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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택승이의 시선은 이혼 협의서에 고정되어 있었다.

난 펜을 택승이의 손에 건넸다.

“서명해.”

펜을 받는 택승이의 손이 떨렸고 목소리는 몹시 거칠었다.

“이연서, 넌 너무 잔인해.”

‘잔인하다고? 어쩌면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비겁하게 용서한다면 내가 겪은 모든 고통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 될 뿐이다.

택승이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서명 펜을 꽉 쥐었다.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거야?”

택승이는 마치 우리 안에 갇힌 맹수 같았다.

난 옆에서 여유롭게 택승의 초조함을 감상했다.

“택승아, 지금 네 모습은 정말 추악해.”

내 말이 끝나자마자 택승이의 얼굴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핏기마저 깨끗이 사라졌다.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택승이는 내 손을 잡았다.

뜨거운 눈물이 내 차가운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택승이의 눈에는 간절한 애원이 가득했다.

“나를 미워하지 마, 연서야.”

난 웃으며 손을 뺐고 종이에 손을 닦았다.

“누가 상관도 없는 사람을 미워하겠어?”

법원에서 나오는 날, 택승이는 완전히 기가 꺾인 모습이었다.

“연서야, 정말 후회하고 있어...”

난 고개를 저으며 택승이에게 마지막 충고를 했다.

“택승아, 청아랑 잘 살아.”

청아는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엄마다.

청아가 나에게 순순히 응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그녀의 아들인 사랑이를 빌미로 협박했기 때문이다.

내가 남긴 최소한의 선의는 그 아이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부모를 둔 건 사랑이의 불행이지만 아이의 잘못은 아니다.

이혼 후, 택승이는 잠깐 세상에서 사라진 듯했다.

택승이는 이미 몰락했고 회사의 이사라는 명목만 남았다.

분배금을 제외하면 택승이의 직위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나마 택승이가 가진 분배금도 이전에 손실이 컸던 프로젝트 때문에 팔아야 했다.

택승이가 다시 나타났을 때 매일같이 내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난 옷을 걸치고 아래로 내려가 택승이를 만났다.

눈이 마주치자, 택승이는 입술을 달싹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지금 이 꼴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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