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벽에 가득 튀었다.그 후 낙요는 병에 넣어두었던 손완의 영혼을 꺼내 풀어주었다.그녀는 손완에게 귀띔했다."복수할 기회가 왔습니다.""손완 아가씨는 밖으로 나가 마을 사람들이 겁을 먹어 외출하지 못하게 하고 소예 아가씨는 나의 몸을 빌려 그곳으로 가면 그들은 결코 막지 못할 것입니다.""오늘 밤, 아무도 놓아줄 수 없습니다!"손완은 격동되어 온몸에 강렬한 살기를 내뿜었다.그녀는 재빨리 집을 뛰쳐나갔다.그리고 낙요도 천천히 걸어 나갔다.마을에 음산한 바람이 불자 많은 사람이 재빨리 켜고 있던 불을 끄고 숨을 곳을 찾았다.소예는 가장 가까운 방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열지 않았다.그녀는 혼자 걸어 들어갔다.좌우로 방 안을 살피다 침대 밑에 숨어 있는 남자를 찾았다.상대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이내 그녀를 알아보았다."왜 자네요?"남자는 얼른 침대 밑에서 기어 나왔다."이 밤에 왜 왔소?"소예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촌장에게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나를 도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으십시오. 기회를 찾아 산에서 내려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여기서 죽을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남자의 안색은 변했다."뭐? 그럼, 촌장도...""정말 대단하오.""하지만 지금 나가면 위험하지 않겠소?"낙요가 답했다."촌장이 잡혀갔으니 그 여자 귀신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아무튼 난 하산할 테니 하산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두십시오."말을 마치고 그녀는 밖으로 향했다.남자는 얼른 답했다."하산하겠소! 우리도 산에서 내려가겠소!"촌장도 없는데, 이번에 산에서 내려가지 않으면 모두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다.남자는 긴장한 채로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마을 어귀에 모여 산에서 내려가자 했다.촌장이 잡혔다는 소식 때문인지 손완의 위협이 작용했는지 다들 두려워했다. 마을에 남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모두 무서웠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니 조금 두려움이 가셨다.곧 마을 입구에 사람들이 점
큰 원수는 시원히 갚았지만, 억울하게 죽은 자신과 서방을 생각하니 그녀 마음속의 원한은 풀리지 않았다.왜 하늘이 그들을 이렇게 대하는 것인가!이 악인들의 목숨으로 서방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소예는 힘을 너무 많이 소모하여 검을 바닥에 받치고 반쯤 무릎을 꿇었다.그때 낙요가 몸을 차지해 손바닥을 벌리자, 소예는 그녀의 몸에서 나왔다.그녀는 지금 소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원한은 이전처럼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아가씨 서방님은 이미 환생했으니, 다시는 전생의 고통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다만 아가씨는 이미 귀신이 되었고 죄가 무거워 환생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온갖 고문을 받아야 하니 먼저 나를 따르는 것이 어떻습니까?"소예는 다소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아가씨는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낙요가 답했다."예전에 여국 대제사장이었습니다."소예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여국의 일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천궐국의 대국사가 여국의 풍수사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여국의 대제사장은 더 말한 것 없이 대단하다.그녀의 말은 믿을 만하다."예. 같이 가겠습니다."이어 낙요는 손완을 바라보았다."며칠 전 아가씨의 사촌 여동생이 산에 와서 아가씨를 찾았습니다. 비록 그녀도 잡혔지만 이미 구조되어 산에서 내려갔습니다.""부모님께서 병이 심하다 들었는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돌아가서 그들을 보고 환생하십시오."손완은 눈시울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다시 그녀들을 병에 넣었다.고개를 들어 보니 곧 날이 밝아 가고 있었다.그녀는 시체에 기름을 뿌려 불로 시체와 석림촌 전체를 태웠다.산에는 숲이 있지만 돌이 많아 큰불을 차단할 수 있었다. 불은 석림촌만 태웠다.날이 밝을 무렵에야 낙요는 마을 밖의 돌 옆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였다.날이 밝자 부진환도 제때 사람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그러나 지금의 산에는 큰불이 휩쓸고 지난 폐허와 검게 탄 바닥뿐이다.따라온 병사들
식탁 가득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뿐이었다. 낙요는 배가 고파서 얼른 밥 한 그릇을 떠서 허겁지겁 먹었다.부진환은 천천히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천천히 드시오. 체하겠소."그리고 차 한 잔을 따랐다.배불리 먹은 후 낙요는 의자에 기대어 부진환을 무심코 바라보았다."나한테 묻고 싶은 게 없소?"부진환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책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온화했다."배불리 먹었소?"낙요는 난감한 듯 웃었다."배불리 먹었소.""난 석림촌 일을 말한 것이오. 나한테 묻고 싶은 것이 없소?"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손에 든 책을 계속 보며 담담히 말했다."없소.""석림촌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소?""이미 사람을 보내 수색했소. 한 명도 없었소.""놀랍지 않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잘했소."부진환은 놀랍지 않았다. 그날 그녀가 그를 산에서 내려가라 한 후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낙요는 의아해하며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았다."일부러 다른 곳에 보내고 이 일을 했소. 화가 나지 않는 것이오?"부진환은 다시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 마을 사람들은 죽어도 마땅하오. 모두 감옥에 넣으려 해도 관아 감옥의 규모로 보아 부족할 뿐이오. 참수를 기다리는 동안 먹고 마시는 것까지 챙겨주어야 해서 옥졸의 일만 늘려야 하오.""불로 태우니 차라리 깔끔했소.""다만 이 일은 내가 할 수 없소. 나는 섭정왕이기에 율법을 지켜야 하오. 함부로 할 수 없소.""나의 처지를 이해하고 산에서 내려보냈는데, 내가 왜 화를 내겠소?"부진환의 목소리를 너무 부드러워 봄날의 따뜻한 바람처럼 낙요의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녀는 사실대로 답했다."사실 내 생각은... 마을 사람들 모두 가증스러웠소. 음모를 주도한 자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사람을 죽인 적 없는 부하일 뿐이오.""그러니 대부
낙요는 살짝 놀랐다."왜 그러시오? 어디 아프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책을 덮고 미간을 어루만졌다."그동안 피곤했나 보오. 괜찮소."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따라 그는 늘 자신도 모르게 소견당 생각이 떠올랐다.영문도 알 수 없이 소견당의 그림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비록 부진환은 그렇게 말했지만, 낙요는 강제로 그의 손목을 잡아 맥을 짚었다."내가 보겠소."지금 부진환의 몸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으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맥을 짚어보니 부진환의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다만 낙요는 그의 몸에 이상한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마음속으로 의심스러워 그녀는 부진환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그의 팔뚝을 보았다.뜻밖에도 한 가닥의 뚜렷한 핏줄이 있었다.부진환도 깜짝 놀랐다."이게 무엇이오?"언제 나타났는지 그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대체 누가 부진환에게 손을 썼는지 생각했다."청연?"부진환은 낙요의 엄숙해진 표정을 보고 긴장을 금치 못했다.낙요는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그를 보았다."누군가의 술법을 당한 것을 알고 있소?"그녀는 손가락으로 부진환의 명치를 찔렀다."이 핏줄이 당신의 명치까지 자라면 스스로 주체할 수없이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이오."이 말을 듣고 부진환은 안색이 변했다."무슨 소리오?""대체 언제 생긴 것이오?"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도대체 언제 당했는지 회상했다.낙요는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솔직히 말하오. 요 며칠 나와 있으면서 머릿속에 누구를 생각하고 있었소?"부진환은 멈칫하다 명치에 대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 가슴에 꽉 눌렀다."맹세하오. 열 번도 생각하지 않았소. 이미 최대한 자제했소.""그 그림자가 억지로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소.""여국 성수에 비했을 때 이 술법은 어떠하오? 내가 직접 낙월영을 죽였으니, 이번에도 이 술법을 막을 수 있소."그가 이렇게 진지하게 설명하니 낙요는 저도 몰래 마음이 약해졌다.그녀는 말투를 부드럽게 고쳤다."됐소.
부진환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두 사람은 인근 몇몇 마을과 관련된 상소를 함께 살펴보았다.이튿날, 그들은 바로 다음 마을로 출발했다.그러나 상황은 석림촌처럼 복잡하고 음산하지 않았다. 그저 묘지에서 시체가 나타나 야반에 마을을 습격했다.사상자가 있었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낙요는 무덤에서 깃발을 발견했고 그 남자의 소행이라 생각했다.묘지의 시체를 해결한 후 낙요는 마을에 진법을 설치하여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사후에 낙요는 일부 촌민에게 물어 단서를 알아냈다.몇 달 전 분명 외지 남자가 마을로 들어왔고 신비로운 옷차림에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라 한 뒤 돈을 주며 마을 사람들의 집에 7, 8일 묵었다.하숙하는 그 집 아들이 마침 인근 마을의 학당에서 공부하고 있어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그는 외지 남자의 모습을 그려냈다.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차림새와 풍기는 기운으로 보아 이미 확실하다."바로 이 사람이오.""사술을 수련하는 사람이오."부진환은 초상화를 받아 보았다."맞소. 아주 특징을 잘 잡아 그렸소. 시선에 숨길 수 없는 사악한 기운이 있소."낙요가 답했다."무서운 것은 항상 기억에 잘 남는 법이오."마을 사람들은 그날 바로 마을로 돌아갔다.낙요는 부진환과 함께 부근을 순시했고 현지 현령이 동행했다."섭정왕, 이곳의 지세는 도처에 산이라 평지가 많지 않아 사람이 사는 곳은 충분하지만, 경작할 수 있는 밭이 부족합니다.""부근 산비탈에 밭을 개간하려 시도해 보았지만, 파면 모두 돌이어서 결국 개간할 수 없었습니다.""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여 지세가 외지니 일손도 부족합니다.""부근 산에 있는 마을을 모두 이전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산에서 내려간 후 경작할 밭이 없으며 지낼 수 없습니다."부진환은 부근의 산비탈을 따라 한차례 순시했다. 토양이 아주 얇고 아래는 암석이라 경작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이렇게 높지 않은 산비탈은 적지 않다."땅이
"우리는 그 마을 사람도 잡아 왔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그에게 뱀을 기르는 것을 가르쳤고 가락지가 뱀 무리를 조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그도 잠깐 넋을 잃고 우리가 부자같이 보여서 흑심을 품고 약탈하려 했습니다. 계획이 실패하자 뱀 떼를 모아 우리를 포위해 공격했습니다.""이게 그 남자가 준 가락지입니다."그 말을 듣고 낙요는 살짝 놀라 가락지를 받았다.위에 알아채기 어려운 부적이 있었다.뱀을 움직이는 건 가락지가 아니라 위에 있는 부적이다."배후의 그자는 왜 뱀을 이렇게 많이 키웁니까?"송천초가 답했다."마을 사람 말로는, 다 죽일 뱀이라 합니다.""그 남자는 3개월 후에 돌아온다고 했고 그 전에 뱀을 조종하여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이미 마을에서 제멋대로 지내, 다들 그를 보면 굽신거리며 아부를 떨었고 그를 건드리지 못했습니다."낙요는 손에 들고 있는 옥가락지를 잡고 놀았다."이 물건은 그 남자의 것이니 지금 그가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정말 그럴 수 있습니까?""그를 찾을 수 있다면 너무 다행입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한번 해보겠습니다.""어서 드시고 일찍 쉬시오."그 후 낙요는 부진환과 방으로 돌아갔다.낙요는 옥가락지를 탁자 위에 놓고 창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을 빌어 시작했다.부진환도 그녀를 방해할까 봐 옆방으로 갔다.날이 밝자 부진환이 아침 밥상을 들고 왔다."밤새 안 잤소? 피곤하지 않소? 찾지 못해도 급할 필요가 없소."부진환은 음식을 탁자 위에 놓고 낙요의 피곤한 눈매를 보았다.낙요는 한숨을 내쉬었다."누가 찾지 못했다고 했소.""이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소.""내가 확인한 결과로는, 그 배후의 사람은 지금 교토에 있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은 차를 따르는 동작을 멈칫했고 표정이 굳어졌다."교토?""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소. 교토로 가야겠소."낙요가 위로했다."급해하지 마시오. 분명 방금 교토에 간
"특별히 온 이상 그냥 올 수는 없소.""여국의 상황은 당신이 나에게 쓴 편지에서 알고 있소. 지금은 절대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오.""비록 내가 섭정왕이라 조정을 장악하고 있지만 미래의 천궐국은 결국 황제의 말을 따라야 하오.""지금 여국과 천궐국은 평화롭지만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오. 지금 내가 섭정왕인 틈을 타 여국과 100년의 맹약을 맺을 수 있소.""물론 천궐국에 대한 보장이기도 하오. 결국 황제는 아직 어리니 다른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양국의 전쟁을 부추겨 어부지리를 얻으려 할 수도 있소.""맹약은 모두를 안심시킬 수 있소."낙요는 이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이전에 이런 생각을 했소. 다만 아직 자세히 생각하지 못했는데, 당신이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고려할 줄 생각 못 했소.""이왕 이렇게 된 이상 그럼 오늘 바로 맹약을 맺겠소."멀리서 왔으니 그냥 왔다 갈 순 없다.그날 그들은 바로 교토로 향했다.원래 낙요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려 왔기에 의장 격식은커녕 호위조차 데리고 오지 않았다.교토에 거의 도착하자 소소는 수백 명의 시위를 데리고 마중 나왔다.마차도 제일 큰 것으로 바꾸고 화려한 옷차림을 한 후에야 비로소 여제의 모습이 보였다.송천초와 초경은 대오를 따라 성으로 들어갔지만, 궁에 따라가지 않았다. 그들은 궁의 규칙에 익숙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들은 성안에서 유유자적 돌아다녔다.마차가 성으로 들어오자, 기세가 하늘을 찔러 많은 백성이 에워싸고 구경했다.8마리의 말이 끌고 있는 마차는 아주 화려했다. 구슬로 만든 가림막이 흔들렸고 사람들은 안에 있는 여인의 옆모습에 감탄했다."대체 무슨 사람이오? 이렇게 큰 마차에 섭정왕이 직접 맞이하다니.""마차 안의 여인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소."부진환이 성에 들어서자마자 소식이 퍼졌다.소승상도 댁에서 가장 먼저 소식을 접했다.소견당은 이 말을 듣고 초조하여 발을 동동 굴렀다."어머니, 섭정왕이 월말 전에 나와 혼례를 올릴
소유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이미 안배되었습니다.""그래. 그럼, 아가씨는 먼저 가서 쉬시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낙요를 바라보았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소, 섭정왕."그 후 소유는 낙요를 데리고 새로 마련된 정원으로 갔다.그녀가 원래 살던 정원이 아니라, 새로 수리한 것이다. 정원에는 복숭아나무 몇 그루가 심겨 있었고 꽃이 정원에 가득했다.시녀도 족히 열몇 명을 안배하여 앞뒤에서 시중을 들었다.부진환은 낙요를 왕부로 데리고 간 후 궁으로 들어가 연회를 준비했다.급하게 분부한 일이니, 그가 직접 지켜봐야 잘 처리할 수 있다.태만해서는 안 된다.낙요는 점심을 먹자마자 시녀가 몇 상자의 옷과 장신구를 보내왔다.모두 금으로 되었고 오래된 장인이 만든 정교한 것들이다."아가씨, 섭정왕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오늘 저녁 궁으로 가실 때 어떤 옷을 입을지 보십시오.""저희가 옷을 갈아입고 화장하는 것을 모시겠습니다."낙요는 방에 가득 진열된 옷과 장신구를 보며 저도 몰래 어지러웠다.옷들은 대부분 운예각의 유일무이한 귀한 것들이다.수놓는 솜씨도 대단했다.이런 양식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이렇게 많은 옷을 모을 수 있다.그녀는 맹약 체결이 다소 성급하다 생각했지만 부진환이 이렇게 준비를 잘해놓은 줄 몰랐다.그녀는 오후 내내 옷만 고르고 있었다.부진환이 준비한 옷들은 신경 쓴 것이 보였다. 운예각의 옷은 대부분 겉옷이 화려하고 번거롭다. 그러나 이 옷들은 겉옷을 벗어도 여전히 정교했고 옷 자체의 기품을 잃지 않았으며 행동하기에도 가벼웠다.평소라면 낙요는 마음대로 한 벌 골랐을 것이다.그러나 여국 여제의 신분으로 맹약 체결을 하러 왔으니, 일거수일투족이 여국을 대표한다. 그러니 신중해야 하고 옷차림에도 요구가 많아졌다.왕부 시녀들이 사석에서 의논하고 있다."아가씨 신분이 도대체 뭘까? 섭정왕꼐서 이렇게 중시하시다니.""왕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한 적 없소.""그리고 운예각 옷과 장신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