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특별히 보러 온 거야.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나 해서. 금오단을 먹고 나서 한의학 사이트에 있는 침술 방법을 따라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들었어. 그래서 무성 어르신도 함께 왔어. 좀 있다가 무성 어르신한테 그 환자에게 침을 놓아달라고 부탁하면 아마 괜찮을 거야.”백도현의 이 말은 모든 사람의 예상을 빗나갔다. 도정윤과 이세영도 마음속에서 백도현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조금 전 서강빈의 냉랭한 태도와 비교되게 백도현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가세와 배경이 출중한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일에도 이렇게 발을 벗고 나서준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백도현이 정말 잘생겼다는 것이다. 백도현을 보는 도정윤의 시선 속에도 호감의 감정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아이고, 도현 도련님께서는 정말 신사의 품격을 가지고 계십니다. 방금까지도 송 대표님이 도현 도련님께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할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도현 도련님...”이세영은 감격하여 뭐라고 얘기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송해인도 지금 감동에 젖어있었다. 백도현의 말에 승낙하려 고개를 끄덕이려던 때, 송해인의 머릿속에는 서강빈이 지난번 우남기 어르신에게 침을 놓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특히 자신만 치료할 수 있다는 그 한마디가 송해인의 기억에 박혀있었다.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송해인은 갑자기 말투를 바꾸며 말했다.“도현 도련님, 호의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도현 도련님께서 이렇게 사소한 일까지 신경 써 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미 우리 회사와 계약한 박여름 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렸거든요. 아마 곧 도착할 것입니다. 그래도 도현 도련님께 정말 감사합니다.”도정윤과 이세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송해인을 바라보았다. 박여름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선생인 손인수조차 속수무책인데 송해인은 왜 상대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인가? 설마 송해인이 아직도 서강빈 그 자식한테 허황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사실 백도현은 진작에 병원 측의 상황을 잘 알
송해인은 굳은 시선을 하고 걸음을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정윤아, 나는 계속 그런 느낌이 들어. 정말 서강빈 만이 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있다가 서강빈한테 전화를 걸어볼 거야. 무릎 꿇고 비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놓쳐서는 안 돼.”사실 송해인은 이 말을 하는 와중에서 확신이 없었다. 서강빈이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송해인의 마음속에는 정확한 답이 없었다. 그저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서강빈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그녀는 서강빈과 재결합 할 수 있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비오 그룹은 그녀한테 중요한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서강빈을 잃고 나서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은 숨을 쉴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야, 해인아,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서강빈은 분명 겁이 난 거야. 그 자식은 애초에 의학을 몰라. 만약 그 자식이 정말 그 정도로 대단하다면 왜 국제적인 의학 포럼에 단 한 번도 논문을 발표하지 않았고 심지어 송주에서조차 그 자식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몇 없는가 이 말이야. 이 자식 같은 사람은 안하무인이고 건방진 것 빼고 무슨 실력이 있어? 마크 교수님처럼 국제적인 최고의 전문가마저도 그 자식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야. 이런 사람을 믿다니, 너 반드시 후회할 거야!”도정윤은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그녀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강빈이 도대체 어디가 좋기에 송해인이 이토록 그에게 미련이 남아 있는 건가.그들이 중환자실의 복도에 도착하자 이훈은 친우들을 데리고 그들을 둘러쌌다.“흥, 당신들 이번에는 변명할 게 있는지 보겠어. 안에 있는 저 늙은이가 말했어. 우리 아버지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봐. 당신들 얼마를 배상할 거야!”이훈은 우쭐거리는 태도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은 팔짱을 낀 채 시선은 송해인의 민감한 부위를 훑어보고 있었다.“지금은 저녁 8시니까 12시 전으로 반드시 만족할만한 답변을 드릴게요. 그러면 됐죠?”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얼굴로
“헛소리하지 마요!”송해인이 말하기 전에 이세영이 먼저 나와서 말했다. 중년 기자는 차갑게 웃고는 우남기 어르신의 상황이 위독했을 때 사진을 꺼내며 말했다.“제가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들이 일부러 약물의 부작용을 숨기고 있는 것입니까? 사진 속의 이분은 당신들도 낯설지 않지요? 제가 이 사람의 신분을 공개해야 하겠습니까?”이세영은 사진 속의 노인을 훑어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멍하니 서 있었다. 증거가 빼도 박도 못 하게 있다. 다른 기자들도 장비를 내밀며 송해인에게 말했다.“송해인 씨, 비오 그룹에서는 금오단의 약효가 일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외적으로는 만병을 통치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일부러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입니까?”이러한 커다란 누명 앞에서 송해인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증거가 떡하니 앞에 나와 있었다. 예전에 우남기 어르신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을 때 원칙적으로 보면 비오 그룹에서는 금오단의 판매를 중지하고 더 자세하게 임상시험을 해야 했다.하지만 그때 송해인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룹의 전체 프로젝트 자금이 다 금오단의 프로젝트에 묶여있었다. 하루라도 늦게 발매하면 비오 그룹은 수천만 원이 되는 손해비용을 지급해야 했다.“그게... 저희는 일부러 기만한 것이 아니라 금오...”“송 대표님, 그 말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우남기 어르신이 이걸 드시고 위독할 뻔한 사실이 있는데 당신들은 금오단의 복용설명서에 약을 먹으면 환자가 생명의 위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표기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는 것은 당신들이 일부러 부작용을 숨기고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 이분의 아버지는 그저 습진이 났을 뿐인데 당신들의 금오단을 먹고 지금은 중환자실에 누워있어요. 저는 송해인 씨가 우리에게 합리한 해명을 해줬으면 합니다.”중년 기자가 한 말들은 송해인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이 모습을 본 도정윤은 다급하게 앞으로 나아가 해명했다.“기자님, 저희 금오단은 침술을 실행
주위에 있던 기자들도 송해인이 갑자기 쓰러질 줄 예상하지 못해 한순간 어리둥절해 있었다. 도정윤과 이세영은 다급하게 송해인을 안고 응급실 방향으로 달려갔다.“선생님, 선생님, 사람 살려주세요!”의사들이 빠르게 달려와서 송해인을 응급실로 밀고 들어갔다. 십여 분이 지나고 응급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빠르게 달려 나와서 복도에 있는 도정윤과 이세영을 향해 말했다.“환자의 가족분들은 어디 있습니까?”“저입니다!”“저예요!”도정윤과 이세영은 빠르게 다가왔다.“환자분께서 지금 상황이 아주 위급합니다. 언제든지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는 직계가족의 사인이 있어야 환자분한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어요.”말하면서 의사는 면책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꺼내 사인펜과 함께 도정윤에게 건넸다.“그게...”도정윤은 망설여졌다. 아무래도 이건 송해인의 생사에 관여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녀는 여기에 사인할 자격이 없었다.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의학 박사로서 그녀는 응급처리를 하는 과정이 극도로 위험하지 않고는 의사가 가족에게 이런 사인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왜 그래요? 환자의 직계가족이 아닙니까?”의사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저는... 저는 해인이의 친한 친구입니다.”도정윤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그녀도 이렇게 위급한 상황은 처음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당황하고 있었다.“뭐라고요? 그럼 빨리 환자의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고 뭐 하는 거예요!”환자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며 응급실로 다시 들어갔다. 도정윤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휴대폰을 꺼내 양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곁에 있던 이훈은 사람의 목숨이 경각을 달리는 상황을 보고 도적이 제 발을 저리는 격으로 슬며시 휴대폰을 꺼내 진웅 어르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는 진웅 어르신에게 4000만 원 정도의 도박 빚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진웅 어르신의 협박을 받아 자신의 아버지에게 금오단을 먹인 것이다. 그는 이 기회를 빌려 송해인에
“해인이 어디 있어? 이게 무슨 일이야, 아침까지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양미란은 응급실 문 앞에 허겁지겁 도착해서 도정윤의 손을 잡고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 도정윤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이세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다 서강빈 그 자식 때문이에요! 그놈이 아니면 사건이 이 지경까지 되지도 않았고 송 대표님도 지병이 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양미란은 서강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었다.“빨리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이세영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부풀려서 얘기했다. 와중에 그녀는 송해인이 기자들에게 추궁을 당한 장면을 건너뛰고 모든 책임을 서강빈에게로 밀었다. 도정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몇 번이고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사실 이 사건은 모두 서강빈의 탓을 하기에는 억지였다. 하지만 이세영의 말처럼 만약 서강빈이 그 자리에서 도와주겠다고 승낙한다면 송해인도 이렇게 굴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고 더욱이 쓰러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여 도정윤은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이세영의 말을 듣고 난 양미란은 분노하며 휴대폰을 꺼내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양미란은 전화에 대고 화를 냈다.“서강빈! 지난 3년 동안 우리 집에서 먹고 자고 모자라지 않게 생활했잖아. 내 딸이 너한테 잘해 줬잖아! 이 사악한 놈, 죽어가는 환자를 보고도 살리지 않고 그것 때문에 내 딸이 지병이 발작하여 쓰러지게까지 해? 똑똑히 알아둬. 만약 해인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 송씨 가문에서는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태호고 곁에서 맞장구를 쳤다.“서강빈, 만약 우리 누나를 살리지 못한다면 내가 너 가만 안 둬!”병원으로 오고 있던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송해인 체내의 한기가 또 발작한 거예요?”“한기는 무슨! 네 놈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거지!”양미란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는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조급해하지 말아요. 제가 떠나기 전에 송해인한테 남겨준 단약이 있는데 제 약을
송태호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맞아요. 서강빈 그놈이 뭘 알겠어요? 그놈이 남긴 약이 어떻게 누나를 치료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병원에서 이미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사인만 하면 누나는 금방 수술을 할 수 있잖아요.”이 말을 들은 도정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지난번의 일을 생각했다. 지난번 송해인이 비를 맞고 쓰러졌을 때도 결국에는 서강빈의 침술이 송해인을 살렸다.‘설마 서강빈의 말이 진짜인 건가? 해인의 몸속에 정말 한기가 있어?’이렇게 생각한 도정윤은 심각한 말투로 말했다.“미란 이모, 저는 해인이 이 수술을 하는 걸 찬성하지 않아요. 지난번 해인이 비를 맞았던 일을 아직 기억하시죠? 만약 그때 병원의 말을 믿었다면 해인이는 진작에...”이 말을 들은 양미란은 마음이 철렁했다. 도정윤의 말대로 예전에 송해인은 이런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에는 양왕곡의 사람까지 모셔왔었지만 결국 송해인을 살린 건 서강빈이었다.이렇게 생각한 양미란은 살짝 망설이는 듯 말했다.“정윤아, 네 말은 서강빈을 한 번 더 믿어보라는 말이야?”도정윤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해인이의 상황이 지금 아주 위급하니까 서강빈을 한 번 더 믿어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해인이를 위해서라도요.”이 말을 들은 양미란도 찬성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해인이를 살리는 게 제일 중요하지! 이 비서, 얼른 우리를 해인의 사무실로 안내해.”말을 마친 양미란은 또 고개를 돌려 송태호에게 말했다.“태호야, 너는 병원에 남아있어. 네 누나한테 필요한 게 있다면 당장 나한테 전화하고.”송태호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엄마.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제가 꼭 누나를 잘 지키고 있을게요.”양미란은 서둘러 이세영과 도정윤을 데리고 병원 출입구로 걸어갔다. 송태호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한번 보고는 응급실 앞으로 와서 창문을 통해 겨우 숨이 붙어있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송해인을 보았다.지금 송태호는 더할 나
이 상황에서 비타민을 먹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누가 알겠는가? 만약 송해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경찰까지 출동해서 그녀가 바꾼 것을 조사해 내게 된다면 송씨 가문에서는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무슨 약? 그 사람들이 송해인한테 먹이고 싶다면 먹이면 되잖아.”진기준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진기준은 지금 진씨 가문의 어르신 앞에서 자신의 공로를 과시하고 있었다. 오늘 백도현이 직접 자신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백씨 가문과 전략적인 사업 파트너가 될 희망도 보였다. 이는 진 씨 가문에게 커다란 기쁨이었다.“잊으셨어요? 지난번에 진 대표님이 저한테 바꿔놓으라고 했던 그 약 말이에요. 만약 송 대표님이 그 약을 먹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저를 제일 먼저 의심할 거예요.”이세영은 일부러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서 말했다. 지난번 그녀가 송해인의 사무실에서 서강빈이 남긴 약을 발견하기 전부터 진기준은 그녀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다. 하여 이세영은 비타민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이 말을 들은 진기준도 가슴이 철렁했다. 만약 정말 사건이 생기면 진기준도 벗어나지 못한다.“당황하지 말고 기억해. 무슨 일 생기면 절대 모른다고 해야 해. 이 일은 너랑 상관없는 일인 거야! 내가 곁에서 너를 도와줄게. 빨리 말해. 송해인 지금 어느 병원에 있어?”“R 대학병원이요.”이세영은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목소리를 낮추고 대답한 뒤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정윤 씨, 사모님, 찾았어요?”이 말을 할 때 도정윤과 양미란은 이미 이세영과 5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도정윤은 이세영의 당황한 기색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비서, 방금 누구랑 통화했어요?”“그게...”이세영은 우물쭈물하다가 얼른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 그게요. 방금 진 대표님이 송 대표님한테 연회의 일로 연락을 했는데 송 대표님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도정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송태호의 손에서 약병을 건네받은 도정윤은 뚜껑을 열어 안을 살펴본 다음 냄새를 맡아보았다. 안에서는 약 냄새가 확 나기는 했지만 뒤이어 달달한 사탕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달달한 냄새?”도정윤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얼른 안에서 알약을 꺼내 손에 놓았다. 한참을 보다가 한 알을 집어 들더니 조심스레 입안에 넣었다.“아니에요! 이건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비타민이에요!”말하며 도정윤은 문득 고개를 돌려 이세영을 보았다. 만약 이 안에 든 게 서강빈이 송해인한테 준 약이라면 송해인은 절대로 안에 있는 약을 비타민으로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전체 비오 그룹에서 유일하게 송해인과 가까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이세영뿐이었다.“정윤 씨, 왜 저를 그렇게 보는 거예요? 저는... 저는 송 대표님의 서랍을 건드린 적이 없어요. 설마 제가 약을 바꿨다고 의심하는 거예요?”이세영은 말을 얼버무렸다. 도정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세영을 훑어보았고 바로 이때 진기준이 서둘러 달려왔다.“아주머니, 해인이 지금 어떻게 됐어요? 방금 이 비서한테 들었는데 해인이 또 서강빈 때문에 화가 나서 쓰러졌다고요?”진기준은 양미란한테 인사를 건네고 이세영을 한번 힐끔거렸다.“그래, 기준아. 해인이는 왜 이렇게 인생이 고달픈 거야. 연회에 참가하는 일이 해결되고 회사도 이제는 안정적으로 운영될 건데...”여기까지 말하고 양미란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서 미약하게 숨을 내쉬고 있는 송해인을 쳐다보았다.“그러게 말이에요. 서강빈은 이번에 송 대표님을 죽이기로 작정을 했네요.”이세영은 서둘러 모든 책임을 서강빈에게로 미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진기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서강빈이 송 대표님의 화를 돋워 쓰러지게 만든 것도 모자라... 송 대표님을 살릴 수 있는 척하면서 우리가 비타민을 송 대표님한테 먹이게 했어요. 송 대표님의 상태가 점점 더 악화하고 있어요.”이세영은 말하면서 자신을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도정윤의 눈을 피했다.“이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