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이미 안배되었습니다.""그래. 그럼, 아가씨는 먼저 가서 쉬시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낙요를 바라보았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소, 섭정왕."그 후 소유는 낙요를 데리고 새로 마련된 정원으로 갔다.그녀가 원래 살던 정원이 아니라, 새로 수리한 것이다. 정원에는 복숭아나무 몇 그루가 심겨 있었고 꽃이 정원에 가득했다.시녀도 족히 열몇 명을 안배하여 앞뒤에서 시중을 들었다.부진환은 낙요를 왕부로 데리고 간 후 궁으로 들어가 연회를 준비했다.급하게 분부한 일이니, 그가 직접 지켜봐야 잘 처리할 수 있다.태만해서는 안 된다.낙요는 점심을 먹자마자 시녀가 몇 상자의 옷과 장신구를 보내왔다.모두 금으로 되었고 오래된 장인이 만든 정교한 것들이다."아가씨, 섭정왕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오늘 저녁 궁으로 가실 때 어떤 옷을 입을지 보십시오.""저희가 옷을 갈아입고 화장하는 것을 모시겠습니다."낙요는 방에 가득 진열된 옷과 장신구를 보며 저도 몰래 어지러웠다.옷들은 대부분 운예각의 유일무이한 귀한 것들이다.수놓는 솜씨도 대단했다.이런 양식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이렇게 많은 옷을 모을 수 있다.그녀는 맹약 체결이 다소 성급하다 생각했지만 부진환이 이렇게 준비를 잘해놓은 줄 몰랐다.그녀는 오후 내내 옷만 고르고 있었다.부진환이 준비한 옷들은 신경 쓴 것이 보였다. 운예각의 옷은 대부분 겉옷이 화려하고 번거롭다. 그러나 이 옷들은 겉옷을 벗어도 여전히 정교했고 옷 자체의 기품을 잃지 않았으며 행동하기에도 가벼웠다.평소라면 낙요는 마음대로 한 벌 골랐을 것이다.그러나 여국 여제의 신분으로 맹약 체결을 하러 왔으니, 일거수일투족이 여국을 대표한다. 그러니 신중해야 하고 옷차림에도 요구가 많아졌다.왕부 시녀들이 사석에서 의논하고 있다."아가씨 신분이 도대체 뭘까? 섭정왕꼐서 이렇게 중시하시다니.""왕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한 적 없소.""그리고 운예각 옷과 장신
두 사람은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곧 궁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검은색과 금색이 섞인 긴 치마를 입었다. 화려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았다.자금 관복을 입은 섭정왕과 함께 걸으니 더욱 기세가 강해져 잘 어울렸다.마차에 올라 두 사람은 궁으로 향했다.궁중어화원.도착했을 때 관리들은 모두 도착했고 일부 대신들이 가족을 데리고 왔다.그중에 소견당이 있었다.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예를 올렸다.낙요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대다수 사람의 눈빛은 의혹으로 가득했고 그중 한 시선은 악의가 담겨있었다.낙요가 바라보니 소승상 옆에 있는 여자가 원망의 눈빛을 보낸 것을 보았다.상대는 낙요와 시선을 마주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이때 부진환이 소개했다."오늘 연회를 급하게 준비하여 자네들에게 소개하지 않았네. 이분은 여국의 여제네."이 말이 나오자 모두 놀라 안색이 변했다.여국의 여제라니!여제!여국은 여인이 황제를 하고 있다니.황당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들 무시하진 못했다.황제를 할 수 있으니, 실력과 수단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그 후 부진환은 낙요를 자리로 청했다. 낙요의 자리는 부진환의 자리보다 좀 높았고 가까이에 있었다.그리고 곧 태후가 어린 황제를 데리고 왔다.태후가 바로 그때의 영비이다.그녀와 어린 황제는 낙요가 왔다는 것을 알고 미간에 기쁨이 담겨있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태후는 다정히 말했다."여군께서 먼 길을 왔는데 연회를 촉박하게 준비했습니다. 많이 양해해 주십시오.""겸손한 말씀입니다. 갑자기 찾아뵈어 당돌했습니다."어린 황제가 답했다."당돌하지 않습니다. 섭정왕이 이미 짐에게 편지를 보내 상황을 설명했고 수일 전부터 짐은 이 일을 알았습니다.""멀리서 왔으니, 며칠 더 머무르십시오. 섭정왕께 여군을 데리고 구경하라 명하겠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다 왔으니, 어서 자리에 앉으시오."다들 자리에 앉자, 연회가 시작되었다.곧이어 큰 소리가 들려왔고 밤하늘에 불꽃놀이가 올라왔다.먼저 붉은 봉황이 밤하
도중에 태후와 어린 황제에게 온 목적에 관해 이야기했고 그들도 기꺼이 여국과 맹약을 체결하겠다 했다.어린 황제는 아직 어리지만 말투와 기품은 이미 그때의 아이와 달랐다.태후도 친절하고 온화했고 부진환의 가르침 덕에 아이는 앞으로 좋은 황제일 것이다.연회가 곧 끝날 무렵 태후는 어린 황제를 데리고 먼저 떠났다. 부진환이 남긴 숙제가 남았기 때문이다.떠날 때 황제는 부진환에게 여군을 잘 대접하라 명했다.태후는 어린 황제를 궁으로 보낸 후 혼자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그리고 마침 혼자 산책하던 소견당을 만났다.그녀는 넋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견당아."태후가 소리를 내어 일깨워 주었다.소견당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무릎을 꿇어 예를 올렸다."신녀가 실례했습니다.""일어나거라. 왜 혼자 나온 것이냐?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것이냐?"소견당은 소승상의 손녀이다. 그녀가 태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부진환의 덕 외에 소승상의 공도 있다.그리하여 그녀는 소승상의 손녀를 각별히 보살폈다.소견당은 다정하게 앞으로 걸어가 태후를 부축했다."태후의 관심에 감사드리옵니다. 신녀는 괜찮습니다.""연회가 지루한 것이냐?"태후가 관심했다.소견당은 고개를 저었고 마음이 불편했다."오늘 연회가 이렇게 잘 준비되었으니, 그만큼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지루할 리가 있겠습니까?"연회의 불꽃놀이와 제철이 아닌 과일, 그리고 명절 연회에만 있는 옥경냥까지.여제 몸에 있는 운예각 옷은 말할 것도 없고 여제가 사용하는 찻잔과 그릇 모두 유일무이하다.곳곳에 세심함과 섭정왕의 사랑이 배어있었다.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자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하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구나."태후는 소견당의 표정을 알아차렸다.소견당은 불만스럽게 말했다."신녀를 위해 준비한 것도 아닌데 어찌 좋겠습니까?""오히려 여국 여제가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입고 있는 운예각 옷도 가격이 비싸고, 오늘 준비한 불꽃놀
그녀가 지금 태후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은 부진환의 공로이다.그녀는 누구보다도 부진환이 권력에 마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일찍 몸을 빼서 여국에 사랑을 찾아 떠나려 했다.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오히려 섭정왕이 황제를 많이 챙겨주기를 바란다.하지만 이 일은 그녀도 막을 수 없었다.필경 낙요도 그녀의 은인이다."예! 신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자, 그만 생각하고 연회가 싫으면 일찍 돌아가거라.""예!"태후가 떠나자, 소견당은 아무도 없는 화원에 혼자 숨어 한참을 울었다.연회에 황제와 태후가 없으니 다들 어색함을 덜었고, 흥 넘치게 술을 마시며 분위기가 화목했다.부진환은 낙요가 술을 마시며 낯이 빨개진 것을 보았다.그는 참지 못하고 일깨워 주었다."술을 적당히 마셔야 하오. 이따가 취하여 내가 업고 돌아가면 보기 안 좋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주량이 좋소.""시간도 늦었는데 먼저 돌아가도 되오?""당연하오. 가오."낙요는 몸을 일으킬 때 치마를 밟고 비틀거렸다.부진환은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이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오?""정말 아니오. 그저 치마를 밟았소."그 후 부진환은 낙요를 데리고 자리를 떴고 사람들도 잇달아 궁을 떠났다. 대신들이 궁을 나가는 길을 동행했다.낙요는 그들과 인사치레했다.연회에서 취하지 않았지만 나와서 바람을 쐬니 술기운이 올라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부진환은 대신들의 대화에 응하며 계속 낙요를 유심히 바라보았다.그는 알아차렸다. 낙요의 발걸음은 점점 불안정해졌다. 옥경냥은 연회에 자주 올라오지 않았고 명절에만 소량으로 마셨다. 귀한 것도 있지만 술이 세기 때문이다.원래 낙오도 한 주전자밖에 없었지만 맛있다고 생각해 부진한 이 사람을 시켜 두 주전자 더 주었다. 낙조가 이렇게 마실 줄 몰랐다.이때 궁을 나선 사람도 많아 여국 여제가 술에 취해 넘어지거나 쓰러지면 정말 비웃음을 살 것이다.낙요는 정신을 차리려 애쓰고 있어 옆에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왕야, 취하신 거 아닙니까? 이러다가 또 군주를 넘어뜨리면 어떡합니까?”“왕야, 허면 다른 사람에게 업으라고 합시다. 왕야, 취하셨습니다.”함부로 말하거나 웃지 않고 자기에게 항상 엄격한 섭정왕은 여태 이런 잘못을 범한 적이 없다.옥경냥은 정말 사람을 해친다!그들이 따라오는 게 귀찮아진 부진환이 말했다. “본왕은 취하지 않았다!”이 말을 끝내고 그는 성큼성큼 달리기 시작했다.재잘재잘하는 참새떼를 떨쳐버리고 싶었다.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은 놀라서 혼비백산했다.뒤에서 옷자락을 치켜들고 쫓고 또 쫓았다. “왕야! 좀 천천히 달리십시오!”“왕야, 취하셨습니다!”그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부진환은 그들을 떨쳐냈다.낙요는 부진환의 어깨에 기대어 은방울처럼 맑게 웃었다.“좀만 더 빨리 달리시면 저 사람들은 놀라서 기절할 겁니다.”“내일이면 온 경도 사람들이 섭정왕께서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렸고, 군주를 넘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군주를 업고 궁 안을 마구 뛰어다녔다고 할 겁니다.”“하하하… ”생각하면 할수록 웃음이 터졌다.그런데 기쁨도 잠시 부진환은 그녀를 업고 마차에 올라탔다.급작스레 낙요는 자리에 눌러 앉혀졌다.부진환이 몸을 기울여 가까이 다가오자, 머리카락이 낙요의 목덜미에 늘어져 근질근질했다.“본왕의 명성이 너 때문에 망가지겠구나!”“그깟 옥경냥이 본왕을 이리 취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냐?”“네가 말해보거라, 누구 탓이냐?”낙요는 눈썹을 들썩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옥경냥을 저에게 먹인 당신 탓이죠.”부지환의 그윽한 눈동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군주님, 오늘 밤 어떤 액운이 따를지 손가락 점을 쳐보시죠?”그는 입가에 음미를 살짝 드러내며 큰 손은 이미 옷을 헤집고 있었다.두 사람의 숨결은 순간 뜨거워졌다.낙요의 심장은 요동쳤고, 그녀는 그의 불순한 큰손을 덥석 잡으며 물었다. “혹시 밖에 누구 없습니까?”부진환이 대답했다. “특별히 제조한 마차다. 본래는 기관과 암기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 밖에서 아무
점심을 먹고 두 사람은 승상부로 출발했다.승상부에 도착하자, 승상이 직접 나와서 맞이했다. “군준님께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서 오십시오.”승상부에 들어가자, 승상은 매우 열정적으로 그들을 대접했다.어젯밤 낙요가 승상을 만났을 때 그의 몸에 사악한 기운이 없었다.지금도 여전히 없다.하지만 그의 집안에 없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그래서 낙요와 부진환은 일부러 승상부에 사악한 기운이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두 사람이 정청에 도착하자, 차를 올려왔다.그런데 갑자기 감격한 누군가 문밖에 나타났다.소견당은 만면에 희색을 띠며 달려왔다.하지만 낙요를 본 순간 살짝 멍해졌다.“견당, 왜 그리 무모한 거냐? 왕야와 군주님 모두 계시니 어서 와서 인사를 올려라.”소견당은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다가와 공손하게 예를 행했다.“왕야와 군주님을 뵙니다.”“방금 군주께서 오신 걸 모르고 실례했습니다.”소견당은 낙요의 눈빛에 저도 몰래 고개를 숙였다.이토록 신분이 더없이 존귀하고 또한 이토록 아리따운 여인 앞에서 그 누구라도 자비감을 느낄 것이다.낙요는 담담하게 웃었다. “괜찮소.”“오늘은 왕야께서 나를 데리고 둘러보다가 승상부에 온 것이니 내가 폐를 끼쳤소. 다들 편하게 하시오.”“방금 화원을 지나오면서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는데 혹시 경치를 좀 구경할 수 있소?”소승상은 이 말을 듣고 다급히 소견당에게 말했다. “견당, 네가 군주를 모시고 둘러보거라.”“군주를 잘 모시거라.”소견당은 고개를 숙이고 응했다. “예.”이윽고 낙요는 소견당과 함께 정원에서 산책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낙요는 승상부에 사기가 있는지 모든 곳을 관찰했다.그래서 낙요는 말하지 않았고 경치를 감상하는 척했다.하지만 소견당이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군주님 여국 궁 안은 우리 승상부보다 훨씬 기백이 넘치시겠죠?”낙요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렇소. 하지만 여국과 천궐국의 건축 양식은 여전히 다르오.”“매일 궁전과 궁벽을 보고는 것보다 나는 정원의 경치
소견당은 망설이더니 또 말했다. “군주님과 왕야의 관계가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왕야께서는 좀처럼 여자들과 가까이하지 않습니다.”“그런데 군주님을 모시고 저희 집까지 방문하다니, 오히려 친구 같습니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소. 우리는 친구라고 할 수도 있소.”“군주님과 왕야는 언제 알게 되었는지요? 인상 속에 왕야 곁에 여인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소견당이 갖은 방법으로 낙요와 부진환의 관계를 염탐 해보려 하고 있다는 걸 낙요는 알고 있었다.마침, 낙요도 사도에 관한 단서가 필요했기 때문에 소견당과 이야기하는 걸 꺼리지 않았다.“나와 왕야는 여국에서 만났소. 왕야는 예전에 여국에 왔던 적이 있소.”소견당은 살짝 놀라더니 곧바로 깨달은 듯 말했다. “그렇군요. 몇 년 전에 왕야께서 여국에 누군가를 찾으러 가셨던 적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왕야께서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그는 다시 돌아오셨습니다.”“그때 저는 너무 어려서 왕야를 알지 못했기에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낙요는 잠깐 멍해졌다.그녀는 확실히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그렇지 않으면 그때 부진환이 여국에 찾으러 갔던 사람이 바로 그녀의 눈앞에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당신은 확실히 나이가 아직 어리고 섭정왕과 같은 연령대의 사람이 아니기에 확실히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을 거요.”“예전에 성격이 별로 안 좋았소.”“지금처럼 이렇게 유순하지 않았소.”이 말을 들은 소견당은 저도 몰래 질투했다.그녀가 늦게 태어났기 때문에 마치 섭정왕과 다른 세상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섭정왕의 과거 경력을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심지어 이 여국 사람보다 왕야에 대해 아는 게 더 없다.하지만 지금, 이 여국 군주 앞에서 그녀의 유일한 우세 또한 나이이다.그녀는 더 젊었다.“왕야 같은 사람이 성격이 안 좋은 것도 정상입니다. 더 일찍 태어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습니다.”“하지만 지금의 왕야를 알게 되어서 저는 여
”게다가 혼인은 왕야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아무도 간섭할 수 없소.”“그의 성격상,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면 아무도 설득할 수 없소.”소견당은 망설이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왕야께서 혼인을 거부하면 누가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소견당은 기분이 저조했다.어머니께서 분명 왕야께서 늦어도 월말까지 자신과 혼인한다고 했단 말이다.하지만 월말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왕야도 혼사를 꺼낸 적이 없었고 그녀와 말도 섞은 적이 없었다.오늘 왕야가 오셨다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다급히 달려와 왕야를 만났다.혼사가 성사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여국의 군주도 옆에 있었다.그러니 혼사를 꺼낼 일은 더욱 없었다.이토록 사적인 일을 다른 사람과 함께 와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잡담을 나눈 뒤, 소견당은 낙요를 데리고 승상부를 한 바퀴 돌았다.낙요는 오직 죽림에만 사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소견당으로부터 승상부의 상황을 듣게 되었다.가장 의심되는 건 확실히 소견당의 어머니 유란희였다.점심때, 한상 푸짐히 차리셨다.하지만 유란희는 보이지 않았다.밥을 먹고 나서 낙요가 소견당에게 물으니, 소견당이 대답했다. “어머니께서 아마 돌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요즘 어머니께서는 자주 거리에 구경 나가십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군요. 나는 나 때문인 줄 알았소.”“그럴 리가요.”시간이 늦어지자, 부진화과 소 승상은 잠깐 몇 마디 나눈 뒤 먼저 일어나 군주님을 모시고 다른 곳도 돌아본다고 했다.소견당은 그들과 함께 가기를 기대했다.“왕야, 제가 경도성에 많은 경치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아니면 제가 군주님을 모실까요?”부진환은 살짝 멍해 있더니, 낙요를 슬쩍 쳐다보며 약간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괜찮소. 본왕이 군주를 모시면 되오.”“하지만… “소견당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소 승상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견당, 왕야와 여군은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나라 일도 의논해야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