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아현이 뚜껑을 열자 마음속까지 파고드는 향기가 순식간에 대전을 채웠다. 무지개와 같은 빛이 꽃잎 위에 나타났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깔의 꽃잎이 꽃술을 둘러싸고 있었다. 진주 크기의 꽃술은 영롱하게 빛이 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칠색신꽃이 드러나는 순간, 대전에 있던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기이한 광경에 놀라서 감탄했다.“아현아, 이 칠색신꽃은 내가 너한테 빌린 거로 하자. 이후에 똑같은 것으로 꼭 돌려줄게.”서강빈은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정중하게 말했다.“참나, 칠색신꽃은 100년 주기로 자라는 꽃이어서 지금부터 100년 후에야 꽃피울 텐데 어디 가서 똑같은 것을 찾는다는 말이야.”옥연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 서강빈이 뭐라 얘기하기도 전에 옥아현이 손을 들어 옥연서의 뺨을 내리쳤다.“아현아... 나는...”옥아현의 예쁜 얼굴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고 옥연서를 보면서 쌀쌀하게 말했다.“오늘부터 만화문의 전체 제자들은 강빈 오빠를 보면 나를 대하듯 합니다. 누가 감히 조금이라도 무례를 범한다면 죽일 겁니다. 당장 물러가세요!”옥연서는 몸이 굳었고 감히 불만을 더 말하지 못했다. 옥연서가 대전을 나서는 것을 보고 나서 옥아현은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빈 오빠, 나는 오빠를 믿어. 이렇게 된 김에... 만화문에서 하루 묵고 갈래?”이 말을 하는 옥아현의 아름다운 얼굴이 쑥스러워 발그레해졌고 두근두근 가슴이 설렜다. 섬섬옥수는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수줍은 처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 지금 그녀에게는 수장의 위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아현아, 마음은 고마운데 나는 오늘 송주로 돌아가야 해. 다음에 네가 송주에 오면 내가 자리를 마련해서 우리 제대로 얘기를 나눠보자.”서강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짜지? 거짓말하면 안 돼!”옥아현은 애교를 부리듯 가볍게 서강빈의 옷깃을 쥐고 흔들었다.“내가 언제 너 속인 적 있었어?”서강빈은 손을 뻗어 옥아현의 콧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젊은 남자 한 명이 위풍당당하게 문을 넘어서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수천 명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침착한 얼굴이었다. 송해인은 복잡한 마음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입을 삐죽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세영과 진기준은 의아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았는데 그들이 보기에 서강빈은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앞서 박여름과 공동 1등을 하게 된 것도 모두 권씨 가문의 인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권효정도 알 텐데 서강빈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를 온 건지?이렇게 생각한 이세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지으며 일어나서 비아냥거렸다.“아이고, 진짜 올 줄 몰랐네요? 아쉽지만 이번에는 허 신의께서 자리하고 계시니 권효정 씨도 당신을 돕지 못할 것입니다.”관중석의 사람들이 서강빈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비난하는 것을 보고 권효정은 앞으로 나서서 이세영한테 차갑게 말했다.“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저번에 강빈 씨는 자신의 실력으로 1등을 한 거예요. 현장에 있던 멘토들이 증언할 수 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이세영이 콧방귀를 뀌고는 대꾸하려 하자 송해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꾸짖었다.“이 비서, 앉아! 지금 이게 어떤 자리인지 몰라? 회사 이미지가 너 때문에 다 망가지게 생겼어!”송해인한테 제지당한 이세영은 불만 가득해서 권효정을 째려보고는 씩씩거리며 의자에 앉아 무대 위로 올라간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송해인은 복잡한 마음으로 서강빈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서강빈이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것을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비오 그룹이 서강빈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겨서 홍보할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됐다.“해인아,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허 신의가 직접 심사를 보기 때문에 권효정도 어쩌지 못할 거야. 박여름은 반드시 이번 경기에서의 주인공이 될 거야! 그리고 사람을 시켜 알아봤는데 오늘 대결하는 내용은 맥을 짚는 거래. 박여름이 잘하는 거잖아. 서강빈이
이윽고 박여름과 다른 두 명의 선수는 순서대로 무대로 올라가서 맥을 짚었다. 박여름은 중년 여자 맥박을 짚자마자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하는 듯하다가 종이에 뭔가를 적기도 했다. 십여 분 후에야 박여름은 진맥 결과를 공손하게 황건해에게 건넸다.답안지를 건네받은 황건해는 한 손으로 돋보기를 추켜세우면서 중년 여자의 진단서와 대조한 후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칭찬했다.“대단해요. 역시 송주의 천재 여의사입니다!”“이 씨, 자네들도 보게.”말하며 황건해는 답안지를 이청산 등 사람들에게 건네면서 점등 버튼을 눌렀다.“역시.”이청산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역시 청출어람입니다. 세부적인 문제까지 깔끔하게 서술하였네요. 좋아요, 아주 좋아요! 침착하고 냉정한 여름 씨의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만점 드릴게요!”송문학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진맥은 한의학의 네 가지 기본적인 진단 방법에서 제일 어려운 것입니다. 진맥을 이 정도로 숙련되고 훌륭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에요. 만점입니다!”세 사람은 마지막으로 조문빈과 눈빛을 주고받았고 조문빈도 역시 만점을 주었다. 불빛 네 개가 다 점등되었고 박여름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였다.촬영 감독도 서둘러 박여름의 답안지를 줌인하였다. 중년 여성의 진단서와 완전히 부합되는 것을 보고 난 후, 현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다. 권효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서강빈이 박여름과 똑같은 답안지를 제출했다고 해도 관객의 인정과 환호를 받기 어렵게 된다. 처음 업적을 이루어낸 사람은 환호를 받기 쉽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사람은 그렇지 못하게 된다.서강빈도 인정한다는 눈빛으로 휴게 구역에 있는 박여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의술은 의심할 것 없이 훌륭했다. 송해인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박여름은 그녀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그녀는 복잡한 눈길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내가 볼 때는 더 경기를 진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곁에 있던 진기준
황건해는 어두운 낯빛으로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사맥은 손희순 선생님 이후로 단절된 지가 언젠데 지금 웃음거리가 되고 싶은 거야?”이청산도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사맥의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막론하고 난이도로만 봤을 때 이는 의학 경험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 미리 충고하는데,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치고 이청산은 더 일그러진 표정을 한 조문빈과 송문학을 보았다. 지난번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그들은 진작에 불을 껐을 것이다. 서강빈은 담담하게 무대 위의 멘토들을 보면서 말했다.“저는 그저 저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싶을 뿐입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는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게 아니라 전체 한의학 분야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참나! 고집이 대단하네!”“건방져!”“어리석은 놈!”“정말 안하무인이구나!”무대 위 네 명의 멘토는 동시에 발끈했다. 곁에 있던 장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듯한 눈빛으로 특별 멘토 초대석에 있는 허선봉을 보면서 물었다.“허 신의님, 사맥을 짚는 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이에요?”“아이고! 어려운 정도가 아닐세. 정말 하늘의 별 따기라네.”허선봉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진맥하는 것으로 환자의 병세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 자체가 이미 몹시 어려운데 거기다가 끈까지 연결하고 수십 미터 밖에서 환자의 맥박을 짚는 건 더 어려운 일이지. 아무리 나라도 그건 시도할 엄두를 못 내.”말을 마친 허선봉은 복잡한 표정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만약 서강빈이 실패한다면 모두 그를 웃음거리로 삼을 것이고 서강빈은 전체 한의학 분야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만약 서강빈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이들이 몇십 년 동안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장이준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밝아졌다. 서강빈이 성공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막론하고 사맥을 짚는다는 난이도만으로도 프로그램의 큰 이슈가 될수 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다급하게 설득했다.“여러분
라이브를 보고 있던 사람들도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헐! 저게 진짜야?”“젠장, 정말 사맥으로 짚은 거야?”“이게 바로 진정한 신의였어!”“엥? 아니야, 한 가지를 더 썼어!”황건해도 미간을 찌푸리고 마지막 줄에 쓰인 증상을 가리키며 말했다.“야맹증? 아니잖아. 환자의 진단서에 쓰여 있던 내용이 아니야.”말을 마친 그는 답안지를 곁에 있는 이청산 등 사람들에게 건네주었다. 이청산은 답안지를 건네받아 보고는 코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서강빈 군, 사맥 진단의 정확도는 아직 부족하네. 봐봐, 이 환자의 진단서에서 주된 부분은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이야. 야맹증은 없어.”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중년 여자한테로 가서 물었다“아주머님, 말씀을 묻겠습니다. 매일 해가 진 다음에 눈앞이 희미하고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있지 않은지요?”중년 여자는 흠칫하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지금 눈이 아예 잘 안 보입니다. 하지만 곧 예순이 되는 나이인지라 노안인 줄 알고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황건해 등 사람들에게 말했다.“날이 어두워지면 눈앞이 희미하고 잘 보이지 않는 게 야맹증의 증상이 아닙니까?”이청산과 황건해 등 사람들은 서강빈의 물음에 말문이 막혀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이때, 이세영이 벌떡 일어서면서 말했다.“서강빈의 답안은 분명 모범 답안이랑 다릅니다. 저 자식이 야맹증을 더 쓴 것은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50대, 60대인 노인네한테 야맹증 정도는 병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박여름이야말로 정정당당한 1등입니다!”“맞아요!”진기준도 일어서면서 맞장구를 쳤다.“야맹증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잖아요. 돈에 눈이 먼 의사들이나 그걸 주요 증상으로 치부하고 치료를 하겠죠? 그렇지 않아요?”곁에 있던 네 명의 스타들도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서강빈의 답안지는 모범 답안과 일치하지 않으니 대회의 규칙에 따라 오늘의 1등은 박여름 씨여야 합니다
“이게...”황건해와 이청산 등 사람들은 놀라서 상황파악이 잘 안 됐다.용국의 한의학 분야에서 허선봉은 태산과도 같이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받드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애송이 같은 서강빈을 스승이라고 부른 것이다. 허선봉조차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이라면 서강빈 앞에서 그들의 의술은 더욱 보잘것없는 것이 된다. 무대 아래에 있던 이세영과 진기준의 표정은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여론이 아무리 자신의 편이라고 해도 허선봉이 무릎 꿇었다면 더 말할 게 없는 것이다.“괘씸한 놈!”진기준은 주먹을 꽉 쥐고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무대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서강빈을 보았다. 한편, 송해인은 놀란 표정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서강빈은 도대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속이고 있었던 것인가. 이런 것들이 보일수록 송해인은 자신이 서강빈을 많이 오해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세영과 진기준이 말하는 것처럼 여자 덕이나 보는 못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허선봉이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송해인의 마음속에는 무력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금 서강빈은 가장 빛나고 있고 현장에서 제일 주목을 받는 사람인데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그러나 송해인의 눈빛은 다시금 굳건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는 반드시 서강빈을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다.곁에 있는 권효정은 이 모습을 보고 감격하게 몸을 떨며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허선봉도 이렇게 공손하게 서강빈을 대한다면 서강빈의 의술은...서강빈은 허선봉을 내려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일어나.”“스승님, 감사합니다!”허 신의는 일어나서 차가운 눈빛으로 황건해 등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내 생각에는 스승님이 오늘 대회의 1등 같은데 다들 이의 있는가?”누가 감히 이의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는 용국 한의학 분야의 최고봉에 있는 사람인데. “허 신의, 저희가 잘못했
얇은 실 바늘 하나가 서강빈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공공연한 자리에서 누가 감히 함부로 이런 수를 쓰는 건가? 서강빈이 문 쪽으로 봤을 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다.“도망가려고?”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새도 없이 서강빈은 빠르게 권효정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끝나면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남았네요.”말을 마친 그는 사람들의 놀란 눈빛 속에서 빠르게 무대를 내려가 번개처럼 문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 그림자를 쫓아서 송주의 제일 큰 인공 호수까지 왔는데 거기에는 시멘트로 만든 기다란 길이 호수 중심까지 이어져 있었다. 서강빈은 그제야 인공 호수 중심에 사의를 입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노인은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도 주위의 모든 것들과 물아일체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노인의 몸에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다. 대종인가?서강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노인의 곁으로 다가가 미소를 띠고 말했다.“할아버지, 물고기가 있어요?”“있어.”노인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서강빈은 노인의 낚싯대를 보면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이 낚싯대에 문제가 있네요.”노인의 입술이 다시 살짝 움직였다.“없어.”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계단을 넘어 노인의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고 말했다.“할아버지, 이 낚싯대에는 고리가 하나 모자라잖아요. 낚싯줄로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고 하나 그래도 칼보다는 못할 겁니다.”노인은 얼굴에 서늘한 웃음을 띠었고 눈꺼풀을 천천히 뜨면서 서강빈을 훑어보았다.“젊은이, 며칠 더 살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노인은 여전히 앉아서 꼼짝 않고 있었다.“할아버지, 만약 제가 할아버지를 황천길로 모신다면요?”서강빈은 일어서서 뒷짐을 지고 노인을 등졌다. 노인은 살짝 눈을 감았고 이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계단에 나타났다.“2 대 1인데 네가 살 수 있을까?”노인이 여유롭게 말했다.“할아버지, 우리는 아무 원한도 없는 사인인데 왜 나를 죽이려는 거예요?
“나를 죽이려면 당신들 몇 명 정도로는 어려울 텐데.”서강빈은 담담하게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은 손가락으로 연검을 튕기면서 차가운 눈빛을 하고 말했다.“그건 이 현강수가 살면서 들어본 제일 어이없는 농담이야!”서강빈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의 이 노인은 용국 무술 킬러 순위에서 76위에 있는 인물이란 말인가? 일반 사람들은 이런 등급의 인물에게 의뢰할 수 없을뿐더러 용국에 무술 킬러 순위가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무술 킬러 순위 100위 안에 있는 고수도 별것 없군. 나를 죽이라고 누가 사주했는지 말해. 말하면 당신을 살려줄 수도 있어.”서강빈은 바닥에서 미끄러지며 그림자만 남긴 채 번개처럼 순식간에 노인에게 돌진했다.“건방진 놈!”곁에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이렇게 소리치며 손을 휘두르자 십여 개의 얇은 실 바늘들이 날아갔다. 서강빈은 몸을 살짝 멈칫하더니 손으로 허공을 내리치며 영기를 뿜어냈다.차가운 빛이 서강빈의 등 뒤에서 발사되자 십여 개의 실 바늘들이 바닥에 떨어졌다.이와 동시에 왼쪽에 서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어두운 금빛의 단검을 꺼내 서강빈을 향해 달려갔고 나머지 세 명도 몸을 살짝 굽힌 채 공격태세를 취했다.“정신 나간 놈!”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서강빈의 가까이 갔을 때, 서강빈은 빠르게 상대방의 손목을 잡고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손목이 부러졌다. 다른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서강빈은 떨어지는 금색 단검을 받아쥐었다. 칼을 휘두르자 거센 바람이 일며 그의 몸이 멀리 날아갔는데 그때는 이미 머리가 떨어져 나간 뒤였다. 똑같이 검은 옷을 입은 나머지 세 명은 숨이 턱 막혔다. 세 사람은 모두 대종 급이 되는 고수인데 현강수 그 노인네보다는 못하더라도 전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서강빈이 단지 세 번의 공격 만에 한 사람의 목을 베었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다.자리에 서서 기세등등하게 바라보고만 있던 현강수는 미간을 살짝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