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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시원은 호진이 자신의 앞에서 죽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힘겹게 발걸음을 떼며 호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옆에 있는 앨리는 진석을 쳐다보았고, 진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은 호진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피바다에 쓰러진 호진 앞에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눈물이 그의 눈가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시원은 끊임없이 떨리는 손을 들어 호진의 아직 뜨고 있는 눈을 가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호진이 눈을 감게 했다.

“미안...”

시원은 고개를 숙이고 울부짖었다.

“미안해, 호진아, 미안해!!!”

시원은 무릎을 꿇고 한 번 또 한 번 참회했다.

이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김두범이 걸어 들어왔다.

사무실 안의 처참한 광경을 보며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진석은 고개를 돌려 김두범을 바라보았다.

“다 도착했어?”

김두범은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

김두범의 목소리를 듣자, 시원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김두범은 어색하게 시선을 떼었다.

시원은 낮은 소리로 비웃었다.

‘정말 김두범이었어...’

진석은 일어서서 시원을 바라보았다.

“이제 날 도와 일할 때가 됐어.”

말이 끝나자, 진석은 사무실을 나섰고 앨리도 뒤따라갔다.

시원은 잠시 멍해지더니 씁쓸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는 꼭두각시처럼 터벅터벅 사무실 밖으로 걸어갔다.

김두범의 곁을 지날 때, 그는 시원의 팔을 덥석 잡았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허 비서! 정말 이 사람을 따를 작정이야?! 미쳤어?”

시원은 차갑게 웃었다.

“당신은 이미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는데, 왜 난 안 되는 거지?”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

시원은 김두범을 무시하며 자신의 팔을 뽑아 진석을 따라갔다.

김두범은 그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호텔에서, 현욱과 기범 두 사람은 앉지 않고 끊임없이 서성거렸다.

인나는 한쪽에 앉아 무릎을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을 때리고 있었다.

이미 정오가 다 되어 갔지만 시원에게 여전히 전화가 오지 않자, 기범은 더욱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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