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가득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뿐이었다. 낙요는 배가 고파서 얼른 밥 한 그릇을 떠서 허겁지겁 먹었다.부진환은 천천히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천천히 드시오. 체하겠소."그리고 차 한 잔을 따랐다.배불리 먹은 후 낙요는 의자에 기대어 부진환을 무심코 바라보았다."나한테 묻고 싶은 게 없소?"부진환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책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온화했다."배불리 먹었소?"낙요는 난감한 듯 웃었다."배불리 먹었소.""난 석림촌 일을 말한 것이오. 나한테 묻고 싶은 것이 없소?"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손에 든 책을 계속 보며 담담히 말했다."없소.""석림촌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소?""이미 사람을 보내 수색했소. 한 명도 없었소.""놀랍지 않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잘했소."부진환은 놀랍지 않았다. 그날 그녀가 그를 산에서 내려가라 한 후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낙요는 의아해하며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았다."일부러 다른 곳에 보내고 이 일을 했소. 화가 나지 않는 것이오?"부진환은 다시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 마을 사람들은 죽어도 마땅하오. 모두 감옥에 넣으려 해도 관아 감옥의 규모로 보아 부족할 뿐이오. 참수를 기다리는 동안 먹고 마시는 것까지 챙겨주어야 해서 옥졸의 일만 늘려야 하오.""불로 태우니 차라리 깔끔했소.""다만 이 일은 내가 할 수 없소. 나는 섭정왕이기에 율법을 지켜야 하오. 함부로 할 수 없소.""나의 처지를 이해하고 산에서 내려보냈는데, 내가 왜 화를 내겠소?"부진환의 목소리를 너무 부드러워 봄날의 따뜻한 바람처럼 낙요의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녀는 사실대로 답했다."사실 내 생각은... 마을 사람들 모두 가증스러웠소. 음모를 주도한 자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사람을 죽인 적 없는 부하일 뿐이오.""그러니 대부
낙요는 살짝 놀랐다."왜 그러시오? 어디 아프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책을 덮고 미간을 어루만졌다."그동안 피곤했나 보오. 괜찮소."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따라 그는 늘 자신도 모르게 소견당 생각이 떠올랐다.영문도 알 수 없이 소견당의 그림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비록 부진환은 그렇게 말했지만, 낙요는 강제로 그의 손목을 잡아 맥을 짚었다."내가 보겠소."지금 부진환의 몸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으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맥을 짚어보니 부진환의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다만 낙요는 그의 몸에 이상한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마음속으로 의심스러워 그녀는 부진환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그의 팔뚝을 보았다.뜻밖에도 한 가닥의 뚜렷한 핏줄이 있었다.부진환도 깜짝 놀랐다."이게 무엇이오?"언제 나타났는지 그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대체 누가 부진환에게 손을 썼는지 생각했다."청연?"부진환은 낙요의 엄숙해진 표정을 보고 긴장을 금치 못했다.낙요는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그를 보았다."누군가의 술법을 당한 것을 알고 있소?"그녀는 손가락으로 부진환의 명치를 찔렀다."이 핏줄이 당신의 명치까지 자라면 스스로 주체할 수없이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오."이 말을 듣고 부진환은 안색이 변했다."무슨 소리오?""대체 언제 생긴 것이오?"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도대체 언제 당했는지 회상했다.낙요는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솔직히 말하오. 요 며칠 나와 있으면서 머릿속에 누구를 생각하고 있었소?"부진환은 멈칫하다 명치에 대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 가슴에 꽉 눌렀다."맹세하오. 열 번도 생각하지 않았소. 이미 최대한 자제했소.""그 그림자가 억지로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소.""여국 성수에 비했을 때 이 술법은 어떠하오? 내가 직접 낙월영을 죽였으니, 이번에도 이 술법을 막을 수 있소."그가 이렇게 진지하게 설명하니 낙요는 저도 몰래 마음이 약해졌다.그녀는 말투를 부드럽게 고쳤다."됐소.
부진환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두 사람은 인근 몇몇 마을과 관련된 상소를 함께 살펴보았다.이튿날, 그들은 바로 다음 마을로 출발했다.그러나 상황은 석림촌처럼 복잡하고 음산하지 않았다. 그저 묘지에서 시체가 나타나 야반에 마을을 습격했다.사상자가 있었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낙요는 무덤에서 깃발을 발견했고 그 남자의 소행이라 생각했다.묘지의 시체를 해결한 후 낙요는 마을에 진법을 설치하여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사후에 낙요는 일부 촌민에게 물어 단서를 알아냈다.몇 달 전 분명 외지 남자가 마을로 들어왔고 신비로운 옷차림에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라 한 뒤 돈을 주며 마을 사람들의 집에 7, 8일 묵었다.하숙하는 그 집 아들이 마침 인근 마을의 학당에서 공부하고 있어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그는 외지 남자의 모습을 그려냈다.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차림새와 풍기는 기운으로 보아 이미 확실하다."바로 이 사람이오.""사술을 수련하는 사람이오."부진환은 초상화를 받아 보았다."맞소. 아주 특징을 잘 잡아 그렸소. 시선에 숨길 수 없는 사악한 기운이 있소."낙요가 답했다."무서운 것은 항상 기억에 잘 남는 법이오."마을 사람들은 그날 바로 마을로 돌아갔다.낙요는 부진환과 함께 부근을 순시했고 현지 현령이 동행했다."섭정왕, 이곳의 지세는 도처에 산이라 평지가 많지 않아 사람이 사는 곳은 충분하지만, 경작할 수 있는 밭이 부족합니다.""부근 산비탈에 밭을 개간하려 시도해 보았지만, 파면 모두 돌이어서 결국 개간할 수 없었습니다.""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여 지세가 외지니 일손도 부족합니다.""부근 산에 있는 마을을 모두 이전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산에서 내려간 후 경작할 밭이 없으며 지낼 수 없습니다."부진환은 부근의 산비탈을 따라 한차례 순시했다. 토양이 아주 얇고 아래는 암석이라 경작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이렇게 높지 않은 산비탈은 적지 않다."땅이
"우리는 그 마을 사람도 잡아 왔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그에게 뱀을 기르는 것을 가르쳤고 가락지가 뱀 무리를 조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그도 잠깐 넋을 잃고 우리가 부자같이 보여서 흑심을 품고 약탈하려 했습니다. 계획이 실패하자 뱀 떼를 모아 우리를 포위해 공격했습니다.""이게 그 남자가 준 가락지입니다."그 말을 듣고 낙요는 살짝 놀라 가락지를 받았다.위에 알아채기 어려운 부적이 있었다.뱀을 움직이는 건 가락지가 아니라 위에 있는 부적이다."배후의 그자는 왜 뱀을 이렇게 많이 키웁니까?"송천초가 답했다."마을 사람 말로는, 다 죽일 뱀이라 합니다.""그 남자는 3개월 후에 돌아온다고 했고 그 전에 뱀을 조종하여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이미 마을에서 제멋대로 지내, 다들 그를 보면 굽신거리며 아부를 떨었고 그를 건드리지 못했습니다."낙요는 손에 들고 있는 옥가락지를 잡고 놀았다."이 물건은 그 남자의 것이니 지금 그가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정말 그럴 수 있습니까?""그를 찾을 수 있다면 너무 다행입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한번 해보겠습니다.""어서 드시고 일찍 쉬시오."그 후 낙요는 부진환과 방으로 돌아갔다.낙요는 옥가락지를 탁자 위에 놓고 창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을 빌어 시작했다.부진환도 그녀를 방해할까 봐 옆방으로 갔다.날이 밝자 부진환이 아침 밥상을 들고 왔다."밤새 안 잤소? 피곤하지 않소? 찾지 못해도 급할 필요가 없소."부진환은 음식을 탁자 위에 놓고 낙요의 피곤한 눈매를 보았다.낙요는 한숨을 내쉬었다."누가 찾지 못했다고 했소.""이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소.""내가 확인한 결과로는, 그 배후의 사람은 지금 교토에 있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은 차를 따르는 동작을 멈칫했고 표정이 굳어졌다."교토?""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소. 교토로 가야겠소."낙요가 위로했다."급해하지 마시오. 분명 방금 교토에 간
"특별히 온 이상 그냥 올 수는 없소.""여국의 상황은 당신이 나에게 쓴 편지에서 알고 있소. 지금은 절대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오.""비록 내가 섭정왕이라 조정을 장악하고 있지만 미래의 천궐국은 결국 황제의 말을 따라야 하오.""지금 여국과 천궐국은 평화롭지만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오. 지금 내가 섭정왕인 틈을 타 여국과 100년의 맹약을 맺을 수 있소.""물론 천궐국에 대한 보장이기도 하오. 결국 황제는 아직 어리니 다른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양국의 전쟁을 부추겨 어부지리를 얻으려 할 수도 있소.""맹약은 모두를 안심시킬 수 있소."낙요는 이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이전에 이런 생각을 했소. 다만 아직 자세히 생각하지 못했는데, 당신이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고려할 줄 생각 못 했소.""이왕 이렇게 된 이상 그럼 오늘 바로 맹약을 맺겠소."멀리서 왔으니 그냥 왔다 갈 순 없다.그날 그들은 바로 교토로 향했다.원래 낙요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려 왔기에 의장 격식은커녕 호위조차 데리고 오지 않았다.교토에 거의 도착하자 소소는 수백 명의 시위를 데리고 마중 나왔다.마차도 제일 큰 것으로 바꾸고 화려한 옷차림을 한 후에야 비로소 여제의 모습이 보였다.송천초와 초경은 대오를 따라 성으로 들어갔지만, 궁에 따라가지 않았다. 그들은 궁의 규칙에 익숙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들은 성안에서 유유자적 돌아다녔다.마차가 성으로 들어오자, 기세가 하늘을 찔러 많은 백성이 에워싸고 구경했다.8마리의 말이 끌고 있는 마차는 아주 화려했다. 구슬로 만든 가림막이 흔들렸고 사람들은 안에 있는 여인의 옆모습에 감탄했다."대체 무슨 사람이오? 이렇게 큰 마차에 섭정왕이 직접 맞이하다니.""마차 안의 여인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소."부진환이 성에 들어서자마자 소식이 퍼졌다.소승상도 댁에서 가장 먼저 소식을 접했다.소견당은 이 말을 듣고 초조하여 발을 동동 굴렀다."어머니, 섭정왕이 월말 전에 나와 혼례를 올릴
소유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이미 안배되었습니다.""그래. 그럼, 아가씨는 먼저 가서 쉬시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낙요를 바라보았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소, 섭정왕."그 후 소유는 낙요를 데리고 새로 마련된 정원으로 갔다.그녀가 원래 살던 정원이 아니라, 새로 수리한 것이다. 정원에는 복숭아나무 몇 그루가 심겨 있었고 꽃이 정원에 가득했다.시녀도 족히 열몇 명을 안배하여 앞뒤에서 시중을 들었다.부진환은 낙요를 왕부로 데리고 간 후 궁으로 들어가 연회를 준비했다.급하게 분부한 일이니, 그가 직접 지켜봐야 잘 처리할 수 있다.태만해서는 안 된다.낙요는 점심을 먹자마자 시녀가 몇 상자의 옷과 장신구를 보내왔다.모두 금으로 되었고 오래된 장인이 만든 정교한 것들이다."아가씨, 섭정왕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오늘 저녁 궁으로 가실 때 어떤 옷을 입을지 보십시오.""저희가 옷을 갈아입고 화장하는 것을 모시겠습니다."낙요는 방에 가득 진열된 옷과 장신구를 보며 저도 몰래 어지러웠다.옷들은 대부분 운예각의 유일무이한 귀한 것들이다.수놓는 솜씨도 대단했다.이런 양식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이렇게 많은 옷을 모을 수 있다.그녀는 맹약 체결이 다소 성급하다 생각했지만 부진환이 이렇게 준비를 잘해놓은 줄 몰랐다.그녀는 오후 내내 옷만 고르고 있었다.부진환이 준비한 옷들은 신경 쓴 것이 보였다. 운예각의 옷은 대부분 겉옷이 화려하고 번거롭다. 그러나 이 옷들은 겉옷을 벗어도 여전히 정교했고 옷 자체의 기품을 잃지 않았으며 행동하기에도 가벼웠다.평소라면 낙요는 마음대로 한 벌 골랐을 것이다.그러나 여국 여제의 신분으로 맹약 체결을 하러 왔으니, 일거수일투족이 여국을 대표한다. 그러니 신중해야 하고 옷차림에도 요구가 많아졌다.왕부 시녀들이 사석에서 의논하고 있다."아가씨 신분이 도대체 뭘까? 섭정왕꼐서 이렇게 중시하시다니.""왕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한 적 없소.""그리고 운예각 옷과 장신
두 사람은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곧 궁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검은색과 금색이 섞인 긴 치마를 입었다. 화려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았다.자금 관복을 입은 섭정왕과 함께 걸으니 더욱 기세가 강해져 잘 어울렸다.마차에 올라 두 사람은 궁으로 향했다.궁중어화원.도착했을 때 관리들은 모두 도착했고 일부 대신들이 가족을 데리고 왔다.그중에 소견당이 있었다.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예를 올렸다.낙요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대다수 사람의 눈빛은 의혹으로 가득했고 그중 한 시선은 악의가 담겨있었다.낙요가 바라보니 소승상 옆에 있는 여자가 원망의 눈빛을 보낸 것을 보았다.상대는 낙요와 시선을 마주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이때 부진환이 소개했다."오늘 연회를 급하게 준비하여 자네들에게 소개하지 않았네. 이분은 여국의 여제네."이 말이 나오자 모두 놀라 안색이 변했다.여국의 여제라니!여제!여국은 여인이 황제를 하고 있다니.황당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들 무시하진 못했다.황제를 할 수 있으니, 실력과 수단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그 후 부진환은 낙요를 자리로 청했다. 낙요의 자리는 부진환의 자리보다 좀 높았고 가까이에 있었다.그리고 곧 태후가 어린 황제를 데리고 왔다.태후가 바로 그때의 영비이다.그녀와 어린 황제는 낙요가 왔다는 것을 알고 미간에 기쁨이 담겨있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태후는 다정히 말했다."여군께서 먼 길을 왔는데 연회를 촉박하게 준비했습니다. 많이 양해해 주십시오.""겸손한 말씀입니다. 갑자기 찾아뵈어 당돌했습니다."어린 황제가 답했다."당돌하지 않습니다. 섭정왕이 이미 짐에게 편지를 보내 상황을 설명했고 수일 전부터 짐은 이 일을 알았습니다.""멀리서 왔으니, 며칠 더 머무르십시오. 섭정왕께 여군을 데리고 구경하라 명하겠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다 왔으니, 어서 자리에 앉으시오."다들 자리에 앉자, 연회가 시작되었다.곧이어 큰 소리가 들려왔고 밤하늘에 불꽃놀이가 올라왔다.먼저 붉은 봉황이 밤하
도중에 태후와 어린 황제에게 온 목적에 관해 이야기했고 그들도 기꺼이 여국과 맹약을 체결하겠다 했다.어린 황제는 아직 어리지만 말투와 기품은 이미 그때의 아이와 달랐다.태후도 친절하고 온화했고 부진환의 가르침 덕에 아이는 앞으로 좋은 황제일 것이다.연회가 곧 끝날 무렵 태후는 어린 황제를 데리고 먼저 떠났다. 부진환이 남긴 숙제가 남았기 때문이다.떠날 때 황제는 부진환에게 여군을 잘 대접하라 명했다.태후는 어린 황제를 궁으로 보낸 후 혼자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그리고 마침 혼자 산책하던 소견당을 만났다.그녀는 넋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견당아."태후가 소리를 내어 일깨워 주었다.소견당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무릎을 꿇어 예를 올렸다."신녀가 실례했습니다.""일어나거라. 왜 혼자 나온 것이냐?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것이냐?"소견당은 소승상의 손녀이다. 그녀가 태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부진환의 덕 외에 소승상의 공도 있다.그리하여 그녀는 소승상의 손녀를 각별히 보살폈다.소견당은 다정하게 앞으로 걸어가 태후를 부축했다."태후의 관심에 감사드리옵니다. 신녀는 괜찮습니다.""연회가 지루한 것이냐?"태후가 관심했다.소견당은 고개를 저었고 마음이 불편했다."오늘 연회가 이렇게 잘 준비되었으니, 그만큼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지루할 리가 있겠습니까?"연회의 불꽃놀이와 제철이 아닌 과일, 그리고 명절 연회에만 있는 옥경냥까지.여제 몸에 있는 운예각 옷은 말할 것도 없고 여제가 사용하는 찻잔과 그릇 모두 유일무이하다.곳곳에 세심함과 섭정왕의 사랑이 배어있었다.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자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하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구나."태후는 소견당의 표정을 알아차렸다.소견당은 불만스럽게 말했다."신녀를 위해 준비한 것도 아닌데 어찌 좋겠습니까?""오히려 여국 여제가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입고 있는 운예각 옷도 가격이 비싸고, 오늘 준비한 불꽃놀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