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야?”전화에서 송해인의 말투가 갑자기 들뜨기 시작했다.“해인아, 이번에는 경쟁이 아주 치열해. 명성 그룹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너도 알잖아. 그래서 백씨 가문 도련님이 아직 나한테 명확한 대답은 주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를 위해서라도 나는 최선을 다할 거야!”진기준은 자신만만하게 맹세했다.“알겠어. 그럼... 그럼 진 대표한테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대할게.”송해인은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진기준은 휴대폰을 한번 쳐다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어렵게 얻은 입장권을 너한테 준다고? 정말 헛된 망상이야!’지난번에 송해인이 파혼을 한 뒤로부터 진기준은 마음속에 송해인에 대한 원망을 품고 있었다. 비오 그룹이 입장권을 얻게 하느니 차라리 백씨 가문의 손을 빌려 비오 그룹을 먹어버릴 것이다.그때가 되면 송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송해인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진기준의 눈동자에는 악랄한 빛이 비쳤다....전화를 끊은 송해인은 긴장된 기분으로 주먹을 쥐며 사무실을 초조하게 돌아다녔다. 진기준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그녀는 이미 알아봤는데 송주의 절반 이상이 되는 의약 회사에서 이미 입장권을 손에 넣었다고 했다. 연회가 개막하기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만약 아직도 입장권을 얻지 못한다면 명성 그룹에서 그냥 넘겨버렸다고 확정할 수 있다.비오 그룹을 위해, 비즈니스 퀸의 꿈을 위해 그녀는 이미 많은 것들을 희생했다. 만약 연회에 참가하는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면 비오 그룹도 여기서 끝일 것이다.명성 그룹이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로 봐서는 몇천억의 시가를 보유하고 있는 큰 회사가 자신의 눈앞에서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꼴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이것이야말로 송해인이 제일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명성 그룹의 전면적인 통제에 마주하면 비오 그룹은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고 순식간에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먹혀버릴 것이다.“송 대표님, 마음 놓으세요. 진 대표님이 도와준다고 얘기하지 않으셨습
송해인은 백도현의 물음에 멈칫했다. 여기로 오기 전에 송해인은 충분한 준비를 했는데 비엘 마스크팩의 제품소개와 시장정보에 대해 모두 서류로 프린트를 해왔다. 하지만 백도현이 금오단에 관심을 가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잠깐의 공백 후, 송해인은 머리를 넘기면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백 대표님, 제품은 연구 개발에 성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올 때 급히 오느라 챙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서 갖고 오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송해인은 서둘러 이세영에게 말했다.“이 비서, 얼른 회사로 가서 정윤이한테 업그레이드된 금오단을 갖고 이리로 오라고 해!”이세영은 알겠다며 대답하고 빠르게 방을 나섰다. 송해인은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백 대표님, 명성 그룹에서는 의약 업계도 섭렵할 생각을 하고 있으십니까?”백도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젓더니 손가락으로 찻잔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송 대표가 오해했어. 요즘 할아버지의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금오단이 시장에 나왔을 때부터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어. 이번에 송주에 온 이유도 한편으로는 가문의 사업확장을 위해서이고 한편으로는 할아버지의 건강을 위해서야.”송해인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좀 있다가 저희의 개량판 금오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제 친구한테 얘기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서 반드시 만족하실 겁니다.”백도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별말을 더 하지 않았다.어색한 침묵이 방안 전체를 메워 긴장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송해인은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는데 이는 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게 했다.백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송해인을 보더니 얼굴에는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그는 여자를 만나기만 하면 돈을 쏟아붓는 못난 남자가 아니다. 여자를 정복하려면 먼저 그녀에게 두 사람의 지위에 대한 큰 차이를 느끼게 해야 한다. 충분한 압력을 가한 뒤, 가끔 관심을 주면
백도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성 어르신,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무성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도련님, 지금 저들은 도련님을 속이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도정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송해인도 가슴이 철렁했다. 백도현의 곁에 있는 노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세영은 굽어들지 않고 말했다.“어르신, 그 말에 근거가 있습니까?”“근거?”무성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당신들의 연구 개발팀한테 500년을 더 줘도 이렇게 오묘한 처방은 만들어 내지 못해!”이렇게 말하며 무성은 뒤돌아 백도현에게 말했다.“도련님, 이 금오단의 최초 처방전은 한의학 분야의 큰 성과들을 다 모은 것입니다. 천년 정도 이어져 내려온 의학 가문의 문파가 아니라면 이렇게 오묘한 처방전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백도현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송해인을 보면서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송 대표, 그쪽 회사에서 이 정도의 믿음도 줄 수 없다면 우리의 합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말하며 백도현은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본 이세영은 넋이 나갔고 도정윤도 놀랐다. 송해인은 용기를 내 일어나서 말했다.“백 대표님,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금오단의 최초 처방전은 우리 회사에서 연구 개발한 게 아니고... 제 전남편이 만든 것입니다.”마지막 마디를 송해인은 입술을 꼭 깨물고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도정윤은 송해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말했다.“해인아, 네 말은... 금오단을 개발해낸 사람이 서강빈 그 쓰레기 같은 놈이란 말이야?”이 소식에 도정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랐다. 그녀가 생각했을 때 서강빈은 아무 쓸모도 없고 송해인에게 짐이 되는 못난 놈이었다. 더 화가 나는 건 서강빈이 송해인과 이혼을 하자마자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더 말할 것도 없는 쓰레기 같은 남자이고 후안무치하다는
호텔에 돌아온 백도현은 손에 들린 금오단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지한 눈길로 그 단약을 보며 말했다“무성 어르신, 어르신의 말은 그 서강빈이 의학 종가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까?”“의학 종가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천의문의 후계자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이 말을 하는 무성의 눈동자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 그는 무의문 출신이었는데 예전에는 무의문의 장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십여 년 전에 천의문이 내린 명령으로 하여 수십 개의 종가에게 공격을 받게 되었고 백 년 동안 이어져 왔던 문파는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다.그때 그는 뒷산의 한담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운 좋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그해의 참상을 떠올릴 때마다 무성은 천의문의 사람들을 다 몰살해버리고 싶었다....한편, 권효정은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서강빈을 차에 태워서 시 중심으로 갔다. 그리고는 서강빈을 끌고 최고급 남성 의류 브랜드 가게로 향했다.30분 후, 서강빈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어색한 웃음을 띤 채 말했다.“이런 옷들은 정말 습관이 안 되네요. 너무 불편해요.”이건 서강빈의 진실한 마음이었다. 세상의 이러한 명예와 이익에 대해서 서강빈은 항상 덤덤했다. 하여 옷을 입는 것도 캐주얼한 스타일로 편하게 입었다.“자주 입으면 습관 될 거예요.”권효정은 만족스럽게 서강빈을 훑어보며 말했다.“그리고 당신은 효정 회사의 진짜 사장인데 며칠 뒤 연회에 다른 사람이 대신 참가하라고 할 건 아니죠? 대표님이면 대표님다운 분위기가 있어야죠.”서강빈의 키와 몸매, 그리고 멋진 외모에 최고급 브랜드의 정장을 입으니 아주 고귀하고 점잖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서강빈은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권효정이 뜻을 굽히지 않자 서강빈도 더 뭐라고 얘기하지 않았다.“드림 레스토랑을 예약했어요. 함께 가서 양식을 먹는 게 어때요?”권효정은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짓고 서강빈에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한 쌍의 선남선녀는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의 눈에
“오늘 난 서강빈에게 솔직히 얘기할 생각이에요. 그와 이혼할 거라고 말이에요. 맞아요, 난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요. 음, 저녁에 봐요.”비오 그룹 대표 사무실. 송해인은 의자에 앉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검은색 정장 치마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은 펜을 이용해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그녀는 엄청난 미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우아하고 고상했다.“여보, 이건 내가 사랑을 담아 만든 도시락이야.”사무실 문이 열리며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웃으며 물었다.“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서강빈, 우리 이혼하자.”송해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도시락을 들고 있던 서강빈은 멈칫했다.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여보, 농담하지 마.”눈앞의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여자는 그와 결혼한 지 3년이 되는 그의 아내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으나 최근 1년 사이에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송해인은 아주 바빴고 서강빈은 매일 그녀를 위해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번 돌아온 거라고는 거기에 놔두면 잠시 뒤에 먹을 거라는 대답뿐, 그 외에 다른 교류는 없었다.“농담하는 거 아니야.”송해인은 서랍 안에서 이혼합의서를 꺼내며 냉담하게 말했다.“사인해.”서강빈은 미간을 좁힌 채로 이혼합의서를 바라봤다.그는 3년간의 결혼 생활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강빈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송해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약간의 노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 때문에 그래?”“누구?”송해인의 예쁜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서강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서강빈은 책상 위 휴대전화를 힐끗 보더니 자조하듯 웃었다.“저녁에 만나자던 그 사람... 그 사람 때문 아니야?”“나 통화하는 거 엿들었어?”송해인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서강빈 씨, 더 얘기해봤자 달라질 건 없어요. 얼른 사인해요.”여비서는 씩씩거리면서 다가와 그에게 합의서를 내밀었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화를 냈다.“사인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표님이 서강빈 씨와 이혼하는 건 아주 쉬운 일에요. 대표님은 그저 옛정을 생각해서 서강빈 씨 체면을 봐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착각하지 말고 화를 자초하지도 말아요.”“화를 자초하지 말라고?”서강빈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줄곧 말이 없는 송해인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송해인, 지금 나한테 경고하는 거야?”송해인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난 그냥 너랑 말로 잘 풀고 싶은 것뿐이야.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난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꼭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야겠어?”서강빈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송해인에게서 약간의 미련이라도 보이길 바랐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송해인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우리는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까 사인해. 당신 요구는 최대한 다 들어줄게. 사인 끝나면 계속 친구로 남을 수도 있어.”송해인은 잠깐 고민한 뒤 빨간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친구로 남을 수 있다고?’그 말에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어쩌면 지난 3년간 서강빈 홀로 착각의 늪에 빠져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송해인은 그를 그저 디딤돌로 보았을 것이다.“사인할게. 집, 차, 돈. 그런 건 필요 없어. 난 날 충분히 책임질 수 있어.”서강빈은 잠깐 침묵하더니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사람 관상 봐주고 풍수 봐주고 부적 써주는 그 가게로?”송해인은 같잖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다.1년 사이 서강빈은 몰락했다.그가 작은 가게를 열어 남의 관상을 봐주고, 풍수를 봐주고, 액을 막고 화를 막을 수 있다면서 사기를 쳐서 부적을 파는 걸 생각하면 황당했다.이것이 송해인이 그와 이혼하려는 이유였다.서강빈은 달라졌다. 그는 이상하게 변했고 더는 말도 통하지 않았다.“무슨 문제 있어?”서강빈은 차
그 말을 듣자 송해인의 표정이 굳어졌다.눈앞의 여자는 정말로 예뻤다. 몸매든 외모든 전혀 그녀에게 뒤처지지 않았다.게다가 멋진 페라리까지 끌고 다니는 걸 보니 송해인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서강빈은 언제 저 여자랑 안 거지?’20대 초반이면 그녀보다 5, 6살은 어렸다.송해인은 순간 질투심이 불타올랐다.마침 달려온 비서는 눈앞의 광경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미안하지만 누구시죠?”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아주 젊고 예쁜 여자였지만 그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심 회장님께서 서강빈 씨를 제게 소개해 주셨어요. 전 권효정이라고 해요. 심 회장님이 서강빈 씨께 금오단이 있는데 오직 그 금오단만이 저희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권씨 가문은 20억으로 그 금오단을 사고 싶어요.”권효정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심형운 씨 말인가요?”서강빈이 중얼거렸다.심형운은 송주 상회의 회장이었다. 2년 전 서강빈은 그의 병을 치료한 적이 있고 그 일로 그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심형운의 도움이 없었다면 비오 그룹은 지금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심형운과 아는 사이인 걸 보면 권씨 가문은 예사 가문이 아닌 듯했다.서강빈은 잠깐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단 알겠어요. 하지만 먼저 권효정 씨 할아버지 상황부터 봐야겠어요.”서강빈은 심형운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도와야 했다.“감사합니다, 서강빈 씨.”권효정은 눈물을 닦았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려는데 비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20억으로 서강빈 씨에게서 금오단을 사고 싶다고요? 뭔가 잘못 안 거 아니에요? 서강빈 씨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서 단약을 산다고요? 약을 먹었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비서는 경멸에 찬 표정으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강빈 씨, 대단하네요. 이렇게 젊은 아가씨는 또 어떻게 속였대요? 그리고 그 금오단이라는
“서강빈이 평소에 만들던 그런 것들이겠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송해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같은 시각, 차 안에서 서강빈은 권효정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천주의 권씨 가문이라니.’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천주의 권씨 가문은 천주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발 한 번 굴러도 천주 전체가 두려움에 떨어야 할 정도였다.만약 송해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는 아마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을 것이다.송해인이 줄곧 연줄을 만들고 싶어 했던 천주의 권씨 가문은 조금 전 그녀에게 이혼당하고 쓸모없다고 여겨진 서강빈을 찾아와 사람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다.잠시 뒤, 차는 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고 권효정은 서강빈을 데리고 부랴부랴 안방으로 향했다.침실 안 침대 위에는 중태에 빠져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보라색인 노인이 누워있었다. 그는 숨을 한 번 쉬는 것마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치 풍전등화처럼 당장이라도 숨이 꺼질 듯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옆에는 중년 남성 한 명과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이 있었다. 그들은 소박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노인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침을 놓는 혈 자리가 틀렸네요. 그렇게 침을 놨다가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예요.”서강빈은 안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이 침을 놓는 혈 자리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그 말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오는 서강빈과 권효정을 바라보았다.그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헛소리는. 넌 누구야? 감히 내 의술을 의심해? 내가 누군지 알아?”어르신은 아주 불쾌해 보였다.30년간 의술을 행한 그였지만 지금껏 아무도 그에게 침을 잘못된 혈 자리에 놓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눈앞의 젊은이는 겨우 26, 27살 정도로 보였는데 감히 그의 침구술을 의심했다.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침구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