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솔의 성격으로 봐서는 절대 서강빈에게 가서 빌지 않을 거라는 걸 송해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숙모인 오수연은 이미 피를 토하며 혼수상태에 빠졌고 병원에서는 전문가들이 이미 다 살펴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하지만 숙모께서 이미 저 지경이 되었는데 무슨 일 생길까 봐 걱정되지 않아?”송해인의 물음에 양이솔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이미 친구한테 연락해서 신의 한 분을 모셔오고 있어요. 서강빈 그 자식의 도움을 받을 필요 없어요. 내가 그놈한테 무릎을 꿇으라고요? 정말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이네요!”“신의? 누구야?”송해인이 의아하게 묻자 양이솔은 두 손을 가슴 앞에 팔짱 끼고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거들먹거리며 말했다.“구성준이라고 하는 정주의 구 신의에요. 이제 서른이 좀 넘은 나이에 이미 국내에서도 국제에서도 위상이 대단하다고 해요!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학술적인 논문도 많이 발표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각 병원과 의료 연구 기에서 탐내는 신의에요! 정주에서는 구성준이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없대요.”이 말을 들은 송해인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구성준, 구 신의?’이 이름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소문이 자자한 신의였는데 의학 분야에서 꽤 유명했고 한의학과 서의학에 대해서 모두 깊은 연구를 진행한 명의였다. 조선 시대 유명한 의원이었던 허준 선생의 후손이라는 소문도 있었다.송해인은 양이솔이 구성준을 데리고 올 줄 생각지 못했다.“정말이야? 정말 구성준을 모셔왔어?”송해인이 의아하게 묻자 양이솔은 거만한 말투로 대답했다.“당연하죠. 곧 도착한대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서른 남짓한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금색 테로 된 안경을 끼고 있었고 무척 지적인 모습이었다.“양이솔 씨 계십니까?”그는 웃으며 물었고 이를 본 양이솔은 얼른 웃는 얼굴로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다.“구 신의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얼른 저희 엄마를 치료해주세요. 지금 피를 토하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깨어나지
이 말을 들은 오수연은 곁에 서 있는 구성준을 보고 감격하여 말했다.“구 신의님, 정말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구성준은 웃음을 짓고는 침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때, 침대에 있던 오수연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는 무척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구, 구 신의님, 가슴이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요...”이윽고 오수연은 또다시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었다. “엄마, 엄마! 나 놀라게 하지 말고 얼른 눈 떠 봐요!”깜짝 놀란 양이솔이 오수연의 몸을 흔들었지만, 오수연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구 신의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희 엄마가 왜 또 피를 토하고 쓰러지신 거죠?”양이솔은 황급히 구성준을 보며 물었다. 구성준의 표정도 크게 변하여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하게 말했다.“이럴 리가 없는데, 방금 제가 침을 놓았으니 괜찮아져야 하는데요.”구성준은 신속하게 다가가 다시 오수연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살펴보던 구성준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얼른 은침을 꺼내 다시 오수연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십여 분을 바삐 돌아쳤지만, 오수연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수연의 안색은 점점 더 안 좋아졌고 검게 변하기까지 했다. 양이솔은 곁에서 어찌할 줄 몰랐다. 이 모습을 본 송해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구성준이 오수연에게 침을 놓는 과정을 찍어서 서강빈에게 보내주고는 물었다.“서강빈, 이분은 정주에서 오신 구 신의, 구성준이라고 해. 지금 이분이 숙모님께 침을 놓고 있는데 소용이 없는 것 같아.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한번 봐줘.”한편, 서강빈은 만물상점에서 탄천병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송해인이 보내온 영상을 보고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바로 답장을 보냈다.“이런 것도 신의라고? 그냥 돌팔이라고 해!”“무슨 말이야?”송해인이 묻자 서강빈이 대답했다.“4번째, 7번째, 13번째, 그리고 19번째까지 혈 자리를 잘못 찾았어.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사람이 지금 하는 것은 신의 허준 선생한테서 전수해서 내려온 허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 무척 불쾌한 표정으로 기세등등하게 서있는 양이솔을 보았다.“이게 지금 부탁하러 온 사람 태도야?”서강빈이 차갑게 되물었고 양이솔은 도도하게 대답했다.“서강빈, 무슨 뜻이야? 내가 직접 너를 찾아왔잖아. 주제도 모르고 그딴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병원으로 가서 우리 엄마를 살려내!”양이솔의 뻔뻔한 태도에 서강빈은 차갑게 웃고는 말했다.“거절할게. 내가 아까 분명히 말했어. 너희 엄마를 살리고 싶다면 무릎 꿇고 나한테 빌어야 한다고.”“젠장! 서강빈, 어디서 무게를 잡아?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너한테 무릎까지 꿇고 빌어야 해?”양이솔은 씩씩거리며 불쾌해했다. 이때 송해인이 차에서 내려 달려와서는 얼른 양이솔을 붙잡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이솔아, 너는 지금 부탁하러 온 거야. 태도 똑바로 해.”“내 태도는 변함없을 거예요!”양이솔이 소리쳤고 난감해진 송해인이 서강빈에게 말했다.“강빈아, 나를 봐서라도 병원에 가서 우리 숙모님을 치료해주면 안 돼?”“안돼.”서강빈은 차갑게 대답했고 송해인은 더 난처해져서 양이솔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송해인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자 양이솔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나 보지 말아요. 나는 절대 저 자식 앞에 무릎 꿇고 빌지 않을 거예요! 내가 직접 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저 자식을 봐준 거예요!”양이솔도 고집이 대단했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고 두 사람은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시간이 1분 1초 지나가고 서강빈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너희 엄마는 15분가량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여기서 병원까지는 10분 정도 걸려. 그 말인즉 너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5분밖에 없다는 거야. 무릎 꿇고 빌 생각이 없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서강빈의 냉랭한 태도 앞에서 양이솔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악을 썼다.“서강빈, 너는 그냥 계속 그렇게 허튼소리나 하고 있어! 내가 왜 네 말을 믿어야 하는데? 네가 15분이라고 하면 15분인 거야?”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참,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지? 그렇다면 알려줄게. 나는 올해 35살이고 의학박사인 정주의 신의야. 국제 의학 포럼에서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의학 기관의 인정을 받았지. 국내에서는 이미 나한테 100억의 연봉을 제시한 의학 기관이 있어.”말을 마친 구성준은 아주 자랑스러운 듯 서강빈을 보면서 비꼬는 물음을 던졌다.“당신은 학위가 어떻게 되고 논문을 얼마나 발표했는지? 지금은 어느 기관에서 재직하고 있으며 연봉은 얼마나 되는가?”서강빈은 뒤돌아 미간을 찌푸린 채 구성준을 보면서 대답했다.“학위가 없고 발표한 논문도 없어. 의료 기관에서 재직하고 있지도 않아. 이런 대답, 만족해?”이 말을 들은 구성준은 바로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그 말은 당신이 돌팔이 의사라는 말이야? 당신 같은 쓰레기가 무슨 근거로 내가 이미 사망 선고를 내린 거나 다름없는 환자를 살리겠다는 거야?”서강빈은 이렇게 거들먹거리는 사람과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다가가서 오수연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은침 열몇 개를 꺼내 들더니 바로 침을 놓으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본 구성준이 다급하게 호통쳤다.“멈춰! 너 지금 침을 놓으려고?”“무슨 문제 있어?”서강빈은 구성준에 대해 불쾌한 마음이 점점 쌓여가서 불만 가득하게 되물었다. 구성준이 서둘러 대답했다.“내가 이미 침을 놨는데 소용없어. 네가 더 침을 놓는다고 해도 소용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야.”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가소롭다는 듯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진짜 허준 19 침이었다면 당신은 방금 이 사람을 살렸겠지만 아쉽게도 당신의 허준 19침을 틀렸어.”서강빈의 말에 구성준은 표정이 크게 변하여 서강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물었다.“네가 어떻게 허준 19침을 알아?”“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서강빈이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고 구성준은 굳은 표정으로 쌀쌀하게 말했다.“내 허준19침이 틀렸다고? 웃겨! 내 사부님이 누군지 알아? 그분은 신의 허준의 후손인
서강빈은 담담한 웃음을 띠고는 혼수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오수연을 보았다. 이윽고 그는 오수연의 몸에 있는 열몇 군데의 혈 자리에 은침을 놓았다. 구성준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서강빈이 침을 놓는 것을 보고 있었다.“참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애송이 녀석이 감히 나를 무시해? 도대체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내가 똑똑히 볼 거야!”구성준의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터져나 왔다. 하지만 서강빈이 침을 놓는 수법을 보는 순간 그는 당장에 표정이 변하여서 놀란 소리를 냈다.“허준 19침? 저 자식이 어떻게 허준 19침을 할 줄 알아?”구성준은 놀란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지만 침이 몇 개 더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마음속에서는 경악의 물결이 파도쳤다. 틀림없다. 서강빈이 지금 하는 것은 허준 19침이다. 구성준은 놀라서 넋이 나갔다가 뭔가 생각난 듯 분노하여 소리쳤다.“너 이 자식이 감히 허준 19침을 훔쳐? 이건 신의 명문가인 허씨 가문의 베일에 싸인 기술이야! 허씨 가문에서는 절대 가문 이외의 사람이 허준 19침을 훔쳐서 배우는 걸 용납하지 않아! 네가 감히 훔쳐서 배우는 건 허씨 가문에 도발하는 것이고 파멸을 자초하는 행동이야!”‘훔쳤다고?’곁에 있던 송해인과 양이솔도 놀란 표정으로 아직도 침을 놓고 있는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양이솔은 바로 비웃으며 말했다.“얼마나 큰 실력을 갖추고 있나 했더니 결국 다른 사람의 의술을 훔친 거였어? 정말 뻔뻔해!”양이솔과 구성준의 질타에도 서강빈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는 한편으로 오수연에게 침을 놓으면서 한편으로는 담담하게 말했다.“훔친 것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거 아니야?”서강빈은 말하는 와중에 침술에 변화를 주었고 이는 앞서 구성준이 침을 놓은 자리와 확연하게 달랐다. 이를 본 구성준은 미간을 찌푸렸고 마음속에서는 여러 차례 경악했다.“어떻게 된 거야? 이 자식이 4번째, 7번째, 13번째, 19번째에 놓는 침의 위치가 허준 19침이랑 다르잖아?”구성준은 어
“뭐라? 그렇게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애송이가 있다고? 재밌구나.”전화에서 허선봉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비웃었다.“사부님,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제일 중요한 건 이 자식이 사부님이 저한테 가르친 허준 19침이 틀렸다는 망언을 내뱉었어요. 그리고 심지어 이 자식은 방금 제 앞에서 몰래 배운 허준 19침을 보여줬고 함부로 침의 위치를 바꿔놨어요!”구성준은 화를 내며 말을 하면 할수록 표정에 그 분노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말을 들은 허선봉은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분노했다.“뭐라고? 그 자식이 허준 19침을 훔친 것도 모자라 함부로 고치기까지 했다고?”“네, 사부님. 여기로 빨리 와주세요.”구성준이 다급하게 말했고 굳은 얼굴을 한 허선봉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감히 겁없이 우리 허씨 가문의 허준 19침을 훔치고 함부로 고쳐버리는 놈이 도대체 어떤 놈인지 내가 직접 봐야겠어!”한편, 병실에서는 오수연이 깨어났다. 감격한 양이솔은 오수연의 손을 잡고는 울며 말했다.“엄마, 괜찮으세요?”오수연은 힘없이 말했다.“응, 괜찮아.”“서강빈, 우리 엄마가 다시 피 토하고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양이솔은 앞서 엄마가 깨어났다가 다시 피를 토하며 쓰러졌던 게 생각나 걱정스레 물었다. 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구 신의도 아니고, 의술이 그 정도로 엉망은 아니야.”이 말을 들은 구성준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야 이 자식아, 너 그게 무슨 말이야?”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무슨 말인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텐데 내가 더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화가 치밀어오른 구성준은 차갑게 대꾸했다.“좋아. 저 환자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똑똑히 볼 거야!”이윽고 구성준의 시선은 침대에 있는 오수연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오수연이 다시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1분 1초 흘러 10분이 지난 후에도 오수연은 멀쩡하게 침대에 기대 있었
얼굴이 확 굳어진 허선봉이 흰 눈썹을 꿈틀거리며 서강빈을 노려보았다. 문득 그의 표정이 변하더니 눈앞의 서강빈이 누군가를 닮은 듯 낯익다는 느낌이 들어 미간을 세게 찡그렸다. 하지만 이내 이런 느낌도 눈 녹듯 사라졌다.“젊은이, 우리 허씨 가문에서 전해져 내려온 허준 19침이 틀렸다고 자네가 그렇게 말했어?”허선봉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엄숙하게 물었다. 송해인과 양이솔은 지금 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허선봉을 직접 눈앞에서 볼 줄 예상치 못해서 깜짝 놀랐다.신의 허선봉, 그는 용국 한의학 영역의 거장 중 한 분이고 허준의 후대이며 허씨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이었다. 허선봉은 용국의 의학계에서 명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난치병을 치료한 전적이 많았고 많은 유명인사가 존경하는 귀빈이었다. 그의 명성은 한때 용국의 곳곳에 전해지기도 했다. 허선봉의 한마디 말이면 인간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었다. 설사 염라대왕이라고 해도 허선봉에게 양보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세상에 이름을 떨친 허선봉이라는 신의가 지금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서강빈! 당장 허 신의께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지 않고 뭐해!”양이솔이 불쑥 나서서 서강빈을 질타했다. 양이솔의 생각에 허선봉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였다. 만약 허선봉을 건드리게 되면 이 도시에서 제일가는 부자라고 해도 그 후폭풍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송해인도 긴장된 모습으로 서강빈의 곁으로 가서 그의 팔을 잡아끌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강빈아, 그냥 사과해. 허선봉이야,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하지만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음을 짓고는 허선봉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래. 내가 말했어. 무슨 문제 있어?”서강빈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굳어졌고 구성준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놈이 감히 우리 사부님 앞에서도 건방지게 그런 얘기를 지껄이네. 정말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이야!”양이솔도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구성준과
마치 엄청난 아량을 베푸는 듯한 이 말에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고 구성준이 나서서 그를 꾸짖었다.“미친놈이 웃긴 뭘 웃어?”사부님 앞에서 감히 저렇게 웃다니, 이건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쌀쌀하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수준도 이 정도밖에 되지 않네. 용국 한의학 영역에서 발언권이 좀 있다고 이렇게 독단적이어도 되는 거야? 허선봉 씨, 4년 전에 내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저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했던 일은 기억 못 하나 봐?”서강빈의 말은 병실에 커다란 소란을 몰고 왔고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말이지? 허선봉이 4년 전에 서강빈의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고?’시선을 마주친 오수연과 양이솔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쳤다.“허 신의님, 이게, 이건 저 자식이 한 말입니다. 저희랑은 상관이 없어요...”“서강빈, 너 미쳤어? 감히 그런 미친 소리를 해? 우리도 같이 망하게 하고 싶어?”양이솔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송해인도 눈동자가 떨려오며 겁먹은 얼굴로 황급히 서강빈의 옷깃을 잡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강빈, 얼른 허 신의께 사과해. 이런 얘기는 하면 안 됐어.”하지만 서강빈은 두려움이 없이 태연한 얼굴이었다. 구성준은 크게 화를 내며 서강빈에게 욕을 퍼부었다.“미친놈! 네가 방금 뭐라고 한지 알기나 해? 우리 사부님이 너 까짓걸 스승으로 모셨다고? 네가 말하고도 그 말이 참 우습다고 생각되지 않아?”구성준은 또 허선봉에게 말했다.“사부님, 저 자식은 너무 건방집니다. 바로 죽이는 게 어떻습니까? 혹은 허씨 가문의 인맥을 이용하여 저 자식을 망가뜨리고 평생 다시는 의술을 쓰지 못하게 하고 말도 못 하게 만드는 겁니다!”구성준은 아주 분노했다. 허선봉은 그의 사부님이고 용국 한의학 영역의 거장 중 한 사람이었다. 만약 허선봉이 4년 전에 서강빈을 스승으로 모셨다면 저 자식은 구성준의 사조가 된다는 말이 아닌가?지금 허선봉의 표정도 크게 변하였고 그는 흰 눈썹을 치켜들며 흐릿한 눈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