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석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이 송주에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변태란 말이야! 심 대표님이 제시했던 요구는 우리 송씨 가문에서 네 두 손을 망가뜨린 채로 너를 심진 그룹 앞에 데리고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하게 하는 거였어! 근데 우리 누나가 미친 것인지 너를 보호하겠다고 홀로 심진 그룹으로 갔단 말이야. 그런데도 너는 지금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숨어서 너랑 상관없다는 말이 나와? 너 정말 사람이 아니구나! 우리 누나가 그렇게나 너를 생각해준 게 아까워!”송태호가 투덜거리는 말과 욕을 듣고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차갑게 물었다.“뭐라고? 송해인이 홀로 심진 그룹에 갔다고?”“그래! 네가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가서 우리 누나를 구해줘. 늦으면 우리 누나는 심종석 그 자식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될 거야!”송태호가 소리쳤고 서강빈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송해인, 정말 오지랖이네.”어쩔수 없이 서강빈은 송태호의 차를 운전하여 심진 그룹으로 달려갔다. 서강빈이 떠나는 것을 보고 송태호와 양미란은 시선을 마주치며 만족스러운 듯한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한편, 이미 심진 그룹에 도착한 송해인은 대표 사무실 안에서 심종석을 향해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었다.“심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 전남편이 대표님께 손을 댈 줄 몰랐습니다. 그 사람을 대신해서 대표님께 사과하겠습니다.”심종석은 눈앞에 있는 송해인을 훑어보다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송 대표, 우리 다들 성인인데 사과하러 왔으면 성의를 좀 보여야지? 고작 몇 마디 말로 나더러 당신 전남편을 용서해달라는 건 너무 황당한 일이 아닌가? 아니면 송 대표가 아예 나를 무시하고 있는 건가?”이 말을 들은 송해인이 다급하게 소리쳤다.“심 대표님, 그런 뜻이 아니라...”“그럼 무슨 뜻인데?”심종석은 사람을 압박하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 송해인은 어쩔수 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심 대표님, 제가 어떻게 하면 될지 얘기하세요. 대표님의 얘기를 따를게요.”“내 말을 듣겠다고? 송 대표
서강빈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본 송해인은 얼굴이 굳어져서 미간을 찌푸리고 긴장된 말투로 말했다.“너 왜 왔어?”서강빈은 다가가서 별다른 말 없이 송해인의 손에 들린 술병을 빼앗아 들고 차갑게 말했다.“내가 안 오면 이 두 병을 다 마시려고?”“나는...”송해인은 억울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이때, 맞은 편에 앉아있던 심종석은 서강빈을 보고 화가 난 얼굴로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미친놈, 감히 제 발로 여기를 오다니,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놈이구나!”서강빈은 차갑게 웃고는 심종석에게로 다가갔다.“서강빈, 너 뭐 하려고?”다급해진 송해인이 서강빈을 붙잡자 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서강빈은 손에 들린 술병 두 개를 보면서 심종석에게 얘기했다.“심 대표, 내가 술을 권할게. 어때?”“무슨 뜻이야?”심종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표정이 어두워졌다.“바로... 이 뜻.”서강빈은 차갑게 말하고는 술병을 들어 심종석의 머리에 내리쳤다. 펑 하고 큰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심종석의 머리는 살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 붉은 피는 술과 섞여 심종석의 머리와 얼굴을 타고 온몸에 흘렀다. “아악!”심종석은 머리를 안고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를 보고 깜짝 놀란 송해인은 입을 틀어막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경악했다.“서강빈, 뭐 하는 거야?”큰일 났다! 서강빈이 심종석의 머리를 깼으니 이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젠장! 미친놈! 너 죽고 싶어?”심종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피범벅이 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그는 지옥에서 온 악귀처럼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소리쳤다.“너 오늘 여기서 살아서 나갈 생각을 하지 마!”심종석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전화기를 들고는 소리 질렀다.“경호실에 있는 사람들 전부 무기를 들고 내 사무실로 집합해!”전화를 끊고 심종석은 서늘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낮은 음성의 목소리로 위협했다.“감히 내 머리를 쳐? 젠
깜짝 놀란 송해인은 더 다가가는 서강빈을 붙잡고 울면서 말했다.“그만, 그만해... 심진 그룹의 심종석이야.”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렸다. 이때, 열 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사나운 모습으로 몽둥이를 들고 문을 쳐들어왔다. 그들은 피범벅이 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심종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세상에! 심 대표님? 괜찮으세요?”경호팀장이 얼른 달려가서 심종석을 부축했다. 심종석은 분노하여 서강빈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저 자식을 죽여버려!”이 말을 들은 경호팀장은 고개 돌려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지시했다.“저놈을 잡아!”그러자 순간 열 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동시에 달려가 서강빈을 제압하려고 했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신속하게 대응하여 십 초 남짓한 시간에 열 명이 넘는 경호원들을 모두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 장면을 본 심종석은 깜짝 놀랐고 서강빈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겁을 먹은 채 소리쳤다.“너, 너 뭐 하려고?”“뭐하냐고?”서강빈은 차갑게 웃고는 심종석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심종석은 그 자리에서 허공으로 날아올라 열몇 바퀴를 돌더니 육중한 돼지처럼 바닥에 부딪혔다.사무실 전체가 흔들렸다. 심종석이 일어나기도 전에 서강빈은 다가가 심종석의 가슴에 발을 올려 살짝 힘을 주자 심종석은 피를 토했다.“심 대표, 이대로 죽을래, 아니면 더 살고 싶어?”서강빈은 위에서 차가운 시선으로 심종석을 내려다보았고 심종석은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 가슴은 거대한 돌덩이가 누르고 있는 것 같았고 갈비뼈가 몇 대나 끊어진 듯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나, 나는 심종석이야. 네가 감히 나한테 이래? 너는 이제 끝났어! 비오 그룹도 끝났고 송씨 가문도 끝이야!”심종석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건방지게 협박했다.“보아하니 심 대표는 아직 불만이 많나 보네.”서강빈은 차가운 웃음을 짓고는 손을 들어 은침 몇 개를 심종석의 혈 자리에 신속하게 꽂았고 심종석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냈다. 그 순간, 심종석은 온몸이 전기톱에 갈리
서강빈은 담담하게 손을 들어 심종석의 몸에 꽂혀있던 침을 뺐다. 그 순간, 심종석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바닥에 쓰러져 까딱 움직이지 못했다. 온몸의 뼈와 살은 방금의 격렬한 통증이 남긴 후유증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바스러질 듯했다.“심종석, 느낌이 어때? 한 번 더 해볼래?”서강빈이 차갑게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심종석은 퍼뜩 놀라며 얼른 일어나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우는 소리로 애원했다.“형님,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말씀을. 너무 아픕니다. 저는 정말 고통을 못 참아요. 앞으로 절대 형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서강빈은 쌀쌀하게 웃으며 물었다.“나 하나만?”심종석은 멈칫하더니 이내 알아채고 고개 돌려 곁에 있던 송해인한테도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송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송 대표님에게 실례를 범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송해인은 놀라서 넋이 나갔다. 심종석이 무릎 꿇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심진 그룹의 심종석이다. 송주에서의 지위가 보통이 아닌 심종석이란 말이다. “심, 심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송해인은 살짝 멍한 눈빛으로 대답하며 소파에 앉아있는 서강빈을 보았다. 이때, 서강빈은 일어서서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가운 눈길로 심종석을 보며 물었다.“그럼 비오 그룹과의 프로젝트는?”“모든 걸 다 원래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심종석은 황급히 대답했다. 그는 서강빈이 다시 아까의 침을 자신에게 꽂을까 봐 겁이 났다. 다시 그 고통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잘 아네.”서강빈은 차갑게 대꾸하고 뒤돌아 송해인에게 말했다.“가자.”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갔다. 심종석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서강빈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서강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종석을 향해 무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심 대표, 수를 쓰거나
하지만 송해인은 그 말을 채 뱉지 못하고 차갑게 서강빈을 노려보며 말했다.“됐어. 어차피 내 마음도 몰라줄 텐데, 너랑 더 얘기 안 할래!”송해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길가로 걸어가서 차를 기다렸다. 서강빈은 난처한 웃음을 짓고는 송태호의 차를 몰고 송해인의 앞에 서서 차창을 내리고 물었다.“데려다줄까?”“됐어! 나 혼자 택시 타고 갈래.”송해인은 씩씩거리며 말했고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페달을 밟고 떠났다. 점점 멀어져 돌아올 기미가 전혀 없는 차를 보면서 송해인은 더 화가 났다. “젠장! 서강빈, 이 쓰레기 같은 자식!”송해인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욕을 퍼부었다. 결국, 그녀는 택시를 타고 회사로 복귀했다.송명옥과 회사의 고위인사들, 그리고 주주들은 심진 그룹과 비오 그룹 사이에서 중단되었던 모든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전갈을 받았고 그제야 모두 안도했다.“해인아, 잘했어. 회사를 너에게 맡기면 내가 마음이 놓여.”송명옥이 웃으며 말했고 송해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할머니,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할게요.”송명옥이 대답하기도 전에 송해인은 회의실을 나섰다.“이 계집애가 점점 더 말이 아니구나. 감히 나까지 저렇게 무시하다니!”송명옥은 떠나는 송해인을 보며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송명옥도 어쩔수 없는 게, 회사를 살리려면 송해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소식을 듣고 회사로 달려온 양미란과 송태호는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것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젠장! 서강빈, 이 자식이 운이 좋네! 심종석이 저렇게 쉽게 저 자식을 봐주고 회사와의 프로젝트를 회복했다고?”송태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댔다. 양미란도 미간을 찡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보아하니 이 비서가 말한 방법대로 해봐야겠네.”그 말에 두 모자는 시선을 마주쳤고 시선의 깊은 곳에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한편, 만물상점에 돌아온 서강빈은 밖으로 나오지 않고 가게에서 탄천병의 각
양이솔의 성격으로 봐서는 절대 서강빈에게 가서 빌지 않을 거라는 걸 송해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숙모인 오수연은 이미 피를 토하며 혼수상태에 빠졌고 병원에서는 전문가들이 이미 다 살펴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하지만 숙모께서 이미 저 지경이 되었는데 무슨 일 생길까 봐 걱정되지 않아?”송해인의 물음에 양이솔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이미 친구한테 연락해서 신의 한 분을 모셔오고 있어요. 서강빈 그 자식의 도움을 받을 필요 없어요. 내가 그놈한테 무릎을 꿇으라고요? 정말 자기 주제를 모르는 놈이네요!”“신의? 누구야?”송해인이 의아하게 묻자 양이솔은 두 손을 가슴 앞에 팔짱 끼고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거들먹거리며 말했다.“구성준이라고 하는 정주의 구 신의에요. 이제 서른이 좀 넘은 나이에 이미 국내에서도 국제에서도 위상이 대단하다고 해요!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학술적인 논문도 많이 발표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각 병원과 의료 연구 기에서 탐내는 신의에요! 정주에서는 구성준이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없대요.”이 말을 들은 송해인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구성준, 구 신의?’이 이름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소문이 자자한 신의였는데 의학 분야에서 꽤 유명했고 한의학과 서의학에 대해서 모두 깊은 연구를 진행한 명의였다. 조선 시대 유명한 의원이었던 허준 선생의 후손이라는 소문도 있었다.송해인은 양이솔이 구성준을 데리고 올 줄 생각지 못했다.“정말이야? 정말 구성준을 모셔왔어?”송해인이 의아하게 묻자 양이솔은 거만한 말투로 대답했다.“당연하죠. 곧 도착한대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서른 남짓한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금색 테로 된 안경을 끼고 있었고 무척 지적인 모습이었다.“양이솔 씨 계십니까?”그는 웃으며 물었고 이를 본 양이솔은 얼른 웃는 얼굴로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다.“구 신의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얼른 저희 엄마를 치료해주세요. 지금 피를 토하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깨어나지
이 말을 들은 오수연은 곁에 서 있는 구성준을 보고 감격하여 말했다.“구 신의님, 정말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구성준은 웃음을 짓고는 침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때, 침대에 있던 오수연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는 무척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구, 구 신의님, 가슴이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요...”이윽고 오수연은 또다시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었다. “엄마, 엄마! 나 놀라게 하지 말고 얼른 눈 떠 봐요!”깜짝 놀란 양이솔이 오수연의 몸을 흔들었지만, 오수연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구 신의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희 엄마가 왜 또 피를 토하고 쓰러지신 거죠?”양이솔은 황급히 구성준을 보며 물었다. 구성준의 표정도 크게 변하여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하게 말했다.“이럴 리가 없는데, 방금 제가 침을 놓았으니 괜찮아져야 하는데요.”구성준은 신속하게 다가가 다시 오수연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살펴보던 구성준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얼른 은침을 꺼내 다시 오수연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십여 분을 바삐 돌아쳤지만, 오수연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수연의 안색은 점점 더 안 좋아졌고 검게 변하기까지 했다. 양이솔은 곁에서 어찌할 줄 몰랐다. 이 모습을 본 송해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구성준이 오수연에게 침을 놓는 과정을 찍어서 서강빈에게 보내주고는 물었다.“서강빈, 이분은 정주에서 오신 구 신의, 구성준이라고 해. 지금 이분이 숙모님께 침을 놓고 있는데 소용이 없는 것 같아.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한번 봐줘.”한편, 서강빈은 만물상점에서 탄천병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송해인이 보내온 영상을 보고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바로 답장을 보냈다.“이런 것도 신의라고? 그냥 돌팔이라고 해!”“무슨 말이야?”송해인이 묻자 서강빈이 대답했다.“4번째, 7번째, 13번째, 그리고 19번째까지 혈 자리를 잘못 찾았어.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사람이 지금 하는 것은 신의 허준 선생한테서 전수해서 내려온 허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 무척 불쾌한 표정으로 기세등등하게 서있는 양이솔을 보았다.“이게 지금 부탁하러 온 사람 태도야?”서강빈이 차갑게 되물었고 양이솔은 도도하게 대답했다.“서강빈, 무슨 뜻이야? 내가 직접 너를 찾아왔잖아. 주제도 모르고 그딴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병원으로 가서 우리 엄마를 살려내!”양이솔의 뻔뻔한 태도에 서강빈은 차갑게 웃고는 말했다.“거절할게. 내가 아까 분명히 말했어. 너희 엄마를 살리고 싶다면 무릎 꿇고 나한테 빌어야 한다고.”“젠장! 서강빈, 어디서 무게를 잡아?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너한테 무릎까지 꿇고 빌어야 해?”양이솔은 씩씩거리며 불쾌해했다. 이때 송해인이 차에서 내려 달려와서는 얼른 양이솔을 붙잡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이솔아, 너는 지금 부탁하러 온 거야. 태도 똑바로 해.”“내 태도는 변함없을 거예요!”양이솔이 소리쳤고 난감해진 송해인이 서강빈에게 말했다.“강빈아, 나를 봐서라도 병원에 가서 우리 숙모님을 치료해주면 안 돼?”“안돼.”서강빈은 차갑게 대답했고 송해인은 더 난처해져서 양이솔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송해인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자 양이솔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나 보지 말아요. 나는 절대 저 자식 앞에 무릎 꿇고 빌지 않을 거예요! 내가 직접 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저 자식을 봐준 거예요!”양이솔도 고집이 대단했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고 두 사람은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시간이 1분 1초 지나가고 서강빈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너희 엄마는 15분가량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여기서 병원까지는 10분 정도 걸려. 그 말인즉 너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5분밖에 없다는 거야. 무릎 꿇고 빌 생각이 없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서강빈의 냉랭한 태도 앞에서 양이솔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악을 썼다.“서강빈, 너는 그냥 계속 그렇게 허튼소리나 하고 있어! 내가 왜 네 말을 믿어야 하는데? 네가 15분이라고 하면 15분인 거야?”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