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성 어르신,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무성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도련님, 지금 저들은 도련님을 속이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도정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송해인도 가슴이 철렁했다. 백도현의 곁에 있는 노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세영은 굽어들지 않고 말했다.“어르신, 그 말에 근거가 있습니까?”“근거?”무성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당신들의 연구 개발팀한테 500년을 더 줘도 이렇게 오묘한 처방은 만들어 내지 못해!”이렇게 말하며 무성은 뒤돌아 백도현에게 말했다.“도련님, 이 금오단의 최초 처방전은 한의학 분야의 큰 성과들을 다 모은 것입니다. 천년 정도 이어져 내려온 의학 가문의 문파가 아니라면 이렇게 오묘한 처방전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백도현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송해인을 보면서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송 대표, 그쪽 회사에서 이 정도의 믿음도 줄 수 없다면 우리의 합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말하며 백도현은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본 이세영은 넋이 나갔고 도정윤도 놀랐다. 송해인은 용기를 내 일어나서 말했다.“백 대표님,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금오단의 최초 처방전은 우리 회사에서 연구 개발한 게 아니고... 제 전남편이 만든 것입니다.”마지막 마디를 송해인은 입술을 꼭 깨물고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도정윤은 송해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말했다.“해인아, 네 말은... 금오단을 개발해낸 사람이 서강빈 그 쓰레기 같은 놈이란 말이야?”이 소식에 도정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랐다. 그녀가 생각했을 때 서강빈은 아무 쓸모도 없고 송해인에게 짐이 되는 못난 놈이었다. 더 화가 나는 건 서강빈이 송해인과 이혼을 하자마자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더 말할 것도 없는 쓰레기 같은 남자이고 후안무치하다는
호텔에 돌아온 백도현은 손에 들린 금오단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지한 눈길로 그 단약을 보며 말했다“무성 어르신, 어르신의 말은 그 서강빈이 의학 종가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까?”“의학 종가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천의문의 후계자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이 말을 하는 무성의 눈동자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 그는 무의문 출신이었는데 예전에는 무의문의 장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십여 년 전에 천의문이 내린 명령으로 하여 수십 개의 종가에게 공격을 받게 되었고 백 년 동안 이어져 왔던 문파는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다.그때 그는 뒷산의 한담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운 좋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그해의 참상을 떠올릴 때마다 무성은 천의문의 사람들을 다 몰살해버리고 싶었다....한편, 권효정은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서강빈을 차에 태워서 시 중심으로 갔다. 그리고는 서강빈을 끌고 최고급 남성 의류 브랜드 가게로 향했다.30분 후, 서강빈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어색한 웃음을 띤 채 말했다.“이런 옷들은 정말 습관이 안 되네요. 너무 불편해요.”이건 서강빈의 진실한 마음이었다. 세상의 이러한 명예와 이익에 대해서 서강빈은 항상 덤덤했다. 하여 옷을 입는 것도 캐주얼한 스타일로 편하게 입었다.“자주 입으면 습관 될 거예요.”권효정은 만족스럽게 서강빈을 훑어보며 말했다.“그리고 당신은 효정 회사의 진짜 사장인데 며칠 뒤 연회에 다른 사람이 대신 참가하라고 할 건 아니죠? 대표님이면 대표님다운 분위기가 있어야죠.”서강빈의 키와 몸매, 그리고 멋진 외모에 최고급 브랜드의 정장을 입으니 아주 고귀하고 점잖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서강빈은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권효정이 뜻을 굽히지 않자 서강빈도 더 뭐라고 얘기하지 않았다.“드림 레스토랑을 예약했어요. 함께 가서 양식을 먹는 게 어때요?”권효정은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짓고 서강빈에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한 쌍의 선남선녀는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의 눈에
황규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진웅 어르신 밑에 있는 1등 타자 용표도 차민이 친분이 있는 건달 중 한 명이었다. 차민의 생각에 용표가 보호해주는 이상 보잘것없는 서강빈을 괴롭히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이 기회를 잡아 용천 백씨 가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가업을 이어받을 기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더 흥분된 차민은 얼른 종업원 한 명을 불러와서 귓가에 몇 마디 얘기하고는 매니저 사무실로 달려가서 용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서강빈과 권효정은 지금 메뉴판을 보면서 주문을 하고 있었던 터라 차민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권효정은 메뉴판을 들고 요리를 가득 주문했다.“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아 맞다, 그리고 와인 한 병 주세요. 최고급으로요.”말하며 권효정은 메뉴판을 종업원에게 건넸고 서강빈을 향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많이 주문한 거 아니에요? 우리 둘이서 어떻게 다 먹어요?”서강빈은 난감하듯 웃음을 지었다. 권효정은 스테이크만 해도 서로 다른 스타일로 3개를 주문했는데 서강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뭐 어때요. 강빈 씨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걸 어떡해요. 종업원이 보는 앞에서 당신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권효정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이때, 권효정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자신이 관리하는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권효정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전화를 받고 올게요. 잠깐이면 돼요.”말을 마친 권효정은 빠르게 문 쪽으로 다가가 상대에게 간단하게 몇 마디 당부했다. 그러고 나서 뒤돌려고 할 때 쟁반을 들고 있는 종업원 한 명이 권효정을 향해 덮쳐왔다. 권효정이 피하기도 전에 상대방은 권효정의 몸에 부딪혔고 쟁반에 들렸던 주스가 권효정의 몸에 다 쏟아진 것도 모자라 쟁반도 날아갔고 유리잔은 모두 깨져버렸다.권효정은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종업원에게 사과했다.“정말 미안해요. 내가...”“눈멀었어요?”권효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 종업
권효정은 호구가 아니다. 먼저 사과를 하는 건 예의를 차려서 그런 것이고 오랜만에 서강빈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는데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거지 그녀를 함부로 괴롭혀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4000만 원이요!”종업원은 두 손을 팔짱 끼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왜요? 설마 배상하지 못하겠다는 건 아니죠? 분명히 말하는데, 돈이 있든 없든 이 금액을 반드시 배상해야 해요!”서강빈은 문 앞에서 나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종업원 하나가 권효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고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효정 씨, 무슨 일이에요?”서강빈이 다가가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이 종업원이 나한테 부딪혀놓고 지금 나한테 컵을 배상하라고 하고 있어요.”권효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부딪힌 거 아니잖아요. 분명 당신이 제대로 보지 않고 나한테 부딪혀서 컵을 깨뜨려놓고 지금 나한테 책임을 미루려고 그러는 거예요?”종업원은 행패를 부리면서 권효정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가게에 CCTV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걸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잖아요.”CCTV를 보자는 서강빈의 말에 종업원의 낯빛이 순식간에 변했고 눈빛이 흔들렸다.“왜요, 두려워요?”서강빈의 눈빛이 굳어지며 낮은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종업원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누가... 누가 두렵대요? 당신들이 먼저 사람을 부딪쳐서는 지금 오리발을 내미는 거잖아요! 분명히 말하는데, 이 가게는 용표 형님의 보호를 받는 가게예요! 당신들이 여기서 행패를 부리면 용표 형님이 절대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용표 형님이요? 그럼 말해봐요.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데요?”종업원은 서강빈이 이렇게 말하자 자신의 말에 서강빈이 겁을 먹은 줄 알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더니만, 결국 순순히 돈을 배상해
뺨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매니저뿐만 아니라 종업원도 깜짝 놀랐다. 곁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도 숨을 죽였다.방금 종업원이 한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드림 레스토랑의 사장은 실제로 용표와 가까운 사이였다. 용표, 그는 누구인가? 진웅 어르신의 부하 중 제일 에이스인 타자였다. 드림 레스토랑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서강빈의 배짱이 보통이 아니다.“네가 겁을 상실했구나! 감히 우리 매니저를 때리다니, 오늘 네 손이 부러지지 않는 이상 드림 레스토랑을 무사히 나갈 생각 하지 마!”종업원이 서강빈을 향해 화를 내면서 바닥에 넘어진 매니저를 부축했다.“참나, 너 이 자식이 큰 사고를 쳤어. 이 레스토랑은 아무나 함부로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며칠 전에 여기 보르쉬 수프가 맛이 별로라고 한 사람은 다리 하나를 잃었어!”“얼른 사과하고 끝내는 게 좋아.”곁에 있던 마흔 살이 넘어 보이는 아저씨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설득했다.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 드림 레스토랑에서 고객을 괴롭힌 일이 없더라면 그는 이들을 상대하기 귀찮아서 이쯤에서 그만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서강빈은 정말 화가 났다.오늘의 일은 좋게 마무리를 할 수 없는 게 뻔하다면 계속해서 참아줄 필요가 없다.맞아서 이빨이 몇 개 부러진 매니저는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서강빈에게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감히 나를 쳐? 내가 오늘 네 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말 거야! 이따가 용표 형님이 도착했어도 네가 이렇게 날뛸 수 있을지 똑똑히 보겠어!”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좋아. 여기서 기다릴게. 용표라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나도 한번 봐야겠어.”말을 마친 서강빈은 권효정의 손을 끌고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집이 크고 검은 비단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쇠파이프와 몽둥이를 든 부하들에 둘러싸여 드림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종업원은 차가운 웃음을 띠고 서강빈을 보았는데 그녀는 서강빈이 무릎을
거리 맞은편 카페에 앉아있는 진기준은 지금 유리창을 통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서강빈 이 멍청한 놈, 네가 아무리 황규성과 친분이 있다고 해도 어찌할 건데, 진웅은 황규성과 같은 레벨인데. 오늘 용표가 너를 건드리지 못한다고 해도 너는 이제 진웅의 패거리와 악연을 맺게 된 거야.”지난번에 직접 서강빈의 실력을 보게 된 후로부터 진기준은 서강빈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겨서 서강빈과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뒤에서 이렇게 꼼수를 부리는 건 할 수 있었다. 이번 일에서 차민과 용표가 크게 손해를 볼 걸 알아도 어떠한가? 서강빈과 진웅이 악연을 맺게 된다면 차민이 자신을 원망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진웅 어르신? 그렇게 대단해?”서강빈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진웅에 대해 서강빈은 황규성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은 아직 서강빈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했다.이때 곁에 있던 권효정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비쳤다. 진웅 어르신에 대해서 그녀도 알고 있었는데 송주 일대에서 황규성과 나란히 언급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리고 이 사람은 아주 지독했는데 잘못 건드리면 서강빈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악연으로 남는 것이었다.이렇게 생각한 권효정은 서강빈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강빈 씨, 진웅 어르신이라는 사람이 정말 지독하다고 해요. 아니면 우리... 그냥 4000만 주고 끝내요. 앞으로 이들이 강빈 씨를 찾아서 괴롭히는 일이 없게 하자고요.”권효정은 서강빈의 실력을 믿지 않는 게 아니다. 자신을 백씨 가문에서 구해올 수 있는 남자라면 이 건달들쯤이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송해인과 3개월이라는 시간을 걸고 내기를 했기에 서강빈이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권효정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을 보고 싶다. 자신의 손을 빌려 서강빈이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었다. 하여 그녀는 서강빈이 자신 때문에 불필요한 실랑이에
이 송주에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게 뭐가 있는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다고 해도 진웅 어르신은 감당할 수 있다.“웃긴 소리, 이 송주에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사람은 없어.”용표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차민도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당장 네가 아는 사람들을 다 불러와. 누가 감히 용표 형님의 구역에서 난리를 피울지 궁금하네.”“정 그게 소원이라면 들어줄게.”서강빈은 느긋하게 휴대폰을 꺼내 먼저 황규성에게 전화를 걸었고 다음 고정용에게 걸었다. 그러고 나서 세 번째로 흑호 도장의 관장인 염동건에게 걸었다. 마침 염동건은 요 며칠 송주에서 도장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서강빈의 전화를 받은 황규성, 고정용, 염동건까지 모두 어리둥절했다. 누가 감히 송주에서 서 선생과 시비가 붙는 것인가?“용표?”염동건은 전화를 끊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새파랗게 어린놈인듯했다.그러나 서강빈이 직접 전화를 걸어온 의도를 염동건은 눈치챘다. 서강빈은 송주에서 위엄을 떨치려고 하는 것이다.아무 놈이나 서강빈과 시비를 붙게 놓아둘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반드시 두려움을 맛보게 해야 꼬리를 내린다. 이렇게 생각한 염동건은 벌떡 일어나서 곁에 있는 경호원 두 명에게 말했다.“여봐라, 흑호 도장 전체 무사들이 모두 출발한다는 지시를 내려. 목표는 드림 레스토랑이다.”고정용 측에서도 거의 모든 사람을 다 동원했다. 검은색 벤츠들이 줄을 지어 드림 레스토랑 방향으로 돌진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정용은 김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 자신이 직접 구해낸 젊은이한테 일이 생겼다는 말에 김제혁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맺혔다.솔직히 이 젊은이의 배경에 대해서 그는 가늠이 가지 않았고 감히 함부로 예측할 수도 없었다. 작은 사건 하나에 송주와 성회에서 지위가 대단한 어르신들이 움직이고 심지어 천주 권씨 가문도 휘말린 것으로 보아 이런 사람에 대해 어떻게 가늠할 수 있겠는가?“여봐라, 통지를
용표가 놀라운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를 더 무섭게 하는 그림자가 문을 열고 드림 레스토랑을 들어왔다.“정... 정용 어르신?”조금 전의 용표는 그저 단순히 두려움에 떨었던 것이라면 지금 그는 이미 삶을 포기한 상태였다. 고정용, 두말할 것 없는 송주와 성회의 실세였다.지금 용표의 마음속에서는 차민이 죽도록 원망스러웠다. 차민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의 심기를 건드릴 일이 있겠는가?아까 차민은 전화에서 상대가 보잘것없는 놈이라고 맹세했었다. 고정용은 용표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그를 넘어서 서강빈의 앞으로 다가가 주먹을 모으고 말했다.“서 거장, 죄송해요. 차가 막히는 바람에 늦어졌습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고정용은 상황파악을 하고 서강빈의 뒤에 섰다.차민은 창백한 얼굴로 고정용과 주변의 검은 옷을 입은 용맹한 경호원들을 보며 놀라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서강빈이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전화 한 통에 이렇게 대단한 어르신들을 불러올 수 있단 말인가? 서강빈은 도대체 무슨 사람인가? 지금에 와서야 그는 문득 깨달았다. 서강빈이 진기준의 결혼식을 공공연하게 말아먹었는데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서강빈을 응징하지 못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설마 진기준 이놈은 서강빈의 내막을 알면서도 일부러 자신에게 함정을 판 것인가?차민이 마음속으로 후회하고 있을 때 손에 도끼와 몽둥이를 들고 검은 옷을 입은 살기가 넘치는 건장한 남자들이 눈 깜짝할 새에 거리를 에워쌌다. 이 사람들과 전에 왔던 고정용의 경호원들은 빠르게 대치하는 상황을 형성했다.제일 앞에 선 중년 남자의 두 눈은 반짝거렸고 얼굴에는 서늘한 웃음을 띠고 다가와서 드림 레스토랑의 문을 열었다.“아이고, 정용 어르신, 규성 어르신, 만나서 반갑네요!”중년 남자의 시선은 고정용과 황규성 두 사람을 지나 마지막에는 중심에 서 있는 서강빈에게 머물렀다.“진웅?”황규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숙여 서강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