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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내가 계단실을 나서자, 청아가 그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청아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토끼처럼 겁먹은 두 눈이 금세 붉어졌다.

“연서 씨, 제발 내 아이를 다치지 마세요.”

청아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사랑이를 데리고 떠날게요. 제발 그 아이를 다치지 마세요.”

“헛소리하지 마. 너희가 어디로 가겠어?”

택승이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청아를 품에 감쌌다.

“내가 있는데 누가 너희를 다치게 하겠어.”

이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 마음속에 갑작스레 커다란 슬픔이 차올랐다.

눈이 매워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두 분, 방해해서 죄송해요.”

“사랑이는 자기 엄마가 남의 가정을 깨뜨린 여자라는 사실을 아나요? 그리고 자신이 사생아라는 걸 알고 있어요?”

청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청아는 택승이의 소매를 꼭 잡고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사랑이는... 사랑이는...”

청아는 입술을 깨물며 무력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정말 누구라도 연민을 느낄 만한 표정이었다.

택승이는 청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냉담하고 혐오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이연서, 내가 왜 아이를 원하지 않는지 알겠어?”

순간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택승이가 비웃듯이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악독하고 정신 나간 엄마한테서 태어날 아이가 뭘 잘하겠어?”

그 말이 나를 깊게 찌르며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며 마치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얼른 그 아이 지워.”

그 말을 남기고 택승은 청아를 보호하듯 감싸며 병실로 향했다.

택승이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날 밤늦게, 청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손끝이 미묘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난 깊게 숨을 들이쉬며 메시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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