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사랑의 끝에서
사랑의 끝에서
작가: 시환

제1화

택승이가 외도를 한 사실을 알아차린 그날, 난 집 안에 있는 물건을 모조리 부숴버렸다.

가정부는 안절부절못하며 계속해서 택승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 대표님, 사모님이 또 집에서 난리를 치고 계세요.”

난 순간 멍해졌고 이내 카펫 위에 주저앉았다.

택승이가 돌아왔을 때는 얼굴에 깊은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연서야, 또 왜 그래?”

택승이는 나에게 말하면서 목에 걸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택승이가 풀고 있던 넥타이를 보자, 난 잠시 혼란에 빠졌다.

아침에 출근할 때 내가 직접 묶어준 넥타이는 윈저 노트였다.

그런데 지금 택승이가 풀고 있는 것은 복잡한 소나무 매듭이었다.

이 매듭은 택승이의 전 비서, 청아만이 할 줄 아는 방식이었다.

청아는 비서였을 때도 일 처리가 서툴렀다.

하지만 택승이는 청아에게 아주 관대했다.

난 택승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택승이는 나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연서야, 청아는 너랑 비슷하게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

그 당시 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저 신입에게 기회를 더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택승이가 청아를 언급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록 청아가 자주 실수를 한다며 불평했지만 얼굴에는 은근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난 택승이와 크게 다퉜고, 청아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택승이는 나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연서, 넌 언제나 이렇게 막무가내야.”

결국 택승이는 내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 순간 난 승리감에 도취하였다.

하지만 난 남자가 마음을 바꾸면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택승이는 회사에서 청아를 내보냈지만 침대로 데려가 현재까지 몰래 아끼고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차갑게 지켜보고 있었다.

꼭 바보처럼 말이다.

난 카펫 위에 앉아 고개를 들어 택승이를 바라보았다.

“청아가 퇴사한 후, 어디로 갔지?”

순간 택승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늘 또 난리 치는 이유가 그딴 헛소리 때문이야?”

난 택승이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택승이의 분노 속에 숨겨진 불안함을 단번에 간파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난 받아둔 사진들을 하나씩 택승 앞에 펼쳐 놓았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택승이와 청아가 친밀하게 찍힌 모습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도저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난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지만,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계속해서 추궁하는데 택승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택승이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쉰 듯 갈라져 있었다.

“다 알고 있었네.”

택승이는 솔직하게 자신과 청아의 과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뻔한 드라마 속 클리셰 같았다.

처음에 택승이는 서툰 직장 신입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택승이가 많은 고난을 겪을 때마다 그 곁에는 늘 활기 넘치는 신입이 있었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