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황규성을 한번 보더니 차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보니까 요즘 몸이 잘 회복되신 모양입니다? 살이 많이 오르셨네요. 정신도 맑아지니 이렇게 사람을 이끌고 나서는 거겠죠?”“서 신의님 덕분입니다. 제 목숨은 서 신의님이 만들어준 겁니다!”황규성은 황송하다는 듯 웃으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리고 갑판 위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굳어버렸다.이게 무슨 상황인가.황규성이 저 자식 앞에서 부하처럼... 공경하게 서강빈을 모시다니?게다가 꼬박꼬박 서 신의라고 부르지 않는가...소준섭은 놀라서 굳었다.황규성이 저렇게 공손한 자세로 사람을 대하는 건 처음 보는 일이다.큰일이다. 완전히 잘못 걸린 것이었다.아니나 다를까. 황규성은 몸을 돌려 무서운 시선으로 소준섭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네 이놈! 감히 서 신의님을 건드려?!”“아니... 저는... 규성 어르신, 이건 다 오해입니다, 오해...”소준섭은 두려움에 떨었다.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황규성을 보며 놀라서 뒷걸음을 쳤다.“오해?”퍽.황규성을 바로 발로 차서 소준섭을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또 발로 그를 밟으며 소리쳤다.“네까짓 게 나를 불러서 서 신의를 손봐주라고 한다니. 정말 살기 싫은 모양이구나! 패라. 죽도록 패서 바로 던져버려!”황규성이 소리쳤다.그러자 부하 몇 명이 달려들어 소준섭을 흠씬 팼다.그리고 황규성은 웃는 얼굴로 서강빈을 보며 얘기했다.“서 신의님, 죄송합니다. 제가 아랫것들을 교육하지 못해서 결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이 결과에 만족하실지 모르겠네요.”서강빈은 힐긋 보고 대충 대답했다.“내가 뭐 아빠도 아닌데, 알아서 하세요.”황규성은 허허 웃으면서 대답했다.“알겠습니다.”소준섭이 맞아서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 황규성은 사람을 시켜 그를 크루즈에서 던져버렸다.갑판 위의 사람들은 그 장면에 놀랐다.서강빈이 죽을 줄 알았는데 반전의 스토리가 펼쳐졌다.조직의 왕인 황규성이 서강빈을 이렇게 깍듯이 대하다니. 게다가 서강빈을 아버지처럼 모시다
“그러게 말이에요! 인형처럼 서 있지만 말고요! 오늘 진 대표님이 없었다면 오늘 밤 여기서 죽었을 운명이에요!”이세영이 서강빈의 태도에 불만을 가지며 얘기했다.감사 인사도 할ㅊ줄 모른다니.정말 바보가 아닌가.진기준은 허허 웃더니 얘기했다.“됐어, 세상에는 가끔가다 보면 고마운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있지.”서강빈은 원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진기준이 끼어들어서 공로를 채가는 것을 보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고마워해? 내가 뭘 고마워해야 하는데? 저 자식이 낯짝이 두꺼운 걸 고마워할까?”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진기준을 쳐다보며 차갑게 얘기했다.“규성 어르신이 누구 때문에 철수했는지는 진 대표가 가장 잘 알 텐데. 무슨 자격으로 내 감사 인사를 바라는 거지?”“서강빈, 너 뭐 하는 짓이야!”송해인이 화를 냈다.“네가 아무리 진기준을 싫어한다고 해도 그렇지, 오늘 밤 진기준이 없었다면 네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감사 인사를 하는 게 뭐가 어때서. 왜 항상 안하무인인 건데!”송해인은 서강빈의 태도가 화가 치밀었다.미간을 좁힌 서강빈이 송해인을 보며 자조적으로 웃었다.“송 대표, 오늘 밤의 일이 정말 진기준 덕분이라고 생각해?”“그럼, 아니야?”송해인이 차갑게 물었다.서강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차갑게 웃더니 대답했다.“송 대표, 경고하는데, 두 눈 똑바로 뜨고 진기준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길 바래. 황규성이 떠난 건 내가 전에 그 사람의 병을 치료해 줘서야!”송해인은 잠시 굳어서 놀란 시선으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거짓말 하지 마! 서강빈, 너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구나?!”진기준이 바로 반박했다.어두운 표정의 서강빈이 얘기했다.“내가 거짓말을 해? 어떻게, 진기준 씨. 내가 지금 당장 전화해서 황규성 어르신을 불러와 볼까?”“그건...”진기준은 굳어서 눈만 데굴 굴렸다.만약 다시 불러온다면 진기준의 거짓말이 탄로 나는 것이다.진기준이 말하기 전에 송해인
같은 시각, 호심각 문 앞.송해인과 진기준, 이세영은 호심각 문 앞에 서 있었다.“해인아, 오늘 저녁에 이곳에서 식사하는 분들은 다음 주 송주 한의학 대회 시 선발대회의 멘토들과 윗분들이셔.”진기준이 옆에 있는 송해인에게 말했다.이 소식은 그가 힘들게 친구에게서 알아낸 극비 정보였다.“정말요?”송해인은 경악했고 진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짜야. 내 친구가 다음 주 시 대회의 책임자 중 한 명이거든. 걔가 나한테 얘기해준 거야.”“게다가 다음 주 시 대회는 ‘나는 가수다’를 맡은 제작팀이 총력을 기울여서 생방송 할 거라고 했어. 그때가 되면 분명 송주 전체가 떠들썩해질 거야. 그리고 생방송 효과가 좋으면 그다음 경기는 전국으로 생중계할 거라고 했어. 그들의 말을 들어 보니 이번 한의학 대회를 ‘나는 가수다’처럼 온라인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생각인가 봐. 그래서 관중들이 한의학에 대해 알게 되고 한의학의 효과를 알게 하여 한의학 발전을 추진할 생각인 듯해.”송해인은 고개를 들어 휘황찬란한 호심각을 바라보았다.비록 비오 그룹에는 참가자를 구 대회에 바로 참가시킬 수 있는 정원이 있었으나 멘토나 윗분들을 알게 된다면 비오 그룹에는 좋은 일이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오늘 밤 이곳은 대절되었기에 그곳을 드나들 수 있는 건 신분이나 지위가 아주 높은 거물들뿐이었다.물론 진기준에게도 안으로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그는 그저 정보를 얻어 송해인을 데리고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해인아, 우리 저기 가서 앉아있을까?”진기준의 제안에 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이 몸을 돌리자 권효정이 서강빈과 함께 오는 게 보였다.서강빈은 당연하게도 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말 어딜 가든 재수 털리게 당신을 만나게 되는군요.”진기준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비아냥댔다.이윽고 이세영이 콧방귀를 뀌면서 냉소했다.“뭐예요? 서강빈 씨도 혹시 그 멘토들을 여
송해인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권효정은 서강빈을 데리고 사람들의 대접을 받으며 호심각으로 들어갔다.서강빈은 송해인 일행 곁을 지나칠 때 미간을 살짝 구겼지만 결국엔 침묵을 선택했다.송해인과 진기준, 이세영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답답한 심정으로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제기랄, 이게 무슨 상황이죠? 서강빈 씨가 그냥 저렇게 들어간다고요?”이세영이 먼저 소리쳤다.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니, 질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왜 무능력한 서강빈이 호심각에 들어갈 수 있는 거냐고. 대체 왜? 멘토들과 윗분들이 왜 직접 두 사람을 마중 나온 거지?’진기준 역시 미간을 구기며 욕했다.“젠장, 자기가 뭐 그리 잘났다고! 서강빈 그 자식은 잘 사는 애인 덕분에 그런 대접을 받는 것뿐인데 뭘 저렇게 잘난 척해?”진기준은 무척 화가 났다.그러나 동시에 이세영처럼 서강빈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그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강빈도 안에 들어갔는데 본인은 문밖에 서 있어야 하는 이 상항을 말이다.‘빌어먹을!’송해인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마지막에 권효정이 한 말과 행동은 그녀를 향한 도발이 분명했다.“이만 가요.”송해인이 한숨을 내쉬며 차갑게 말하자 진기준이 입을 열었다.“해인아, 안 기다릴 거야?”“기다린다고요?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길 기다리겠다는 거예요?”송해인은 불만스레 대꾸하고는 이내 몸을 돌리고 또각또각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를 떴다.지금 그녀의 마음속은 원망으로 가득 찼다.‘빌어먹을 서강빈! 자기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이세영이 다급히 송해인의 뒤를 따르며 그녀를 위로했다.“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서강빈 씨는 잘 사는 애인을 둔 것뿐이에요. 괜찮아요. 어차피 서강빈씨 본인은 능력이 없으니까요.”송해인은 미간을 구기고 우뚝 멈춰 섰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호심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이 비서가 생각하기에 권효정 씨는 어떤 신분인 것 같아?”“네?”이세영은 흠칫하더니 송해인과
권효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마 모를 거예요. 주로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예요. 아마 몇 경기만 참여할 거예요. 서강빈 씨도 알다시피 한의학을 발전시키기는 매우 어려워요. 이건 우리가 생각한 방법이에요. 연예인이라면 팬들이 많을 테니 그 점을 이용하여 한의학을 홍보하는 거죠.”“요즘 예능이나 노래 프로그램들을 보면 전문가가 아닌 유명한 연예인들을 심사위원으로 섭외해서 날카로운 코멘트로 눈도장을 찍고 화제를 만들잖아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미간을 살짝 찡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연예인이 게스트로 참여하는 건 사실 구경하러 오는 것과 다름없었다.서강빈은 그들이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평가를 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면 되었다.“참, 누가 나올지 궁금하지 않아요?”권효정이 씩 웃으며 묻자 서강빈은 고개를 저었다.“전 연예계에 관심 없어요.”“재미없네요.”권효정이 투덜댔다.“게스트로 나올 네 명의 연예인 중 한 명은 영화계에서 엄청나게 잘나가는 여배우 양정현 씨고, 다른 한 명은 좀 덜 유명한 배우 서민준 씨예요. 또 다른 한 명은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 강수현 씨고 마지막 한 명은 인기가 아주 많은 가수 허도윤 씨예요.”“이번에 저희 엄청나게 공들였어요.”권효정은 서강빈이 그들을 알든 모르든 상관하지 않고 단숨에 말을 끝냈다.서강빈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전 잘 몰라요.”권효정은 놀란 얼굴로 괴짜를 보듯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그 네 명을 모르는 사람이 존재한다니.그러나 그녀는 깊게 파고들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한 멘토는 술에 취한 건지 권효정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서강빈을 바라보며 불만스레 말했다.“권효정 씨, 서강빈 씨에게 대체 어떤 재주가 있길래 권효정 씨가 직접 서강빈 씨를 데리고 와서 저희와 함께 식사하는 거죠?”“아시다시피 저희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청산 교수님이나 조문빈 회장님 같은 한의학계 교수나 권위 있는 인물이죠.”그 말뜻은 곧 서
서강빈이 말을 마치자 정적이 감돌았다.분위기가 아주 어색했다.방동진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돼서 버럭 화를 냈다. 그는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고함을 질렀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어이가 없네요. 제가 성기능이 약하다뇨?”방동진은 화가 난 고양이처럼 고함을 지르면서 호통을 쳤다.남자에게 돈이 없거나 지위가 없다거나 능력이 없다고 하는 건 괜찮아도 그의 앞에서 대놓고 성기능이 약하다고 하는 건 절대 안 되었다.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크나큰 실례였다.그것은 남자로서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고 그것은 그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존엄이었기 때문이다.남자에게 성기능이 약하다고 하는 건 여자에게 가슴이 작다거나, 못생겼다고 하는 것과 똑같았다.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게다가 권효정이 현장에 있으니 방동진은 체면을 심하게 구긴 셈이다.그러나 서강빈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방 청장님, 성기능이 약한 건 병이라서 무서워할 필요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완치되실 겁니다.”“헛소리하지 말아요!”방동진은 화가 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제가 안 아픈데가 없다고 하는 거 괜찮아도 성기능이 약하다고 해서는 안 되죠. 솔직히 얘기할게요. 전 예전에 하룻밤에 일곱 번을 할 수 있었어요.”방동진은 태연하게 말했다.서강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방동진이 핑계를 댄다는 걸 알고 덤덤히 말했다.“믿기지 않는다면 한 번 실험해 보죠.”“무슨 실험이요?”방동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서강빈이 대답했다.“간단해요. 방 청장님께서 손을 내미시면 제가 젓가락으로 손바닥의 이 부분을 찔러 볼 겁니다. 만약 아프지 않다면 괜찮으신 거고 아프다면 성기능이 약한 겁니다.”“믿기지 않는다면 여기 자리에 있는 교수님들이나 조문빈 회장님께 여쭤보세요.”방동진은 미간을 구기며 옆에 있던 송문학 교수에게 물었다.“송 교수, 그 말 진짜입니까?”“네.”송문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서강빈 씨 말이 맞습니다. 인체의 내장과 연관된
예후 약당은 송주에서 유명한 한의학 회사였고 수많은 한의학 학자들이 연봉을 받지 않더라도 그곳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그런데 서강빈처럼 평범한 외모의 젊은이가 이청산의 러브콜을 받다니.다들 서강빈의 전도가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곧이어 모든 이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서강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죄송합니다. 전 아직 그 어떤 곳에도 가입할 생각이 없습니다.”이청산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3억 줄게요. 연봉 3억은 어때요?”3억?현장에 있던 다른 멘토들은 화들짝 놀랐다.송주에서 연봉 3억이라면 성공한 사람이 틀림없었다.그들은 이청산이 서강빈을 이렇게 중요시할 줄은 몰랐다.권효정은 놀라우면서도 들뜬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강빈 씨, 이청산 교수님이 먼저 말씀을 꺼내셨는데 얼른 동의하지 않고 뭐 해요?”“이청산 교수님은 송주에서 평판이 매우 좋아요. 이 교수님 회사에 들어가서 의사를 한다면 앞으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심지어 이 교수님에게서 의술을 배울 수 있어요.”권효정도 서강빈이 탐났지만 예후 그룹과 비교해 봤을 때 권씨 일가는 비즈니스 성격이 강해서 전문성이 조금 부족했다.그러나 서강빈은 웃으며 말했다.“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연봉 3억으로는 제 의술의 가치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그 말에 룸 안이 고요해졌다.아주 쥐 죽은 듯 고요했다.서강빈은 아주 거만했다.감히 이청산이 제의한 연봉 3억으로는 자신의 의술 가치를 가늠할 수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의술이 그렇게 대단한가?’이청산도 당황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강빈이 농담을 한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는 이내 서강빈의 눈빛이 매우 진지함을 발견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수준에 연봉 3억은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듯했다.‘이 자식...’“서강빈 씨는 아직 유명하지 않을 텐데요. 기껏해야 본선에 참가했고 권효정 씨 할아버지 병을 치료한 것뿐입니다. 3억 연봉은 이
한의학 대회는 ‘나는 의사다’로 정식 개명했다.그것은 권씨 가문이 ‘나는 가수다’ 제작진에게 얘기해서 결정한 일이었다.개명한 그날, ‘나는 의사다’가 짧지만 잠깐 실검에 올라 작지 않은 파장과 여론을 불러일으켰다.“재밌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나는 의사다’ 프로그램을 만든 건가?’“의학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봤자 얼마나 재미있겠어.”“뭘 잘 모르시네. 이번에 연예인 멘토 네 명이 게스트로 출연할 거라고 했어. 연예계와 가요계의 유명한 스타들이라던데.”서강빈은 네티즌들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았다.송주 현지에서는 이번 구 선발대회에 대한 홍보가 시작됐다.“이번에는 칼을 갈았다! 가장 뛰어난 의사, 가장 박식한 한의학계의 멘토, 가장 잘 나가는 스타 멘토, 가장 치열한 한의학 대회...”“송주 한의학계의 샛별, 의학 천재, 그리고 의학 경력이 전무한 의사, 과연 누가 구 대회에서 우승할까?”“‘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만든 ‘나는 의사다’ 프로그램이 새로운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까?”...겨우 반나절 만에 각종 SNS에 ‘나는 가수다’라는 슬로건이 등장했다.그리고 첫 방송이었던 송주 구 선발대회가 실검에 올라 인터넷에서 뜨거운 여론을 불러일으켰다.물론 그중 많은 것이 송주 한의학계의 천재 의사, 의하계의 샛별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박여름에 대한 의논이었다.물론 다른 참가자들에 대한 여론도 있었다.모두 그들 뒤에 있는 회사가 홍보한 것이었다.콘셉트가 없으면 콘셉트를 만들어 노이즈 마케팅을 해서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주었다.그러나 서강빈은 달랐다. 인터넷을 전부 뒤져봐도 그에 대한 건 없었다.물론 서강빈은 신경 쓰지 않았다.호심각을 떠난 뒤 권효정이 그를 가게까지 바래다주었다.가로등 아래서 권효정은 뒷짐을 지고 서강빈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걸 묵묵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서강빈 씨.”“왜요?”서강빈이 고개를 돌렸다.“저한테 들어오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권효정이 능글맞게 웃었다.가게는 보수 작업이 거의 끝났다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