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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창밖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택승이는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연기가 택승이의 얼굴을 감싸며 감정을 알아보기 힘들게 했다.

택승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애는 햇빛이처럼 항상 활기차고 밝게 웃지.”

“너랑 달라. 넌 조금만 건드려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미쳐버리니까.”

“일 때문에도 골치 아픈데, 집에 와서 또 너를 감당해야 한다니.”

택승이는 피곤한 듯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서야, 나 정말 좀 지쳤어.”

난 멍하니 택승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왜 이혼 얘긴 안 꺼내?”

택승이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나를 진지하게 바라봤다.

“연서야, 내가 지쳤다고 해서 너를 떠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난 그저 숨 돌릴 곳이 필요할 뿐이야.”

“그래야 다시 감정을 추스르고 널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청아가 택승이가 찾은 쉼터였고 따스한 안식처였다는 거지.

정말로 우스꽝스럽고 어이없었다.

난 믿을 수 없다는 듯 택승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비열하네.”

택승이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약간의 불만과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는 나도 계속 너를 참아보려 했어.”

“근데 연서야, 네가 미쳐가는 모습은...”

“너무 추해. 솔직히 말해 약간 역겹기도 했어.”

마치 가슴을 도려내는 칼 같았다.

난 겨우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그 웃음은 울음보다도 더 비참했다.

“그런 나를 몇 년이나 참아주느라 참 힘들었겠어.”

택승이는 깊이 한숨을 쉬며 몸을 숙여 나를 일으켰다.

“연서야, 난 너랑 헤어질 생각이 없어...”

귀를 찢는 듯한 벨 소리가 택승이의 말을 끊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청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택승아, 아이가 열이 많이 나고 있어.”

택승이는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아이가 누구야?”

나는 본능적으로 택승이의 팔을 잡았다.

택승이는 내 손을 휙 뿌리치고는 큰 걸음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택승이의 뒤를 따라나갔다.

병원까지 쫓아갔다.

입원실에서 택승이와 청아가 아이 곁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간호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아이!

쾅!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문을 세게 밀어 열었다.

문이 벽에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가 났다.

택승이가 뒤돌아 나를 보며 당황스러움이 잠깐 스쳐 갔다.

택승이의 품에서 아이가 빠져나오더니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빠, 저 아줌마는 누구야?”

택승이는 몸을 숙여 아이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분은 아빠의 친구야.”

“사랑아, 엄마랑 놀고 있어. 아빠가 잠깐 갔다 올게.”

그 순간, 내 가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한 발짝 다가서며 아이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너 나를 기억 못 하겠어? 난 네 아빠의 와이프야.”

“그리고 일 년 전에 너 때문에 한 아이를 잃은 불쌍한 사람이야!”

“그만해, 이연서!”

택승이는 얼굴이 새파래지며 나를 병실 밖으로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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