 두려웠네. 산에서 내려가 관청에 고소할까 봐 두려웠네. 그러면 나는 끝이네.""마을을 지키고 자네를 살해해 시체를 미석진에 던질 수밖에 없었네. 그 진법은 선조의 제사용 제단이라 진법 안에 있는 망혼을 제압할 수 있었네. 원혼이 돌아와 사람을 죽이지 않았지.""이렇게 오랫동안 아무 일 없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자네가 돌아올 줄은 생각지 못했네..."낙요는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까지 뉘우치긴커녕 오히려 그 진법이 효력을 상실해 소예 아가씨가 돌아와 복수를 했다 탓하는 겁니까?"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후회하네. 나는 늘 후회하며 살고 있었네.""이렇게 물꼬를 텄으니, 내가 석림촌을 지금처럼 만들었네.""더 이상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모든 것은 이미 늦었네."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말했다."그 당시 우리 마을은 외부와 연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네. 관아 사람들이 와서 하산길을 팠고 우리에게 산 아래로 옮겨 지낼 수 있다고 했네.""다만 우리 마을은 다른 마을과 합쳐질 것이고 더 이상 촌장이 아니라 했지.""젊었을 때 다리를 다쳤지만, 석림촌 촌장이니 모두 먹을 것을 주었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들 나를 챙겨주었네.""하지만 산 아래로 가면 나는 더 이상 촌장이 아니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난 아무것도 못 한 채 외롭게 죽을 테지.""나의 사사로운 마음 때문에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여 산속에 남아 있게 했네.""산 아래 생활은 더 편리하고 경작할 밭까지 주었네. 가파른 길을 더 이상 갈 필요가 없고 숲으로 들어가 사냥하다 위험에 부딪히는 것을 무서워할 필요도 없었네. 그리하여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었네.""더 중요한 것은 마을에 아낙네들이 적었네. 많은 여인이 아이를 낳다 죽었고 마을에 대단한 의사도 없었네.""모두 마을에 남아 있는 것을 동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처음 약초를 캐러 산을 오른 아가씨가 마을
피가 벽에 가득 튀었다.그 후 낙요는 병에 넣어두었던 손완의 영혼을 꺼내 풀어주었다.그녀는 손완에게 귀띔했다."복수할 기회가 왔습니다.""손완 아가씨는 밖으로 나가 마을 사람들이 겁을 먹어 외출하지 못하게 하고 소예 아가씨는 나의 몸을 빌려 그곳으로 가면 그들은 결코 막지 못할 것입니다.""오늘 밤, 아무도 놓아줄 수 없습니다!"손완은 격동되어 온몸에 강렬한 살기를 내뿜었다.그녀는 재빨리 집을 뛰쳐나갔다.그리고 낙요도 천천히 걸어 나갔다.마을에 음산한 바람이 불자 많은 사람이 재빨리 켜고 있던 불을 끄고 숨을 곳을 찾았다.소예는 가장 가까운 방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열지 않았다.그녀는 혼자 걸어 들어갔다.좌우로 방 안을 살피다 침대 밑에 숨어 있는 남자를 찾았다.상대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이내 그녀를 알아보았다."왜 자네요?"남자는 얼른 침대 밑에서 기어 나왔다."이 밤에 왜 왔소?"소예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촌장에게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나를 도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으십시오. 기회를 찾아 산에서 내려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여기서 죽을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남자의 안색은 변했다."뭐? 그럼, 촌장도...""정말 대단하오.""하지만 지금 나가면 위험하지 않겠소?"낙요가 답했다."촌장이 잡혀갔으니 그 여자 귀신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아무튼 난 하산할 테니 하산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두십시오."말을 마치고 그녀는 밖으로 향했다.남자는 얼른 답했다."하산하겠소! 우리도 산에서 내려가겠소!"촌장도 없는데, 이번에 산에서 내려가지 않으면 모두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다.남자는 긴장한 채로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마을 어귀에 모여 산에서 내려가자 했다.촌장이 잡혔다는 소식 때문인지 손완의 위협이 작용했는지 다들 두려워했다. 마을에 남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모두 무서웠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니 조금 두려움이 가셨다.곧 마을 입구에 사람들이 점
큰 원수는 시원히 갚았지만, 억울하게 죽은 자신과 서방을 생각하니 그녀 마음속의 원한은 풀리지 않았다.왜 하늘이 그들을 이렇게 대하는 것인가!이 악인들의 목숨으로 서방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소예는 힘을 너무 많이 소모하여 검을 바닥에 받치고 반쯤 무릎을 꿇었다.그때 낙요가 몸을 차지해 손바닥을 벌리자, 소예는 그녀의 몸에서 나왔다.그녀는 지금 소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원한은 이전처럼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아가씨 서방님은 이미 환생했으니, 다시는 전생의 고통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다만 아가씨는 이미 귀신이 되었고 죄가 무거워 환생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온갖 고문을 받아야 하니 먼저 나를 따르는 것이 어떻습니까?"소예는 다소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아가씨는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낙요가 답했다."예전에 여국 대제사장이었습니다."소예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여국의 일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천궐국의 대국사가 여국의 풍수사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여국의 대제사장은 더 말한 것 없이 대단하다.그녀의 말은 믿을 만하다."예. 같이 가겠습니다."이어 낙요는 손완을 바라보았다."며칠 전 아가씨의 사촌 여동생이 산에 와서 아가씨를 찾았습니다. 비록 그녀도 잡혔지만 이미 구조되어 산에서 내려갔습니다.""부모님께서 병이 심하다 들었는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돌아가서 그들을 보고 환생하십시오."손완은 눈시울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다시 그녀들을 병에 넣었다.고개를 들어 보니 곧 날이 밝아 가고 있었다.그녀는 시체에 기름을 뿌려 불로 시체와 석림촌 전체를 태웠다.산에는 숲이 있지만 돌이 많아 큰불을 차단할 수 있었다. 불은 석림촌만 태웠다.날이 밝을 무렵에야 낙요는 마을 밖의 돌 옆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였다.날이 밝자 부진환도 제때 사람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그러나 지금의 산에는 큰불이 휩쓸고 지난 폐허와 검게 탄 바닥뿐이다.따라온 병사들
식탁 가득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뿐이었다. 낙요는 배가 고파서 얼른 밥 한 그릇을 떠서 허겁지겁 먹었다.부진환은 천천히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천천히 드시오. 체하겠소."그리고 차 한 잔을 따랐다.배불리 먹은 후 낙요는 의자에 기대어 부진환을 무심코 바라보았다."나한테 묻고 싶은 게 없소?"부진환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책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온화했다."배불리 먹었소?"낙요는 난감한 듯 웃었다."배불리 먹었소.""난 석림촌 일을 말한 것이오. 나한테 묻고 싶은 것이 없소?"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손에 든 책을 계속 보며 담담히 말했다."없소.""석림촌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소?""이미 사람을 보내 수색했소. 한 명도 없었소.""놀랍지 않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잘했소."부진환은 놀랍지 않았다. 그날 그녀가 그를 산에서 내려가라 한 후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낙요는 의아해하며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았다."일부러 다른 곳에 보내고 이 일을 했소. 화가 나지 않는 것이오?"부진환은 다시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 마을 사람들은 죽어도 마땅하오. 모두 감옥에 넣으려 해도 관아 감옥의 규모로 보아 부족할 뿐이오. 참수를 기다리는 동안 먹고 마시는 것까지 챙겨주어야 해서 옥졸의 일만 늘려야 하오.""불로 태우니 차라리 깔끔했소.""다만 이 일은 내가 할 수 없소. 나는 섭정왕이기에 율법을 지켜야 하오. 함부로 할 수 없소.""나의 처지를 이해하고 산에서 내려보냈는데, 내가 왜 화를 내겠소?"부진환의 목소리를 너무 부드러워 봄날의 따뜻한 바람처럼 낙요의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녀는 사실대로 답했다."사실 내 생각은... 마을 사람들 모두 가증스러웠소. 음모를 주도한 자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사람을 죽인 적 없는 부하일 뿐이오.""그러니 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