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할아버지께서 물으세요.”흰색 정장을 입은 잘생긴 청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백도현이었고 백서준의 이복형제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백씨 가문의 가정부인 탓에 어렸을 때부터 백씨 가문 사람들의 무시를 받았었다. 한편으로는 굴욕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이 지금 백도현의 음침하고 악랄한 성격에 큰 영향을 끼쳤다.백형만은 백도현의 말을 듣고 꿈에서 방금 깨어난 사람처럼 백경수에게 다가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아버지, 서준이가...”“우리 손주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백경수는 침대에 누워있는 손자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백서준만이 친손주였고 백씨 가문의 미래를 이어받을 후계자였다. 백도현은 보잘것없는 여자의 몸에서 나온 미천한 놈일 뿐, 능력이 좋은 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백씨 가문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의사 말이 수술이 성공적이라고 해도 서준이는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백형만은 착잡한 마음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서준이 입원한 다음 날부터 백씨 가문은 국내외의 유명한 전문의들을 모셔왔지만, 백서준의 상태가 너무 심각했다. 국내외에서 제일 유명한 정형외과 전문의를 모셔서 X레이를 살펴봐도 연신 고개를 젓기만 했다. 백서준의 뼈는 부러진 게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제일 선진적인 기계와 최고의 전문의가 직접 집도한다고 해도 백서준을 다치기 전으로 되돌려 놓을 수는 없었다.“뭐라고!”백경수는 벌컥 화를 내면서 손에 들린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벌겋게 된 얼굴로 소리쳤다.“누구야, 누가 내 손주를 이렇게 만든 거야! 죽여버려, 그놈의 가족을 다 죽일 거야! 여봐라, 정예병을 소집하여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범인 찾아내서 우리 손주의 복수를 해야 해!”백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사람들이 기세가 꺾여있는 것을 보고 백경수의 흰 눈썹이 찡그려지더니 차갑게 호통쳤다.“가만히 서서 뭐해! 가
“3개월 이내에 그놈을 망하게 하고 동생 앞에 무릎을 꿇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백도현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무슨 일에 부딪히면 화를 낼 줄밖에 모르는 백서준처럼 무능하지 않다. 용천에서 백도현은 천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사람으로 음침하고 악랄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의 수단에 대해 많은 기성세대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백도현이 이번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백서준을 위한 복수를 하겠다는 건 핑계일 뿐이었다. 천주에는 백씨 가문의 눈이 너무 많아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기에 버거웠다. 그는 하루빨리 백씨 가문의 손을 빌려 자신의 비즈니스제국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하여야만 백경수가 그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고 앞으로 백형만을 대신해 백씨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있었다.“좋아요. 저는 도현이를 믿습니다.”백형만과 비슷한 용모를 가진 중년 남자가 사람들 속에서 나와 웃는 얼굴로 백경수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며 백형만에게 말했다.“형님, 제 생각에 이 일은 도현이한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펼칠 무대가 필요하잖습니까, 도현이한테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백형만은 미간을 찌푸리고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 중년 남자를 보았다. 그는 백형만의 이복동생이었는데 지금까지 백형만한테 무조건 복종하는 것 같지만 사실 백형만의 권력을 빼앗고 싶어 호시탐탐하고 있다.백형만이 대답하기도 전에 백경수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도현아, 이번에 네가 우리 백씨 가문의 복수에 성공한다면 동남 구역의 열몇 개 회사는 네가 관리하도록 해!”이 말을 들은 백도현은 눈이 반짝이며 서둘러 맹세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꼭 복수하도록 하겠습니다!”“아직 내 말 안 끝났어.”백경수는 두 눈을 가늘게 떴고 눈동자에서는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말했다.“내 손주를 폭행한 놈의 사지를 부러뜨리고 천주로 데리고 와서 우리 손주가 직접 숨통을 끊게 해야겠다. 너, 알아들었어?”백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이 망
송해인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고개를 저었다.“아니. 이번에는 우리 스스로 해낼 거야!”명성 그룹과의 합작은 비오 그룹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명성 그룹같이 대단한 회사는 누군가의 체면 때문에 비오 그룹을 편애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로지 실력만이 비오 그룹의 유일한 방법이었다.“송 대표님, 하지만 만약 이번 기회를 잃게 된다면 저희가 어렵게 얻은 시장 점유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게 되잖아요. 제가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라고 했는데 효정 그룹에서는 이미 입장권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건 분명 권씨 가문 그 미친년이...”“닥쳐!”송해인은 이세영이 말을 마치기 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이 비서, 단어사용을 항상 조심해! 권씨 가문의 권효정 씨는 미친년이 아니라 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야. 이 점은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면 해!”이세영은 표정이 굳으며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네! 송 대표님, 이 기회를 우리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효정 그룹은 방금 설립한 작은 회사인데 왜 우리 비오 그룹보다 먼저 입장권을 가지는 겁니까? 진 대표님한테 전화를 걸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권효정은 오래도록 망설이다가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진기준은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렸고 다시 여러 번을 걸어도 똑같은 결과였다. 그러자 송해인의 표정도 일그러졌다.“됐어. 먼저 나가봐. 내가 방법을 더 생각해볼게.”이세영은 그제야 들고 왔던 서류를 내려놓고 뒤돌아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송수 중심의 고급 호텔에서는 백도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에게 허리를 굽히고 있는 진기준을 개 보듯 쳐다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진 대표, 우리는 공동의 적을 갖고 있어. 그러니 길게 말 안 해도 진 대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겠지? 성공하면 진씨 가문은 명성 그룹이 송주에서의 유일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거야. 하지만!”말을 이어가던 백도현은 표정이 살짝 쌀쌀해지며 입가에는 서늘한 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만약 진씨 가문에서 나를 실망하게 한
“정말이야?”전화에서 송해인의 말투가 갑자기 들뜨기 시작했다.“해인아, 이번에는 경쟁이 아주 치열해. 명성 그룹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너도 알잖아. 그래서 백씨 가문 도련님이 아직 나한테 명확한 대답은 주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를 위해서라도 나는 최선을 다할 거야!”진기준은 자신만만하게 맹세했다.“알겠어. 그럼... 그럼 진 대표한테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대할게.”송해인은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진기준은 휴대폰을 한번 쳐다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어렵게 얻은 입장권을 너한테 준다고? 정말 헛된 망상이야!’지난번에 송해인이 파혼을 한 뒤로부터 진기준은 마음속에 송해인에 대한 원망을 품고 있었다. 비오 그룹이 입장권을 얻게 하느니 차라리 백씨 가문의 손을 빌려 비오 그룹을 먹어버릴 것이다.그때가 되면 송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송해인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진기준의 눈동자에는 악랄한 빛이 비쳤다....전화를 끊은 송해인은 긴장된 기분으로 주먹을 쥐며 사무실을 초조하게 돌아다녔다. 진기준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그녀는 이미 알아봤는데 송주의 절반 이상이 되는 의약 회사에서 이미 입장권을 손에 넣었다고 했다. 연회가 개막하기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만약 아직도 입장권을 얻지 못한다면 명성 그룹에서 그냥 넘겨버렸다고 확정할 수 있다.비오 그룹을 위해, 비즈니스 퀸의 꿈을 위해 그녀는 이미 많은 것들을 희생했다. 만약 연회에 참가하는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면 비오 그룹도 여기서 끝일 것이다.명성 그룹이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로 봐서는 몇천억의 시가를 보유하고 있는 큰 회사가 자신의 눈앞에서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꼴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이것이야말로 송해인이 제일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명성 그룹의 전면적인 통제에 마주하면 비오 그룹은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고 순식간에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먹혀버릴 것이다.“송 대표님, 마음 놓으세요. 진 대표님이 도와준다고 얘기하지 않으셨습
송해인은 백도현의 물음에 멈칫했다. 여기로 오기 전에 송해인은 충분한 준비를 했는데 비엘 마스크팩의 제품소개와 시장정보에 대해 모두 서류로 프린트를 해왔다. 하지만 백도현이 금오단에 관심을 가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잠깐의 공백 후, 송해인은 머리를 넘기면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백 대표님, 제품은 연구 개발에 성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올 때 급히 오느라 챙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서 갖고 오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송해인은 서둘러 이세영에게 말했다.“이 비서, 얼른 회사로 가서 정윤이한테 업그레이드된 금오단을 갖고 이리로 오라고 해!”이세영은 알겠다며 대답하고 빠르게 방을 나섰다. 송해인은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백 대표님, 명성 그룹에서는 의약 업계도 섭렵할 생각을 하고 있으십니까?”백도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젓더니 손가락으로 찻잔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송 대표가 오해했어. 요즘 할아버지의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금오단이 시장에 나왔을 때부터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어. 이번에 송주에 온 이유도 한편으로는 가문의 사업확장을 위해서이고 한편으로는 할아버지의 건강을 위해서야.”송해인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좀 있다가 저희의 개량판 금오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제 친구한테 얘기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서 반드시 만족하실 겁니다.”백도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별말을 더 하지 않았다.어색한 침묵이 방안 전체를 메워 긴장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송해인은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는데 이는 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게 했다.백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송해인을 보더니 얼굴에는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그는 여자를 만나기만 하면 돈을 쏟아붓는 못난 남자가 아니다. 여자를 정복하려면 먼저 그녀에게 두 사람의 지위에 대한 큰 차이를 느끼게 해야 한다. 충분한 압력을 가한 뒤, 가끔 관심을 주면
백도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성 어르신,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무성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도련님, 지금 저들은 도련님을 속이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도정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송해인도 가슴이 철렁했다. 백도현의 곁에 있는 노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세영은 굽어들지 않고 말했다.“어르신, 그 말에 근거가 있습니까?”“근거?”무성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당신들의 연구 개발팀한테 500년을 더 줘도 이렇게 오묘한 처방은 만들어 내지 못해!”이렇게 말하며 무성은 뒤돌아 백도현에게 말했다.“도련님, 이 금오단의 최초 처방전은 한의학 분야의 큰 성과들을 다 모은 것입니다. 천년 정도 이어져 내려온 의학 가문의 문파가 아니라면 이렇게 오묘한 처방전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백도현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송해인을 보면서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송 대표, 그쪽 회사에서 이 정도의 믿음도 줄 수 없다면 우리의 합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말하며 백도현은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본 이세영은 넋이 나갔고 도정윤도 놀랐다. 송해인은 용기를 내 일어나서 말했다.“백 대표님,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금오단의 최초 처방전은 우리 회사에서 연구 개발한 게 아니고... 제 전남편이 만든 것입니다.”마지막 마디를 송해인은 입술을 꼭 깨물고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도정윤은 송해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말했다.“해인아, 네 말은... 금오단을 개발해낸 사람이 서강빈 그 쓰레기 같은 놈이란 말이야?”이 소식에 도정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랐다. 그녀가 생각했을 때 서강빈은 아무 쓸모도 없고 송해인에게 짐이 되는 못난 놈이었다. 더 화가 나는 건 서강빈이 송해인과 이혼을 하자마자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더 말할 것도 없는 쓰레기 같은 남자이고 후안무치하다는
호텔에 돌아온 백도현은 손에 들린 금오단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지한 눈길로 그 단약을 보며 말했다“무성 어르신, 어르신의 말은 그 서강빈이 의학 종가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까?”“의학 종가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천의문의 후계자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이 말을 하는 무성의 눈동자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 그는 무의문 출신이었는데 예전에는 무의문의 장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십여 년 전에 천의문이 내린 명령으로 하여 수십 개의 종가에게 공격을 받게 되었고 백 년 동안 이어져 왔던 문파는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다.그때 그는 뒷산의 한담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운 좋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그해의 참상을 떠올릴 때마다 무성은 천의문의 사람들을 다 몰살해버리고 싶었다....한편, 권효정은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서강빈을 차에 태워서 시 중심으로 갔다. 그리고는 서강빈을 끌고 최고급 남성 의류 브랜드 가게로 향했다.30분 후, 서강빈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어색한 웃음을 띤 채 말했다.“이런 옷들은 정말 습관이 안 되네요. 너무 불편해요.”이건 서강빈의 진실한 마음이었다. 세상의 이러한 명예와 이익에 대해서 서강빈은 항상 덤덤했다. 하여 옷을 입는 것도 캐주얼한 스타일로 편하게 입었다.“자주 입으면 습관 될 거예요.”권효정은 만족스럽게 서강빈을 훑어보며 말했다.“그리고 당신은 효정 회사의 진짜 사장인데 며칠 뒤 연회에 다른 사람이 대신 참가하라고 할 건 아니죠? 대표님이면 대표님다운 분위기가 있어야죠.”서강빈의 키와 몸매, 그리고 멋진 외모에 최고급 브랜드의 정장을 입으니 아주 고귀하고 점잖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서강빈은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권효정이 뜻을 굽히지 않자 서강빈도 더 뭐라고 얘기하지 않았다.“드림 레스토랑을 예약했어요. 함께 가서 양식을 먹는 게 어때요?”권효정은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짓고 서강빈에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한 쌍의 선남선녀는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의 눈에
황규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진웅 어르신 밑에 있는 1등 타자 용표도 차민이 친분이 있는 건달 중 한 명이었다. 차민의 생각에 용표가 보호해주는 이상 보잘것없는 서강빈을 괴롭히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이 기회를 잡아 용천 백씨 가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가업을 이어받을 기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더 흥분된 차민은 얼른 종업원 한 명을 불러와서 귓가에 몇 마디 얘기하고는 매니저 사무실로 달려가서 용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서강빈과 권효정은 지금 메뉴판을 보면서 주문을 하고 있었던 터라 차민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권효정은 메뉴판을 들고 요리를 가득 주문했다.“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아 맞다, 그리고 와인 한 병 주세요. 최고급으로요.”말하며 권효정은 메뉴판을 종업원에게 건넸고 서강빈을 향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너무 많이 주문한 거 아니에요? 우리 둘이서 어떻게 다 먹어요?”서강빈은 난감하듯 웃음을 지었다. 권효정은 스테이크만 해도 서로 다른 스타일로 3개를 주문했는데 서강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뭐 어때요. 강빈 씨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걸 어떡해요. 종업원이 보는 앞에서 당신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권효정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이때, 권효정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자신이 관리하는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권효정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전화를 받고 올게요. 잠깐이면 돼요.”말을 마친 권효정은 빠르게 문 쪽으로 다가가 상대에게 간단하게 몇 마디 당부했다. 그러고 나서 뒤돌려고 할 때 쟁반을 들고 있는 종업원 한 명이 권효정을 향해 덮쳐왔다. 권효정이 피하기도 전에 상대방은 권효정의 몸에 부딪혔고 쟁반에 들렸던 주스가 권효정의 몸에 다 쏟아진 것도 모자라 쟁반도 날아갔고 유리잔은 모두 깨져버렸다.권효정은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종업원에게 사과했다.“정말 미안해요. 내가...”“눈멀었어요?”권효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 종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