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이런 물건은 보통 중요한 인물을 상대할 때 쓰는 것이지.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사람들을 죽일 수 있으니까.’“네가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을게.”주민이 말했다.“하지만 이건 확실히 무서운 약이야. 중독된 다음, 또 고통에 시달리며 죽을 수밖에 없다니.”“네.” 앨리가 말했다. “사모님께서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강하영을 지켜보느라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그 사람들은 나한테 약을 줄 수 있는 거야? 확실해?”“네, 제 이름만 말씀하시면 그들은 바로 약을 사모님께 드릴 겁니다.”“그래, 그럼 내가 직접 찾아가 보지. 나중에 주소 보내줘.”“네, 사모님. 그 약을 손에 넣으면 강하영은 곧 죽는 사람과 다름없죠.”말을 마치자, 앨리는 주민을 향해 찻잔을 들었다.“선생님의 미래를 위하여.”주민은 웃었다.“그래.”저녁, 하영은 아크로빌로 돌아왔다.간단하게 밥을 먹은 후, 하영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비록 세준과 5일째 연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앨리의 방에 관한 소식이 없었다.하영은 오늘 주민에게 선전을 했으니 앞으로 자신의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그러니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문을 잠근 후, 하영은 다른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세준아, 앨리 방에 CCTV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이때 세준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그는 희민과 함께 다시 암호화된 아크로빌 별장의 방화벽을 돌파했다.그리고 하영에게 문자를 보내려는 순간, 뜻밖에도 먼저 하영의 문자를 받았다.문자 내용을 확인한 세준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엄마, 나 오늘 별장의 인터넷 방화벽을 돌파했어요.][그 사람들은 너무 경계를 하고 있어서 며칠이 지나서야 완성할 수 있었고요.][그리고 방금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는데, 엄마가 먼저 문자를 보냈네요.][앨리의 방에는 확실히 감시카메라가 있는데 그
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원은 답장을 보냈다.[지금 날 난처하게 하려는 거예요??][앨리가 내 옆에 있으니 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가 없어.][알았어요. 알았으니까 내 동창에게 연락할 방법 좀 생각해 볼게요.][부탁할게.][그럼 수고비라도 줘야죠!]하영은 웃으며 답장을 했다.[그래, 계좌번호 보내줘.]소희원은 즉시 하영에게 계좌번호를 보냈다.몇 분 지나지 않아, 소희원은 하영이 입금해준 천만 원을 받았다.‘천만 원을 이렇게 쉽게 입금해 주다니.’소희원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렇게 많이 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넌 내 사촌 동생이야. 그리고 그동안 줄곧 시간을 내서 부진석까지 미행하고 날 도왔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지.][내가 당신의 돈에 넘어갈 것 같아요? 나한텐 이런 수법 안 먹혀요!]하영은 이 문자를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소희원은 츤데레한 성격이라 말을 항상 듣기 싫게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을 통해 하영은 그녀가 꽤 믿을 만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예준이 죽은 것은 하영에게 있어 괴로운 일뿐만 아니라 소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소희원은 여전히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으니 이는 그 누구보다도 대단했다.사흘 후, 하영은 회의를 마치자마자 소희원의 문자를 받았다.그녀는 사무실 문을 힐끗 보더니 문자를 클릭했다.[앨리가 한 말을 번역한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요 며칠 누군가 BHN-37 약제를 가지러 갈 거야. 그때 그 사람은 내 이름을 말할 것이고, 너희들은 바로 약을 그 사람에게 줘.][이건 내 마지막 요구야. 너희들은 나에게 갚을 빚이 있으니 약제 하나로 맞바꾸는 건 지나친 요구가 아니잖아?][해독약은 필요 없어.][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난 아주 잘 알고 있어. 너희들은 그때 주민이란 아가씨에게 맡기면 돼.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어.]이것을 본 후, 하영은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앨리는 주민을 언급했어.’‘두 사람은 손을 잡아서 뭐 하
“여보세요.” 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염주강의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갑자기 전화해서 하영 씨 방해한 거 아니죠?”하영은 컴퓨터에 나타난 시간을 보았다.“주강 오빠, 농담도 참. 지금 아직 점심시간이 아니에요.”“그럼 하영 씨 일을 방해한 거네요.”“아니에요.” 하영은 얼른 설명했다.“방금 회의를 끝내서 지금은 아무 일도 없어요.”“그럼 같이 점심 먹을 시간 있어요?”하영은 살짝 놀랐다.“주강 오빠, 지금 김제에 왔어요?”“음, 볼일이 좀 있어서요.” 주강이 말했다. “괜찮아요?”“그럼요! 레스토랑은 내가 정할 테니까 이따 주소 보내줄게요.”“아니요.” 주강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미 예약했어요. 11시 30분에 회사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하영은 거절하지 않았다. “좋아요.”11시.하영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주강을 만나려 할 때, 앨리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하영이 주강 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자, 앨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하영에게 물었다.“이 사람은 누구죠?”하영은 앨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주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주강 오빠, 내가 직접 가면 되는데, 괜히 힘들게 날 찾아오게 하다니.”주강은 앨리를 힐끗 바라보았다.“이분은?”하영은 웃으며 소개했다.“공기예요.”주강은 멍하니 있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많이 유머러스해졌군요.”말이 끝나자, 주강은 하영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타요, 차에서 이야기하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하영이 차에 오르자, 앨리는 즉시 기사를 불러 하영을 따라갔다.차 안.주강은 백미러를 쳐다보았다.“그 여자는 하영 씨를 감시하는 사람이겠죠?”하영의 미소가 점차 굳어졌다.“네.”주강은 시선을 돌려 하영의 가슴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일 뿐, 그는 즉시 시선을 거두었다.“상처는 다 나았어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거의 다 나았어요.”“부진석이라는 사람이 한 짓이죠?”주강은
이 말을 듣자, 하영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내가 앨리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악독한 방식으로 날 대하려는 거지?!’‘차라리 총으로 날 쏘아 죽이는 게 더 낫겠어!’여기까지 생각하자, 하영은 자기도 모르게 진석을 떠올렸다.‘부진석이 앨리를 내 곁에 둔 이유가, 설마 쥐도 새도 모르게 날 독살하려고?!’‘주씨 가문과의 혼인도 다 허울이었어!’‘주민을 이용해서 이 약을 가져온 후, 앨리의 손을 빌려 날 죽이려는 게 분명해.’‘후에 이 일이 나한테 발각되면 부진석은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가 있지.’‘더욱이는 내가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을 할지도 몰라.’‘이렇게 되면 앨리든 주민이든 전부 한방에 해결되는 거지.’‘심지어 주씨 가문은 부진석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낄지도 몰라. 주민이 이런 끔찍한 짓을 해서 자신의 사업에 영향을 주었으니까.’하영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정말 독한 남자군!’“하영 씨??”주강의 목소리에 하영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하영은 창백한 얼굴로 주강을 바라보았다.“주, 주강 오빠, 왜 그래요?”주강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어쩌다 부진석의 미움을 산 거죠?”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난 아직도 그 남자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현재로서는 MK를 겨냥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부진석은 아마 MK 회장님이란 직위를 노리고 있을 거예요. 이렇게 되면 부진석은 MK 전체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거고요.”“아마도요.”하영이 말했다.“하지만 부진석의 목적을 이미 파악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막을 힘이 없잖아요.”“음, 확실히 어려운 일이죠. 방금 하영 씨가 말한 그 약, 내가 방법을 생각해서 한 번 알아볼게요.”“그럼 잘 부탁할게요.”“부탁은 무슨.”주강이 말했다.“결국 우리 두 사람도 장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잖아요. 하영 씨가 쓰러지면 누가 우리 회사 직원들의 복장을 만들겠어요?”하영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하영은 주강이 뜻밖에도 자신을 돕고 싶어할 줄은 몰랐다.‘그러나 주강 오빠는 김제에 세력이 없었으니 정말 우리를 도와 이 곤경을 해결할 수 있을까?’이리저리 생각하다, 하영은 주강에게 사실을 말하기로 결정했다.주강이 오늘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이상, 그 능력은 당연히 유준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내 두 아들은 뛰어난 컴퓨터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요.”하영은 간단하게 설명했다.“부진석이 그들을 내보내려 하지 않은 이유가 아마도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연락한 다음 날 데리고 도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일지도 몰라요.”주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네요. 현재의 상황에서 하영 씨는 또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래서 나도 그 사람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네요.”“외부 소식에 따르면 부진석은 이미 MK를 장악한 것 같아요.”“그럼 지금 회장님을 노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회장님이란 자리에 올라가야만 전 MK를 진정으로 이용할 수 있죠.”주강은 눈을 드리웠다. 하영은 그를 한 번 보았는데, 주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하영이 음식을 주문한 후에야 주강이 입을 열었다.“난 MK의 주식을 인수할 거예요.”이 말을 듣자, 하영은 갑자기 멍해졌다.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앞에 있는 잘생긴 남자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주강 오빠... 무엇 때문이죠??”주강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익을 추구하는 상인일 뿐이니까요.”사실 주강은 나름 사심이 있었다.지금 유준은 비행기 사고로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주강은 하영에게 접근할 기회가 있었다.이혼한 이래, 주강이 만난 가장 적합한 여자는 단 하영 뿐이었다.그리고 만약 유준이 정말 돌아온다면, 주강은 여전히 자연스럽게 물러나며 자신은 단지 하영을 챙겨주었을 뿐이라고 할 수 있었다.사람들은 유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주강이 현재 사업에서 아무리 성공해도 유능한 친구 하나 더 생기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
“허.” 하영은 차갑게 웃으며 진석을 바라보았다. “약혼녀랑 같이 있지 않고 나와 산소에 가려는 거예요?”진석은 담담하게 말했다.“주민 씨는 요 며칠 일 있어서 출국했어.”“그래서 여기에 온 거예요?”하영이 비아냥거렸다.진석은 대답하지 않았다.“가자, 산소에 같이 가줄게.”“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영은 차갑게 진석을 쳐다보았다.“당신이 바로 우리 엄마와 아주머니를 죽인 범인이잖아요! 지금 산소로 찾아갈 면목이 있긴 한 거예요?!”진석은 차분한 표정을 하며 이 일들을 마음에 두지 않은 것 같았다.“나는 단지 그 사람들의 고통을 미리 끝내줬을 뿐이야.”“그걸 왜 당신이 결정하는 거죠?!”하영은 참지 못하고 진석에게 소리를 질렀다.“사람 목숨이잖아요! 내 가족이라고요!!”진석의 말투는 여전히 평온했다.“그들을 살리고 싶은 것도 단지 너 자신이 앞으로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 뿐이지. 그들은 매일 고통을 받고 있으니 이렇게 떠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지금 그럴듯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단지 자신이 살인범이란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하영이 노발대발했다.“난 단지 그들의 각도에 서서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그 사람들이 당신의 어머니였다면, 그래도 이런 짓을 했을 건가요?!” 하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진석은 눈을 드리우더니 입술을 오므렸다.“응, 그랬지.”하영은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단 눈빛으로 눈앞의 냉혈하고 매정한 남자를 바라보았다.진석은 눈을 들어 말했다.“만약 내가 같이 가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난 여기서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치자, 진석은 손에 든 물건을 하영에게 건네주었다.하영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 물건들을 바닥에 뿌리쳤다.“당신의 열정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진석은 맞아서 빨개진 자신의 손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점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넘쳐났다.쓸쓸함
하영은 마음이 조여오더니 얼른 그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그녀가 도착했을 때, 묘비 앞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하영은 다급하게 사방을 둘러보았다.‘방금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어떻게 달려오자마자 사람이 사라진 거지?’‘난 절대로 잘못 보지 않았어. 우리 오빠의 뒷모습이 틀림없어!’‘그런데 대체 어디 간 거지?!’하영은 입을 열어 예준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지만, 고개를 돌리자마자 자신을 따라온 앨리를 보았다.그렇게 하영은 억지로 예준을 부르려던 충동을 참았다.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앨리를 바라보았다.앨리는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며 물었다.“왜 날 이렇게 쳐다보는 거죠?”하영은 점차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왜 날 따라온 거야?!”앨리는 눈살을 찌푸렸다.“난 줄곧 당신을 따라다녔잖아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이곳을 떠났으면 좋겠어!” 하영은 흥분해하며 말했다.“나한테서 떨어지라고!!”‘앨리가 없었다면 오빠는 절대로 떠나지 않았을 거야!’‘오빠는 분명히 앨리에게 들킬까 봐, 그리고 앨리가 돌아가서 부진석에게 자신이 죽지 않았다고 말할까 봐 두려워서 떠난 거야!’‘틀림없어!!’앨리는 어이가 없었다.“당신 혹시 미친 거 아니에요?”“꺼지라고!” 하영은 호통을 쳤다.“꺼져!!”“제사 지내러 왔으면 빨리 움직여요! 괜히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말고요! 볼일 없으면 지금 당장 나랑 같이 돌아가요!”하영은 눈시울을 붉혔다.‘앨리가 떠나지 않으면 오빠는 절대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 거야.’‘이미 이번 기회를 놓쳤는데, 난 또 오빠를 만날 수 있을까?’‘만약 아직 살아있다면, 오빤 왜 나와 연락하지 않은 거지?’‘모든 사람들이 오빠가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걱정하고 있는 가족들을 무시할 수 있는 거지?’하영은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무기력하게 사방을 바라보았다.‘오빠...’‘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예요??’‘무사하다는 문자라도 좀 남겨주지, 그걸 증명할 수 있는 물건
앨리가 물었다.“방울약이죠?”주민이 대답했다.“맞아, 아주 작은 방울약 한 병이야. 그 사람은 매번 2밀리리터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어.”“맞습니다, 사모님. 매일 2밀리리터만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 양을 초과하면 약효가 너무 빨리 발작할 수 있기에 선생님에게 발견될 수 있습니다.”“응, 알았어. 그때 가서 약을 줄 테니까, 강하영은 너한테 맡길게.”“네, 사모님.” 말을 마치자, 주민은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경호원이 주민을 바라보았다.“아가씨, 왜 거액을 들여 한 병 더 샀다고 말하지 않으신 겁니까?”주민은 경호원을 힐끗 보았다.“몇천만 원이 무슨 큰돈이야. 그리고 이런 약을 남겨두면 또 다른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잖아.”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즉시 모레 귀국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하겠습니다.”“응.”이와 동시,세준과 희민은 앨리와 주민의 대화를 들은 후, 즉시 이 일을 하영에게 알려주었다.문자를 본 하영은 가슴이 떨렸다.‘주민이 돌아오면 난 더 이상 마음 놓고 지낼 수가 없을 거야.’‘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그 약을 먹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이리저리 생각하다, 하영은 아래층의 아주머니를 떠올렸다.‘주민이라면 틀림없이 아주머니더러 이 약을 내가 먹는 음식에 넣으라고 할 거야.’‘난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마침 세준에게서 또 다른 문자가 왔다.[엄마, 부진석 아저씨한테 더 이상 앨리를 엄마 곁에 두지 말라고 할 수 없어요?][이 일은 분명히 그 남자의 계획이기도 하니 어떻게 앨리를 내 곁에서 떼어낼 수가 있겠어?][일단 떠보는 건 어때요? 만약 부진석 아저씨의 계획이 아니라면, 아마도 엄마의 제의에 동의할 거예요.]하영은 이 문자를 보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꼭 그렇지는 않아. 부진석은 경계심이 너무 많거든.][그리고 앨리를 전근시켜도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잖아. 심지어 경호원까지 있고.]세준은 걱정을 금치 못했다.[그럼 엄마에게 다른 생각은 없는 거예요? 지금 위험이 닥칠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