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희는 부적 한 장을 꺼내며 수지에게 건넸다.“수지야, 이 부적 가지고 있어. 나 먼저 나갔다 올게.”수지는 세희의 말을 듣고, 대충 상황을 알 수 가 있었다.“그래, 빨리 가.”세희와 희민은 함께 방을 나섰다.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세희는 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연결되었다.[어, 누나.]그의 차분한 말투에 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인우야, 너와 우빈은 이미 집에 도착한 거야?”[그럼요!] 인우가 대답했다.[금방 아래층에 도착했어요.]“뭐? 금방 도착했다고?” 세희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지금 5시 30분이 되가는데, 왜 이제야 아래층에 도착한 거야?!”[이건 내 탓이 아니에요, 누나. 병원 쪽에서 줄곧 시간을 끌었단 말이에요.]“너희들 지금 빨리 올라가. 전화 끊지 말고, 우빈이 잘 지켜봐!”[응, 알았어요.]말하면서 인우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다음, 우빈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두 사람의 신호가 끊겼다.세희는 갑자기 끊긴 전화를 보며 인우를 욕했다!“정인우, 이 바보 멍청아!”그녀는 희민을 따라 차에 올라탄 후, 계속 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인우는 다시 전화를 받았다.[누나, 방금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면 신호가 끊긴다는 것을 잊어버렸어요. 우리 이미 우빈 형의 집에 도착했어요.]인우는 소박한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이 안은 무척 초라할 뿐만 아니라, 가구조차 얼마 없었다.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우빈 형은 너무 소박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이제 다른 거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내가 준 부적 붙여. 핸드폰은 스피커를 켜서 탁자 위에 올려놔. 내가 어떻게 붙이는지 가르쳐 줄게.”[오케이.]인우는 우빈을 안착시킨 뒤, 부적을 꺼내며 물었다.[어떻게 붙이면 돼요?]“먼저 대문에 붙여, 그다음은 화장실 유리, 그다음은 침실 유리와 주방의 유리에 붙여.”인우는 대문을 향해
전화 너머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세희는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왜 말을 안 하는 거야?”[괜, 괜찮아진 것 같아요, 누나. 그 이상한 느낌이 사라졌어요.]인우는 자신의 가슴을 달래며 대답했다.“너 때문에 다친 것 같아. 그럼 오늘 저녁에 더 이상 허튼짓을 하러 오지 않을 것 같군. 금방 갈게.”[네.]...전화를 끊은 지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세희와 희민은 우빈의 집 아래층에 도착했다.위층으로 올라간 후, 인우는 이미 문을 열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문에 들어선 세희는 방안의 인테리어에 시선이 떨어졌다.따라서 들어온 희민도 덩달아 멍해졌다.“이 거실에 식탁 하나와 의자 하나밖에 없다니...”세희도 충격을 받았다.“그러게, 난 처음으로 깨끗하고 깔끔한 집을 본 것 같아.”두 사람은 목소리를 낮추며 우빈의 집으로 들어갔다.이때 우빈은 이미 인우에 의해 침대로 옮겨졌고, 인우는 경호원에게 저녁에 먹을 것을 사오라고 했다.세희와 희민이 들어왔을 때, 인우는 방금 분부를 마쳤는데, 일어서서 그들에게 말했다.“누나, 형, 왔어요.”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빈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빈아, 넌 좀 어때?”우빈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인우 덕분이야.”세희는 인우를 바라보았다.“우빈을 뒤집어 봐. 등 좀 볼게.”인우의 눈빛은 금세 돌변했다.“누나, 변태였어요?”세희는 손을 들어 인우의 이마를 두드렸다.“난 너희들 앞에서 남의 알몸을 보는 그런 변태가 아니야.”인우는 이마를 비비며 우빈에게 말했다.“우빈 형, 그냥 우리 누나의 소원을 들어줘요.”우빈도 어색해했다.“세희야, 지금 뭐 하려고?”“나도 너희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무튼 내가 시킨 대로 해.”사람들은 의혹을 느꼈고, 인우는 우빈의 몸을 돌려 그가 침대에 엎드리도록 했다. 그 후, 인우는 또 우빈의 옷을 위로 젖혔다.그러나 그 순간, 인우와 희민은 그만 멍해졌다.우빈의 깨끗한 등 위에는 선
말하면서 세희는 두 손을 꼭 쥐었다.“설령 날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 하더라도, 난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러나 동시에, 캐리 아저씨는 확실히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이잖아. 나도 정말 마음먹고 아저씨의 혼을 박살 낼 수 없을 것 같아.”인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아무튼 그 캐리 아저씨가 기어코 자신의 집념으로 우빈 형을 해치려 한다면, 누나도 그 아저씨를 봐주지 않을 거죠?”“말로 할 수 있으면 절대로 손을 쓰지 않을 거야.” 세희가 말했다.“이건 지철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도리거든. 캐리 아저씨처럼 사고로 돌아가신 경우, 그 원한은 보통 귀신보다 훨씬 많을 거야. 그러니 이 일은 캐리 아저씨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이렇게 움직인 것일 수도 있어.”우빈, 인우 그리고 희민은 이해하지 못한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세희도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살아있을 때 아무리 좋은 사람이었어도, 죽은 후에 좋은 귀신이 되는 건 아니었다.이렇게 듣자니 황당하겠지만, 이 세상에는 본래 황당한 일이 가득했다.“그럼 이제 어떡하죠? 그 아저씨는 줄곧 누나 앞에 나타나려 하지 않잖아요.”“응, 그건 정말 까다로운 일이야. 아저씨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찾아도 소용없거든.”“만약 계책을 쓴다면?” 희민이 물었다.“쓸모없어.”세희가 말했다.“캐리 아저씨처럼 돌아가신 지 십여 년이 된 사람은 이미 일정한 도를 닦았을 거야. 우리가 계책을 쓰면, 아저씨도 알아차릴 것이고, 절대로 우리에게 쉽게 들키지 않을 거야.”인우는 화가 나서 머리를 긁적거렸다.“그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이 일은 너희들 모두 상관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말을 마치자, 인우와 희민은 반박하려 했다. 그러나 세희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다시 말을 삼켰다.‘만약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세희는 아마도 일부러 이렇게 말했을 거야.’우빈의 집에
인우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그럼 언제 시작하면 되죠?]세희가 답장했다.[하루 앞당겨 문자 보낼 테니까, 미리 준비하면 돼.].[네.]답장을 마친 후, 세희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방을 나섰다.‘돌아와서 아직 수지를 보지 못했는데, 지금 좀 좋아졌는지 모르겠네.’그러나 방을 나서자마자 세준과 부딪칠 줄이야. 세준은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돌아왔어?”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참, 오빠, 오늘 그 일 알아?”“뭘?” 세준은 몰랐기에 세희는 수지의 일을 그에게 설명했다.세희의 설명을 듣고, 세준은 눈썹을 세게 찌푸렸다.“그래서 오늘 내 방에 들어온 사람은 염수지 본인이 아니라, 캐리 아저씨가 빙의한 사람이란 거야?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내 방에 들어간 거고?”“그래.” 세희가 대답했다.“오빠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속았어.”세준은 벽에 기대었다,“그럼 너...”“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려고?” 세희가 되물었다.“일단 묻지 마. 그때 가서 알게 될 테니까.”“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아니야.”세준이 말했다.“난 네가 종사하는 일을 잘 모르니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너도 다 생각이 있겠지. 그러나 이 일은 캐리 아저씨와 관련되어 있으니, 엄마에게 먼저 알려줘야 할 것 같아.”“난 이미 엄마에게 말했어. 엄마는 내가 아저씨 해결하기 전에 미리 알려달라고 했고. 캐리 아저씨를 만나고 싶데.”“응, 그래.”세준이 말했다.“지금 어디 가려고? 3일 동안 집에서 잔 적이 없으니, 너도 적당히 좀 해.”“나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건데!” 세희는 세준의 팔을 안았다.“수지 보러 가는 거니까 안심해.”세준은 그제야 흐뭇하게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그러나 앞으로 걷다가 세준은 또 멈춰 섰다.“참, 세희야, 내가 널 위해 집 하나를 마련했는데. 너뿐만 아니라 희민과 인우에게도 따로 준비했어.”“뭐?!”세준의 말에 세희는 고개를 돌리더니 깜짝 놀랐다.“MK 명의로 막 개장
“반대로, 만약 모든 사람이 다 똑같고, 자신의 노력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거야.”말이 끝나자, 수지는 웃으며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너 지금 자신과 우빈을 말하는 거지?”세희는 얼굴을 붉히며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수지는 웃으며 물었다.“넌 진우빈과 사귀고 싶어?” “헛소리!”세희는 즉시 얼굴이 빨개지더니 반박했다.“나, 난 우빈과 이제야 다시 만났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사귈 수 있겠어!”“그래? 그럼 왜 이런 질문을 물어보는 거지?”“그냥 궁금해서... 지금은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이니까 생각도 많을 거고.”“세희야, 진우빈이 너한테 베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만 보면 돼.”“뭐랄까.” 세희가 대답했다.“전에 입원할 때, VIP 병실이 학교에서 안배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우빈은 바로 나에게 300만원을 입금해줬어.”수지가 물었다.“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자신이 넘어져서 입원했으니, 왜 너희들이 돈을 대신 내야 하는 거지? 이번에 진우빈이 입원하면서 너도 돈 많이 썼지?”“나도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 세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저녁에 내가 우빈의 집에 갔잖아?”“응, 그래서?”“그 집에 주방을 제외하고는, 다른 가구가 다섯 개조차 없는 거 있지!”수지는 경악했다.“이렇게 소박하다고?”세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우빈의 가정 상황을 수지에게 말했다.“어쩐지 네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더라니. 진우빈은 확실히 너와 어울리지 않아.”세희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그러니까, 지금 학교 대부분 사람들도 내가 재벌 집 아가씨란 걸 알고 있어. 우빈이 앞으로 나와 사귄다면, 뒷담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아.”“그럼 진우빈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렸어.”수지가 말했다. “넌 그 사람의 생각을 통제할 수 없잖아. 이건 사실이야. 그리고 세희야, 나도 널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건데, 너희들은 이미 14년 동안 만나지 못했어. 그
“우리 세희 정말 똑똑하네.” 수지는 부드럽게 웃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셨다.“좋아, 알았어. 내일 내가 한 번 물어볼게!”“응, 그때 가서 내가 다시 분석해줄게.”“콜.”다음날, 세희는 해가 중천에 뜰 때에야 일어났다. 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경호원들이 전화하지 않은 것을 보고, 천천히 일어나 세수를 했다.세수를 마치자, 시간은 마침 11시가 되었다. 세희는 옷을 갈아입고 우빈을 찾으러 가려고 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간 세희는 밖에서 돌아온 세준과 마주쳤다.그녀는 얼른 다가가서 물었다.“왜 회사에 가지 않고 이 시간에 돌아온 거야?”세준은 차갑게 세희를 바라보았다.“거실로 와, 물어볼 게 있어.”세희는 영문도 모른 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불안한 마음으로 세준을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자리에 앉자, 세준은 탁자에 있는 생수병을 들고 꿀꺽꿀꺽 들이마셨다.“잘 생각해 봐, 너 학교에 안 나간지가 벌써 며칠째야?”“그게 다야?” 세희가 의아하게 물었다.“아니면 또 무슨 일이 있겠어?”세준이 되물었다.세희는 마음을 놓고 소파에 기대었다.“지금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한가득인데, 학교에 갈 시간이 어딨어.”“또 땡땡이 치려는 거야?” 세준의 시선은 세희에게 떨어졌고, 그녀를 한 번 훑어보며 물었다. “진우빈을 찾으러 가려고?”세희는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어떻게 알았어?”“가지 마!” 세준의 말투는 단호했다.“오늘 반드시 학교에 가야 해.”세희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반박했다.“왜? 우빈이 나 때문에 이렇게 다쳤는데, 안 가면 내 마음이 편하겠어?!”“그건 너희 두 사람의 일이지만, 오늘부터 넌 반드시 학교에 가서 수업 들어!”세희는 화가 난 얼굴로 세준을 무시했다.세준은 차갑게 웃었다.“우리가 진우빈이 어딨는지 알고 특별히 널 보내지 않았다면, 두 사람 정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오빠들 일부러 그런 것일 줄 알았어! 됐어, 학교에 갈게! 하지만 수업이 끝난 후 내가 어디로 가든 더 이상 간섭하
우빈은 살며시 웃었다.[그래, 물어봐, 솔직하게 대답할게.][나도 이제 네 사정을 대충 알고 있잖아. 졸업한 후, 우리 아빠 회사에 들어오지 않을래?]이 문자를 본 순간, 우빈의 미소가 사라졌다.[세희야, 이거 네 생각이야, 아니면 네 부모님 생각이야?][당연히 내 생각이지! 넌 일자리 찾는 게 번거롭지도 않아?][내가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이미 설명해 줬잖아. 세희야, 날 존중해 줘. 난 비록 가난하지만, 적어도 손과 발이 있는 정상인이야. 물론 네 아빠 회사에 가서 일하는 건 좋은 선택이고, 날 위해 생각해줘서 정말 고맙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내 대답은 오직 거절뿐이라고.]우빈의 답장에 세희는 무척 기뻤다.‘우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여전히 그때의 우빈이었어!’그러나 세희는 여전히 설득하려 했다.[너도 참 둔하다! 남들은 MK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넌 오히려 기회가 있는데도 포기하려 하다니?][진작에 그러고 싶었다면, 나도 이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어. 세희야, 나도 나 자신의 꿈이 있고, 계획이 있어. 남에게 의지해서 성공한다면, 난 오히려 나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낄 거야.][너 진짜 장례식장에 가서 일하고 싶어?][난 장례식장에 가서 일하는 것도 네가 하는 일과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넌 이미 죽은 귀신을 위해 일하고, 난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거잖아. 모두 그들이 이 세상과 제대로 된 작별을 하게끔 도와주는 거지.]세희가 물었다.[우빈아, 솔직히 말해 봐. 네가 이 길을 선택한 것도 다 네 가족들과 상관이 있는 거지?][그런 셈이야.]우빈이 이렇게 말하자, 세희도 더 이상 설득하지 못했다.수지에게 우빈과의 채팅 기록을 보내려 할 때, 우빈은 또 세희에게 송금했다.확인해 보니, 그것은 무려 500만 원이었다!세희는 얼른 물었다.[왜 또 나에게 돈을 주는 거지?][입원비니까 그냥 받아.][내가 말했잖아. 넌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그런데 나한테 돈을 주다니, 내가 죄책감
“잠깐만요.” 세희는 그 사람의 말을 끊었다.“지금 이 도목검의 가격을 묻는 것이지, 이 도목검의 역사를 묻는 게 것이 아니에요.”[만약 제가 제대로 소개하지 않는다면, 제가 말한 가격을 믿을 거예요?]“나도 눈이 없는 게 아니니, 이 검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고요.”세희가 말했다.[그래도 전 똑똑히 설명하고 싶어요.]상대방이 말했다.[이렇게 전화한 이상, 저에게 말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어요?]세희는 타협했다. “그래요, 말해봐요.”[백 년 전에 벼락에 맞은 복숭아나무를 아세요? 이 검은 최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복숭아나무 대신, 백년 전의 그 복숭아나무로 만든 거예요. 제 선조들은 외국의 유명한 무당이셨는데, 대대로 전해졌지만, 제가 물려받을 때, 그 기예가 오히려 끊겨졌어요. 그래서 이 도목검을 팔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죠. 가격은 3억 정도인데, 이것도 당시 이 도목검을 구매하신 분이 저와 한참 흥정을 하셔서야 정한 가격이에요. 이 도목검이 손님의 것인 이상, 아무래도 타고난 능력이 있으신 것 같은데...]상대방은 계속해서 설명했지만, 세희는 더 이상 들을 마음이 없었다.‘3억! 우빈이 3억으로 이 도목검을 샀다니.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구한 거지?! 설마...’세희는 얼른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이 도목검을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지금 볼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먼저 끊어요. 그리고 이 도목검을 보러 오실 거면 언제든지 환영이에요.”[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제가 손님 카카오톡을 추가할게요.]“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전화를 끊은 세희는 도목검을 들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아직 수업 시간이 되지 않아, 그녀는 틈을 타서 수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수지가 받았는데, 금방 깨어난 것 같았다.[세희야? 무슨 일이야?]세희는 도목검에 관한 일을 수지에게 말했다.수지는 듣고 충격을 받았다.[가격이 3억 이상이라고? 진우빈에게 돈이 없다며?]세희는 눈썹을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