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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기계에서 똑딱똑딱 소리가 나며 난 천천히 눈을 떴다.

몸 구석구석이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손을 들어 이제 평평해진 배를 만져보며 가슴속에 커다란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차가운 바람이 계속해서 내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내 아이였다.

내가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난 이 아이에게 행복을 줄 수 없었다.

다음 생에는 꼭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길.

사랑받고 아낌없이 소중히 여겨지며 평생 근심 걱정 없이 살길 바랄 뿐이다.

택승이가 병원을 찾아왔을 때는 잔뜩 화가 나서 나를 찾아와 따지려 했다.

그러나 그저 나를 흘낏 쳐다본 순간 택승이의 온몸에 가득했던 분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택승이는 이제 힘이 빠진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한동안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택승이는 계속 깊은숨을 들이쉬며 이내 턱 근육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그렇게까지 나를 미워한 거야?”

“차라리 이렇게 자신을 망치면서까지 날 대적하고 싶었어?”

난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택승이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훔쳤다.

손가락에 더는 결혼반지가 없었다.

첫 번째로 큰돈을 벌었을 때 택승이는 나에게 금을 한가득 사 주었다.

우리의 결혼반지조차 금반지였다.

택승이는 가난에 지친 나머지, 금이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며 이것이 나를 위한 최고의 보장이라 했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며 사랑할 때는 평생 함께하고 서로 지켜줄 것이라고 약속하곤 했다.

하지만 한평생이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

청아가 나타나면서 우리의 인생은 끝나버렸다.

이런 것들을 떠올리니 눈가가 약간 매워졌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난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거짓말이 시작된 순간, 돌아갈 길은 없다는 것을.

택승이와 나의 길은 여기서 끝났다.

난 택승이에게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이혼 합의서를 확인하라고 말했다.

“잊지 말고 서명해. 우리 깔끔하게 끝내자.”

택승이는 믿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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