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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청아를 다시 만난 건 반년 후였다.

눈이 벌게진 채로 찾아온 청아는 절뚝거리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에게 이유를 따지며 소리쳤다.

“왜, 왜 이러는 거야? 내가 시키는 대로 했잖아!”

“근데 왜 아직도 날 가만두지 않는 거야?”

그렇게 격앙된 모습이 묘하게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난 청아를 힐끗 올려다보며 무심하게 반문했다.

“강청아, 내가 뭘 했는데?”

내가 뭘 했다는 걸까?

그저 청아가 새 남자를 꼬셨다는 소식을 듣고 살짝 손을 쓴 것뿐인데.

청아도 나름의 재주가 있는 여자였다.

청아는 그럴듯한 거짓말로 자신을 불쌍하게 여긴 남자를 속였다.

그렇지만 나도 마음이 약한 편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의 연락처를 찾아냈고

청아와 택승 사이의 진실을 알려줬을 뿐이었다.

청아는 분을 못 이겨 온몸을 떨며 말했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약속을 지키지 않다니!”

난 그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

“근데 잘 생각해봐.”

“난 네 아들만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너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긴 침묵 끝에, 청아는 결국 무너져내리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이연서, 제발 부탁이야, 나 좀 살려줘.”

“내 아들 몸이 안 좋아서 내가 돌봐야 해.”

“그건 나랑 상관없어.”

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들이 아닌데, 죽든 살든 내가 신경 쓸 이유가 없잖아.”

택승과 청아의 일이 그 남자에게 폭로되면서 다시 한 번 큰 파문이 일었고 청아의 평판은 완전히 바닥을 쳤다.

결국 청아는 길이 막혔는지 폭력 성향이 있는 한 노인과 결혼했다.

어느 날, 외식하러 나갔다가 난 청아를 마주쳤다.

청아의 얼굴에는 큰 멍이 가득했다.

청아는 서양 음식점의 통유리 앞에 서서 안을 갈망하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노인은 청아의 등에 손을 세게 내리쳤다.

“뭘 봐? 네 주제에 그런 데서 밥을 먹을 자격이나 있어?”

청아는 눈길을 거두어들였고 마침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청아의 얼굴에 수치와 분노가 잔뜩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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