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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난 바닥에 비친 한 줄기 빛을 공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서서히 퍼져가고 있었다.

“넌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거지?”

택승이는 담배를 피워 물고 한 모금 빨았다.

“연서야,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야.”

택승이는 연기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알 수 없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네 생각을 언제나 나한테 강요하지 말았으면 해.”

결혼 생활에서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하곤 한다.

속이 불안할 때마다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걸 좋아하는 거다.

“근데 네가 정말 이 아이를 원했더라면 말이야.”

나는 택승이를 향해 억지로 웃으며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주어 말했다.

“내 앞에서 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겠지.”

이번엔, 택승이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오렌지빛 담배 끝이 택승이의 손을 태울 때가 돼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택승이의 시선은 내 배에 잠시 머물렀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연서야, 넌 이 아이를 원해?”

그 순간 공기는 마치 희박해진 듯했다.

한참 후, 난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택승아,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 돼?”

택승이는 나를 한참 동안 응시하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미안해, 연서야. 사랑은 엄청 질투심이 많아.”

“그 애는 자기 엄마 외에 다른 사람한테서 태어난 아이는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래서? 넌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

택승이는 고개를 돌리며 마치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 아이, 지우자.”

택승이의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내 가슴을 찢어 놓았다.

내 마음을 천천히 잘게 갈가리 찢으며 그 말들은 나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귀가 먹먹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했다.

난 몸을 떨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약 30초 후, 택승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서야, 착하게 굴어.”

“넌 부모도 없잖아. 나도 너와 적이 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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