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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난 택승이를 조용히 바라보며 택승이의 숨통을 정확히 찌르듯 물었다.

“네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가 내가 돌아가서 네가 망쳐 놓은 일을 정리해 주길 바라는 거야?”

택승이의 주먹이 단단히 쥐어졌다.

오랜 침묵 끝에, 택승이는 다시 예전처럼 차분한 태도를 되찾았다.

“너도나도 알고 있잖아. 우리한테 결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 결혼은 사업적으로는 강력한 협력 관계이자, 우리 사랑의 증명이었어.”

“연서야, 너도 잘 알잖아.”

“이혼하면 그게 우리한테 치명적인 오점이 될 거고 남들 입에 오르내리게 될 거야.”

택승이는 손을 뻗어 내 이마와 눈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게다가, 우리 이미 14년을 함께 했잖아.”

“연서야, 나 말고 네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만 좀 하자, 응?”

택승이는 역시 사업판에서 타고난 미소의 사냥꾼이었다.

화려한 말솜씨와 연기는 택승이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난 시선을 거두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네가 틀렸어. 남의 말을 신경 쓰는 사람은 너뿐이야.”

“너의 그 설득 방식, 나한테는 통하지 않아.”

“그리고 너도 이혼하고 싶은 건 알아. 근데 나 같은 도움이 되는 사람은 두 번 다시 못 찾아서 그러는 거잖아.”

난 고개를 살짝 돌려 택승이를 깊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너한테는 선택지가 많아. 오히려 이혼하면 내가 더 잘될걸?”

“근데 넌... 글쎄, 자신 있어?”

예전의 난 택승이의 곁에 매달려 자라난 덩굴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늘 함께 고난을 이겨내고 끊임없는 사랑 속에서 서로 지탱해왔다.

이렇게 얼굴을 붉히며 맞서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랑의 장식이 벗겨진 우리의 결혼은 이제 돈과 인간성만 남은 잔인한 현실이었다.

택승이의 손이 갑자기 시트 위에서 굳어지고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럼 네 말은 정말 이혼하겠다는 거네?”

난 택승이를 냉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혼은 반드시 할 거야.”

그리고 너 또한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택승이가 떠난 후, 청아도 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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