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인은 도정윤의 말에 어리둥절해져서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왜 아직도 몰라. 만약 금오단을 먹고 사람이 죽으면 비오 그룹의 명성은 반드시 실추될 거야. 비오 그룹이 파산하기만 한다면 너도 서강빈을 따라가서 함께 거지 같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잖아?”이세영은 도정윤의 분석을 듣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서 그날 내가 그 녀석한테 약 처방을 달라고 할 때 그렇게 통쾌하게 줬던 거네요! 보아하니 서강빈은 처음부터 대표님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네요. 송 대표님, 이런 남자는 정말 역겨워요!”송해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평온한 그녀의 겉모습과 달리 마음속은 이미 뒤죽박죽이었다.‘서강빈, 설마 정말 정윤의 말처럼 처음부터 이런 계획이 있었던 거야?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절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아. 네가 나한테 합리적인 해명만 해준다면 전에 네가 어떤 일을 했어도 다 용서해줄 수 있어! 나는 그저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라는 것뿐이야.’생각하면 할수록 송해인은 더 심란해졌고 더욱더 서강빈의 입에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고 싶었다. 서강빈이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 해도 송해인은 망설임 없이 그를 믿는 선택을 할 것이다.한편, 권효정과 서강빈은 방금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하고 만물상점으로 돌아갔다. 염지아는 가게를 청소하고 있었는데 서강빈과 권효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주인님, 안주인님, 돌아오셨습니까.”서강빈은 흠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안주인은 무슨, 함부로 부르지 마. 효정 씨라고 불러.”권효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기분이 좋아서 말했다.“저는 사리 분별이 빠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차피 강빈 씨는 언젠가 제 사람이 될 텐데 조금 빠르고 늦고는 상관없어요.”“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누가 당신 사람이라는 말이에요?”서강빈은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유혹이 넘치는 권효정의 눈빛을 피했다.바로 이때, 문밖에서 다급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송해인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정말 나를 믿었다면 묻지 않았겠지. 솔직히 말해. 또 무슨 일 생긴 거지?”송해인은 냉랭한 서강빈의 말투와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그의 눈빛에 마음이 아렸다. 이 사람은 자신에게 고분고분하고 한없이 다정하던 그 남자가 정녕 맞는 것인가?“서강빈, 우리 사이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있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래, 네 말이 맞아. 문제가 생겨서 네 도움이 필요한 게 맞아. 하지만 그 전에 나는 이 금오단의 처방이 네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네가 어떻게 이걸 손에 넣었든지 너를 탓하지 않을 거야. 모든 걸 잃는다고 해도 나는 그저 우리 둘만의...”송해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강빈은 손사래를 쳤다.“그만해.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다시 꺼내 입에 올려서 뭐해.”송해인은 멍하니 서강빈을 바라보면서 눈에는 점점 눈물이 차올랐다.“서강빈, 이 쓰레기 같은 자식! 남자로 태어나서 너 그 정도밖에 못 해?”말이 오고 가던 중 이세영도 빠르게 가게로 들어와서 서강빈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었다.“주어온 처방으로 송 대표님을 속인 것도 모자라 그렇게 뻔뻔한 소리를 해? 정윤 씨가 그 처방을 개량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지 몰라! 비오 그룹이 파산하고 송 대표님이 지난 2년간 심혈을 기울인 것들이 다 망가져 버리는 걸 봐야 네 속이 시원해?”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송해인을 보면서 말했다.“너희들 내 처방전에 손을 댔어?”송해인은 이 물음에 흠칫하더니 잠깐 멈췄다가 다급하게 해명했다.“네가 오해했어. 정윤이도 이 처방전이 아주 좋다고 생각해. 그저 약효가 너무 세서 조금 바꾼 것뿐이야.”서강빈은 계속 쓴웃음을 지었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송해인, 사실 너는 진심으로 나를 믿은 적이 없었던 거야. 만약 네가 나를 정말 믿었다면 이렇게 달려와서 나한테 처방전의 출처를 묻지 않았을 거고, 도정윤한테 내 처방전을 고치라
이게 바로 도정윤이 우월감을 가지는 이유였다.“그래서?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 도정윤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당신한테 알려주고 싶은 거야. 방금 당신이 한 말은 헛소리라고. 지금 필요한 건 경맥을 뚫어서 환자 체내에 있는 약효를 흩어지게 하는 거야. 그러면 살릴 수 있어.”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렇다면 당신이 가서 경맥을 뚫어봐. 혈 자리 어디를 뚫어야 하는지 침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대단한 교수님이라는 그 사람이 안 가르쳐줬어? 분명히 말하는데 의학 박사 학위고 그런 쓸데없는 스펙으로 내 앞에서 주름잡지 마!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을 가르쳤다는 그 외국 교수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한의학의 학문적 가치를 그런 기기 따위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당장 돌아가!”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도정윤을 더 보고 싶지 않아 뒤돌아 카운터로 들어갔다.“너!”도정윤은 서강빈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서강빈은 자신을 욕하고 심지어 모욕해도 되지만 자신의 유학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다. 더욱이 자신이 아주 존경하고 있는 마크 교수님까지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우월감의 원천이고 자신감의 기반이었다.“주인님이 가라고 했잖아요. 안 들려요?”염지아는 말하면서 허공에 대고 박수를 세 번 쳤다. 그러자 검은색 그림자 두 개가 문 앞에 번쩍 나타나더니 대가의 경지에 있는 고수 두 명이 빠르게 가게로 들어왔다.“아가씨!”두 사람은 들어와서 염지아를 향해 주먹을 쥐고 인사를 올렸다. 서강빈이 습격을 받은 일이 있고 난 뒤, 염동건은 딸의 안전이 걱정돼서 대가 경지의 고수 두 명을 암암리에 보내서 보호하게 했다.한편으로는 염지아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편으로는 서강빈이 가게에 없을 때 권효정도 보호할 수 있었다.“안 갈 거예요? 3초 줄게요. 스스로 걸어 나가지 않는다면 당신들을 끌고 나가는 수가 있어요.”염지아는 두 명의 대가에게 눈짓했다.“여
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알겠어요. 금방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서강빈은 빠르게 가게를 나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떠나가는 서강빈의 뒷모습을 보면서 염지아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효정 씨, 저는 잘 이해할 수 없어요. 왜 송해인한테 그렇게 너그러운 거예요? 두 사람은 연적이잖아요. 비오 그룹이 이번 의료사고로 파산하면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이렇게 금이 가버리면 다시는 강빈 씨랑 재결합할 수 없게 되잖아요.”제삼자인 염지아가 봐도 송해인이 서강빈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눈에 띄었다. 그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누가 봐도 서강빈과 재결합하고 싶어 그러는 것이다. 누구든 권효정의 입장이 된다면 서강빈이 송해인을 돕는 걸 바라지 않게 된다. 권효정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송해인 씨를 도와주는 게 아니에요. 저는 서강빈 씨한테 자유를 주는 거예요. 속박되지 않고 강박감이 없는 감정이야말로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거예요. 만약 강제적으로 그 사람을 제 곁에 두게 되면 저도 그 사람도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염지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감정? 감정이란 원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어내는 게 아닌가? 이해할 수 없기에 그녀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번 만화종에서부터 염지아는 깔끔하게 포기했었다. 서강빈의 곁에는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았고 자신의 미모로는 서강빈의 눈에 들기에 역부족이었다. 하여 그녀는 선을 넘는 생각을 접어버렸다....한편, 송해인은 차를 몰고 병원으로 돌아가면서 한숨을 연신 뱉었다. 손 신의는 그 환자를 살릴 수 없다고 하고 오늘 저녁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비오 그룹의 명성은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도정윤은 마음속에 있던 분노를 억누르고 어느 정도 평온함을 회복한 뒤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해인아, 서강빈이 돕지 않겠다면 우리한테는 마지막 방법밖에 남지 않았어.”“그게 뭔데?”
“그래서 특별히 보러 온 거야.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나 해서. 금오단을 먹고 나서 한의학 사이트에 있는 침술 방법을 따라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들었어. 그래서 무성 어르신도 함께 왔어. 좀 있다가 무성 어르신한테 그 환자에게 침을 놓아달라고 부탁하면 아마 괜찮을 거야.”백도현의 이 말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빗나갔다. 도정윤과 이세영도 마음속에서 백도현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조금 전 서강빈의 냉랭한 태도와 비교되게 백도현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가세와 배경이 출중한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일에도 이렇게 발을 벗고 나서준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백도현이 정말 잘생겼다는 것이다. 백도현을 보는 도정윤의 시선 속에도 호감의 감정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아이고, 도현 도련님께서는 정말 신사의 품격을 가지고 계십니다. 방금까지도 송 대표님이 도현 도련님께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할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도현 도련님...”이세영은 감격하여 뭐라고 얘기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송해인도 지금 감동에 젖어있었다. 백도현의 말에 승낙하려 고개를 끄덕이려던 때, 송해인의 머릿속에는 서강빈이 지난번 우남기 어르신에게 침을 놓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특히 자신만 치료할 수 있다는 그 한마디가 송해인의 기억에 박혀있었다.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송해인은 갑자기 말투를 바꾸며 말했다.“도현 도련님, 호의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도현 도련님께서 이렇게 사소한 일까지 신경 써 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미 우리 회사와 계약한 박여름 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렸거든요. 아마 곧 도착할 것입니다. 그래도 도현 도련님께 정말 감사합니다.”도정윤과 이세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송해인을 바라보았다. 박여름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선생인 손인수조차 속수무책인데 송해인은 왜 상대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인가? 설마 송해인이 아직도 서강빈 그 자식한테 허황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사실 백도현은 진작에 병원 측의 상황을 잘 알
송해인은 굳은 시선을 하고 걸음을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정윤아, 나는 계속 그런 느낌이 들어. 정말 서강빈 만이 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있다가 서강빈한테 전화를 걸어볼 거야. 무릎 꿇고 비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놓쳐서는 안 돼.”사실 송해인은 이 말을 하는 와중에서 확신이 없었다. 서강빈이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송해인의 마음속에는 정확한 답이 없었다. 그저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서강빈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그녀는 서강빈과 재결합 할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비오 그룹은 그녀한테 중요한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서강빈을 잃고 나서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은 숨을 쉴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야, 해인아,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서강빈은 분명 겁이 난 거야. 그 자식은 애초에 의학을 몰라. 만약 그 자식이 정말 그 정도로 대단하다면 왜 국제적인 의학 포럼에 단 한 번도 논문을 발표하지 않았고 심지어 송주에서조차 그 자식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몇 없는가 이 말이야. 이 자식 같은 사람은 안하무인이고 건방진 것 빼고 무슨 실력이 있어? 마크 교수님처럼 국제적인 최고의 전문가마저도 그 자식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야. 이런 사람을 믿다니, 너 반드시 후회할 거야!”도정윤은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그녀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강빈이 도대체 어디가 좋기에 송해인이 이토록 그에게 미련이 남아 있는 건가.그들이 중환자실의 복도에 도착하자 이훈은 친우들을 데리고 그들을 둘러쌌다.“흥, 당신들 이번에는 변명할 게 있는지 보겠어. 안에 있는 저 늙은이가 말했어. 우리 아버지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봐. 당신들 얼마를 배상할 거야!”이훈은 우쭐거리는 태도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은 팔짱을 낀 채 시선은 송해인의 민감한 부위를 훑어보고 있었다.“지금은 저녁 8시니까 12시 전으로 반드시 만족할만한 답변을 드릴게요. 그러면 됐죠?”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얼굴로
“헛소리하지 마요!”송해인이 말하기 전에 이세영이 먼저 나와서 말했다. 중년 기자는 차갑게 웃고는 우남기 어르신의 상황이 위독했을 때 사진을 꺼내며 말했다.“제가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들이 일부러 약물의 부작용을 숨기고 있는 것입니까? 사진 속의 이분은 당신들도 낯설지 않지요? 제가 이 사람의 신분을 공개해야 하겠습니까?”이세영은 사진 속의 노인을 훑어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멍하니 서 있었다. 증거가 빼도 박도 못 하게 있다. 다른 기자들도 장비를 내밀며 송해인에게 말했다.“송해인 씨, 비오 그룹에서는 금오단의 약효가 일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외적으로는 만병을 통치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일부러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입니까?”이러한 커다란 누명 앞에서 송해인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증거가 떡하니 앞에 나와 있었다. 예전에 우남기 어르신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을 때 원칙적으로 보면 비오 그룹에서는 금오단의 판매를 중지하고 더 자세하게 임상시험을 해야 했다.하지만 그때 송해인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룹의 전체 프로젝트 자금이 다 금오단의 프로젝트에 묶여있었다. 하루라도 늦게 발매하면 비오 그룹은 수천만 원이 되는 손해비용을 지급해야 했다.“그게... 저희는 일부러 기만한 것이 아니라 금오...”“송 대표님, 그 말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우남기 어르신이 이걸 드시고 위독할 뻔한 사실이 있는데 당신들은 금오단의 복용설명서에 약을 먹으면 환자가 생명의 위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표기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는 것은 당신들이 일부러 부작용을 숨기고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 이분의 아버지는 그저 습진이 났을 뿐인데 당신들의 금오단을 먹고 지금은 중환자실에 누워있어요. 저는 송해인 씨가 우리에게 합리한 해명을 해줬으면 합니다.”중년 기자가 한 말들은 송해인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이 모습을 본 도정윤은 다급하게 앞으로 나아가 해명했다.“기자님, 저희 금오단은 침술을 실행
주위에 있던 기자들도 송해인이 갑자기 쓰러질 줄 예상하지 못해 한순간 어리둥절해 있었다. 도정윤과 이세영은 다급하게 송해인을 안고 응급실 방향으로 달려갔다.“선생님, 선생님, 사람 살려주세요!”의사들이 빠르게 달려와서 송해인을 응급실로 밀고 들어갔다. 십여 분이 지나고 응급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빠르게 달려 나와서 복도에 있는 도정윤과 이세영을 향해 말했다.“환자의 가족분들은 어디 있습니까?”“저입니다!”“저예요!”도정윤과 이세영은 빠르게 다가왔다.“환자분께서 지금 상황이 아주 위급합니다. 언제든지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는 직계가족의 사인이 있어야 환자분한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어요.”말하면서 의사는 면책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꺼내 사인펜과 함께 도정윤에게 건넸다.“그게...”도정윤은 망설여졌다. 아무래도 이건 송해인의 생사에 관여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녀는 여기에 사인할 자격이 없었다.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의학 박사로서 그녀는 응급처리를 하는 과정이 극도로 위험하지 않고는 의사가 가족에게 이런 사인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왜 그래요? 환자의 직계가족이 아닙니까?”의사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저는... 저는 해인이의 친한 친구입니다.”도정윤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그녀도 이렇게 위급한 상황은 처음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당황하고 있었다.“뭐라고요? 그럼 빨리 환자의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고 뭐 하는 거예요!”환자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응급실로 다시 들어갔다. 도정윤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휴대폰을 꺼내 양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곁에 있던 이훈은 사람의 목숨이 경각을 달리는 상황을 보고 도적이 제 발을 저리는 격으로 슬며시 휴대폰을 꺼내 진웅 어르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는 진웅 어르신에게 4000만 원 정도의 도박 빚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진웅 어르신의 협박을 받아 자신의 아버지에게 금오단을 먹인 것이다. 그는 이 기회를 빌려 송해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