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싸우는 소리에 오가는 행인들도 구경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이자 송해인은 얼른 웃는 얼굴로 말했다.“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반드시 환자를 끝까지 책임질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미 송주에서 제일 유명한 손 신의를 모셔서 아버님의 병을 치료하도록 했습니다. 저희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훈은 송해인의 뺨을 내리쳤다.송해인은 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고 뒤에서 이세영이 받쳐주는 덕분에 넘어지지 않았다. 얼굴에 선명하게 남은 자국을 만지면서 송해인의 눈동자에는 물기가 서렸고 몇 번 심호흡해서야 겨우 눈물을 참았다.“왜 사람을 때려요!”도정윤은 송해인이 맞는 것을 보고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이훈을 거칠게 밀어내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아직 환자는 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설사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당신이 함부로 사람을 때릴 수 있는 핑계가 되지는 않아요! 경고하는데 방금 당신이 뺨을 때린 그 행동만으로 우리는 당신을 상해죄로 고소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 송 대표님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어요.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를 빨리 살리는 거잖아요. 당신이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저는 당신이 일부러 공갈을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다고 의심할 거예요.”도정윤의 말에 이훈의 표정은 여러 번 변하였고 그를 따라온 친우들도 할 말이 없었다. 곁에서 보고 있던 구경꾼들도 맞장구를 쳤다.“말에 일리가 있어. 사람을 살리는 게 제일 중요하지. 환자가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고 배상금을 요구하는 데만 신경을 쓰면 안 되는 거잖아.”“맞아. 돈에 정신이 팔려 아버지를 버리는 게 어디 있어!”구경꾼들도 모두 도정윤의 편을 들어서 얘기하는 것을 보고 이훈도 제 발이 저려서 말했다.“좋아.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 만약 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당신들 절대 가만 안 둬!”이 말을 남기고 이훈은 친우들을 데리고 병원을 향해 갔다.“그만 돌
“어? 비오 그룹의 송 대표 아니야?”눈썰미가 좋은 기자 한 명이 단번에 송해인을 알아봤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에 있던 기사들은 말벌처럼 달려와 기다란 마이크를 송해인에게 내밀었다.“송 대표님, 이 노인은 대표님 회사에서 생산한 금오단을 먹고 위독해졌다고 하는데 대표님께서는 이에 대해 할 얘기가 없으십니까?”“송 대표님, 비오 그룹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금오단이 만병을 통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중환자실에 있는 위독한 환자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송 대표님, 금오단은 이미 심각한 의료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비오 그룹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판매하실 겁니까?”기자들의 질문은 점점 더 예리하고 야박해서 송해인은 한순간에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송 대표님은 환자를 살피러 오신 겁니다. 저희 비오 그룹에서는 잠시 대외적으로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모두 비켜주십시오!”이세영은 앞에 막아선 기자들을 밀어냈고 도정윤과 송해인은 이 기회를 타 빠르게 병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을 본 순간 송해인의 마음은 한 번 더 철렁 내려앉았다.노인은 지금 얼굴이 검게 변하고 눈이 깊게 패였으며 꼭 다물고 있는 입술은 새파랗게 질렸고 갈라져 있었다. 중독에 의한 증세라는 것은 단번에 보아낼 수 있었다.이윽고 송해인은 시선을 돌려 손인수가 병원장 등 사람들과 함께 노인의 맥을 짚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깊은숨을 내쉬었다. 손 신의의 의술과 인터넷에 있는 침술로 치료를 한다면 거의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손 신의, 환자의 상태는 어때요?”송해인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환자는 알레르기성 체질입니다. 약을 먹은 뒤 요구에 따라 침을 놓지도 않았기에 이미 심장까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유효한 치료를 계속 받지 못한다며 아마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송해인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손 신의, 그럼 지금 인터넷에 있는 침술로 환자를 살릴 수 있
송해인도 이를 보고 놀라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다급하게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손 신의, 어떻게 됐어요?”손인수는 굳은 표정으로 작게 귓속말을 했다.“빨리, 빨리 서강빈 씨를 찾아가십시오. 아니면 환자는... 오늘 밤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저는 최대한 환자의 가족들에게 시간을 끌 수 있을 뿐입니다. 만약 서강빈 씨를 모셔오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여기까지 말하고 손인수는 더 말을 하지 못했다.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한참 멍하니 서 있다가 서둘러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도정윤과 이세영은 송해인이 다급하게 떠나가 덩달아 빠르게 따라갔다.차에 올라타서 도정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해인아, 왜 그래? 손 신의께서...”“손 신의가 우리더러 서강빈을 찾아가라고 해. 그리고 환자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대.”말하면서 송해인은 핸들에 손을 올리고는 핸들을 힘껏 쥐었다 놨다.“뭐라고요? 서강빈 그 쓰레기를 찾아가서 뭐해요? 손 신의가 장난하는 거 아니에요?”이세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반박했다. 그녀가 보기에는 손 신의조차 살리지 못하는 사람인데 서강빈을 불러와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서강빈이 한의학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건 권씨 가문의 덕을 본 것뿐이었다. 지금까지도 이세영은 서강빈이 진짜 의술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도정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냉정하게 분석했다.“아니야, 내 생각에 손 신의가 우리더러 서강빈을 찾아가라고 한 이유가 이 처방은 서강빈이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야. 어쩌면 서강빈한테 해결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방법이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봐.”송해인은 의아하게 도정윤을 보며 말했다.“정윤아, 그게 무슨 뜻이야?”도정윤은 우습게 여기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해인아, 잘 생각해봐. 서강빈이 어떤 사람이야? 그놈이 어디서 금오단을 갖고 왔겠어? 솔직히 금오단의 처방은 실제로 정말 좋아서 만병통치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어. 하지만 그건 한
송해인은 도정윤의 말에 어리둥절해져서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왜 아직도 몰라. 만약 금오단을 먹고 사람이 죽으면 비오 그룹의 명성은 반드시 실추될 거야. 비오 그룹이 파산하기만 한다면 너도 서강빈을 따라가서 함께 거지 같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잖아?”이세영은 도정윤의 분석을 듣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서 그날 내가 그 녀석한테 약 처방을 달라고 할 때 그렇게 통쾌하게 줬던 거네요! 보아하니 서강빈은 처음부터 대표님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네요. 송 대표님, 이런 남자는 정말 역겨워요!”송해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평온한 그녀의 겉모습과 달리 마음속은 이미 뒤죽박죽이었다.‘서강빈, 설마 정말 정윤의 말처럼 처음부터 이런 계획이 있었던 거야?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절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아. 네가 나한테 합리적인 해명만 해준다면 전에 네가 어떤 일을 했어도 다 용서해줄 수 있어! 나는 그저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라는 것뿐이야.’생각하면 할수록 송해인은 더 심란해졌고 더욱더 서강빈의 입에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고 싶었다. 서강빈이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 해도 송해인은 망설임 없이 그를 믿는 선택을 할 것이다.한편, 권효정과 서강빈은 방금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하고 만물상점으로 돌아갔다. 염지아는 가게를 청소하고 있었는데 서강빈과 권효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주인님, 안주인님, 돌아오셨습니까.”서강빈은 흠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안주인은 무슨, 함부로 부르지 마. 효정 씨라고 불러.”권효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기분이 좋아서 말했다.“저는 사리 분별이 빠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차피 강빈 씨는 언젠가 제 사람이 될 텐데 조금 빠르고 늦고는 상관없어요.”“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누가 당신 사람이라는 말이에요?”서강빈은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유혹이 넘치는 권효정의 눈빛을 피했다.바로 이때, 문밖에서 다급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송해인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정말 나를 믿었다면 묻지 않았겠지. 솔직히 말해. 또 무슨 일 생긴 거지?”송해인은 냉랭한 서강빈의 말투와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그의 눈빛에 마음이 아렸다. 이 사람은 자신에게 고분고분하고 한없이 다정하던 그 남자가 정녕 맞는 것인가?“서강빈, 우리 사이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있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래, 네 말이 맞아. 문제가 생겨서 네 도움이 필요한 게 맞아. 하지만 그 전에 나는 이 금오단의 처방이 네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네가 어떻게 이걸 손에 넣었든지 너를 탓하지 않을 거야. 모든 걸 잃는다고 해도 나는 그저 우리 둘만의...”송해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강빈은 손사래를 쳤다.“그만해.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다시 꺼내 입에 올려서 뭐해.”송해인은 멍하니 서강빈을 바라보면서 눈에는 점점 눈물이 차올랐다.“서강빈, 이 쓰레기 같은 자식! 남자로 태어나서 너 그 정도밖에 못 해?”말이 오고 가던 중 이세영도 빠르게 가게로 들어와서 서강빈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었다.“주어온 처방으로 송 대표님을 속인 것도 모자라 그렇게 뻔뻔한 소리를 해? 정윤 씨가 그 처방을 개량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지 몰라! 비오 그룹이 파산하고 송 대표님이 지난 2년간 심혈을 기울인 것들이 다 망가져 버리는 걸 봐야 네 속이 시원해?”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송해인을 보면서 말했다.“너희들 내 처방전에 손을 댔어?”송해인은 이 물음에 흠칫하더니 잠깐 멈췄다가 다급하게 해명했다.“네가 오해했어. 정윤이도 이 처방전이 아주 좋다고 생각해. 그저 약효가 너무 세서 조금 바꾼 것뿐이야.”서강빈은 계속 쓴웃음을 지었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송해인, 사실 너는 진심으로 나를 믿은 적이 없었던 거야. 만약 네가 나를 정말 믿었다면 이렇게 달려와서 나한테 처방전의 출처를 묻지 않았을 거고, 도정윤한테 내 처방전을 고치라
이게 바로 도정윤이 우월감을 가지는 이유였다.“그래서?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 도정윤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당신한테 알려주고 싶은 거야. 방금 당신이 한 말은 헛소리라고. 지금 필요한 건 경맥을 뚫어서 환자 체내에 있는 약효를 흩어지게 하는 거야. 그러면 살릴 수 있어.”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렇다면 당신이 가서 경맥을 뚫어봐. 혈 자리 어디를 뚫어야 하는지 침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대단한 교수님이라는 그 사람이 안 가르쳐줬어? 분명히 말하는데 의학 박사 학위고 그런 쓸데없는 스펙으로 내 앞에서 주름잡지 마!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을 가르쳤다는 그 외국 교수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한의학의 학문적 가치를 그런 기기 따위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당장 돌아가!”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도정윤을 더 보고 싶지 않아 뒤돌아 카운터로 들어갔다.“너!”도정윤은 서강빈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서강빈은 자신을 욕하고 심지어 모욕해도 되지만 자신의 유학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다. 더욱이 자신이 아주 존경하고 있는 마크 교수님까지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우월감의 원천이고 자신감의 기반이었다.“주인님이 가라고 했잖아요. 안 들려요?”염지아는 말하면서 허공에 대고 박수를 세 번 쳤다. 그러자 검은색 그림자 두 개가 문 앞에 번쩍 나타나더니 대가의 경지에 있는 고수 두 명이 빠르게 가게로 들어왔다.“아가씨!”두 사람은 들어와서 염지아를 향해 주먹을 쥐고 인사를 올렸다. 서강빈이 습격을 받은 일이 있고 난 뒤, 염동건은 딸의 안전이 걱정돼서 대가 경지의 고수 두 명을 암암리에 보내서 보호하게 했다.한편으로는 염지아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편으로는 서강빈이 가게에 없을 때 권효정도 보호할 수 있었다.“안 갈 거예요? 3초 줄게요. 스스로 걸어 나가지 않는다면 당신들을 끌고 나가는 수가 있어요.”염지아는 두 명의 대가에게 눈짓했다.“여
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알겠어요. 금방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서강빈은 빠르게 가게를 나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떠나가는 서강빈의 뒷모습을 보면서 염지아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효정 씨, 저는 잘 이해할 수 없어요. 왜 송해인한테 그렇게 너그러운 거예요? 두 사람은 연적이잖아요. 비오 그룹이 이번 의료사고로 파산하면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이렇게 금이 가버리면 다시는 강빈 씨랑 재결합할 수 없게 되잖아요.”제삼자인 염지아가 봐도 송해인이 서강빈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눈에 띄었다. 그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누가 봐도 서강빈과 재결합하고 싶어 그러는 것이다. 누구든 권효정의 입장이 된다면 서강빈이 송해인을 돕는 걸 바라지 않게 된다. 권효정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송해인 씨를 도와주는 게 아니에요. 저는 서강빈 씨한테 자유를 주는 거예요. 속박되지 않고 강박감이 없는 감정이야말로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거예요. 만약 강제적으로 그 사람을 제 곁에 두게 되면 저도 그 사람도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염지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감정? 감정이란 원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어내는 게 아닌가? 이해할 수 없기에 그녀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번 만화종에서부터 염지아는 깔끔하게 포기했었다. 서강빈의 곁에는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았고 자신의 미모로는 서강빈의 눈에 들기에 역부족이었다. 하여 그녀는 선을 넘는 생각을 접어버렸다....한편, 송해인은 차를 몰고 병원으로 돌아가면서 한숨을 연신 뱉었다. 손 신의는 그 환자를 살릴 수 없다고 하고 오늘 저녁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비오 그룹의 명성은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도정윤은 마음속에 있던 분노를 억누르고 어느 정도 평온함을 회복한 뒤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해인아, 서강빈이 돕지 않겠다면 우리한테는 마지막 방법밖에 남지 않았어.”“그게 뭔데?”
“그래서 특별히 보러 온 거야.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나 해서. 금오단을 먹고 나서 한의학 사이트에 있는 침술 방법을 따라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들었어. 그래서 무성 어르신도 함께 왔어. 좀 있다가 무성 어르신한테 그 환자에게 침을 놓아달라고 부탁하면 아마 괜찮을 거야.”백도현의 이 말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빗나갔다. 도정윤과 이세영도 마음속에서 백도현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조금 전 서강빈의 냉랭한 태도와 비교되게 백도현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가세와 배경이 출중한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일에도 이렇게 발을 벗고 나서준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백도현이 정말 잘생겼다는 것이다. 백도현을 보는 도정윤의 시선 속에도 호감의 감정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아이고, 도현 도련님께서는 정말 신사의 품격을 가지고 계십니다. 방금까지도 송 대표님이 도현 도련님께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할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도현 도련님...”이세영은 감격하여 뭐라고 얘기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송해인도 지금 감동에 젖어있었다. 백도현의 말에 승낙하려 고개를 끄덕이려던 때, 송해인의 머릿속에는 서강빈이 지난번 우남기 어르신에게 침을 놓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특히 자신만 치료할 수 있다는 그 한마디가 송해인의 기억에 박혀있었다.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송해인은 갑자기 말투를 바꾸며 말했다.“도현 도련님, 호의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도현 도련님께서 이렇게 사소한 일까지 신경 써 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미 우리 회사와 계약한 박여름 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렸거든요. 아마 곧 도착할 것입니다. 그래도 도현 도련님께 정말 감사합니다.”도정윤과 이세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송해인을 바라보았다. 박여름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선생인 손인수조차 속수무책인데 송해인은 왜 상대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인가? 설마 송해인이 아직도 서강빈 그 자식한테 허황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사실 백도현은 진작에 병원 측의 상황을 잘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