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말이에요! 인형처럼 서 있지만 말고요! 오늘 진 대표님이 없었다면 오늘 밤 여기서 죽었을 운명이에요!”이세영이 서강빈의 태도에 불만을 가지며 얘기했다.감사 인사도 할ㅊ줄 모른다니.정말 바보가 아닌가.진기준은 허허 웃더니 얘기했다.“됐어, 세상에는 가끔가다 보면 고마운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있지.”서강빈은 원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지금 진기준이 끼어들어서 공로를 채가는 것을 보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고마워해? 내가 뭘 고마워해야 하는데? 저 자식이 낯짝이 두꺼운 걸 고마워할까?”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진기준을 쳐다보며 차갑게 얘기했다.“규성 어르신이 누구 때문에 철수했는지는 진 대표가 가장 잘 알 텐데. 무슨 자격으로 내 감사 인사를 바라는 거지?”“서강빈, 너 뭐 하는 짓이야!”송해인이 화를 냈다.“네가 아무리 진기준을 싫어한다고 해도 그렇지, 오늘 밤 진기준이 없었다면 네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감사 인사를 하는 게 뭐가 어때서. 왜 항상 안하무인인 건데!”송해인은 서강빈의 태도가 화가 치밀었다.미간을 좁힌 서강빈이 송해인을 보며 자조적으로 웃었다.“송 대표, 오늘 밤의 일이 정말 진기준 덕분이라고 생각해?”“그럼, 아니야?”송해인이 차갑게 물었다.서강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차갑게 웃더니 대답했다.“송 대표, 경고하는데, 두 눈 똑바로 뜨고 진기준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길 바래. 황규성이 떠난 건 내가 전에 그 사람의 병을 치료해 줘서야!”송해인은 잠시 굳어서 놀란 시선으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거짓말 하지 마! 서강빈, 너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구나?!”진기준이 바로 반박했다.어두운 표정의 서강빈이 얘기했다.“내가 거짓말을 해? 어떻게, 진기준 씨. 내가 지금 당장 전화해서 황규성 어르신을 불러와 볼까?”“그건...”진기준은 굳어서 눈만 데굴 굴렸다.만약 다시 불러온다면 진기준의 거짓말이 탄로 나는 것이다.진기준이 말하기 전에 송해인
같은 시각, 호심각 문 앞.송해인과 진기준, 이세영은 호심각 문 앞에 서 있었다.“해인아, 오늘 저녁에 이곳에서 식사하는 분들은 다음 주 송주 한의학 대회 시 선발대회의 멘토들과 윗분들이셔.”진기준이 옆에 있는 송해인에게 말했다.이 소식은 그가 힘들게 친구에게서 알아낸 극비 정보였다.“정말요?”송해인은 경악했고 진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짜야. 내 친구가 다음 주 시 대회의 책임자 중 한 명이거든. 걔가 나한테 얘기해준 거야.”“게다가 다음 주 시 대회는 ‘나는 가수다’를 맡은 제작팀이 총력을 기울여서 생방송 할 거라고 했어. 그때가 되면 분명 송주 전체가 떠들썩해질 거야. 그리고 생방송 효과가 좋으면 그다음 경기는 전국으로 생중계할 거라고 했어. 그들의 말을 들어 보니 이번 한의학 대회를 ‘나는 가수다’처럼 온라인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생각인가 봐. 그래서 관중들이 한의학에 대해 알게 되고 한의학의 효과를 알게 하여 한의학 발전을 추진할 생각인 듯해.”송해인은 고개를 들어 휘황찬란한 호심각을 바라보았다.비록 비오 그룹에는 참가자를 구 대회에 바로 참가시킬 수 있는 정원이 있었으나 멘토나 윗분들을 알게 된다면 비오 그룹에는 좋은 일이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오늘 밤 이곳은 대절되었기에 그곳을 드나들 수 있는 건 신분이나 지위가 아주 높은 거물들뿐이었다.물론 진기준에게도 안으로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그는 그저 정보를 얻어 송해인을 데리고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해인아, 우리 저기 가서 앉아있을까?”진기준의 제안에 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이 몸을 돌리자 권효정이 서강빈과 함께 오는 게 보였다.서강빈은 당연하게도 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말 어딜 가든 재수 털리게 당신을 만나게 되는군요.”진기준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비아냥댔다.이윽고 이세영이 콧방귀를 뀌면서 냉소했다.“뭐예요? 서강빈 씨도 혹시 그 멘토들을 여
송해인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권효정은 서강빈을 데리고 사람들의 대접을 받으며 호심각으로 들어갔다.서강빈은 송해인 일행 곁을 지나칠 때 미간을 살짝 구겼지만 결국엔 침묵을 선택했다.송해인과 진기준, 이세영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답답한 심정으로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제기랄, 이게 무슨 상황이죠? 서강빈 씨가 그냥 저렇게 들어간다고요?”이세영이 먼저 소리쳤다.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니, 질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왜 무능력한 서강빈이 호심각에 들어갈 수 있는 거냐고. 대체 왜? 멘토들과 윗분들이 왜 직접 두 사람을 마중 나온 거지?’진기준 역시 미간을 구기며 욕했다.“젠장, 자기가 뭐 그리 잘났다고! 서강빈 그 자식은 잘 사는 애인 덕분에 그런 대접을 받는 것뿐인데 뭘 저렇게 잘난 척해?”진기준은 무척 화가 났다.그러나 동시에 이세영처럼 서강빈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그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강빈도 안에 들어갔는데 본인은 문밖에 서 있어야 하는 이 상항을 말이다.‘빌어먹을!’송해인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마지막에 권효정이 한 말과 행동은 그녀를 향한 도발이 분명했다.“이만 가요.”송해인이 한숨을 내쉬며 차갑게 말하자 진기준이 입을 열었다.“해인아, 안 기다릴 거야?”“기다린다고요?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길 기다리겠다는 거예요?”송해인은 불만스레 대꾸하고는 이내 몸을 돌리고 또각또각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를 떴다.지금 그녀의 마음속은 원망으로 가득 찼다.‘빌어먹을 서강빈! 자기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이세영이 다급히 송해인의 뒤를 따르며 그녀를 위로했다.“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서강빈 씨는 잘 사는 애인을 둔 것뿐이에요. 괜찮아요. 어차피 서강빈씨 본인은 능력이 없으니까요.”송해인은 미간을 구기고 우뚝 멈춰 섰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호심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이 비서가 생각하기에 권효정 씨는 어떤 신분인 것 같아?”“네?”이세영은 흠칫하더니 송해인과
권효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마 모를 거예요. 주로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예요. 아마 몇 경기만 참여할 거예요. 서강빈 씨도 알다시피 한의학을 발전시키기는 매우 어려워요. 이건 우리가 생각한 방법이에요. 연예인이라면 팬들이 많을 테니 그 점을 이용하여 한의학을 홍보하는 거죠.”“요즘 예능이나 노래 프로그램들을 보면 전문가가 아닌 유명한 연예인들을 심사위원으로 섭외해서 날카로운 코멘트로 눈도장을 찍고 화제를 만들잖아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미간을 살짝 찡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연예인이 게스트로 참여하는 건 사실 구경하러 오는 것과 다름없었다.서강빈은 그들이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평가를 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면 되었다.“참, 누가 나올지 궁금하지 않아요?”권효정이 씩 웃으며 묻자 서강빈은 고개를 저었다.“전 연예계에 관심 없어요.”“재미없네요.”권효정이 투덜댔다.“게스트로 나올 네 명의 연예인 중 한 명은 영화계에서 엄청나게 잘나가는 여배우 양정현 씨고, 다른 한 명은 좀 덜 유명한 배우 서민준 씨예요. 또 다른 한 명은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 강수현 씨고 마지막 한 명은 인기가 아주 많은 가수 허도윤 씨예요.”“이번에 저희 엄청나게 공들였어요.”권효정은 서강빈이 그들을 알든 모르든 상관하지 않고 단숨에 말을 끝냈다.서강빈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전 잘 몰라요.”권효정은 놀란 얼굴로 괴짜를 보듯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그 네 명을 모르는 사람이 존재한다니.그러나 그녀는 깊게 파고들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한 멘토는 술에 취한 건지 권효정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서강빈을 바라보며 불만스레 말했다.“권효정 씨, 서강빈 씨에게 대체 어떤 재주가 있길래 권효정 씨가 직접 서강빈 씨를 데리고 와서 저희와 함께 식사하는 거죠?”“아시다시피 저희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청산 교수님이나 조문빈 회장님 같은 한의학계 교수나 권위 있는 인물이죠.”그 말뜻은 곧 서
서강빈이 말을 마치자 정적이 감돌았다.분위기가 아주 어색했다.방동진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돼서 버럭 화를 냈다. 그는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고함을 질렀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어이가 없네요. 제가 성기능이 약하다뇨?”방동진은 화가 난 고양이처럼 고함을 지르면서 호통을 쳤다.남자에게 돈이 없거나 지위가 없다거나 능력이 없다고 하는 건 괜찮아도 그의 앞에서 대놓고 성기능이 약하다고 하는 건 절대 안 되었다.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크나큰 실례였다.그것은 남자로서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고 그것은 그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존엄이었기 때문이다.남자에게 성기능이 약하다고 하는 건 여자에게 가슴이 작다거나, 못생겼다고 하는 것과 똑같았다.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게다가 권효정이 현장에 있으니 방동진은 체면을 심하게 구긴 셈이다.그러나 서강빈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방 청장님, 성기능이 약한 건 병이라서 무서워할 필요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완치되실 겁니다.”“헛소리하지 말아요!”방동진은 화가 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제가 안 아픈데가 없다고 하는 거 괜찮아도 성기능이 약하다고 해서는 안 되죠. 솔직히 얘기할게요. 전 예전에 하룻밤에 일곱 번을 할 수 있었어요.”방동진은 태연하게 말했다.서강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방동진이 핑계를 댄다는 걸 알고 덤덤히 말했다.“믿기지 않는다면 한 번 실험해 보죠.”“무슨 실험이요?”방동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서강빈이 대답했다.“간단해요. 방 청장님께서 손을 내미시면 제가 젓가락으로 손바닥의 이 부분을 찔러 볼 겁니다. 만약 아프지 않다면 괜찮으신 거고 아프다면 성기능이 약한 겁니다.”“믿기지 않는다면 여기 자리에 있는 교수님들이나 조문빈 회장님께 여쭤보세요.”방동진은 미간을 구기며 옆에 있던 송문학 교수에게 물었다.“송 교수, 그 말 진짜입니까?”“네.”송문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서강빈 씨 말이 맞습니다. 인체의 내장과 연관된
예후 약당은 송주에서 유명한 한의학 회사였고 수많은 한의학 학자들이 연봉을 받지 않더라도 그곳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그런데 서강빈처럼 평범한 외모의 젊은이가 이청산의 러브콜을 받다니.다들 서강빈의 전도가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곧이어 모든 이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서강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죄송합니다. 전 아직 그 어떤 곳에도 가입할 생각이 없습니다.”이청산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3억 줄게요. 연봉 3억은 어때요?”3억?현장에 있던 다른 멘토들은 화들짝 놀랐다.송주에서 연봉 3억이라면 성공한 사람이 틀림없었다.그들은 이청산이 서강빈을 이렇게 중요시할 줄은 몰랐다.권효정은 놀라우면서도 들뜬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강빈 씨, 이청산 교수님이 먼저 말씀을 꺼내셨는데 얼른 동의하지 않고 뭐 해요?”“이청산 교수님은 송주에서 평판이 매우 좋아요. 이 교수님 회사에 들어가서 의사를 한다면 앞으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심지어 이 교수님에게서 의술을 배울 수 있어요.”권효정도 서강빈이 탐났지만 예후 그룹과 비교해 봤을 때 권씨 일가는 비즈니스 성격이 강해서 전문성이 조금 부족했다.그러나 서강빈은 웃으며 말했다.“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연봉 3억으로는 제 의술의 가치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그 말에 룸 안이 고요해졌다.아주 쥐 죽은 듯 고요했다.서강빈은 아주 거만했다.감히 이청산이 제의한 연봉 3억으로는 자신의 의술 가치를 가늠할 수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의술이 그렇게 대단한가?’이청산도 당황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강빈이 농담을 한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는 이내 서강빈의 눈빛이 매우 진지함을 발견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수준에 연봉 3억은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듯했다.‘이 자식...’“서강빈 씨는 아직 유명하지 않을 텐데요. 기껏해야 본선에 참가했고 권효정 씨 할아버지 병을 치료한 것뿐입니다. 3억 연봉은 이
한의학 대회는 ‘나는 의사다’로 정식 개명했다.그것은 권씨 가문이 ‘나는 가수다’ 제작진에게 얘기해서 결정한 일이었다.개명한 그날, ‘나는 의사다’가 짧지만 잠깐 실검에 올라 작지 않은 파장과 여론을 불러일으켰다.“재밌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나는 의사다’ 프로그램을 만든 건가?’“의학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봤자 얼마나 재미있겠어.”“뭘 잘 모르시네. 이번에 연예인 멘토 네 명이 게스트로 출연할 거라고 했어. 연예계와 가요계의 유명한 스타들이라던데.”서강빈은 네티즌들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았다.송주 현지에서는 이번 구 선발대회에 대한 홍보가 시작됐다.“이번에는 칼을 갈았다! 가장 뛰어난 의사, 가장 박식한 한의학계의 멘토, 가장 잘 나가는 스타 멘토, 가장 치열한 한의학 대회...”“송주 한의학계의 샛별, 의학 천재, 그리고 의학 경력이 전무한 의사, 과연 누가 구 대회에서 우승할까?”“‘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만든 ‘나는 의사다’ 프로그램이 새로운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까?”...겨우 반나절 만에 각종 SNS에 ‘나는 가수다’라는 슬로건이 등장했다.그리고 첫 방송이었던 송주 구 선발대회가 실검에 올라 인터넷에서 뜨거운 여론을 불러일으켰다.물론 그중 많은 것이 송주 한의학계의 천재 의사, 의하계의 샛별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박여름에 대한 의논이었다.물론 다른 참가자들에 대한 여론도 있었다.모두 그들 뒤에 있는 회사가 홍보한 것이었다.콘셉트가 없으면 콘셉트를 만들어 노이즈 마케팅을 해서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주었다.그러나 서강빈은 달랐다. 인터넷을 전부 뒤져봐도 그에 대한 건 없었다.물론 서강빈은 신경 쓰지 않았다.호심각을 떠난 뒤 권효정이 그를 가게까지 바래다주었다.가로등 아래서 권효정은 뒷짐을 지고 서강빈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걸 묵묵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서강빈 씨.”“왜요?”서강빈이 고개를 돌렸다.“저한테 들어오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권효정이 능글맞게 웃었다.가게는 보수 작업이 거의 끝났다
서강빈은 당황해하며 서둘러 말했다.“그만, 멈춰요. 권효정 씨, 우리는 어울리지 않아요. 권효정 씨는 부잣집 딸이고 난 그냥 송주의 일반인이에요. 우리 둘이 만나면 행복할 수 없어요.”“돌아가서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잘 생각해 봐요. 조금 전에 권효정 씨가 한 말 잘 생각해 봐요. 한순간의 충동으로 후회할 결정은 내리지 말아요.”그 말을 들은 권효정은 고개를 홱 들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서강빈 씨에겐 제가 전처보다 못나서 그래요?”서강빈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아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였다.“아니요. 권효정 씨와 해인이는 저마다 좋은 점이 있어요.”“그런데 왜 절 거절하는 거예요?”권효정이 따져 물었다.“서강빈 씨는 이미 이혼해서 솔로고 저도 솔론데 한 번 만나볼 수는 있잖아요.”권효정은 웅얼거리며 말했다.서강빈은 망설이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권효정 씨도 알다시피 난 그런 거에 관심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회사를 차리고 한의학 대회에 참가하는 거예요. 연애는 제겐 이미 과거예요. 난 권효정 씨와 놀아줄 시간 없어요.”권효정은 입술을 깨물면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한참 뒤 갑자기 고개를 들며 진지한 얼굴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서강빈 씨, 농담 아니에요. 전 진지하다고요. 서강빈 씨가 원한다면 우리 내일 당장 혼인신고 해도 좋아요.”“잠깐만요. 혼인신고를 그렇게 함부로 하면 안 되죠.”서강빈은 그녀를 향해 눈을 흘겼다.권효정은 서둘러 말했다.“먼저 혼인신고하고 사랑해도 되잖아요. 전 믿어요. 언젠가 서강빈 씨가 절 사랑할 거라는 걸. 전 기다릴 수 있어요. 3년, 5년쯤은 기다릴 수 있다고요.”말을 마친 뒤 권효정은 서강빈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서강빈의 코앞에 서더니 두 손으로 서강빈을 힘껏 뒤로 밀쳤다.그 바람에 두 사람은 소파 위로 넘어졌고 서강빈은 당황했다.권효정은 얼굴이 빨개진 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매혹적인 눈으로 서강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