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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내가 도와줄 수 있어

Author: 라나리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9-19 13:55:49
“너 아직도 변명할게 남았어?”

유준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머리 위로 울려 퍼졌다.

하영의 입술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뭘 어떻게 해명하라는 말인가?

CCTV가 조작된 것이 분명하지만 증거가 없다.

“말해!”

유준의 고함소리에 하영은 몸을 떨었다.

억울함이 치밀어 오르자 무기력하게 눈을 감았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요?”

하영의 담담한 대답에 유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녀는 늘 이런 식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 때는 될 대로 되라는…….

영상에서도 그랬고, 지금 자신의 앞에서는 그랬다!

유준은 나지막한 소리로 경고했다.

“오늘 이후로, 출근할 때 외에, 별장에서 한 발짝도 나갈 생각 하지 마!”

하영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뭔데, 제 자유를 박탈하는 거예요?!”

“내가 네 상사니까!”

이 말을 남기고 유준은 문을 박차고 떠났다.

하영은 아무 말 못도 하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알 수 없는 아픔은 그녀의 신분이 얼마나 비천한지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온몸에 극심한 피로가 몰려온 하영은 책상에 기대어 몸을 지탱했다. 그런데 이때 책상 한가운데 잠긴 서랍이 눈에 들어왔다.

잠긴 서랍 안에는 정유준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유준이 술에 취했을 때 잠꼬대를 한 적이 있었다.

“하영아, 다들 나를 대단한 존재로 생각하는데…… 내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바로 저 서재 서랍 안에 있어. 매번 서랍을 열 때마다 내 심장은 쪼개지는 것만 같아…….”

처음으로 유준이 실의에 빠진 모습을 본 순간이었다.

당시에 서랍 속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이 완벽한 존재의 남자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이제 하영은 알 것 같았다.

서랍 속의 물건은 틀림없이 양다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금껏 줄곧 그녀를 미친 듯이 찾아다녔으니…….

여기까지 생각하니 하영은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

……

아침 식사 후, 하영은 병원에 양운희를 보러 갔다.

별장을 나서자 허시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강 비서님, 회사 출근 외에 나가면 안 된다고 사장님께서 지시하셨어요.”

하영은 눈썹을 찡그렸다.

“병원에 가서 어머니 좀 뵈려고요…….”

허시원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럼,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허시원이 유준에게 전화하는 것을 보니 명치에 화가 뭉쳐 오르는 것 같았다.

도대체 뭘 그리 잘못했단 말인가?

CCTV 속의 일이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역겹다고 꺼지라고 해야 하지 않나? 왜 여기에 두고 자유를 구속하는 것인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허시원은 전화를 끊었다.

“강 비서님,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하영은 생각을 멈추고 하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차에 올랐다.

30분 후 차가 병원으로 도착한 뒤.

허시원은 하영과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병동까지 따라가 하영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서야 입구 앞에 멈춰 섰다.

병실에서 어머니가 힘겨운 표정으로 죽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본 하영은 눈시울을 붉혔다.

마스크를 위로 당겨 빨갛게 부은 얼굴을 가린 후 에야 양운희 앞으로 다가갔다.

“엄마.”

양운희는 힘없이 눈을 들어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 하영이 왔네.”

말이 끝나자, 양운희는 마스크를 낀 하영을 보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

“하영아, 뭐 하러 불편하게 마스크까지 썼어.”

“감기 걸렸어요. 엄마한테 옮길까 봐요.”

“아이, 참……. 너 아직도 열나니?”

“전 괜찮아요. 엄마는 면역력이 약하니 몸 잘 챙기셔야 해요.”

……

양운희와 잠시 시간을 보낸 하영은 떠날 준비를 했다.

항암치료를 마친 지 며칠 안 된 엄마의 컨디션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말할 힘조차 없어 보였다. 엄마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자리를 일어섰다.

병실을 나왔을 때 허시원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마침 간호사와 함께 걸어오고 있는 양운희의 주치의 부진석을 보았다.

부 의사가 하영을 보고 입을 열기도 전에 허시원이 둘 사이 중간에 가로막아 섰다.

시선이 가려지자, 하영은 기분 나쁜 듯 허시원을 바라보았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강 비서님, 사장님께선 비서님이 어떤 남자와도 접촉하지 못하게 하셨어요.”

화가 난 하영은 치가 떨렸다.

“이 분은 우리 어머니 담당 의사 선생님이세요! 어머니 병에 관한 이야기밖에 안 한다고요!”

허시원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부진석을 바라보았다.

“부 선생님, 강 비서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 병세와 무관한 이야기는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진석은 눈살을 찌푸리는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저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부진석은 허시원 뒤의 하영을 바라보았다.

“하영 씨, 혹시 도움 필요하세요?”

하영은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 먼저 갈게요!”

말이 끝나자 곧장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입구로 걸어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진석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를 탈 때쯤 하영은 부진석의 카카오톡을 받았다.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요?]

[아니에요, 우리 엄마…… 잘 부탁해요. 선생님.]

부진석은 한숨을 내쉬는 표정을 지었다.

[우린 친구 아닌가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해요. 도울 수 있는 건 도울 테니…….]

하영은 여전히 거절했다.

[정말 괜찮아요. 선생님, 감사드려요.]

……

월요일.

잠에서 깨어난 하영은 간단한 세안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틀 동안 보이지 않던 유준이 식탁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유준 맞은편에 앉은 하영은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시작했다.

“언제까지 저를 숨 막히게 할 생각인가요? 그만하면 안 될까요?”

유준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어머니 치료비 끊기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내 말을 듣는 게 좋아.”

“어머니 병원비는 제 월급으로 충분히 부담 가능합니다. 지금껏 그렇게 했고요!”

하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는 걸 겨우 참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번 돈으로 아버지의 빚도 갚고, 어머니 병원비도 냈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 병원비로 자신을 협박하다니?

정유준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돈이 아니라 직장이 필요 없어도 된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날 떠나도 돼.”

하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직장으로 협박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한다면?”

유준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너 지금 직장을 잃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유준은 하영에게 어느 직원보다도 더 많은 월급을 주고 있다. 전제 조건은 자기 말을 고분고분 따르고, 본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갈수록 말을 안 듣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의사에게 눈웃음이나 치고, 아버지의 빚 때문에 노름쟁이 인간들에게 매달리고…….

그녀가 고분고분하게 부탁만 하면 모든 것을 다 들어줄 수 있는데……

이 여자는 결코 자신에게 고분고분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오기가 생긴 유준은 오히려 그녀가 언제까지 자신에게 기대지 않고, 이렇게 고집부릴지 두고 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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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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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적을 깨는 요란한 휴대전화 소리.아버지한테서 걸려 온 전화 란 걸 확인한 하영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휴대전화를 쥐고 발목의 아픔을 참으며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하영의 목소리가 무거웠다.[하영아, 아빠다. 넌 어찌 아빠한테도 전화 한 통도 없니?]“아빠가 저를 차단했잖아요. 빚쟁이들이 저를 이용해 아빠 찾아 낼까 봐…… 잊으셨어요?”강성문은 어색하게 두 번 웃었다.[허허, 아빠가 깜빡했네. 미안하구나. 그나저나 지금 어디에 있니?]“야근 중이에요.”[오오, 야근하면 야근수당도 나오니…… 잘됐네.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일이야! 그런데 하영아, 너 지금 혹시 수중에 돈 좀 있니?]하영이 컵을 꽉 움켜잡았다. 강성문은 돈 문제 말고, 다른 일로 연락한 적이 거의 없다.지난번에 자신을 카지노에 버리고 도망간 일을 설마 이렇게 빨리 잊었단 말인가?하영은 말투가 딱딱하다.“없어요! 있던 돈 모두 빚 갚았는 걸요!”[몇 만원도 안 되겠어? 하영아, 설마 몇 만원도 없는 건 아니겠지?] 전화기 너머로 강성문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다.하영은 가슴이 씁쓸했다.“아빠, 이렇게 저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어야겠어요? 엄마 병원비를 한 번이라도 댄 적 있어요? 아빠 도박 빚도 제가 다 갚았잖아요. 대체 뭘 어쩌라는 거예요?”[어떻게 말을 그렇게 서운하게 하니? 너를 지금껏 어떻게 키웠는데……너 돈 좀 번다고 아빠한테 유세 떠냐?]하영은 코를 훌쩍이며 애써 서운한 감정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이젠 정말 돈이 없어요. 다음 달에 다시 이야기해요.”[잠깐, 잠깐!]다급한 강성문은 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하영아, 나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해. 너 돈 안 주는 면 진짜 양심이 없는 거다!]하영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또 도박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한가 봐요. 지난번의 교훈으로는 부족했나요?”[너 그런 식으로 말 할 거야?] 강성문이 버럭 소리쳤

    Last Updated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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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9화 미래를 향해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8화 소고기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7화 그 소원 들어줘요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6화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5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니까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4화 나에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3화 많이 놀랐죠?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2화 곁에 잘 있어줘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 사장님, 우리 끝났잖아요!   제1511화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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