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담담하게 손을 들어 심종석의 몸에 꽂혀있던 침을 뺐다. 그 순간, 심종석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바닥에 쓰러져 까딱 움직이지 못했다. 온몸의 뼈와 살은 방금의 격렬한 통증이 남긴 후유증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바스러질 듯했다.“심종석, 느낌이 어때? 한 번 더 해볼래?”서강빈이 차갑게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심종석은 퍼뜩 놀라며 얼른 일어나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우는 소리로 애원했다.“형님,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말씀을. 너무 아픕니다. 저는 정말 고통을 못 참아요. 앞으로 절대 형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서강빈은 쌀쌀하게 웃으며 물었다.“나 하나만?”심종석은 멈칫하더니 이내 알아채고 고개 돌려 곁에 있던 송해인한테도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송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송 대표님에게 실례를 범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송해인은 놀라서 넋이 나갔다. 심종석이 무릎 꿇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심진 그룹의 심종석이다. 송주에서의 지위가 보통이 아닌 심종석이란 말이다. “심, 심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송해인은 살짝 멍한 눈빛으로 대답하며 소파에 앉아있는 서강빈을 보았다. 이때, 서강빈은 일어서서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가운 눈길로 심종석을 보며 물었다.“그럼 비오 그룹과의 프로젝트는?”“모든 걸 다 원래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심종석은 황급히 대답했다. 그는 서강빈이 다시 아까의 침을 자신에게 꽂을까 봐 겁이 났다. 다시 그 고통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잘 아네.”서강빈은 차갑게 대꾸하고 뒤돌아 송해인에게 말했다.“가자.”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갔다. 심종석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서강빈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서강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종석을 향해 무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심 대표, 수를 쓰거나
하지만 송해인은 그 말을 채 뱉지 못하고 차갑게 서강빈을 노려보며 말했다.“됐어. 어차피 내 마음도 몰라줄 텐데, 너랑 더 얘기 안 할래!”송해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길가로 걸어가서 차를 기다렸다. 서강빈은 난처한 웃음을 짓고는 송태호의 차를 몰고 송해인의 앞에 서서 차창을 내리고 물었다.“데려다줄까?”“됐어! 나 혼자 택시 타고 갈래.”송해인은 씩씩거리며 말했고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페달을 밟고 떠났다. 점점 멀어져 돌아올 기미가 전혀 없는 차를 보면서 송해인은 더 화가 났다. “젠장! 서강빈, 이 쓰레기 같은 자식!”송해인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욕을 퍼부었다. 결국, 그녀는 택시를 타고 회사로 복귀했다.송명옥과 회사의 고위인사들, 그리고 주주들은 심진 그룹과 비오 그룹 사이에서 중단되었던 모든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전갈을 받았고 그제야 모두 안도했다.“해인아, 잘했어. 회사를 너에게 맡기면 내가 마음이 놓여.”송명옥이 웃으며 말했고 송해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할머니,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할게요.”송명옥이 대답하기도 전에 송해인은 회의실을 나섰다.“이 계집애가 점점 더 말이 아니구나. 감히 나까지 저렇게 무시하다니!”송명옥은 떠나는 송해인을 보며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송명옥도 어쩔수 없는 게, 회사를 살리려면 송해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소식을 듣고 회사로 달려온 양미란과 송태호는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것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젠장! 서강빈, 이 자식이 운이 좋네! 심종석이 저렇게 쉽게 저 자식을 봐주고 회사와의 프로젝트를 회복했다고?”송태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댔다. 양미란도 미간을 찡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보아하니 이 비서가 말한 방법대로 해봐야겠네.”그 말에 두 모자는 시선을 마주쳤고 시선의 깊은 곳에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한편, 만물상점에 돌아온 서강빈은 밖으로 나오지 않고 가게에서 탄천병의 각
양이솔의 성격으로 봐서는 절대 서강빈에게 가서 빌지 않을 거라는 걸 송해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숙모인 오수연은 이미 피를 토하며 혼수상태에 빠졌고 병원에서는 전문가들이 이미 다 살펴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하지만 숙모께서 이미 저 지경이 되었는데 무슨 일 생길까 봐 걱정되지 않아?”송해인의 물음에 양이솔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이미 친구한테 연락해서 신의 한 분을 모셔오고 있어요. 서강빈 그 자식의 도움을 받을 필요 없어요. 내가 그놈한테 무릎을 꿇으라고요? 정말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이네요!”“신의? 누구야?”송해인이 의아하게 묻자 양이솔은 두 손을 가슴 앞에 팔짱 끼고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거들먹거리며 말했다.“구성준이라고 하는 정주의 구 신의에요. 이제 서른이 좀 넘은 나이에 이미 국내에서도 국제에서도 위상이 대단하다고 해요!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학술적인 논문도 많이 발표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각 병원과 의료 연구 기에서 탐내는 신의에요! 정주에서는 구성준이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없대요.”이 말을 들은 송해인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구성준, 구 신의?’이 이름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소문이 자자한 신의였는데 의학 분야에서 꽤 유명했고 한의학과 서의학에 대해서 모두 깊은 연구를 진행한 명의였다. 조선 시대 유명한 의원이었던 허준 선생의 후손이라는 소문도 있었다.송해인은 양이솔이 구성준을 데리고 올 줄 생각지 못했다.“정말이야? 정말 구성준을 모셔왔어?”송해인이 의아하게 묻자 양이솔은 거만한 말투로 대답했다.“당연하죠. 곧 도착한대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서른 남짓한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금색 테로 된 안경을 끼고 있었고 무척 지적인 모습이었다.“양이솔 씨 계십니까?”그는 웃으며 물었고 이를 본 양이솔은 얼른 웃는 얼굴로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다.“구 신의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얼른 저희 엄마를 치료해주세요. 지금 피를 토하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깨어나지
이 말을 들은 오수연은 곁에 서 있는 구성준을 보고 감격하여 말했다.“구 신의님, 정말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구성준은 웃음을 짓고는 침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때, 침대에 있던 오수연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는 무척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구, 구 신의님, 가슴이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요...”이윽고 오수연은 또다시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었다. “엄마, 엄마! 나 놀라게 하지 말고 얼른 눈 떠 봐요!”깜짝 놀란 양이솔이 오수연의 몸을 흔들었지만, 오수연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구 신의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희 엄마가 왜 또 피를 토하고 쓰러지신 거죠?”양이솔은 황급히 구성준을 보며 물었다. 구성준의 표정도 크게 변하여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하게 말했다.“이럴 리가 없는데, 방금 제가 침을 놓았으니 괜찮아져야 하는데요.”구성준은 신속하게 다가가 다시 오수연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살펴보던 구성준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얼른 은침을 꺼내 다시 오수연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십여 분을 바삐 돌아쳤지만, 오수연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수연의 안색은 점점 더 안 좋아졌고 검게 변하기까지 했다. 양이솔은 곁에서 어찌할 줄 몰랐다. 이 모습을 본 송해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구성준이 오수연에게 침을 놓는 과정을 찍어서 서강빈에게 보내주고는 물었다.“서강빈, 이분은 정주에서 오신 구 신의, 구성준이라고 해. 지금 이분이 숙모님께 침을 놓고 있는데 소용이 없는 것 같아.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한번 봐줘.”한편, 서강빈은 만물상점에서 탄천병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송해인이 보내온 영상을 보고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바로 답장을 보냈다.“이런 것도 신의라고? 그냥 돌팔이라고 해!”“무슨 말이야?”송해인이 묻자 서강빈이 대답했다.“4번째, 7번째, 13번째, 그리고 19번째까지 혈 자리를 잘못 찾았어.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사람이 지금 하는 것은 신의 허준 선생한테서 전수해서 내려온 허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 무척 불쾌한 표정으로 기세등등하게 서있는 양이솔을 보았다.“이게 지금 부탁하러 온 사람 태도야?”서강빈이 차갑게 되물었고 양이솔은 도도하게 대답했다.“서강빈, 무슨 뜻이야? 내가 직접 너를 찾아왔잖아. 주제도 모르고 그딴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병원으로 가서 우리 엄마를 살려내!”양이솔의 뻔뻔한 태도에 서강빈은 차갑게 웃고는 말했다.“거절할게. 내가 아까 분명히 말했어. 너희 엄마를 살리고 싶다면 무릎 꿇고 나한테 빌어야 한다고.”“젠장! 서강빈, 어디서 무게를 잡아?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너한테 무릎까지 꿇고 빌어야 해?”양이솔은 씩씩거리며 불쾌해했다. 이때 송해인이 차에서 내려 달려와서는 얼른 양이솔을 붙잡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이솔아, 너는 지금 부탁하러 온 거야. 태도 똑바로 해.”“내 태도는 변함없을 거예요!”양이솔이 소리쳤고 난감해진 송해인이 서강빈에게 말했다.“강빈아, 나를 봐서라도 병원에 가서 우리 숙모님을 치료해주면 안 돼?”“안돼.”서강빈은 차갑게 대답했고 송해인은 더 난처해져서 양이솔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송해인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자 양이솔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나 보지 말아요. 나는 절대 저 자식 앞에 무릎 꿇고 빌지 않을 거예요! 내가 직접 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저 자식을 봐준 거예요!”양이솔도 고집이 대단했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고 두 사람은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시간이 1분 1초 지나가고 서강빈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너희 엄마는 15분가량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여기서 병원까지는 10분 정도 걸려. 그 말인즉 너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5분밖에 없다는 거야. 무릎 꿇고 빌 생각이 없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서강빈의 냉랭한 태도 앞에서 양이솔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악을 썼다.“서강빈, 너는 그냥 계속 그렇게 허튼소리나 하고 있어! 내가 왜 네 말을 믿어야 하는데? 네가 15분이라고 하면 15분인 거야?”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참,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지? 그렇다면 알려줄게. 나는 올해 35살이고 의학박사인 정주의 신의야. 국제 의학 포럼에서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의학 기관의 인정을 받았지. 국내에서는 이미 나한테 100억의 연봉을 제시한 의학 기관이 있어.”말을 마친 구성준은 아주 자랑스러운 듯 서강빈을 보면서 비꼬는 물음을 던졌다.“당신은 학위가 어떻게 되고 논문을 얼마나 발표했는지? 지금은 어느 기관에서 재직하고 있으며 연봉은 얼마나 되는가?”서강빈은 뒤돌아 미간을 찌푸린 채 구성준을 보면서 대답했다.“학위가 없고 발표한 논문도 없어. 의료 기관에서 재직하고 있지도 않아. 이런 대답, 만족해?”이 말을 들은 구성준은 바로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그 말은 당신이 돌팔이 의사라는 말이야? 당신 같은 쓰레기가 무슨 근거로 내가 이미 사망 선고를 내린 거나 다름없는 환자를 살리겠다는 거야?”서강빈은 이렇게 거들먹거리는 사람과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다가가서 오수연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은침 열몇 개를 꺼내 들더니 바로 침을 놓으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본 구성준이 다급하게 호통쳤다.“멈춰! 너 지금 침을 놓으려고?”“무슨 문제 있어?”서강빈은 구성준에 대해 불쾌한 마음이 점점 쌓여가서 불만 가득하게 되물었다. 구성준이 서둘러 대답했다.“내가 이미 침을 놨는데 소용없어. 네가 더 침을 놓는다고 해도 소용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야.”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가소롭다는 듯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진짜 허준 19 침이었다면 당신은 방금 이 사람을 살렸겠지만 아쉽게도 당신의 허준 19침을 틀렸어.”서강빈의 말에 구성준은 표정이 크게 변하여 서강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물었다.“네가 어떻게 허준 19침을 알아?”“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서강빈이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고 구성준은 굳은 표정으로 쌀쌀하게 말했다.“내 허준19침이 틀렸다고? 웃겨! 내 사부님이 누군지 알아? 그분은 신의 허준의 후손인
서강빈은 담담한 웃음을 띠고는 혼수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오수연을 보았다. 이윽고 그는 오수연의 몸에 있는 열몇 군데의 혈 자리에 은침을 놓았다. 구성준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서강빈이 침을 놓는 것을 보고 있었다.“참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애송이 녀석이 감히 나를 무시해? 도대체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내가 똑똑히 볼 거야!”구성준의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터져나 왔다. 하지만 서강빈이 침을 놓는 수법을 보는 순간 그는 당장에 표정이 변하여서 놀란 소리를 냈다.“허준 19침? 저 자식이 어떻게 허준 19침을 할 줄 알아?”구성준은 놀란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지만 침이 몇 개 더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마음속에서는 경악의 물결이 파도쳤다. 틀림없다. 서강빈이 지금 하는 것은 허준 19침이다. 구성준은 놀라서 넋이 나갔다가 뭔가 생각난 듯 분노하여 소리쳤다.“너 이 자식이 감히 허준 19침을 훔쳐? 이건 신의 명문가인 허씨 가문의 베일에 싸인 기술이야! 허씨 가문에서는 절대 가문 이외의 사람이 허준 19침을 훔쳐서 배우는 걸 용납하지 않아! 네가 감히 훔쳐서 배우는 건 허씨 가문에 도발하는 것이고 파멸을 자초하는 행동이야!”‘훔쳤다고?’곁에 있던 송해인과 양이솔도 놀란 표정으로 아직도 침을 놓고 있는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양이솔은 바로 비웃으며 말했다.“얼마나 큰 실력을 갖추고 있나 했더니 결국 다른 사람의 의술을 훔친 거였어? 정말 뻔뻔해!”양이솔과 구성준의 질타에도 서강빈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는 한편으로 오수연에게 침을 놓으면서 한편으로는 담담하게 말했다.“훔친 것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거 아니야?”서강빈은 말하는 와중에 침술에 변화를 주었고 이는 앞서 구성준이 침을 놓은 자리와 확연하게 달랐다. 이를 본 구성준은 미간을 찌푸렸고 마음속에서는 여러 차례 경악했다.“어떻게 된 거야? 이 자식이 4번째, 7번째, 13번째, 19번째에 놓는 침의 위치가 허준 19침이랑 다르잖아?”구성준은 어
“뭐라? 그렇게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애송이가 있다고? 재밌구나.”전화에서 허선봉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비웃었다.“사부님,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제일 중요한 건 이 자식이 사부님이 저한테 가르친 허준 19침이 틀렸다는 망언을 내뱉었어요. 그리고 심지어 이 자식은 방금 제 앞에서 몰래 배운 허준 19침을 보여줬고 함부로 침의 위치를 바꿔놨어요!”구성준은 화를 내며 말을 하면 할수록 표정에 그 분노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말을 들은 허선봉은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분노했다.“뭐라고? 그 자식이 허준 19침을 훔친 것도 모자라 함부로 고치기까지 했다고?”“네, 사부님. 여기로 빨리 와주세요.”구성준이 다급하게 말했고 굳은 얼굴을 한 허선봉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감히 겁없이 우리 허씨 가문의 허준 19침을 훔치고 함부로 고쳐버리는 놈이 도대체 어떤 놈인지 내가 직접 봐야겠어!”한편, 병실에서는 오수연이 깨어났다. 감격한 양이솔은 오수연의 손을 잡고는 울며 말했다.“엄마, 괜찮으세요?”오수연은 힘없이 말했다.“응, 괜찮아.”“서강빈, 우리 엄마가 다시 피 토하고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양이솔은 앞서 엄마가 깨어났다가 다시 피를 토하며 쓰러졌던 게 생각나 걱정스레 물었다. 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구 신의도 아니고, 의술이 그 정도로 엉망은 아니야.”이 말을 들은 구성준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야 이 자식아, 너 그게 무슨 말이야?”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무슨 말인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텐데 내가 더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화가 치밀어오른 구성준은 차갑게 대꾸했다.“좋아. 저 환자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똑똑히 볼 거야!”이윽고 구성준의 시선은 침대에 있는 오수연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오수연이 다시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1분 1초 흘러 10분이 지난 후에도 오수연은 멀쩡하게 침대에 기대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