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약은 서강빈이 예전에 미리 준비했었던 것이다.송해인이 아침에 바빠서 자신이 만든 아침을 먹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송해인은 가슴께를 움켜쥐고 두 손을 덜덜 떨면서 서랍을 열어 작은 병을 꺼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병뚜껑을 열었다.그러나 가슴이 너무 아팠던 탓에 그녀는 부주의로 병을 떨어뜨렸고, 그 바람에 약 십여 알이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 송해인은 몸을 떨면서 쭈그리고 앉아 그중 한 알을 주워 삼켰다.서강빈은 뭔가 쏟아지는 소리와 잡음만 들려서 초조한 마음으로 택시를 잡으며 말했다.“해인아, 괜찮아? 어때?”한참 뒤에야 전화 건너편에서 송해인의 호흡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나 괜찮아...”서강빈은 그제야 안도했다.서강빈은 조금 전 자신이 얼마나 초조해하고 긴장해 했는지 모를 것이다.서강빈은 가게 앞에 멈춰 서서 침묵했고, 송해인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침묵했다.두 사람은 휴대전화를 든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아주 오랫동안 서로의 숨소리만 들었다.“그...”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뗐다.서강빈은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먼저 얘기해.”송해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당신, 조금 전에 날 해인이라고 불렀어...”서강빈은 멈칫했다. 그는 가게 앞에 서서 고개를 젖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조금 전에는 너무 급해서 그랬나 봐, 미안해.”“아냐.”송해인은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내며 웃었다. 그녀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송해인은 길게 숨을 내쉬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 뒤에야 말했다.“약 고마워.”“그래.”서강빈이 대답했다.“참,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어?”송해인의 질문에 서강빈은 잠깐 고민하다가 덤덤히 말했다.“아무것도 아냐.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잠깐.”송해인은 며칠 동안 꾹 참고 있던 말이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몇
이세영이 황급히 대답했다.“대표님, 금오단에 관한 여론은 전부 잠재웠습니다. 대표님 뜻에 따라 서강빈이 인터넷에 올렸던 금오단 치료에 함께 쓰이는 침구술에 관한 글은 공식 지도 영상으로 제작되어 금오단과 함께 판매될 겁니다.”“그래.”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들린 약병을 보고 있는 송해인은 정신이 딴 데 팔린 듯했다.이세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대표님... 무슨 생각 하세요?”“아, 아무것도 아니야.”송해인은 싱긋 웃으며 약병을 서랍 안에 넣었다.이세영이 떠보듯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 몸이 안 좋으신 거면 병원에 가볼까요? 아무 약이나 드시면 안 돼요.”난 괜찮아. 이건 예전에 서강빈이 날 위해 만들어준 약이야.”송해인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그 말을 들은 이세영은 미간을 좁히며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서강빈 씨가 만든 약이라고요? 대표님, 그 약에 문제가 있을까 걱정되지 않으세요?”그 말에 송해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이 비서, 약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내가 그걸 모르겠어?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나가 봐.”송해인은 조금 화가 났다.그녀는 이세영이 서강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서강빈을 헐뜯는 건 견딜 수 없었다.“...네.”이세영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그러나 그녀는 티 내지 않고 몸을 돌려 사무실에서 나갔다.하지만 사무실에서 나가자마자 이세영의 안색이 삽시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유리창 넘어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송해인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의 약이라고?”이세영은 미간을 구기고 차갑게 코웃음 친 뒤 발을 구르고 떠났다.30분 뒤, 송해인은 사무실에서 나와 금오단과 관련된 미팅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했다. 이때 이세영이 서류를 들고 몰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빠르게 서랍을 열어 약병을 꺼냈다. 그녀는 병 안에서 약 한 알을 꺼내 자세히 살피고 냄새까지 맡더니 혐오스러운 표
서강빈은 전화를 끊은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 잿더미가 된 가게를 청소하기 시작했다.이때 그의 가게 앞에 벤츠 한 대가 멈춰 섰다.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기며 그것을 바라봤다.차 안에서 4,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내렸다. 그는 흰색 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서강빈에게로 달려가서 예를 갖추며 웃어 보였다.“서강빈 씨, 죄송합니다. 제게 친구가 한 명이 있는데 서강빈 씨께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심 회장님이셨군요. 직접 오신 건가요?”서강빈이 웃으며 말했다.심형운이 직접 데리고 온 사람이라면 예사 인물이 아닐 것이다.“서강빈 씨, 이분은 송주 의사 협회의 김익준 교수님이십니다. 송주 한의학 대회 예선 심사위원장이에요.”심형운이 서둘러 소개했다.그의 옆에는 뒷짐을 진 노인이 서 있었다. 5, 60대로 보이는 그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송주 한의학 대회 예선 심사위원장? 거 참, 타이틀 한 번 거창하구만.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인 뒤 두 사람에게 옆에 있는 하도운의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눈짓했다심형운은 서둘러 김익준을 안내하며 웃었다.“김 교수님, 이분이 바로 제가 말씀드렸었던 서강빈 선생님이세요. 의술이 아주 뛰어납니다.”“그렇게 대단하다고요? 그러면 서강빈 선생님께서 절 좀 진찰해 주시죠.”김익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면서 손을 뻗었다.“진맥해야 하나요?”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한의학은 환자의 병세를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어 보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병을 볼 때 무조건 진맥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게다가 김 교수님께서는 병이 없으시네요.머리가 아픈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건 김 교수님께 사악한 기운이 붙었기 때문입니다.”그 말에 가게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사악한 기운이라니.’“그 말이 사실입니까?”김익준은 불만스러운 듯 미간을 구겼다.서강빈은 덤덤히 웃으며 김익준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의 펜던트를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이
“펜던트에 있는 사악한 기운은 음기이고, 빨간 펜에 있는 검은 개의 피인데, 아주 강한 양기라 음기를 억제할 수 있죠.”김익준은 그 말을 듣더니 크게 깨달은 표정으로 예를 갖추며 말했다.“이 세상에 이렇게 신기한 치료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서 선생님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갖추고 계시는데 왜 송주 한의학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신 겁니까?”“서 선생님이 참가하셨다면 분명 크게 빛을 발했을 겁니다. 그리고 한의학 대회도 빛냈을 겁니다!”김익준이 떠난 뒤 서강빈은 심심한 얼굴로 가게 안에 앉아있었다.그는 조금 전 김익준이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한의학 대회에 참가한다고?’솔직히 서강빈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그는 명성을 추구하거나 이득을 추구하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그가 좋아하는 건 평온하게, 자유롭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었다.그러나 이러한 마음가짐 때문에 그의 결혼 생활은 끝을 맞이했다.그리고 송해인의 눈에 그는 투지 따위 없는 쓸모없는 인간이었다.이때 하도운의 커다란 머리가 문틈 사이로 빼꼼 내밀어졌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형, 대단하네요. 조금 전 그건 언제 저한테 알려주실 거예요? 형도 알다시피 저처럼 장례와 관련된 일을 하면 여러 가지 신비한 일을 겪게 돼서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거든요.”서강빈은 그를 향해 눈을 흘긴 뒤 소파에 기대어 앉아 고민했다.‘한의학 대회에 참가해야 할까?’하도운은 거리낌 없이 자리에 앉으며 잔에 물을 따랐다. 그가 웃음 말했다.“참, 강빈 형. 조금 전에 그 교수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형은 의술도 대단한데 왜 그 한의학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거예요?”“그건 전국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잖아요. 대단한 사람들만 남아서 유명해지던데. 명성이나 지위, 돈 같은 건 쉽게 얻을 수 있다고요.”“형수님은 형이 운영하는 가게를 같잖게 생각하던데, 차라리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서 유명해져서 형수님이 형을 달리 보게 하는 건 어때요?”‘달리 본다
서강빈은 그제야 권효정이 천주 권씨 집안 사람이라는 걸 떠올렸다.한의학 대회는 권씨 집안에서 주최한 것이었다.그러나 한의학 대회에는 주최자와 후원자가 꽤 많았기에 권씨 가문이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그러나 권씨 가문의 세력과 수단을 생각해 보면 서강빈을 결승까지 보내는 건 쉬웠다.하지만 서강빈은 거절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권효정 씨, 전 제 실력으로 참가하고 싶어요. 전 제 의술이 한의학 대회에서 몇 위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아, 그래요.”권효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더 그득해졌다.그녀는 서강빈처럼 끊임없이 노력하는 남자를 좋아했다.이내 차가 송주 한의학 대회 예선 현장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간 서강빈은 사람이 꽤 많다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시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현장에는 환자 2명이 있었는데 예선에 참가하는 의사라면 자신의 의술로 환자의 병증과 치료 방법을 적은 뒤 심사위원에게 건네서 채점하게 하는 형식이었다.권효정은 껌딱지처럼 서강빈의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서강빈이 시험 구역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김익준 교수님, 이번 송주 한의학 대회 예선에 서강빈이라는 사람이 참가해요. 그가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전화 건너편에서 심형운과 함께 식사하던 김익준은 살짝 당황하며 의아한 듯 물었다.“서강빈 씨요? 권효정 씨, 자료 있어요? 있으면 보내주세요.”“네.”권효정은 전화를 끊은 뒤 조금 전 몰래 찍어두었던 서강빈의 자료를 그에게 보내줬다.김익준은 이번 송주 예선의 심사위원장이었기에 권력이 아주 컸다.자료를 받은 김익준은 곧바로 흥분하며 말했다.“이분은 서강빈 씨 아닌가요? 정말 한의학 대회에 참가하셨네요.”심형운은 그것을 본 뒤 웃으며 말했다.“김 교수님은 운도 좋으시네요. 서강빈 씨 의술이라면 결승전까지는 절대 문제없어요. 서강빈 씨는 한의학계의 유망주라고 할 수 있죠. 김익준 씨가 주관하는 도시에서 서강빈 씨
그 광경과 그 말에 사람들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진기준은 의아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대단하신 김 교수님이 서강빈 저 무능력한 놈을 저렇게 공손하게 대하다니. 의술? 무슨 의술? 서강빈 저 자식이 언제부터 의술을 할 줄 알았다고.’“김 교수님, 뭔가 잘못 아신 것 아닙니까? 서강빈 씨가 의술을 갖추다뇨? 그것도 오디션은 참가할 필요도 없고 다음 라운드 때 오면 된다고요?”진기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김익준은 몸을 돌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왜요? 내 말을 믿지 않는 겁니까? 진 대표랑 서강빈 선생님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는 몰라도, 서 선생님의 의술은 내가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어요. 바로 군 대회로 나가는 건 일도 아니라고요!”그 말에 주위는 의논이 분분했다.적지 않은 참가자들이 작은 목소리로 의논했다.“부적이나 팔고 관상이나 봐주는 사기꾼이라고 하지 않았나?”“그러게. 저런 사람이 의술을 할 줄 안다고?”“설마 김 교수님 친척인 거 아닐까? 저 사람이 본선에 나간다면 우리 정원이 한 명 줄어들 텐데.”여론 방향이 바뀌었다.진기준은 그 말을 듣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김 교수님, 교수님은 덕망 높은 선배입니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당연히 믿지만, 그래도 무엇 때문에 서강빈 씨에게 군 대회로 나갈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신 거지 궁금합니다.”“아시다시피 군 대회에 나가려면 적어도 송주에서 주임교수급이어야 하니까요.”“서강빈 씨는 제가 3년 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그는 데릴사위로 예전에는 그래도 회사도 차리고 꽤 잘 나갔지만 최근 2년 동안은 매일 먹고 놀기만 하는 무능한 인간이었습니다.”그 말에 복도가 순간 소란스러워졌다.“데릴사위라고?”“세상에, 여자 등골 빨아먹는 놈이었네.”“그런 사람이 무슨 의술이야. 말도 안 돼.”사람들은 다시 한번 의논하기 시작했다.김익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서강빈 씨는 내 두통을 치료해 줬어요.”현장이 적막에
김익준은 그 말을 듣더니 버럭 화를 내며 진기준을 매섭게 노려봤다.“진기준이라고 했나? 자네 기억하겠어.”진기준은 미간을 살짝 구길 뿐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는 서강빈이 의술도 모르면서 돌팔이 행세를 하며 김 교수를 속이는 거라고 굳게 믿었다.서강빈의 꼼수를 까발리고 나중에 다시 김 교수와 잘 얘기하면 이번 일은 잘 넘어갈 것이다.자신이 사기꾼을 잡아낸 일로 김 교수가 기뻐하며 승진도 시켜주고 학술도 더 가르쳐줄지 모른다.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다!‘X발 나 왜 이렇게 똑똑해.’진기준이 속으로 희열에 넘쳐 있을 때 서강빈이 입을 열었다.“나 시간 없으니 이렇게 하죠. 그 환자분 불러와요. 내가 현장에서 치료할게요.”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뭐라고?이 현장에서 병 치료를 한다고?!오늘 선발된 그 환자는 난치병으로 유명한 환자라 이름 있는 의학 노교수들도 성공적으로 치료할 거란 보장이 없었다.“서강빈 씨, 지금 뭐라고 했어요? 현장에서 바로 치료한다고요?”진기준이 놀란 듯 미간을 확 찌푸렸다.서강빈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무슨 문제 있어요?”‘그래, 너 잘났다!’진기준은 피식 웃었다.“오늘 온 환자는 수년간 송주의 여러 병원을 돌아다녀도 줄곧 못 고친 난치병 환자예요. 그런데 감히 이 현장에서 치료하겠다고요?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왔네 아주!”주위에 있던 오디션에 참가한 의사들과 심사단도 야유 섞인 미소를 날렸다.“헐, 저 자식 허세 오지네.”“뭐 설마 주머니에서 부적 몇 개 꺼내고 신이시여 빌면서 굿으로 치료하려고?”“하하하, 그만해. 웃겨 죽겠네.”“쟤가 치료에 성공하면 우린 몇 년 동안 의학을 괜히 배운 거야. 차라리 귀농하는 게 낫겠다.”서강빈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들이 치료 못 하는 건 본인들 의학 실력이 달려서 그런 거지 나까지 싸잡아서 얘기하면 안 되죠.”헐...그의 허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그는 지금 송주 모든 병원의 전문의, 교수급 의사 등 명의에게 도발하고
김익준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강빈 씨 정말 자신 있어요? 이 환자는 불치병 환자예요.”서강빈이 웃으며 말했다.“저 못 믿으세요, 교수님?”“그건...”김익준은 머뭇거리다가 씩 웃으며 답했다.“믿어요, 당연히 믿죠!”“시작할게요.”서강빈이 말했다.곧이어 오디션에 참가한 환자가 사람들에게 이끌려 홀에 들어와 의자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도 주위에 둘러싸여 쉴 새 없이 수군거렸다.휴대폰을 꺼내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보였다.진기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실실 비꼬면서 말했다.“서강빈 씨, 너무 무리할 거 없어요. 그러다 진짜 망신당하면 창피해서 어떡해요?”서강빈은 담담하게 웃더니 환자에게 다가갔다.“서강빈 씨, 이 환자는 아주 이상해요. 배탈이 난 지 반년이나 지났어요. 먹으면 바로 싸서 백 킬로였던 체중이 이젠 오십 킬로밖에 안 돼요. 뼈 밖에 안 남았죠. 계속 이러다가 보름도 못 버틸 것 같아요.”김익준은 환자의 증상을 소개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대부분 의사들은 후사를 준비하라고 했어요.”서강빈은 가까이 다가가 환자를 살펴보았는데 순금 액세서리를 가득 하고 있는 중년 남자였다. 사장님 포스가 물씬 풍겼지만 체형이 비쩍 말라 뼈밖에 안 남았고 낯빛이 누렇게 변해버렸다. 환자는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이마에 땀을 줄줄 흘리며 겨우 질문을 건넸다.“의사 선생님, 저 아직 치료 가능한가요?”이때 진기준이 펄쩍 뛰어나오며 실실 비꼬았다.“그럼요! 유능하신 서강빈 의사 선생님이 있으니 무조건 고칠 수 있어요! 걱정 붙들어 매세요, 황 사장님.”“정말요?”황규성의 눈가에 화색이 돌았다.그는 철퍼덕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애원했다.“서 신의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요. 저 돌팔이들은 나 보고 집에 돌아가 후사나 준비하라는데 난 아직 더 살고 싶다고요...”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기며 황규성을 일으켰다.이때 진기준이 음침한 미소를 날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서강빈 씨, 미리 말씀드리는데 황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