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은 호진이 자신의 앞에서 죽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는 힘겹게 발걸음을 떼며 호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옆에 있는 앨리는 진석을 쳐다보았고, 진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시원은 호진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피바다에 쓰러진 호진 앞에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눈물이 그의 눈가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시원은 끊임없이 떨리는 손을 들어 호진의 아직 뜨고 있는 눈을 가렸다.그는 이를 악물고 호진이 눈을 감게 했다.“미안...”시원은 고개를 숙이고 울부짖었다.“미안해, 호진아, 미안해!!!”시원은 무릎을 꿇고 한 번 또 한 번 참회했다.이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김두범이 걸어 들어왔다.사무실 안의 처참한 광경을 보며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진석은 고개를 돌려 김두범을 바라보았다.“다 도착했어?”김두범은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김두범의 목소리를 듣자, 시원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김두범은 어색하게 시선을 떼었다.시원은 낮은 소리로 비웃었다.‘정말 김두범이었어...’진석은 일어서서 시원을 바라보았다.“이제 날 도와 일할 때가 됐어.”말이 끝나자, 진석은 사무실을 나섰고 앨리도 뒤따라갔다.시원은 잠시 멍해지더니 씁쓸한 표정으로 일어섰다.그는 꼭두각시처럼 터벅터벅 사무실 밖으로 걸어갔다.김두범의 곁을 지날 때, 그는 시원의 팔을 덥석 잡았다.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허 비서! 정말 이 사람을 따를 작정이야?! 미쳤어?”시원은 차갑게 웃었다.“당신은 이미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는데, 왜 난 안 되는 거지?”“나도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시원은 김두범을 무시하며 자신의 팔을 뽑아 진석을 따라갔다.김두범은 그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호텔에서, 현욱과 기범 두 사람은 앉지 않고 끊임없이 서성거렸다.인나는 한쪽에 앉아 무릎을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을 때리고 있었다.이미 정오가 다 되어 갔지만 시원에게 여전히 전화가 오지 않자, 기범은 더욱 초조
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 바로 출발하자.”인나도 따라서 말했다.“나도 같이 가요!”30분 후, 세 사람은 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했다.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문 앞에 수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곧이어 경호원 몇 명이 들것을 메고 나왔다.그 위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는데, 흰 천으로 몸을 덮고 있어 그들은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볼 수 없었다.상대방은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현욱은 기범을 바라보며 말했다.“일단 따라가보자.”그 차를 따라 약 두 시간 정도 운전을 했고, 차는 마침내 화장터 입구에서 멈추었다.경호원들은 들것을 끌어내더니 화장터로 들어갔다.현욱과 기범, 인나는 얼른 따라 들어갔다.그들은 조심스럽게 상대방의 뒤를 따랐고, 경호원들은 직원에게 들것을 건네준 후 바로 떠났다.현욱이 말했다.“그게 누구인지 물어보러 가자.”기범과 인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세 사람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기범은 구실을 찾아 그 직원을 한바탕 설득했는데, 그들은 그제야 흰 천 아래에 누운 그 사람을 볼 수가 있었다.직원이 흰 천을 들어 올린 순간, 세 사람은 순식간에 멍해졌다.잠시 후, 직원은 호진을 안으로 옮겼지만, 그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특히 그의 목에 있는 깊고 긴 상처는 인나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현욱은 인나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가요 이제.”세 사람은 화장터를 나섰다.기범이 말했다.“여기서 잠깐 기다리자. 그래도 호진이를 마지막으로 배웅해야 할 거 아니야.”현욱과 인나는 반박하지 않았다.기범은 핸들을 꽉 잡았다.“호진밖에 죽지 않은 이상, 허 비서는 아직 무사할 거야.”현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허 비서가 무사하다면, 그는 목숨을 건지려고 유준을 배신했을 수가 있어.”“그게 말이 돼?!”기범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했다.“허 비서가 얼마나 충성스러운데! 그는 절대로 유준을 배신할 리가 없어!”현욱은 기범을 바라보았다.“지금 또 무슨 일이 불가능하
“자, 자살이라니...”송유라는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믿을 수 없단 듯이 중얼거렸다.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고, 그러다 땅에 심하게 넘어졌다.세 아이는 얼른 앞으로 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할머니!”송유라는 그들을 바라보았다.“지금 어서 너희 엄마 불러. 너희들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을 알면, 하영도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거야!”꼬마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문 앞으로 달려가자, 경호원은 몸으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세준과 희민은 경호원을 힘껏 밀쳤고, 세희는 이 틈을 타서 얼른 옆방에 대고 소리쳤다.“엄마!” 세희는 최선을 다해 소리쳤다.“엄마, 꼭 버텨요!! 엄마, 나랑 오빠들 다 엄마 곁에 있어요. 우린 멀쩡하니까, 우리 버리지 마요, 엄마! 아빠는 이미 우릴 버렸으니 엄마는 절대로 우릴 버리고 떠날 수 없어요! 나와 오빠들은 고아가 되고 싶지 않아요! 엄마, 내 말 들려요? 우릴 위해서라도 꼭 버텨야 해요!!”세희의 울음소리가 복도에서 울려 퍼졌다.이를 들은 간호사는 분분히 한숨을 쉬었다.아이들은 겨우 다섯 살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변고로 어쩔 수 없이 철이 들어야 했다.병실 안.하영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세희의 목소리를 얼핏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세희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아이가 울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이게 어떻게 진짜일 수가 있겠어?’‘부진석은 이미 그들을 데려갔는데...’하영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진석이 아이들더러 옆방에 가 있으라고 했단 것을.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그동안 진석을 너무 믿었기 때문에 하영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잃어버렸다.‘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이렇게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아.’‘그 남자가 너무 보고 싶어...’‘유준 씨는 지금 엄청 아파할 거야. 난 유준 씨를 찾으러 갈 거야. 유준 씨의 곁에 있어주면서 그를 꼭 안아줄 거야.’‘난 유준 씨에게 혼자가 아니란 것을 알려줄 거야.’A
그런 시원이 유준을 배신했다니, 인나는 믿지 않았다.‘허 비서에게 분명히 무슨 고충이 있을 거야.’인나는 시원을 매우 믿고 있었다.이때 기범이 입을 열었다.“이쪽의 일도 거의 다 알아냈으니 이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은데.”현욱은 고개를 획 돌리며 인나를 바라보았다.현욱의 시선에 인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를 보지 않았다.현욱의 눈빛엔 아픔이 스쳤다.“인나 씨, 난...”“내가 말했죠.”인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은 이런 말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현욱은 입을 오므렸다.“그럼 이제 내 번호를 차단하지 말아줄래요?”기범은 현욱을 바라보았다.‘와, 이 비천한 태도 좀 봐???’인나가 말했다.“이미 해제했어요. 만약 돌아가서 하영을 만날 수 있다면 꼭 나에게 하영의 상황을 알려줘요.”비록 하영 때문이었지만 현욱은 인나가 더 이상 자신의 번호를 차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무척 기뻐했다.‘이렇게 되면 난 인나 씨를 천천히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어.’국내에서, 진석은 시원과 앨리를 데리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원에 도착한 후, 시원은 연세 병원이란 네 글자를 바라보며 가슴이 아팠다.그렇게 눈 밑의 감정을 감춘 시원은 진석과 함께 병원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VIP층으로 올라가자, 시원은 그제야 천천히 눈살을 찌푸렸다.‘누굴 보러 온 거지?’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시원은 두 병실 앞에 모두 경호원이 서서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이 나오자, 경호원은 공손하게 진석에게 인사를 했다.“선생님.”진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앞으로 걸어가서 하영이 있는 병실 문을 열었다.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는 하영을 보며 진석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그리고 그는 두꺼운 거즈를 감은 하영의 손목에 시선이 떨어졌다.진석은 입술을 오므리며 하영의 옆으로 걸어갔다.시원과 앨리도 따라 들어왔다.하영을 본 순간, 시원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아가씨?!’
하영의 말에 시원은 멈칫했다.‘대표님은 아마 이 일을 알고 애타게 돌아오려고 하신 거겠지?’시원은 진석에게 시선을 돌렸다.‘이 남자는 아마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거야!’‘대체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을 짠 거야?!’진석은 부드럽게 말했다.“하영아, 시간이 지나면 그 고통도 점차 사라질 거야.”“내 이름 부르지 마요!!” 하영은 눈을 번쩍 떴다.그녀는 젖 먹던 힘을 써가며 진석을 향해 소리쳤다.“역겨우니까!”진석은 다리에 놓은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남자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하영은 계속 그를 비웃었다.“날 죽이고 싶지 않았나요? 그럼 왜 날 막으려 한 거죠?”말하면서 하영은 차갑게 웃었다.“아, 내가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예요? 그럼 정말 유감이네요! 난 당신의 소원대로 죽지 않았으니까!!!”진석은 담담하게 하영을 바라보았다.지금의 하영에게서 더 이상 예전의 활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잠시 후, 진석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입을 열었다.“앨리, 너희들 먼저 나가 있어.”진석이 이 말을 하자, 하영은 그제야 그의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시원을 본 그 순간, 증오로 가득 찬 하영의 눈빛은 점차 놀라움으로 뒤바뀌었다.그리고 ‘배신’이라는 두 글자가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하영은 이불을 꽉 쥐며 시원이 병실을 떠나는 것을 노려보았다.하영의 시선을 감지한 시원은 입을 꼭 다물며 침묵했다.문이 닫히자, 진석은 앉은 자세를 조정했다.“하영아, 내가 전에 내 어머니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기억나?”진석은 한숨을 내쉬었다.“그 남자가 떠난 후, 내 어머니 역시 너처럼 자학을 했어. 그러나 굳이 남자 하나 때문에 자신을 이렇게 학대할 가치가 없잖아.”‘남자 하나 때문에?’하영은 울분을 느끼며 눈물은 계속 베개를 적셨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외쳤다.“양심이 없고 또 더러운 수단으로 남을 해친 사람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어요!”진석은 눈을 들어 하영을 보았다.“그래서, 그 세 아이가 정유
이를 본 앨리는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선생님, 왜 그러세요?”진석은 눈을 들더니, 눈빛은 이미 원래대로 회복되었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분부했다.“강하영을 제외한 사람들을 모두 소씨 가문으로 데리고 가. 그리고 경호원을 찾아 그들을 감시해. 무슨 이상 있으면 가장 먼저 나에게 보고하고.”“네, 선생님.”시원은 옆에 서서 진석을 바라보았다.그는 진석이 하영과 그녀의 아이들을 감시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다.‘지금 대표님이 돌아가신 데다 예준 도련님까지 실종된 마당에, 설마 아직도 자신에게 불리한 짓을 할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아니겠지?’한 시간 뒤, 아이들과 송유라는 소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심지어 경호원들은 그들의 핸드폰까지 돌려줬다.송유라는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얼른 소희원에게 문자를 보내려 했다.희민은 얼른 그녀를 막으며 문 앞의 경호원과 별장 안의 CCTV를 바라보았다.“할머니, 문자 보내지 마세요.”송유라는 어리둥절했다.“지금 희원에게...”“할머니.” 세준도 따라서 송유라의 말을 끊었다.그는 송유라의 곁으로 가더니 그녀더러 허리를 굽히라고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송유라가 허리를 굽히자 세준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집에서 절대로 이모의 이름을 언급하지 마요. 그 악마는 아직 이모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아요.”송유라는 놀라운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송유라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그럼 먼저 너희 진외할아버지에게 말할게.”말이 끝나자, 송유라는 소진호에게 그들이 이미 집으로 돌아왔다는 문자를 보냈다.그 후, 송유라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하인을 불러 아이들에게 물었다.“뭐 먹고 싶은 거 없어?”세준과 희민은 아무거나 시켰지만, 세희는 오히려 소파에 앉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송유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세희의 곁으로 다가갔다.“세희야?”세희는 어딘가를 빤히 쳐다보며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할머니, 세희는 뭐든 다 돼요.” 세희는 간단하게
송유라는 눈물을 훔쳤다.“다른 생각할 필요 없어. 내가 너희들 위해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세준이 대답했다.“네.”위층.희민은 방으로 들어갔다.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입술을 깨물고 우는 세희를 보며 희민은 가슴이 아팠다.세희의 곁으로 가자, 희민도 그녀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시간은 일분일초 지나갔고, 세희는 그제야 작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희민을 바라보았다.“희민 오빠, 세희 괜찮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세희가 말했다.희민은 작은 입술을 구부리더니 세희를 바라보았다.“우리 세희 하룻밤 사이에 어른으로 된 것 같아.”세희는 울음에 지쳐서 희민의 품속으로 안겼다.그녀의 부드럽고 앳된 소리에는 짙은 콧소리를 띠고 있었다.“희민 오빠, 나 엄마 보고 싶고 또 아빠도 보고 싶어. 삼촌과 캐리 아저씨도 보고 싶어...”희민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응, 오빠도 그래.”세희가 물었다.“희민 오빠, 그럼 삼촌이랑 아빠가 살아있다고 믿어?”“세희야, 난 결과 없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믿어.”‘결과가 없으면 가장 좋은 일이라...’세희는 희민의 품에서 눈을 떴다.그녀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세희야.” 희민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사실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 너도 오빠들한테 없는 재주가 있으니까.”세희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희민을 바라보았다.희민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넌 나와 세준이 모르는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잖아. 이것이 바로 너의 능력이야.”희민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드넓은 밤하늘처럼 안개로 가려진 세희의 마음을 점차 밝게 비추었다.‘그래...’‘나도 능력이 있어...’‘다만 아직 다 발휘하지 않았을 뿐이야.’‘만약...’‘만약 사부님을 찾아간다면, 난 아빠와 삼촌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이러면 엄마도 기뻐할 거고 더 이상 자살하지 않을 거야.’세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고 동시에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난 사부님을
그 절박한 눈빛은 마치 소희원의 얼굴에서 자신을 안심시킬 수 있는 소식을 발견하려는 것 같았다.소희원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눈빛에 슬픔이 묻어났다.“우리는 이미 현실을 받아들였어요.”“무슨 현실?” 하영은 입술을 떨며 말했다. “오빠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현실? 그럼 시체는??”“아직은 못 찾았어요.” 소희원은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한강이 얼마나 넓은 지 잘 알잖아요.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죠.”소희원의 손을 잡고 있던 하영은 갑자기 손을 놓더니 힘없이 이부자리에 늘어졌다.소희원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유준 오빠의 일도 그래요. 이제 체념하고 살아요.”하영은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그럼 시체는...”말을 다 하지 못했지만, 하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유준 씨의 잔해는 찾았어?”이 말을 할 때, 하영의 입술과 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소희원은 이불을 꽉 잡고 있는 하영의 손마디까지 하얗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영은 지금 억지로 감정을 참고 있었다.소희원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나도 몰라요. 배현욱 씨에게 연락해봐요. 그들이 뭐라도 알고 있을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난 이미 그들에게 연락할 기회가 없어. 부진석은 내 휴대전화를 압수했거든.”소희원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지금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자살할 생각을 한 거예요?”하영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당신을 잘못봤네요.”소희원은 계속 말했다.“당신이 강인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결국 충격과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바로 좌절하는 병신이었다니.”하영은 눈물에 의해 시선이 가렸고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영의 이런 모습을 보자 소희원은 더욱 화가 났다.“당신 혼자만 괴롭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예준 오빠를 잃은 우리는 안 괴로운 줄 아냐고요??”말하면서 소희원은 상처를 싸맨 하영의 손목을 꽉 잡으며 물었다.“아파요? 이렇게 하면 무슨 결과를 얻을 줄 알았죠? 강하영, 복수할 생각은 안 해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