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인은 걸음을 멈추더니 아무 말 없이 코웃음 치며 서강빈을 스치고 부동산을 나섰다.진기준도 재빨리 쫓아가며 외쳤다.“송 대표, 기다려.”점점 멀어져가는 두 사람을 보며 권효정이 한숨을 내쉬고 다시 서강빈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를 뒤로 넘기며 활짝 웃었다.“강빈 씨, 나 잘했죠? 강빈 씨도 속이 후련하죠?”그녀가 머리를 넘기는 제스처는 다른 남자들에게 아주 요염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서강빈은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는 머리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할 필요 없어요. 나랑 해인이는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게다가 해인이는 쉽게 머리 숙이는 여자가 아니라서 효정 씨가 이럴수록 더 세게 나올 거예요.”권효정이 두 손을 들고 웃으며 답했다.“괜찮아요. 난 여태껏 단 한 번도 진 적 없거든요.”서강빈은 속절없이 웃으며 머리를 내저었다.권효정은 맑은 두 눈을 깜빡이며 사악하게 웃었다.“강빈 씨, 만약 오늘 송해인 씨랑 진기준 씨가 정말 신혼집 보러 온 거면 어쩔 생각이었어요?”서강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만약 진짜 그런 거라면 해인이를 축복했겠죠.”그의 대답에 권효정은 살짝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두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진짜요? 이젠 전 와이프한테 정말 아무런 미련도 없는 거예요?”서강빈은 대답하기도 귀찮아 앞으로 걸어갔다.권효정은 혀를 날름거리며 쪼르르 달려갔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서강빈을 뒤따라갔는데 얼핏 보면 청춘 드라마를 연상케 했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자 그녀의 머릿결과 새하얀 원피스가 하늘거리며 청순가련한 매력을 한껏 뽐냈다.차에 타자마자 서강빈은 낯선 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전화기 너머로 깍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강빈 씨, 나 공명진일세.”서강빈이 담담하게 물었다.“네, 어르신, 무슨 일이세요?”공명진이 조급히 말했다.“다름이 아니라 서강빈 씨한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전화했네. 어젯밤에 자네가 준 복숭아 가지를 집에 오자
“그리고 마당에 심었던 만년청도 잎사귀가 시커멓게 변하더니 이젠 다 죽어가. 더 섬뜩한 건 집에서 예전에 섬기던 옥 불상이 있는데 그 불상도 좀 전에 깨진 거야... 이거 완전히 대흉의 징조잖아!”서강빈도 인상을 찌푸렸다.검은 고양이가 우물에 빠진 것은 확실히 대흉 징조이다!가족 중 두 명이 죽게 된다.그리고 만년청이 시들었다는 것은 공씨 일가의 기운이 다했다는 뜻이다.옥 불상이 깨진 것은 공씨 일가의 자손 후대에 큰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뜻한다!아마도 대를 잇지 못한다는 징조일 것이다!공씨 일가는 대체 무엇을 건드렸기에 자꾸 이런 화만 입는 걸까?“강빈 씨, 우리 집안 살릴 수 있어?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세상 이치를 해하는 짓은 하지 않았네. 자선사업도 줄곧 해왔고 말이야. 강빈 씨, 제발 우리 집안 좀 도와줘, 어서 구해줘...”공명진은 정말 겁이 나서 애원하듯이 말했다.서강빈은 한참 침묵한 후 입을 열었다.“이렇게 하시죠. 제가 이따가 그리로 갈게요. 만약 한을 풀 수 있다면 제가 직접 풀어드리고 만약 못한다면 공씨 일가의 기운도 다한 겁니다.”“그럼 우리 집안은 어떻게 되는 거야?”공명진이 긴장해 하며 물었다.“가문이 무너지고 온 가족이 사망할 거예요.”“으악...”공명진은 놀라서 온몸이 파르르 떨리고 눈앞이 아찔하여 하마터면 무릎 꿇고 애원할 뻔했다.“강빈 씨, 우리 집안 좀 살려줘. 가족들만 무사하다면 재산은 다 날려도 괜찮아...”“최선을 다하겠습니다.”서강빈이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고 권효정에게 말했다.“공씨 일가로 가줘요.”“네.”권효정이 곧바로 대답했다....권효정과 서강빈이 공씨 일가로 향할 때 송해인은 진기준의 차에 올라탔다.“출발해!”그녀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진기준은 시동을 걸고 일부러 관심하는 척 물었다.“해인아, 괜찮아?”“내가 뭔 일 있어야 해?”그녀가 싸늘하게 되물었다.진기준은 배시시 웃으며 함께 푸념했다.“서강빈 씨 옆에 있던 그 여자분 진짜 별로야. 너
서강빈과 권효정은 곧장 공씨 저택에 도착했다.이제 막 차에서 내렸는데 서강빈은 별장의 지세와 풍수에 충격을 받았다.그야말로 으리으리하고 지리적 위치와 풍수가 일품이었다!앞에는 명당이 있고 뒤에는 푸른 산이 있으니 전형적인 산과 강을 다 가진 환상의 지역이었다.이런 곳에 살면 수명을 연장하고 재부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위 구조를 보니 풍수지리 전문가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문 앞에 세워진 두 개의 사자 모형의 바위는 이곳의 풍수와 기운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다만 서강빈은 한눈에 문제점을 찾아냈다.바로 이곳의 풍수와 기운이 다하여 메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다.게다가 이곳의 풍수는 이미 대흉으로 뒤바뀌고 있었는데 인위적인 요소가 매우 컸다!누군가가 공씨 일가를 겨냥하는 걸까?서강빈은 미간을 구기고 권효정과 함께 정원으로 들어갔다.안에 들어서자마자 권효정은 찬바람이 옷깃을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는데 살을 엘 듯 시리고 음산했다.“강빈 씨, 여기 정원이 너무 이상해요. 밖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데 이 정원은 왜 한겨울 같죠?”권효정이 몸을 떨며 재채기까지 해댔다.서강빈도 미간을 구겼다.“추우면 그냥 밖에 있어요.”“그건 안되죠. 강빈 씨 따라다니면 오늘 분명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있을 거예요.”권효정이 웃으며 답했다.서강빈은 속절없이 고개를 내저을 뿐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정원의 구조를 훑어보았다.정원의 허공에 한줄기 검은 살기가 은은하게 떠다녔다.더 섬뜩한 것은 정원의 네 귀퉁이에 각각 바위가 하나씩 있었는데 네 개의 바위를 본 순간 서강빈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이때 마침 공명진이 가족들과 함께 이리로 달려오며 두 손 모아 인사했다.“자네 왔군. 미안하네, 먼 길 오게 해서... 얼른 안으로 드시게.”서강빈은 고개를 내저으며 네 귀퉁이의 바위를 가리켰다.“어르신, 이 바위들은 언제 놓으신 거예요?”공명진이 의아한 듯 대답했다.“한 달 전에 사업 파트너가 선물로 줬어.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나?”
단지 그가 풍수지리에 매우 능하단 이유로 명성이 자자하고 송주에서 지위도 꽤 높아 노 천사(天师)라는 칭호를 붙여줬다.하지만 노형석은 워낙 겸손하다 보니 거장이라고만 부르게 할 뿐 천사라는 칭호를 감히 사용하지 못한다.그런 분을 공천호가 모셔 오다니.노 거장이 담담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말씀 편히 하세요 어르신. 오늘 어르신 별장의 풍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걸음 했습니다.”노형석은 서강빈을 보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만 그 전에 어르신께 드려야 할 말씀이 있는 것 같군요. 이런 새파랗게 어린 녀석은 쉽게 믿으시면 안 됩니다. 네 귀퉁이에서 귀신을 부르네, 온 집안이 죽느니 어쩌니 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으니 전부 근거 없는 헛소리예요!”공명진은 흰 눈썹을 찌푸리고 중간에 낀 채 진퇴양난이었다.“저기, 노 거장님, 서강빈 씨 실력은 제가 직접 지켜봐 왔어요. 돈이나 뜯어내는 사기꾼은 아닐 겁니다.”공명진이 얼른 분위기를 완화하려 했다.“어르신이 못 믿겠다면 이쯤에서 관두죠. 난 그저 미리 일깨워줬을 뿐입니다.”노형석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서강빈은 그런 노형석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옆에 있던 권효정이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강빈 씨, 저분은 노형석이라고 송주 현지에서 유명한 풍수지리 전문가예요. 전에 천주에 있을 때 한 번 뵈었는데 확실히 한 실력 해요.”서강빈이 머리를 끄덕였다.공명진은 한참 갈등하다가 결국 서강빈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기, 강빈 씨, 그럼 우선 노 거장께 한 번 보이는 건 어때?”서강빈은 아무렇지 않았다.“다 돼요.”공명진은 자신보다 지금 이 오랜 시간 유명세를 떨친 노 거장을 더 믿고 있었다.서강빈은 이해한다는 듯이 더 따지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일을 해결 못 하면 그때 다시 내가 손 볼게요.”“웃겨 정말! 노 거장이 계시는데 너 따위 돌팔이가 필요할까?!”공천호가 비아냥댔다.할아버지는 분명 이 돌팔이에게 속아 넘어갔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권효정은 알듯 말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노 거장에게 대뜸 말했다.“이봐요, 어르신, 강빈 씨가 그러는데 당신 해답이 다 맞는 건 아니래요! 공씨 일가의 문제는 꽃병이 아니라고요.”순간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공씨 일가의 뭇사람들과 노형석까지 전부 경악한 눈길로 서강빈을 쳐다봤다.그중에서도 노형석의 눈빛이 가장 불만스러웠다!공명진이 선뜻 나서며 서강빈을 나무랐다.“자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끼어들어? 모르면 가만히 있어! 아는 척하지 말고. 나중에 망신당할라.”노형석도 씩씩거렸다.“무식한 놈! 네가 뭔데 날 틀렸다고 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주목받고 싶은 거라면 너 오늘 잘못 짚었어.”공명진은 얼른 노형석을 위로했다.“노 거장 말씀이 다 맞아요. 틀림없을 겁니다.”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저는 이분 말씀이 틀렸다고 한 적 없어요. 이 꽃병을 놓은 위치가 확실히 문제 되긴 해요. 하지만 다 맞는 건 아니에요. 공씨 일가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 없다고요.”노형석이 버럭 화냈다.“이 자식! 어딜 감히 내 풍수 실력을 의심해! 아주 망언을 퍼붓네, 망할 놈! 내 해답이 다 맞는 게 아니라면 어디 한번 말해봐. 이 집안의 근본적인 문제가 대체 뭐야?”서강빈은 정원의 네 귀퉁이에 놓인 바위를 가리키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바로 저 네 바위 아래에 있어요.”그는 앞으로 걸어갔고 노형석도 씩씩거리며 따라갔다.공명진 일행도 초조해서 따라가며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고 싶었다.“할아버지, 저 자식 어디서 찾아왔어요?”공천호가 불만조로 쏘아붙였다.공명진은 눈을 부릅뜨고 그에게 말했다.“말 함부로 지껄이지 마. 서강빈 씨는 실력 있는 분이야.”어젯밤에 천둥이 칠 거란 그의 한마디에 서강 거장이 식겁하여 운 것만 생각하면 공명진은 아직도 몸이 벌벌 떨렸다.“실력은 개뿔! 그냥 사기꾼 같아요!”공천호가 하찮은 듯이 비웃었다.곧이어 뭇사람들이 정원에 모였다.서강빈은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
몇몇 사용인이 숨을 헐떡였고 이마에는 땀이 가득 맺혔다.공명진은 아무 말 없이 옆에서 태연자약하게 서 있는 서강빈에게 물었다.“계속 파요, 강빈 씨?”“설마 진짜 이 녀석 말을 믿는 겁니까? 끝이 닿을 때까지 파도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요!”노형석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서강빈은 이렇게 말했다.“계속 파요.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책임집니다.”“뭐? 계속 파긴 개뿔! 너 우리가 우스워? 네 멋대로 갖고 노니 아주 신나나 봐?”공천호가 포효했다.공명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용인에게 분부했다.“계속해.”“할아버지, 저 사기꾼 녀석 진짜 믿으시는 거예요?”공천호가 초조하게 물었다.공명진은 그를 째려보며 쏘아붙였다.“그 입 닥쳐! 한마디만 더 떠들면 3개월 감금이야!”노형석이 웃으며 말했다.“자식, 성깔 있네. 그래 정 그렇게 파고 싶다면 내가 끝까지 함께할게. 진짜 무언가를 파낸다면 내가 널 스승으로 모신다.”서강빈은 덤덤하게 웃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곧이어 몇몇 사용인들이 계속 아래로 파기 시작했다.또 두 척 팠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주위 사람들도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공명진마저 서강빈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설마 어젯밤 그 일은 진짜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할아버지, 내가 뭐랬어요.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공천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서강빈을 빤히 쳐다봤다.“자식,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릴 준비나 해.”노형석도 비아냥댔다.“아직 할 말 남았어? 이놈아. 감히 내 실력을 의심하다니, 40년 동안 풍수지리에 전념하며 단 한 번도 오차를 낸 적이 없단 말이야!”서강빈은 아무 말도 안 했고 귓가에 떠들어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날카롭게 깊게 파인 구덩이만 바라볼 뿐이었다.살기가 이젠 다 형성됐다!“쾅!”한 일꾼이 삽을 들이댔지만 뭔가 딱딱한 물건에 부딪혔다.“어, 어르신, 진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사용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뭇사람들도 와르르 몰려들었고 곧이어 몇몇 사용인들이 빨간 천으로 묶은
헐...그는 아연실색하여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강빈 씨, 강빈님,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 우리 집안 좀 살려주세요...”뭇사람들도 횡설수설하며 서둘러 무릎 꿇고 외쳤다.“강빈님 우릴 구해주세요!”서강빈이 머뭇거리자 공명진은 얼른 옆에 서 있는 공천호를 질책했다.“망할 놈의 자식! 당장 강빈님께 무릎 안 꿇어?”강천호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허둥지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강빈 님, 제가 큰 인물을 못 알아봤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우리 가족 살려주세요. 난 아직 죽고 싶지 않다고요!”공천호는 놀라서 엉엉 울었다.뭇사람들이 무릎 꿇고 애원하자 서강빈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맞닥뜨린 일이니 당연히 도와야죠.”곧이어 그는 30분 동안 우선 부적으로 그 네 개 ‘진물’의 살기를 제거하고 사람을 시켜 모조리 불태웠다.그리고 또다시 정원을 십여 분간 돌아다니며 공씨 일가의 풍수를 다시 조절해 주었다.이 모든 걸 끝낸 후 공명진은 문득 몸이 개운해지고 늘 갑갑했던 느낌도 말끔히 사라졌다.그뿐만 아니라 공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도 전부 이런 느낌을 받았다.며칠 연속된 피로가 말끔히 가셨다.심지어 공씨 일가 정원에 휘몰아치던 음산한 바람도 말끔히 제거됐다.집안에서 공명진이 감개무량하여 서강빈에게 말했다.“강빈 씨가 저희 가문을 살려주셨어요. 앞으로 강빈 씨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이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은행 카드 한 장 꺼내 서강빈에게 넘겼다.“강빈 씨, 여기 200억이 들어있으니 어서 받아주세요.”서강빈은 망설임 없이 바로 주머니에 챙겼다.회사와 의원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니까.“일을 다 해결했으니 난 이만 가볼게요.”그가 말하고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저쪽에서 노형석이 덥석 다가오며 험상궂은 얼굴로 한참 머뭇거리다가 뜬금없이 두 손을 모았다.“정말 물건을 파내면 강빈 씨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했죠!”그는 나이가 많은 것도 무릅쓰고 서강빈에게 무릎을 꿇었다.이
공명진이 웃으며 말했다.역시 나이가 들면 더 노련해진다더니.겉으론 서강빈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지만 실제로는 그가 비오 그룹을 향한 태도를 캐내고 싶은 것이다.이혼하지 않고 서강빈과 비오 그룹의 관계까지 다 알았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것이다.하지만 이혼했다면 모든 게 달라진다.즉 결정권을 서강빈에게 넘긴 셈이다.서강빈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어르신, 제가 프로젝트 기획안 좀 볼 수 있을까요?”“물론이죠.”공명진이 웃으며 유상진에게 기획안을 건네라고 눈치 줬다.서강빈은 힐긋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이 프로젝트는 전에 그가 제출한 미용 스파 제품에 관련된 연구개발 기획안이었다.서강빈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용 스파에 관련된 알약도 만들었고 처방까지 남김없이 송해인에게 넘겼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척 핵심 처방을 싹 다 바꾼 것이다.서강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어르신, 이 프로젝트는 사실 제가 제출한 겁니다. 시장 전망은 아주 좋지만 이 안의 세부 내항은 제가 관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프로젝트는 애초에 제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어긋났다고 할 수 있죠. 공씨 일가에서 계속 협력할 수도 있지만 그때 가서 이 세부 내항을 알아내려면 어르신이 애를 좀 쓰셔야 할 겁니다.”공명진은 바로 알아듣고 유상진에게 말했다.“계속 진행하고 비용 송금해 드려. 다만 이 프로젝트를 쭉 눈여겨봐야 해. 모르는 점 있으면 서강빈 씨한테 많이 여쭤보고 비오 그룹에서 방안을 수정하도록 하게 해.”“네.”유상진이 웃으며 대답하곤 중당을 나섰다.이때 서강빈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작별을 고했다.공씨 저택 입구.송해인이 옆 정원에서 걸어오며 의아하고 막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공진 그룹의 프로젝트 담당자인 유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하지만 오늘 드디어 3개월 밀렸던 비용이 입금됐다!바로 아까 이세영이 전화 와서 공진 그룹에서 회사 계좌로 백억을 보냈다고 했다!어떻게 된 거지?송해인이 나