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황건해와 이청산 등 사람들은 놀라서 상황파악이 잘 안 됐다.용국의 한의학 분야에서 허선봉은 태산과도 같이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받드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애송이 같은 서강빈을 스승이라고 부른 것이다. 허선봉조차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이라면 서강빈 앞에서 그들의 의술은 더욱 보잘것없는 것이 된다. 무대 아래에 있던 이세영과 진기준의 표정은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여론이 아무리 자신의 편이라고 해도 허선봉이 무릎 꿇었다면 더 말할 게 없는 것이다.“괘씸한 놈!”진기준은 주먹을 꽉 쥐고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무대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서강빈을 보았다. 한편, 송해인은 놀란 표정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서강빈은 도대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속이고 있었던 것인가. 이런 것들이 보일수록 송해인은 자신이 서강빈을 많이 오해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세영과 진기준이 말하는 것처럼 여자 덕이나 보는 못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허선봉이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송해인의 마음속에는 무력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금 서강빈은 가장 빛나고 있고 현장에서 제일 주목을 받는 사람인데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그러나 송해인의 눈빛은 다시금 굳건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는 반드시 서강빈을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다.곁에 있는 권효정은 이 모습을 보고 감격하게 몸을 떨며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허선봉도 이렇게 공손하게 서강빈을 대한다면 서강빈의 의술은...서강빈은 허선봉을 내려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일어나.”“스승님, 감사합니다!”허 신의는 일어나서 차가운 눈빛으로 황건해 등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내 생각에는 스승님이 오늘 대회의 1등 같은데 다들 이의 있는가?”누가 감히 이의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는 용국 한의학 분야의 최고봉에 있는 사람인데. “허 신의, 저희가 잘못했
얇은 실 바늘 하나가 서강빈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공공연한 자리에서 누가 감히 함부로 이런 수를 쓰는 건가? 서강빈이 문 쪽으로 봤을 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다.“도망가려고?”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새도 없이 서강빈은 빠르게 권효정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끝나면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남았네요.”말을 마친 그는 사람들의 놀란 눈빛 속에서 빠르게 무대를 내려가 번개처럼 문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 그림자를 쫓아서 송주의 제일 큰 인공 호수까지 왔는데 거기에는 시멘트로 만든 기다란 길이 호수 중심까지 이어져 있었다. 서강빈은 그제야 인공 호수 중심에 사의를 입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노인은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도 주위의 모든 것들과 물아일체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노인의 몸에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다. 대종인가?서강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노인의 곁으로 다가가 미소를 띠고 말했다.“할아버지, 물고기가 있어요?”“있어.”노인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서강빈은 노인의 낚싯대를 보면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이 낚싯대에 문제가 있네요.”노인의 입술이 다시 살짝 움직였다.“없어.”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계단을 넘어 노인의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고 말했다.“할아버지, 이 낚싯대에는 고리가 하나 모자라잖아요. 낚싯줄로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고 하나 그래도 칼보다는 못할 겁니다.”노인은 얼굴에 서늘한 웃음을 띠었고 눈꺼풀을 천천히 뜨면서 서강빈을 훑어보았다.“젊은이, 며칠 더 살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노인은 여전히 앉아서 꼼짝 않고 있었다.“할아버지, 만약 제가 할아버지를 황천길로 모신다면요?”서강빈은 일어서서 뒷짐을 지고 노인을 등졌다. 노인은 살짝 눈을 감았고 이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계단에 나타났다.“2 대 1인데 네가 살 수 있을까?”노인이 여유롭게 말했다.“할아버지, 우리는 아무 원한도 없는 사인인데 왜 나를 죽이려는 거예요?
“나를 죽이려면 당신들 몇 명 정도로는 어려울 텐데.”서강빈은 담담하게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은 손가락으로 연검을 튕기면서 차가운 눈빛을 하고 말했다.“그건 이 현강수가 살면서 들어본 제일 어이없는 농담이야!”서강빈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의 이 노인은 용국 무술 킬러 순위에서 76위에 있는 인물이란 말인가? 일반 사람들은 이런 등급의 인물에게 의뢰할 수 없을뿐더러 용국에 무술 킬러 순위가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무술 킬러 순위 100위 안에 있는 고수도 별것 없군. 나를 죽이라고 누가 사주했는지 말해. 말하면 당신을 살려줄 수도 있어.”서강빈은 바닥에서 미끄러지며 그림자만 남긴 채 번개처럼 순식간에 노인에게 돌진했다.“건방진 놈!”곁에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이렇게 소리치며 손을 휘두르자 십여 개의 얇은 실 바늘들이 날아갔다. 서강빈은 몸을 살짝 멈칫하더니 손으로 허공을 내리치며 영기를 뿜어냈다.차가운 빛이 서강빈의 등 뒤에서 발사되자 십여 개의 실 바늘들이 바닥에 떨어졌다.이와 동시에 왼쪽에 서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어두운 금빛의 단검을 꺼내 서강빈을 향해 달려갔고 나머지 세 명도 몸을 살짝 굽힌 채 공격태세를 취했다.“정신 나간 놈!”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서강빈의 가까이 갔을 때, 서강빈은 빠르게 상대방의 손목을 잡고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손목이 부러졌다. 다른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서강빈은 떨어지는 금색 단검을 받아쥐었다. 칼을 휘두르자 거센 바람이 일며 그의 몸이 멀리 날아갔는데 그때는 이미 머리가 떨어져 나간 뒤였다. 똑같이 검은 옷을 입은 나머지 세 명은 숨이 턱 막혔다. 세 사람은 모두 대종 급이 되는 고수인데 현강수 그 노인네보다는 못하더라도 전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서강빈이 단지 세 번의 공격 만에 한 사람의 목을 베었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다.자리에 서서 기세등등하게 바라보고만 있던 현강수는 미간을 살짝 찌
서강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번개처럼 나머지 두 명에게로 돌진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그 두 명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숨통이 끊어졌다.정말 빠르다. 전광석화처럼 모든 게 발생했다. 심지어 현강수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기도 전에 네 명의 부하들은 모두 서강빈의 칼 아래에서 목숨을 잃었다.“이제 당신만 남았어. 한 번 더 말할게. 배후를 말해주면 목숨을 살려줄 수도 있어.”서강빈은 금색 단검을 들고 현강수에게로 다가갔다. “대단해! 네 목숨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거금을 들여서 조직을 찾아온 이유가 있었어. 너를 다시 보게 됐어.”노인은 연검을 천천히 들어 올리면서 손목을 살짝 비틀자 꽃 몇 송이가 허공에서 피어났다. 검의 그림자는 한 장의 큰 그물처럼 서강빈의 얼굴을 덮으려고 했다. 서강빈은 차갑게 웃고는 다시 칠성보를 밟으며 귀신처럼 검이 만든 그물 사이를 누볐다. 노인과 가까이 갔을 때, 서강빈이 손목을 꺾자 검은 노인의 허리를 향해 날아갔다.검은 예상대로 노인의 몸에 꽂혔지만, 절반으로 갈라진 것은 노인의 몸이 아니라 낚싯대였다.“서강빈, 네 견식은 아직 너무 좁아. 형태를 속여 위치를 바꾼다는 연막회피술이 뭔지 알아? 이거야말로 무술의 최고 경지에 있는 기술이야!”차가운 목소리가 서강빈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서강빈은 칼을 내던진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고 노인의 음성이 들리자 얼른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노인은 민첩한 원숭이처럼 검을 휘둘렀고 이는 서강빈의 옷깃을 거의 스치듯 지나갔다. 서강빈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노인의 기이한 칼에 의해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두 사람이 스치는 순간에 서강빈은 다시 한번 칼을 던졌지만, 노인은 다시 낚싯대로 변했고 역시도 노인의 몸에는 상처를 내지 못했다. 노인이 연속으로 공격을 피하자 서강빈의 마음속에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물론 노인은 대종이었지만 그의 연막회피술이 골치를 아프게 했다.“애송이야, 이제 기분이 어때? 너는 절대 나 못 죽여. 하지만 네가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고
노인의 연막회피술은 골치가 아프기는 해도 돌파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 서강빈이 홀로 9종 18부 36문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이 분야의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여 노인과 가까이서 몇 번 싸우고 나니 서강빈은 노인의 약점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연막회피술을 사용할 때마다 노인은 사실 서강빈과 불과 다섯 걸음의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이 사이에 노인은 서강빈에게 반격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그 말인즉 매번 연막회피술을 사용한 다음 짤막한 시간이 있게 되는데 서강빈이 이 틈새를 노린다면 단번에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생각을 마친 서강빈은 몸을 다시 움직였다. 노인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애송이야, 검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더 휘둘러봐. 너는 절대 나한테 상처를 내지 못해.”말을 마친 노인은 다시 연막회피술을 사용해 몸을 피했다. 하지만 노인이 서강빈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했을 때, 커다란 손이 그의 뒤에 갑자기 나타났다.누군가에게 자신의 옷깃이 잡힌 것을 느낀 노인은 순식간에 표정이 크게 변하였고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서강빈은 노인의 두 다리를 잘라버렸다.노인이 무릎 아래가 휑한 느낌을 느꼈을 때는 이미 다리가 잘려버린 뒤였다.“악!”가슴을 파고드는 고통과 함께 노인은 처절한 비명을 뱉었다. 서강빈은 노인을 바닥에 세게 던져버렸다. 자신의 두 다리에서 피가 멈추지 않는 것을 본 노인은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평생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노인은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서강빈을 보았다. 바로 그 순간에야 노인의 머릿속에서는 비로소 한 젊은이의 모습이 떠올랐다.“너... 너 천의문의 소문주야?”서강빈은 네 개의 은침을 꺼내 들고 노인의 앞에서 흔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말할 수 있겠어? 천의문의
“도... 도신...”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끊겼다. 서강빈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숨이 끊긴 노인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가게에 도착하자 권효정이 황급히 다가왔다. 서강빈의 손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본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강빈 씨, 다쳤어요? 얼른 봐봐요!”권효정은 말하면서 긴장된 얼굴로 서강빈의 손을 잡았다. “나는 괜찮아요. 내 피가 아니에요.”서강빈은 권효정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서강빈이 이렇게 말해도 권효정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약상자를 찾았다. 자세히 살펴보고 서강빈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마음을 놓았다.이상한 할아버지는 진열대를 닦으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고작 그런 놈들로는 저 자식을 다치게 만들 수 없어.”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이상한 할아버지를 흘겨보며 말했다.“어르신의 상처를 치료할 약재를 갖은 고생을 하며 구해왔더니 제 생사는 정말 하나도 걱정하지 않으시네요.”이상한 할아버지는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서강빈을 문 앞에 끌고 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에 대해서 그래도 잘 아는 편이잖아. 근데 요즘 도신회라는 조직을 조심해야 할 거야. 듣자 하니 그들이 어마어마한 고수를 보내서 너를 죽이려고 한대!”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그 얘기를 더 빨리하지 그랬어요. 현강수가 이미 찾아왔었습니다.”“누구?”이상한 할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짙은 눈썹을 꿈틀거렸다.“현강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그들을 가야 할 곳에 보내버렸습니다.”이 얘기를 들은 이상한 할아버지는 그제야 의외라는 듯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아, 그리고 도신회라는 그 조직은 또 뭐예요?”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숨을 깊게 내쉬고 대답했다.“사실 그 사람을 죽이면 안 됐어. 도신무술회는 용국 무도계의 킬러 조직이야. 조직 안에는 고수가 수두룩하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그 구성원들은 용국
차가운 눈동자 한 쌍이 어둠 속에서 가게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서강빈이 방문을 닫는 것을 보자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가방을 멘 중년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베일에 싸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전화에서는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백랑, 임무는 어떻게 됐어?”중년 남자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보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현강수와 네 명은 이미 목숨을 잃었고 저 혼자서는 사명을 다할 수 없을 듯합니다.”전화에서는 서늘한 침묵이 흘렀다. 현강수는 도신회의 최고 킬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구성원이었다.백씨 가문의 정보에 의하면 타깃은 이제 스물이 넘은 젊은이라고 하는데 실력도 기껏해야 대종의 중기 정도 될 것이다. 현강수의 실력으로 봤을 때 서강빈 같은 사람은 열 명이라도 거뜬하게 죽일 수 있다.설마 백씨 가문에서 일부러 정보를 숨긴 것인가?“그 녀석은 경계가 어떻게 돼?”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더 낮고 차가워졌다.“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보다 위에 있는 건 확실합니다.”백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무도 킬러 순위에서 53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의 손에 죽은 대종 고수들은 서른 명이 넘는다. 심지어 두 달 전에는 천인 경지의 고수에게 중상을 입힌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현강수는 어떻게 죽은 거야?”1분 남짓 지난 후, 상대방이 다시 입을 열었다.“단번에 숨통을 끊었습니다.”백랑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있었다. 아무리 백랑이라고 해도 현강수에게는 단지 까다로운 상대일 뿐, 그의 몸에 상처도 내지 못하는데 서강빈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목숨을 앗아버렸다. 하여 생각을 마친 백랑이 처음으로 먼저 도신회에게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그는 킬러지만 망명도가 아니다. 대종의 꼭짓점에 있는 무도 킬러로서 그는 더욱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구원을 요청하는 것은 기껏해야 체면이 깎이는 것일 뿐 적어도 목숨은 구할 수 있게 된다. 승산이 없는 목표를 맹목적
서강빈이 해명하기도 전에 염지아는 빠르게 차로 뛰어갔다. 멀어져가는 염지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서강빈은 난감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생각한 것처럼 그런 게 아니었다.서강빈은 그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회복에 필요한 탕약을 제조하고 싶을 뿐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서강빈은 맞은편의 도로에 시선을 돌렸는데 은은하게 풍겨오던 살기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권효정은 살며시 서강빈의 곁으로 다가와 뒤에서 서강빈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혼자서는 잠이 들 수가 없어요. 강빈 씨와 함께 자고 싶어요.”말하면서 서강빈의 가슴을 만지고 있던 그녀의 작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느낌에 서강빈은 혈기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이걸 누가 견디고만 있을 수 있는가... 서강빈은 다급하게 권효정의 품에서 빠져나와서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자요. 저는 긴히 할 일이 남았어요.”말을 마친 그는 뜨겁게 타오르는 권효정의 눈빛을 피해 뒤돌아서 염지아가 보내온 약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권효정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여 작은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알겠어요. 강빈 씨가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고 잘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서강빈을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수줍은 얼굴을 하고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서강빈은 작게 숨을 내쉬고 나서 상자 안에 있는 보리자나무 열매와 영로를 약탕기안에 쏟아 넣었다. 회복 탕약을 제조할 때는 다른 탕약과 다르게 일반적인 방식으로 불을 붙여서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영기로 불을 만들어서 제조해야 했다. 불의 기운을 탕약에 함께 넣어야 경맥을 잇는 효과를 볼 수 있다.서강빈은 한 손으로 약탕기를 들고 온몸의 영기를 손바닥에 모았다.“후!”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한 불꽃이 서강빈의 손바닥에서 타올랐다. 만약 현재 서강빈이 천인 경지의 실력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영기를 모아 불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