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그제야 권효정이 천주 권씨 집안 사람이라는 걸 떠올렸다.한의학 대회는 권씨 집안에서 주최한 것이었다.그러나 한의학 대회에는 주최자와 후원자가 꽤 많았기에 권씨 가문이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그러나 권씨 가문의 세력과 수단을 생각해 보면 서강빈을 결승까지 보내는 건 쉬웠다.하지만 서강빈은 거절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권효정 씨, 전 제 실력으로 참가하고 싶어요. 전 제 의술이 한의학 대회에서 몇 위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아, 그래요.”권효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더 그득해졌다.그녀는 서강빈처럼 끊임없이 노력하는 남자를 좋아했다.이내 차가 송주 한의학 대회 예선 현장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간 서강빈은 사람이 꽤 많다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시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현장에는 환자 2명이 있었는데 예선에 참가하는 의사라면 자신의 의술로 환자의 병증과 치료 방법을 적은 뒤 심사위원에게 건네서 채점하게 하는 형식이었다.권효정은 껌딱지처럼 서강빈의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서강빈이 시험 구역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김익준 교수님, 이번 송주 한의학 대회 예선에 서강빈이라는 사람이 참가해요. 그가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전화 건너편에서 심형운과 함께 식사하던 김익준은 살짝 당황하며 의아한 듯 물었다.“서강빈 씨요? 권효정 씨, 자료 있어요? 있으면 보내주세요.”“네.”권효정은 전화를 끊은 뒤 조금 전 몰래 찍어두었던 서강빈의 자료를 그에게 보내줬다.김익준은 이번 송주 예선의 심사위원장이었기에 권력이 아주 컸다.자료를 받은 김익준은 곧바로 흥분하며 말했다.“이분은 서강빈 씨 아닌가요? 정말 한의학 대회에 참가하셨네요.”심형운은 그것을 본 뒤 웃으며 말했다.“김 교수님은 운도 좋으시네요. 서강빈 씨 의술이라면 결승전까지는 절대 문제없어요. 서강빈 씨는 한의학계의 유망주라고 할 수 있죠. 김익준 씨가 주관하는 도시에서 서강빈 씨
그 광경과 그 말에 사람들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진기준은 의아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대단하신 김 교수님이 서강빈 저 무능력한 놈을 저렇게 공손하게 대하다니. 의술? 무슨 의술? 서강빈 저 자식이 언제부터 의술을 할 줄 알았다고.’“김 교수님, 뭔가 잘못 아신 것 아닙니까? 서강빈 씨가 의술을 갖추다뇨? 그것도 오디션은 참가할 필요도 없고 다음 라운드 때 오면 된다고요?”진기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김익준은 몸을 돌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왜요? 내 말을 믿지 않는 겁니까? 진 대표랑 서강빈 선생님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는 몰라도, 서 선생님의 의술은 내가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어요. 바로 군 대회로 나가는 건 일도 아니라고요!”그 말에 주위는 의논이 분분했다.적지 않은 참가자들이 작은 목소리로 의논했다.“부적이나 팔고 관상이나 봐주는 사기꾼이라고 하지 않았나?”“그러게. 저런 사람이 의술을 할 줄 안다고?”“설마 김 교수님 친척인 거 아닐까? 저 사람이 본선에 나간다면 우리 정원이 한 명 줄어들 텐데.”여론 방향이 바뀌었다.진기준은 그 말을 듣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김 교수님, 교수님은 덕망 높은 선배입니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당연히 믿지만, 그래도 무엇 때문에 서강빈 씨에게 군 대회로 나갈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신 거지 궁금합니다.”“아시다시피 군 대회에 나가려면 적어도 송주에서 주임교수급이어야 하니까요.”“서강빈 씨는 제가 3년 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그는 데릴사위로 예전에는 그래도 회사도 차리고 꽤 잘 나갔지만 최근 2년 동안은 매일 먹고 놀기만 하는 무능한 인간이었습니다.”그 말에 복도가 순간 소란스러워졌다.“데릴사위라고?”“세상에, 여자 등골 빨아먹는 놈이었네.”“그런 사람이 무슨 의술이야. 말도 안 돼.”사람들은 다시 한번 의논하기 시작했다.김익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서강빈 씨는 내 두통을 치료해 줬어요.”현장이 적막에
김익준은 그 말을 듣더니 버럭 화를 내며 진기준을 매섭게 노려봤다.“진기준이라고 했나? 자네 기억하겠어.”진기준은 미간을 살짝 구길 뿐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는 서강빈이 의술도 모르면서 돌팔이 행세를 하며 김 교수를 속이는 거라고 굳게 믿었다.서강빈의 꼼수를 까발리고 나중에 다시 김 교수와 잘 얘기하면 이번 일은 잘 넘어갈 것이다.자신이 사기꾼을 잡아낸 일로 김 교수가 기뻐하며 승진도 시켜주고 학술도 더 가르쳐줄지 모른다.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다!‘X발 나 왜 이렇게 똑똑해.’진기준이 속으로 희열에 넘쳐 있을 때 서강빈이 입을 열었다.“나 시간 없으니 이렇게 하죠. 그 환자분 불러와요. 내가 현장에서 치료할게요.”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뭐라고?이 현장에서 병 치료를 한다고?!오늘 선발된 그 환자는 난치병으로 유명한 환자라 이름 있는 의학 노교수들도 성공적으로 치료할 거란 보장이 없었다.“서강빈 씨, 지금 뭐라고 했어요? 현장에서 바로 치료한다고요?”진기준이 놀란 듯 미간을 확 찌푸렸다.서강빈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무슨 문제 있어요?”‘그래, 너 잘났다!’진기준은 피식 웃었다.“오늘 온 환자는 수년간 송주의 여러 병원을 돌아다녀도 줄곧 못 고친 난치병 환자예요. 그런데 감히 이 현장에서 치료하겠다고요?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왔네 아주!”주위에 있던 오디션에 참가한 의사들과 심사단도 야유 섞인 미소를 날렸다.“헐, 저 자식 허세 오지네.”“뭐 설마 주머니에서 부적 몇 개 꺼내고 신이시여 빌면서 굿으로 치료하려고?”“하하하, 그만해. 웃겨 죽겠네.”“쟤가 치료에 성공하면 우린 몇 년 동안 의학을 괜히 배운 거야. 차라리 귀농하는 게 낫겠다.”서강빈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들이 치료 못 하는 건 본인들 의학 실력이 달려서 그런 거지 나까지 싸잡아서 얘기하면 안 되죠.”헐...그의 허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그는 지금 송주 모든 병원의 전문의, 교수급 의사 등 명의에게 도발하고
김익준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강빈 씨 정말 자신 있어요? 이 환자는 불치병 환자예요.”서강빈이 웃으며 말했다.“저 못 믿으세요, 교수님?”“그건...”김익준은 머뭇거리다가 씩 웃으며 답했다.“믿어요, 당연히 믿죠!”“시작할게요.”서강빈이 말했다.곧이어 오디션에 참가한 환자가 사람들에게 이끌려 홀에 들어와 의자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도 주위에 둘러싸여 쉴 새 없이 수군거렸다.휴대폰을 꺼내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보였다.진기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실실 비꼬면서 말했다.“서강빈 씨, 너무 무리할 거 없어요. 그러다 진짜 망신당하면 창피해서 어떡해요?”서강빈은 담담하게 웃더니 환자에게 다가갔다.“서강빈 씨, 이 환자는 아주 이상해요. 배탈이 난 지 반년이나 지났어요. 먹으면 바로 싸서 백 킬로였던 체중이 이젠 오십 킬로밖에 안 돼요. 뼈 밖에 안 남았죠. 계속 이러다가 보름도 못 버틸 것 같아요.”김익준은 환자의 증상을 소개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대부분 의사들은 후사를 준비하라고 했어요.”서강빈은 가까이 다가가 환자를 살펴보았는데 순금 액세서리를 가득 하고 있는 중년 남자였다. 사장님 포스가 물씬 풍겼지만 체형이 비쩍 말라 뼈밖에 안 남았고 낯빛이 누렇게 변해버렸다. 환자는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이마에 땀을 줄줄 흘리며 겨우 질문을 건넸다.“의사 선생님, 저 아직 치료 가능한가요?”이때 진기준이 펄쩍 뛰어나오며 실실 비꼬았다.“그럼요! 유능하신 서강빈 의사 선생님이 있으니 무조건 고칠 수 있어요! 걱정 붙들어 매세요, 황 사장님.”“정말요?”황규성의 눈가에 화색이 돌았다.그는 철퍼덕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애원했다.“서 신의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요. 저 돌팔이들은 나 보고 집에 돌아가 후사나 준비하라는데 난 아직 더 살고 싶다고요...”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기며 황규성을 일으켰다.이때 진기준이 음침한 미소를 날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서강빈 씨, 미리 말씀드리는데 황 사
서 신의가 진짜 실패하면 다 늙은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를 꼭 지키리라 마음먹었다!몇 분 후, 서강빈은 황규성의 의심스러운 눈빛 하에 손을 번쩍 들어 처방을 쓰더니 황규성에게 건넸다.“이 처방대로 약을 지어서 3일 드세요.”황규성은 흠칫 놀라더니 의심 가득한 눈길로 물었다.“이거면 된다고요?”주위 사람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쉽다고?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한번 서보시겠어요?”황규성은 인상을 찌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를 어루만지더니 갑자기 흥분하며 소리쳤다.“안 아파요! 배가 안 아파요!”허걱!“헐, 뭐야? 진짜 완치된 거야?”“설마... 배 좀 몇 번 만졌다고 완치가 돼? X발 이건 뭐 신의 손이야, 뭐야!”“대박! 황규성 어르신의 병을 고치면 저 자식은 앞으로 탄탄대로야!”뭇사람들의 의논 소리에 진기준의 낯빛이 한없이 어두워졌다.저분은 무려 규성 어르신인데 서강빈이 진짜 병을 고쳐준다면?!‘X발!’황규성도 철퍼덕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서 신의님, 고맙습니다. 저를 살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서 신의님을 귀인으로 모시겠습니다!”서강빈은 얼른 그를 부축했다.“아닙니다, 별말씀을요. 당분간 술은 절대 드시지 마세요.”“네, 그럴게요.”황규성은 감격에 겨워 보물이라도 다루듯이 처방을 조심스레 손에 든 채 열댓 명의 검은색 정장 차림의 경호원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그는 2억짜리 랜드로버에 올라타자마자 흥분 조로 말했다.“방금 그 신의의 집 주소 좀 알아봐. 나중에 선물을 두둑이 준비해서 내가 직접 찾아뵈어야겠어!”서강빈은 고개 돌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진기준을 쳐다보며 코웃음 쳤다.“진기준 심사위원님, 방금 내가 병을 고치면 무릎 꿇고 머릴 조아리며 날 아빠라고 부르겠다고 하셨죠?”이어서 뭇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눈길로 진기준을 바라봤다.다들 깨고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진기준은 안색이 확 어두워지고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딱히 해명할 길이 없었다.“그게...”이때
그 시각, 비오 그룹.이세영이 당황한 듯 대표이사 사무실로 뛰어오며 소리쳤다.“대표님, 영상 하나 보냈으니 얼른 보세요.”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왜 그래?”“서강빈 씨 영상이 쫙 깔렸어요!”이세영이 외쳤다.영상이 깔리다니?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며 영상을 클릭했는데 서강빈이 오디션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진기준이 내기에 져서 처벌받는 내용이었다.영상을 다 본 후 송해인은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이세영도 놀랍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대표님, 전에 서강빈 씨랑 함께 지낼 때도 의술이 이토록 훌륭한 걸 알고 계셨어요?”송해인은 머리를 내저었다.“아니, 전혀.”그녀도 막막할 따름이었다.서강빈이 의술에 능하다니...게다가 한의학 대회 오디션 현장에서 불치병 환자를 바로 치료해 준 건가?이세영은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아니나 다를까 나쁜 남자였네요! 대표님 몰래 한 수 숨겼다니! 어쩐지 그렇게 쉽게 이혼해 준다고 했어요. 제 살길을 챙기고 재기하기 위해서잖아요. 그게 아니면 한의학 대회에 왜 나가요? 게다가 일부러 현장에서 병을 치료해 장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잖아요. 이건 분명 작정하고 대표님 망신 주려는 거예요. 본인과 이혼한 게 얼마나 큰 착오인지 알려주기 위해서라고요. 정말 심보가 너무 나쁘네요! 잠깐, 그 인간 설마 대표님과 경쟁하려는 건 아니겠죠? 대표님, 애초에 서강빈 씨랑 상업 경쟁 계약을 체결했어요?”송해인은 눈썹을 찡그리며 머리를 내저었고 안색이 한없이 일그러졌다.이세영은 여세를 몰아 몇 개의 영상과 송주 현지 카페, 심지어 페이스북에 올라온 관련 인기 검색어까지 전부 송해인에게 전송했다.“신들린 의술! 송주에 당대 허준이 나타났어!”이러한 타이틀과 기사를 보면서 송해인은 마음이 심란하고 씁쓸하며 분노가 치솟았다.그녀는 재빨리 서강빈에게 전화해 왜 실력을 숨겼는지 캐묻고 싶었다.애초에 숨겼으면 쭉 숨길 것이지 왜 하필 이혼하고 나니 의술을 드러내는 거냐고?!밖에
오디션장 안의 회의실에서 김익준은 공손한 태도로 권효정에게 말했다.“효정 씨, 다 준비됐어요.”권효정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으로 서강빈이 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살펴보더니 존경하는 눈길로 변했다.“멋있어.”그녀는 서강빈에게 홀딱 반해서 미소 지었다.“네?”김익준이 당혹스러워하며 물었다.권효정은 휴대폰을 치우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무것도.”김익준은 다 알면서도 미소만 지을 뿐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효정 씨, 사실 서강빈 씨를 각별히 신경 쓰실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강빈 씨 의학 실력으로 구 대회에 나가는 것도 재능을 꺾는 일이에요.”“정말요?”권효정이 두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역시 내가 찜한 남자는 범상치가 않아.’“교수님, 이번에 수시 모집 합격자 명액 3개 모두 정했나요?”권효정이 불쑥 물었다.김익준은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지난 2, 3년과 똑같은 기준이에요. 용인 그룹에서 추천한 황시원, 효원 그룹에서 추천한 신주현, 그리고 비오 그룹에서 추천한 박여름 씨까지 세 명이에요.”박여름을 언급하자 김익준은 연신 감탄을 연발했다.“특히 비오 그룹에서 추천한 박여름 씨는 현재 한의학계에서 떠오르는 샛별이라 의술이 뛰어나요. 전에 손인수 신의 아래에서 3년을 공부했어요. 예외가 없다면 이번 구 대회에서 박여름 씨가 1등을 차지할 겁니다.”“비오 그룹이요?”권효정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씩 웃었다.“서강빈 씨 한 명 더 추가해요.”김익준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눈치채고 웃으며 답했다.“알겠습니다, 효정 씨.”...오디션장 입구.서강빈은 전화를 끊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이때 권효정이 쪼르르 달려 나와 웃으며 말했다.“강빈 씨, 이젠 나랑 함께 청성 펜션으로 가볼 수 있죠?”서강빈이 머리를 내저었다.“볼일이 남아서 다음에요.”권효정은 재빨리 그를 잡아당겼다.“가게 때문에 그래요? 걱정 마요. 내가 사람 시켜서 청소랑 인테리어 도와주라고 했어요.”그녀는 서강빈을 차에 태우고
이 질문에 서강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송해인에게 시선이 확 쏠렸다.송해인은 일그러진 얼굴로 팔짱 낀 두 사람을 쳐다봤다.권효정이 대놓고 팔짱을 끼는 것은 그녀에게 소유권을 선언하는 거나 다름없다!진기준이 재빨리 해명하려 했다.“아직 그것까진 아니고...”송해인은 아직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그런데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팔이 확 조여왔다.송해인이 선뜻 그에게 팔짱을 꼈다!그녀도 똑같이 도발하듯 턱을 치키고 배시시 웃으며 권효정에게 말했다.“맞아요, 우리도 신혼집 보러 왔어요.”이건 마치 팔짱 끼는 게 뭐가 대수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만 같았다.진기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곧이어 그는 활짝 웃으며 가슴을 쭉 펴고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거만하게 서강빈을 바라보았다.도발하는 듯한 그의 눈빛은 마치 승리를 거머쥔 자처럼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순간 네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두 여자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지만 눈빛은 원수 쳐다보듯 이글거렸다!두 여자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졌다.서강빈과 진기준도 어색한 기류를 눈치챘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이 두 여자가 언제부터 기 싸움 한 거지?’진기준은 잘 알고 있다. 송해인은 지금 일부러 눈앞의 두 사람을 약 올리기 위해 팔짱을 끼고 있지만 그래도 달갑게 이용당하고 싶었다.그녀가 처음 낀 팔짱이니까.몇 초간의 팽팽한 신경전 후에 두 여자가 동시에 시선을 거두고 딴 곳을 바라보며 코웃음 쳤다.그야말로 막상막하의 기 싸움이 아닐 수 없다.넷은 낯선 이처럼 앞뒤로 나란히 주차장을 나서 부동산으로 갔는데 이런 게 바로 운명의 장난일까?별장 보러 온 사람들이 하도 많아 테이블이 딱 하나만 남았다.넷은 어쩔 수 없이 부동산 여직원의 안내로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았다.여직원은 네 사람에게 열정적으로 별장을 소개해 줬지만 서서히 넷 사이에 흐르는 강한 기운을 느꼈다.싸늘하고 숨 막혀서 저절로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여직원은 결국 더는 소개를 이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