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연막회피술은 골치가 아프기는 해도 돌파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 서강빈이 홀로 9종 18부 36문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이 분야의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여 노인과 가까이서 몇 번 싸우고 나니 서강빈은 노인의 약점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연막회피술을 사용할 때마다 노인은 사실 서강빈과 불과 다섯 걸음의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이 사이에 노인은 서강빈에게 반격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그 말인즉 매번 연막회피술을 사용한 다음 짤막한 시간이 있게 되는데 서강빈이 이 틈새를 노린다면 단번에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생각을 마친 서강빈은 몸을 다시 움직였다. 노인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애송이야, 검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더 휘둘러봐. 너는 절대 나한테 상처를 내지 못해.”말을 마친 노인은 다시 연막회피술을 사용해 몸을 피했다. 하지만 노인이 서강빈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했을 때, 커다란 손이 그의 뒤에 갑자기 나타났다.누군가에게 자신의 옷깃이 잡힌 것을 느낀 노인은 순식간에 표정이 크게 변하였고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서강빈은 노인의 두 다리를 잘라버렸다.노인이 무릎 아래가 휑한 느낌을 느꼈을 때는 이미 다리가 잘려버린 뒤였다.“악!”가슴을 파고드는 고통과 함께 노인은 처절한 비명을 뱉었다. 서강빈은 노인을 바닥에 세게 던져버렸다. 자신의 두 다리에서 피가 멈추지 않는 것을 본 노인은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평생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노인은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서강빈을 보았다. 바로 그 순간에야 노인의 머릿속에서는 비로소 한 젊은이의 모습이 떠올랐다.“너... 너 천의문의 소문주야?”서강빈은 네 개의 은침을 꺼내 들고 노인의 앞에서 흔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말할 수 있겠어? 천의문의
“도... 도신...”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끊겼다. 서강빈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숨이 끊긴 노인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가게에 도착하자 권효정이 황급히 다가왔다. 서강빈의 손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본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강빈 씨, 다쳤어요? 얼른 봐봐요!”권효정은 말하면서 긴장된 얼굴로 서강빈의 손을 잡았다. “나는 괜찮아요. 내 피가 아니에요.”서강빈은 권효정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서강빈이 이렇게 말해도 권효정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약상자를 찾았다. 자세히 살펴보고 서강빈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마음을 놓았다.이상한 할아버지는 진열대를 닦으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고작 그런 놈들로는 저 자식을 다치게 만들 수 없어.”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이상한 할아버지를 흘겨보며 말했다.“어르신의 상처를 치료할 약재를 갖은 고생을 하며 구해왔더니 제 생사는 정말 하나도 걱정하지 않으시네요.”이상한 할아버지는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서강빈을 문 앞에 끌고 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에 대해서 그래도 잘 아는 편이잖아. 근데 요즘 도신회라는 조직을 조심해야 할 거야. 듣자 하니 그들이 어마어마한 고수를 보내서 너를 죽이려고 한대!”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그 얘기를 더 빨리하지 그랬어요. 현강수가 이미 찾아왔었습니다.”“누구?”이상한 할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짙은 눈썹을 꿈틀거렸다.“현강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그들을 가야 할 곳에 보내버렸습니다.”이 얘기를 들은 이상한 할아버지는 그제야 의외라는 듯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아, 그리고 도신회라는 그 조직은 또 뭐예요?”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숨을 깊게 내쉬고 대답했다.“사실 그 사람을 죽이면 안 됐어. 도신무술회는 용국 무도계의 킬러 조직이야. 조직 안에는 고수가 수두룩하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그 구성원들은 용국
차가운 눈동자 한 쌍이 어둠 속에서 가게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서강빈이 방문을 닫는 것을 보자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가방을 멘 중년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베일에 싸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전화에서는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백랑, 임무는 어떻게 됐어?”중년 남자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보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현강수와 네 명은 이미 목숨을 잃었고 저 혼자서는 사명을 다할 수 없을 듯합니다.”전화에서는 서늘한 침묵이 흘렀다. 현강수는 도신회의 최고 킬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구성원이었다.백씨 가문의 정보에 의하면 타깃은 이제 스물이 넘은 젊은이라고 하는데 실력도 기껏해야 대종의 중기 정도 될 것이다. 현강수의 실력으로 봤을 때 서강빈 같은 사람은 열 명이라도 거뜬하게 죽일 수 있다.설마 백씨 가문에서 일부러 정보를 숨긴 것인가?“그 녀석은 경계가 어떻게 돼?”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더 낮고 차가워졌다.“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보다 위에 있는 건 확실합니다.”백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무도 킬러 순위에서 53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의 손에 죽은 대종 고수들은 서른 명이 넘는다. 심지어 두 달 전에는 천인 경지의 고수에게 중상을 입힌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현강수는 어떻게 죽은 거야?”1분 남짓 지난 후, 상대방이 다시 입을 열었다.“단번에 숨통을 끊었습니다.”백랑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있었다. 아무리 백랑이라고 해도 현강수에게는 단지 까다로운 상대일 뿐, 그의 몸에 상처도 내지 못하는데 서강빈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목숨을 앗아버렸다. 하여 생각을 마친 백랑이 처음으로 먼저 도신회에게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그는 킬러지만 망명도가 아니다. 대종의 꼭짓점에 있는 무도 킬러로서 그는 더욱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구원을 요청하는 것은 기껏해야 체면이 깎이는 것일 뿐 적어도 목숨은 구할 수 있게 된다. 승산이 없는 목표를 맹목적
서강빈이 해명하기도 전에 염지아는 빠르게 차로 뛰어갔다. 멀어져가는 염지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서강빈은 난감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생각한 것처럼 그런 게 아니었다.서강빈은 그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회복에 필요한 탕약을 제조하고 싶을 뿐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서강빈은 맞은편의 도로에 시선을 돌렸는데 은은하게 풍겨오던 살기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권효정은 살며시 서강빈의 곁으로 다가와 뒤에서 서강빈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혼자서는 잠이 들 수가 없어요. 강빈 씨와 함께 자고 싶어요.”말하면서 서강빈의 가슴을 만지고 있던 그녀의 작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느낌에 서강빈은 혈기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이걸 누가 견디고만 있을 수 있는가... 서강빈은 다급하게 권효정의 품에서 빠져나와서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자요. 저는 긴히 할 일이 남았어요.”말을 마친 그는 뜨겁게 타오르는 권효정의 눈빛을 피해 뒤돌아서 염지아가 보내온 약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권효정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여 작은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알겠어요. 강빈 씨가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고 잘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서강빈을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수줍은 얼굴을 하고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서강빈은 작게 숨을 내쉬고 나서 상자 안에 있는 보리자나무 열매와 영로를 약탕기안에 쏟아 넣었다. 회복 탕약을 제조할 때는 다른 탕약과 다르게 일반적인 방식으로 불을 붙여서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영기로 불을 만들어서 제조해야 했다. 불의 기운을 탕약에 함께 넣어야 경맥을 잇는 효과를 볼 수 있다.서강빈은 한 손으로 약탕기를 들고 온몸의 영기를 손바닥에 모았다.“후!”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한 불꽃이 서강빈의 손바닥에서 타올랐다. 만약 현재 서강빈이 천인 경지의 실력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영기를 모아 불을 만
한순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은 서강빈에게로 집중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서강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저 사람은 누구야? 용국 한의학의 태산 같은 존재인 허 신의도 저 사람한테 무릎을 꿇었어? 그리고 스승님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고?”“그날 라이브를 안 봤어? 저 사람이 환자에게 사맥을 짚었는데 아주 정확했어!”“맞아. 그리고 저 사람이 개발한 정빈 마스크팩이 효과가 아주 좋대!”“정빈 마스크팩? 얼마 전에 스캔들이 난 그거?”“스캔들은 무슨, 그건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이 일부러 모함한 거야. 우리 마누라가 그 마스크팩을 쓰고 있는데 효과가 정말 좋대. 20년 넘게 가지고 있던 잡티도 다 사라졌어!”서강빈이 갑자기 명성을 얻게 되자 정빈 마스크팩도 빠르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허선봉이 무릎을 꿇은 것으로 하여 외국의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던 부잣집 딸들과 재벌 사모님들도 줄줄이 유행을 따랐다.3일도 안 되는 사이에 정빈 마스크팩은 품절되는 상황이 나타났다.“매니저님, 우리 회사의 마스크팩이 갑자기 인기를 얻어서... 품절됐습니다!”비서는 흥분한 모습으로 주민정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3일 이내에 공장의 한 달 생산량이 다 매진된 것이다.그녀가 뷰티 업계에 몸 담근 다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정빈 마스크팩은 반드시 대박이 나서 용국에서 제일가는 큰 브랜드가 될 것이다.“정말이야?”주민정도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판매량 보고서를 건네 들고 감격하여 이 좋은 소식을 서둘러 서강빈에게 알리려고 했다.하지만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는 순간, 주민정은 머뭇거리면서 고개를 들고 비서에게 물었다.“지금 정빈 마스크팩이 전국 판매량에서 순위가 어때?”“이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비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서류를 주민정에게 건넸다.“비엘 마스크팩과 공동 1위라고?”주민정은 휴대폰을 들었던 손을 천천히 내리면서 굳은 눈빛을 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공장에 연락해서 생산량
“이 비서, 말조심해!”송해인은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너는 여러 번이나 내 앞에서 서강빈을 깎아내리는 말을 했어. 마스크팩의 판매량은 입소문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지 아무나 뒤에서 조작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는 그런 얘기를 지껄일 시간에 마케팅 전략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거야!”이세영은 표정이 살짝 굳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송 대표님, 대표님은 너무 착하십니다! 그 쓰레기 같은 자식은 분명 처음부터 우리를 겨냥하고 있었던 거예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빈 마스크팩은 우리 제품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었는데 며칠 사이에 판매량 1위까지 치고 올라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송해인은 의아하게 물었다.“무엇 때문인데?”“한의학 대회 때문이죠!”이세영은 휴대폰을 꺼내서 인터넷에 들어가 서강빈에 대한 여론을 보았다. 특히 허선봉이 무릎을 꿇은 것 때문에 서강빈은 용국 한의학 분야에서 명성이 크게 솟구쳤다.아래의 댓글 창에는 거의 서강빈이 직접 연구 개발한 마스크팩에 관한 얘기였고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서강빈과 효정 유한회사의 진정한 대주주인 권효정 사이의 연인 관계를 폭로하기도 했다.“송 대표님, 만약 허 신의가 무릎을 꿇은 일이 없고 인터넷에서의 이런 폭로들이 없었다면 10년이 더 지나더라도 정빈 마스크팩은 이렇게 많은 시장점유율을 가질 수 없습니다! 서강빈이 무슨 의술을 안다고 그러는 거예요. 비열한 수단으로 허 신의를 협박하여 허 신의가 무릎을 꿇고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해프닝을 연출한 것일 수도 있어요!”송해인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린 채 깊은 생각에 빠졌다. 예전에 서강빈이 숙모 오수연에게 치료를 해줬을 때 허 신의가 이미 서강빈에게 무릎을 꿇고 스승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하여 그날 대회 현장에서 송해인은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경악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허선봉과 서강빈 사이에 도대체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너무 우연히 맞물렸다. 마침 서강빈이 허
“송 대표님, 저랑 같이 가요!”이세영은 뒤돌아 따라 나갔다.가게에서는 서강빈이 이상한 할아버지한테 침을 놓은 뒤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다친 데는 거의 다 나았어요. 하지만 앞으로 한 주 동안은 무술을 쓰면 안 돼요. 아니면 다친 데가 또다시 말썽을 부릴 가능성이 커요.”이상한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래 봬도 이 늙은이를 아무나 못 괴롭혀. 아, 그리고 사람들을 보내서 알아보라고 했는데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은 이제 완전히 망가진 듯해. 너랑 백씨 가문의 원한은 아마도 풀지 못할 듯하네. 내 천용전을 이어받을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거야?”서강빈은 이상한 할아버지를 흘겨보았다. 며칠 전부터 할아버지는 무슨 말만 하면 자신에게 천용전을 이어받으라고 한다. 고작 백씨 가문일 뿐인데 서강빈은 두렵지 않다.“백씨 가문에서 너를 건드릴 수 없다는 걸 나도 알아. 근데 네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떡할 거야? 그건 생각 안 해봤어?”말하며 이상한 할아버지는 방을 정리하고 있는 권효정을 향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만약 내가 백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면 너를 건드리지 못한다고 할 때 반드시 네 곁에 있는 사람한테 손을 쓸 거야. 예를 들면 저 계집애 말이야.”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표정이 서늘해져서는 소리쳤다.“어느 안전이라고 그들이 감히 그러겠어요!”“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는 말이 있잖아. 내 말을 한번 잘 생각해봐.”이상한 할아버지는 서강빈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작게 기침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어르신, 아침 드시고 가세요.”권효정은 이상한 할아버지가 가려는 것을 보고 방안에서 고개를 내밀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야. 그 자식과 함께 내 가게를 잘 지키고 있어! 나는 급하게 받을 빚이 있어서!”서강빈은 이상한 할아버지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있다고 아침에 사 온 토스트랑 커피를 꺼내며 말했다.“어르신은 상관 말고 우리끼리 먹어요.”말로는 이렇게 해도 서강빈
서강빈은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방동진이 자신에게 준 약 처방전이 맞지만, 서강빈은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사진이 이세영한테 있는 건지?“서강빈, 네가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건 알고 있어. 나도 너를 믿지 않는 게 아니야. 하지만 진짜는 진짜고 가짜는 아무리 뭐라고 해도 가짜잖아. 나는...”송해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너도 그렇게 생각해?”“아니야, 강빈아, 내 뜻은 그게 아니라...”송해인이 다급하게 말했다.“송 대표, 다른 볼 일이 없다면 돌아가. 우리 사이에 더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아. 나 바빠.”서강빈의 말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3년 동안 자신이 그렇게나 많은 희생을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송해인은 고작 사진 한 장으로 지금 자신에게 따지러 왔다. 3년 동안의 희생으로 송해인의 믿음조차 얻을 수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서 서강빈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에 대해서는 희생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송해인 씨, 어떨 때는 눈에 보이는 게 진짜가 아닐 수도 있어요. 당신이 아무리 변명한다고 해도 강빈 씨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고작 사진 한 장뿐인데 뭘 설명할 수 있어요? 강빈 씨의 실력은 사진 한정으로 모함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권효정은 이렇게 말하고 일어나서 수저를 정리했다. 서강빈도 송해인과 이세영을 투명 인간 취급하고 뒤돌아 진열대로 가서 노란색 부적과 주사를 꺼냈다.“아직도 안 떠나고 뭐 하고 있어요? 내쫓아야 갈 거예요?”권효정은 차가운 얼굴로 송해인을 바라보며 쌀쌀하게 말했다.“강빈아, 나는 너를 의심하는 게 아니야. 나는...”말이 목구멍까지 왔지만, 송해인은 내뱉지 못했다. 그녀는 서강빈이 전국 대회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꼼수를 써서 가진 답안지로 얻은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