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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택승이는 나를 계단 쪽으로 끌고 가며 여전히 얼굴에 분노를 가득 담고 말했다.

“아이 앞에서 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거야?”

난 택승이가 세게 잡아 빨개진 손목을 문지르며 되물었다.

“내 말 중에 틀린 게 있어?”

“네 와이프라는 말이 틀렸어? 아니면 내 아이를 죽였다는 말이 틀렸어?”

택승이의 잔뜩 독이 서린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건 사고였어...”

난 병원 벽에 기대어 조용히 택승이를 바라보았다.

“그 말을 네가 믿는다고 생각해?”

1년 전, 택승이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려고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서둘러 집으로 왔다.

하지만 집에 들어섰을 때, 집 안은 엉망이었다.

계단 입구에는 우리 결혼사진이 산산이 조각나 있었다.

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려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계단에 미끄러운 샤워젤이 흘러 있었다.

난 그 위를 밟고 미끄러져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렇게 내 뱃속 아이를 잃고 말았다.

“그때 네가 말했지. 친척 아이가 와서 집에서 장난을 치다가 그런 사고가 났다고.”

“택승아, 넌 양심이라는 게 있긴 해?”

택승이는 입을 열었지만,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고 똑바로 서 있던 내 등이 서서히 주저앉았다.

“택승아, 네가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아이를 잃은 후, 난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피투성이가 된 아이가 내가 지켜주지 못한 거라며 나를 탓하는 꿈만 꿨다.

결국 병이 생기고 말았다.

내 감정도 점점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부주의했던 자신을 탓하고 택승이가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던 것을 탓하고 친척 아이까지도 원망했다.

처음에는 나를 위로하며 미안해하던 택승이도 점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택승이는 나를 향해 미친 사람 같다며 소리쳤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알 리가 없다고.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아이가 바로 택승이의 아이였다.

가슴 한가운데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난 혀끝을 살짝 깨물어 고통을 참으려 했다.

“택승아, 인제 어쩌지? 나 임신했어.”

택승이는 얼어붙은 듯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나는 택승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번 더 말했다.

택승이의 눈동자가 순간 좁아지더니, 깊은 주름이 이마에 생기며 내 배를 바라보았다.

“임신했다고...”

택승이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하며 내 몸에 한순간 차가운 기운이 휘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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